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오는 7월 27일 소위 전승절(한국전쟁 정전협정체결일)을 기해서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한국의 전문가들은 위성사진을 근거로 북한이 대규모 열병식을 준비하는 정황이 포착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이 한국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주장하는 날에 또 다시 열병식을 개최하고 자체 개발한 대량살상 무기를 과시하려는 것입니다.
북한의 열병식 정치는 그 역사가 꽤 오래 되었습니다. 해방 직후인 1948년 2월 8일 김일성 주도하에 첫 열병식을 개최한 이후 75년 동안 모두 마흔 네 번의 열병식을 진행했습니다. 해방 이후 2000년 까지 21차례의 열병식을 통해 무력과시에 골몰하던 북한은 2000년대에 들어서는 경제난 때문인지 총 7차례의 열병식만 선보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2012년 김정은이 지도자로 등극하면서 북한은 의아할 정도로 열병식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집권 11년 동안 총 16번의 열병식을 개최했으니 외신들이 분석하는 것처럼 김정은은 무력과시와 병정놀이를 상당히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김정은 집권 첫해인 2012년에 두 번, 2013년에는 한 해에 무려 세 차례의 열병식을 개최하더니 2014년, 2018년, 2021년에는 각각 1년에 두 번 열병식행사를 치렀습니다. 이쯤 되면 가히 열병식 중독증이라고 표현해도 될 것 같습니다. 열병식을 좋아하는 중국, 러시아도 2년에 한 번 열병식을 할까 말까 하는데 말입니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 2월 8일 인민군창설 70주년 기념 열병식을 심야에 개최하고 고체연료 ICBM을 공개해 국제사회의 이목을 끌었는데요. 불과 4개월 만에 또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이 이처럼 열병식에 목을 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대외적으로는 무엇보다 자체 개발한 신무기를 과시함으로써 국제사회, 특히 미국과 한국을 위협하기 위한 것입니다. 그 다음 대내적으로는 경제난으로 생활이 어려워 불만이 많은 주민들에게 자신이 개발한 신무기와 군대의 위력을 보여줌으로써 체제에 대한 불만을 불식시키려는 선전선동의 의미도 담겨있다고 생각됩니다. 아울러 열악한 보급에 대해 불만을 품고 있는 군인들과 군 간부들이 감히 딴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열병식 준비를 핑계로 들볶는 게 아닌가하는 의심도 듭니다.
그런데 북한의 열병식에 등장하는 무기들을 보고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자유세계 국가들이 과연 위협을 느낄까요? 한미양국 군사전문가들의 분석과 반응을 살펴보면 북한의 무력이 두려워서 북한과 무조건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는 양국의 당국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북한이 열병식에서 자랑스럽게 공개하는 신무기들이 전문가의 관점에서 보면 허점이 많아 북한이 아직 개발단계에 있는 미숙한 무기를 겉포장만 그럴싸하게 해서 열병식에 내놓은 게 아닌가하는 의심을 사고 있습니다.
북한의 잦은 열병식으로 죽어나는 것은 애꿎은 군인들입니다. 북한은 중국, 러시아 이상으로 열병식 훈련을 가혹하게 시키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열병식 3~4개월 전부터 키 162cm 이상의 성분이 좋은 군인들을 정인원과 예비인원으로 나누어 선발합니다. 정인원에서 훈련중 탈락자가 발생하면 예비인원에서 바로 충원하기 위해서입니다. 제식훈련중 동작이 틀려서 탈락하거나 한번이라도 실수했다가는 즉시 생활제대, 즉 불명예제대 처분을 받는다고 합니다. 열병식은 김정은이 직접 주도하고 가장 신경을 쓰는 행사이기 때문에 눈곱만큼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것입니다.
열병식 훈련 도중 탈진하거나 부상당하는 군인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열병식 훈련을 하다 관절이 회복불능으로 망가져서 불구가 된 군인들이 한둘이 아니라고 열병식 참가 경험이 있는 탈북민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열병식에서 선보이는 거위걸음, 즉 구스스텝은 관절을 굽히지 않고 걷는 제식인데 중국, 러시아와 달리 북한은 다리를 높은 각도로 들어올려 힘차게 바닥을 치기 때문에 발 관절에 엄청난 충격과 무리가 가해집니다.
상체 역시 심하게 흔들려 내장이 요동치게 된다고 의학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은 자신들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열병식 훈련 중에 얻은 부상으로 영구 불구가 되어 생활제대 된 사람이 수백 명에 달한다고 증언합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북한이 열병식에 내놓은 모든 총기류와 방사포, 미사일 등은 총탄, 포탄이 없는 빈 무기라는 탈북민들의 증언이 있습니다. 김정은이 직접 참관하기 때문에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참가 군인들에게는 실탄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열병식에 등장하는 미사일이나 신무기도 진짜가 아닌 모형일 뿐이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북한이 자랑하는 화려한 열병식의 이면에는 북한 군인들의 희생과 고통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올해에만 벌써 두 번째 열병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열병식에 들어가는 자금과 노력을 지원하기 위해 북한 주민들은 다시 한 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게 되었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