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생각] 북한의 방학

서울-오중석 xallsl@rfa.org
2023.07.21
[오중석의 북한생각] 북한의 방학 평양보통강중학교의 학생들이 방학기간에 옹기종기 모여공부하고있는 모습.
/연합

남한과 북한의 학교들이 이 달 하순부터 순차적으로 여름방학에 들어갑니다. 남한의 초중고교는 각 학교의 재량에 따라 방학기간을 정하기 때문에 이미 방학이 시작된 학교도 있고 다음 주(24~28) 사이에 방학에 들어가는 학교도 있습니다.

 

남한과 학제가 조금 다른 북한 학교들은 대부분 8월초에 방학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학교(초등학교)의 경우 8 1일부터 8 31일까지 한달 간, 초급중학교(중학교)와 고급중학교(고등학교) 8 15일부터 8 31일까지 15일 정도의 방학에 들어가게 됩니다. 겨울방학은 소학교의 경우 1 1일부터 2월 중순까지, 초급 및 고급중학교는 1 1일부터 1 31일까지로 여름방학에 비해 깁니다. 추운 날씨에 난방을 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겨울방학을 길게 하는 것입니다.

 

남한 학생들은 여름방학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우선 등교와 수업의 부담이 없어 늦잠을 실컷 잘 수 있습니다. 거기에다 학원공부, 과외공부에서 일시적이나마 해방되고 숙제 부담이 크지 않아 가족이나 친구들끼리 마음대로 여행을 하거나 놀러 다닐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여름방학이 시작되면 해외로 출국하는 국제공항이 그야말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빕니다. 학생들이 방학기간을 이용해서 부모와 함께 가족 해외여행을 떠나기 위해 공항에 몰리기 때문입니다.

 

한국 학생들은 모처럼 자유시간을 만끽할 수 있는 방학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북한 학생들도 방학을 기다리는 심정은 마찬가지일 것 입니다. 그렇다면 북한 학생들의 여름방학은 어떨까요?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북한 학생들의 여름방학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북한 학생들은 방학이라고 해서 완전한 자유시간을 누리는 게 아니라 수시로 학교의 통제에 따라야 하고 단체 생활을 해야 합니다. 방학 중에도 일주일에 한 두 차례 정기적으로 학교에 나가서 방학과제로 부여받은 물건을 제출하고, 소년단, 청년동맹의 방학활동계획에 따라 조직생활을 해야 합니다.

 

이 방송을 듣고 계신 청취자 여러분은 잘 아시겠지만 북한 학교엔 비상연락망이란 게 있습니다. 담임선생이 반장에게, 반장이 학습반장들에게, 학습반장이 조원들에게 연락하는 연락체계를 말합니다. 이름 그대로 비상시에 가동되는 연락망이지만 북한은 항상 비상시라 그런지 방학중에도 자주 가동됩니다. 비상연락망을 통해 방학기간에도 학생들을 불러내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청소 등 학교 꾸리기 작업, 학교 인근의 환경 및 도로정비, 장마로 인한 수해복구작업 등을 빌미로 학생들을 동원합니다.

 

가끔 비상연락이 안 되는 학생도 있는데 그러면 해당 학습반원들이 책임을 지고 집까지 찾아가 학생을 데리고 나와야 합니다. 북한학생들은 다른 지역에 할머니 할아버지가 따로 살고있는 친구를 가장 부러워한다고 합니다.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 조부모가 사는 곳에 가서 여름방학을 지내게 되면 비상소집이나 동원에 나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북한 학생들은 방학중에도 같은 동네에 사는 6~7명의 급우들로 소년단을 구성해 활동해야 합니다. 반장을 중심으로 아침 일찍 모여서 달리기도 하고, 독보(독서)를 하기도 하며 방학숙제도 함께 합니다. 그러다 학교에서 비상연락이 오면 학교에 나가 노력동원에 나서야 합니다. 한국 학생들처럼 여름방학에 가족과 피서여행을 하거나 부모님과 함께 해외로 휴가를 가는 것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그냥 동네에서 소년단 반 모임에 참여하는 것을 당연한 일로 여긴다고 합니다.

 

북한 당국은 부족한 물자 조달을 위해 방학중에꼬마계획이란 이름으로 학생 개인에게 폐품 수집같은 과제를 부여합니다. 요즘같이 물자가 부족한 시기에는 과도한 물자과제를 수행하느라 어린 학생들이 방학기간중에 파지나 파철, 토끼 가죽 등을 수집하기 위해 들과 산을 헤매는 광경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고 탈북민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북한 학생들은 방학중에 부모님의 생계활동을 도와야 한다고 합니다. 먹고 사는 일이 팍팍하다보니 부모님의 장마당 장사를 돕거나 이웃이나 돈주들의 일거리를 맡아 하면서 일당 노동을 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학생들은 일당이 어른의 절반 수준이기 때문에 돈주들이 경영하는 소규모 개인업체들은 방학중인 학생을 적극적으로 고용한다고 합니다. 북한의 어린 학생들이 생계를 위해 아예 학교에 나가지 않고 소규모 공장이나 공사장에서 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아 교육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내용이 외신 보도를 통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어린 학생들이 친구들과 어울려 마음껏 뛰어 놀고 또 새로운 곳을 여행하면서 색다른 경험도 해보라는 의미에서 방학이 있는 것 아닐까요. 북한 학생들이 남한 학생들처럼 방학기간중에 자유를 만끽하고 여행도 하면서 집단 체제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날은 언제일까요. 하루 속히 그런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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