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생각] 부패공화국 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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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본부를 둔 뇌물감시 민간 비정부기구인 ‘트레이스 인터내셔널’이 작년(2022년) 11월 세계 각국의 부패지수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는데요. 한 나라의 부패 정도를 나타내는 ‘뇌물지수’ 순위에서 북한이 3년 연속 세계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의 ‘뇌물지수’가 100점 만점에 93점으로 전 세계 194개국 중 가장 부패한 나라라고 지목했습니다. 뇌물지수가 높을수록 부패정도가 심한 나라를 의미합니다.

이보다 앞선 2021년 1월에는 독일 베를린 소재 국제투명성기구(TI)가 전 세계 180개국의 청렴도를 평가한 ‘2021년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 관한 보고서를 냈습니다. 여기에서도 북한은 국가청렴도가 174위로 세계 최하위 그룹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단지 생존을 위해서 뇌물을 바쳐야 하며 북한사회 곳곳에 부패와 억압이 만연해 있다고 두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북한 사회전체가 뇌물과 부패행위에 심각하게 오염되어 있다는 사실은 남한 사람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3만 6천여 명에 달하는 탈북민 중 많은 사람들이 뇌물과 청탁에 의존하지 않고서는 북한에서 일상생활을 지속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작게는 각종 사회적 동원을 면제 받기 위해 뇌물을 바쳐야 하고 크게는 반동죄와 같은 중죄를 저질러 사형선고를 받아도 거액의 뇌물을 바치면 처형을 면할 수 있다고 증언합니다.

북한이 뇌물 만능 사회로 변한 것은 90년대 시작된 경제 파탄으로 간부층에 대한 배급이 끊기면서부터라고 북한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고난의 행군시기 이후 일반 주민은 물론, 간부들에 대한 배급도 중단되면서 간부들이 먹고살기 위해서 주민들에게 뇌물을 노골적으로 강요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보안원, 보위원, 검찰 등 사법기관 종사자를 비롯해 각종 기관 기업소 간부, 행정분야 간부 등 주민생활과 관련이 있는 위치에 있는 관리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뇌물을 받아 챙기는 것이 일상화 되어있다고 탈북민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뇌물이 일상화된 예를 몇 개만 들어보겠습니다. 북한에서 간부가 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부정부패 현상을 들 수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북한에서 대학에 입학한다는 것은 상당한 특권입니다. 대학입학이 워낙 어렵다보니 해마다 대학 입시철이 되면 입학 추천을 위해 교육관련 간부들을 대상으로 뇌물이 난무한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학에 입학을 하고나서도 졸업에 필요한 성적을 얻기 위해서 외화현금이나 술, 전자제품 등을 뇌물로 바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장 기업소 종업원들은 편하고 좋은 자리에 배치되거나 승진을 위해 뇌물을 바쳐야 하며 일부 종업원들은 간부에게 뇌물을 주고 출근을 면제 받아 장마당에 나가 장사로 돈벌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뇌물을 주고 공장에 출근하는 대신 장마당 장사에 나선 종업원들 중에는 공장 월급의 몇십 배 소득을 올리는 사람도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북한 군대 내에서도 뇌물이 성행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단기 7년, 최장 10년 군복무를 해야 하는 북한은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가혹한 의무복무제도를 갖고 있는 나라로 꼽힙니다. 초모생, 즉 입대 대상 자녀가 있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지 자녀의 군입대를 피하거나 복무 환경이 좋은 부대에 배치시키기 위해 뇌물을 바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자녀가 입대한 후에도 뇌물을 주면 장기 휴가를 받아 집에서 생활하거나 조기에 제대시킬 수 있다고 군 출신 탈북자들은 증언했습니다.

북한에서 병원치료를 받으려면 우선 의사에게 뇌물을 주어야 하고 치료약은 환자부담으로 장마당에서 구입해야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의료시스템이 붕괴된 북한에서는 위급한 환자도 돈이 있으면 살고, 돈 없는 환자는 변변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가야 한다는 게 현지 소식통들이 전하는 북한의 의료현실입니다. 농업분야도 예외가 아닙니다. 북한 협동농장의 일부 농민들은 농장간부에게 뇌물을 고이고 집단 농장에서 벗어나 개인 소토지 경작을 통해 협동농장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확을 거두고 이를 장마당에 팔아서 생계를 해결한다고 농업관련 소식통들은 밝혔습니다.

이밖에도 돌격대에 배치된 주민이 뇌물을 주고 돌격대에서 빠지는가 하면 여행증명서, 통행증 등 각종 증명서를 신청할 때도 반드시 뇌물을 바쳐야만 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북한주민들은 일상생활에서 당국의 허가없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으며 뇌물을 주지 않고는 하루를 무사히 보내기가 어려운 실정이라고 현지 소식통들은 강조합니다.

북한주민들 속에서 ‘당 간부는 당당하게 해먹고, 보위지도원은 보이지 않게 해먹으며, 안전원은 안전하게 해먹는다’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현지 소식통들이 수시로 전하는 바에 따르면 사회전반에 걸쳐 부패정도가 심한 북한사회는 이제 구제 불능의 뇌물 만능사회가 되었다고 합니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부패공화국’으로 지목하는 것도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