북한은 체육, 즉 스포츠를 대주민 사상교양의 도구이자 군사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체육을 ‘신체를 다방면적으로 발전시키며 집단주의 정신과 혁명적 동지애, 굳센 의지, 규율준수에 대한 자각성과 책임감을 배양함으로써 국방력을 강화하고 사회주의 및 공산주의 건설을 성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명하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오로지 국가가 정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적 측면에서만 체육의 가치와 존재 이유를 인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체육의 목적은 대체로 두 가지 방향에서 추진되어 왔습니다. 하나는 국가에서 필요로 하는 신체 건강한 인간을 만드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한 자유로운 개인의 완성을 위한 수련의 한 과정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독일이나 일본제국주의 체육이 전자에 해당하고 오늘날 대부분의 민주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자유주의 체육정책이 후자에 해당합니다. 자유주의 체육의 목적은 민주사회의 실현을 위해 심신이 함께 건강한 사람을 양성하는 데 있습니다. 반면 전체주의 체육은 숙련된 기량을 바탕으로 국제대회에서 입상해 국가의 위신을 높이거나 강한 체력의 전사(戰士)를 양성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북한은 정권수립 이후 체육정책의 우선순위를 체육교육을 통한 병사들의 전투력 강화, 엘리트 선수양성을 통한 국제대회 입상과 체제 우월성 선전에 두고 있습니다. 스포츠의 본래 목적은 규칙을 준수하며 선의의 경쟁을 하는 것이지만 정치적으로는 국가 간의 관계개선이나 평화 선린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반면에 국가의 우월성과 특정 체제의 선전을 위해서 체육 선수들이 동원되기도 합니다. 북한은 정치적 목적에 따라 남북한 스포츠교류협력을 이용해 왔습니다. 김일성 시대에는 냉전체제속에서 북한이란 나라의 존재를 인정받기 위해 여러 난관을 무릅쓰고 올림픽에 참여했습니다.
김정일 집권시기인 1990년대에는 소련을 비롯한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 김일성 사망 등 국내・외의 혼란속에서 북한체제의 존속을 위해 국제 스포츠대회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정은은 집권 초기 리더십 확립과 대외적으로 정상국가 지도자로 인정받기 위해 주요 국제체육경기대회에 선수단을 파견하는 한편 남북 스포츠교류에도 적극성을 보였습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때는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했고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때는 남북관계 개선과 소통을 위한다면서 김여정 등 고위급 대표단과 함께 예술단을 파견하는 등 국제스포츠 무대를 통해 위장평화 공세를 펼치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올림픽 데뷔 무대는 1964년 인스부르크 동계올림픽입니다. 하계올림픽은 1972년 뮌헨올림픽에 처음 참가했는데 1964년 인스부르크올림픽에서는 북한의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한필화가 여자 3000m에서 2위를 차지함으로써 북한에 최초의 올림픽 메달을 안겨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후 동계올림픽에서 별다른 성적을 내지 못했고 남한이 쇼트트랙 세계 최강에 이어 스피드스케이팅, 피겨스케이팅, 썰매 종목 등으로 동계스포츠의 저변을 넓히며 아시아의 동계스포츠 강국으로 자리잡는 사이 북한은 경제난의 여파로 스포츠 약소국으로 전락했습니다.
북한은 구소련을 비롯한 동구 공산주의 국가의 스포츠정책을 그대로 답습해 경제력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자본과 국가 역량을 엘리트 스포츠 선수 육성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1970년대까지만 해도 복싱, 유도, 탁구, 사격 같은 종목에서 기량이 좋은 선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남한과의 경제력 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전통적으로 우위를 차지하던 종목에서조차 남한에 밀리기 시작했으며 축구, 배구, 하키 등 주요 종목은 예선을 통과하지 못해 올림픽이나 월드컵 경기의 본선에 진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1972년 뮌헨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이후 1984년 LA올림픽과 1988년 서울올림픽에 정치적 이유로 불참했습니다. 그러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하면서 남북스포츠 교류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지만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의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북한의 스포츠 외교는 다시 고립과 퇴보의 길을 가고 있습니다. 요즘 북한은 자국 선수들의 해외 프로구단 진출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해외 프로구단에 입단한 선수들의 계약금과 고액 연봉의 대부분을 김정은의 외화자금으로 흡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해외 프로구단의 북한 선수가 김정은의 외화벌이 수단이라는 사실을 간파한 국제사회가 이를 대북제재 대상으로 정하면서 지금은 북한 선수의 해외프로구단 진출이 여의치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에서 성분이 좋지 않은 주민은 정치적 신분 상승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스포츠 선수가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하면 신분이 수직 상승하게 됩니다. 특히 올림픽 메달리스트에 대한 포상은 체육연금과 고급아파트, 수입차를 선물로 받는 등 엄청난 보상을 받게 됩니다. 아시안게임이나 공인 국제대회에서 메달을 따면 '공훈체육인' 훈장이 수여되고, 이보다 급이 높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따면 '인민체육인' 훈장을 받게 됩니다. 메달 획득 횟수가 늘어나면 '노력영웅'에 이어 가장 높은 '공화국영웅' 칭호를 받게 됩니다.
그러나 북한의 엘리트 체육인은 국제대회 성적이 좋지 않거나 단체 경기에서 패할 경우, 사상비판과 함께 오지 추방 등 심각한 처벌을 감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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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양성원 웹팀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