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신압록강대교가 완공된지 9년이 넘도록 개통하지 않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왕복 4차선의 번듯한 다리를 완성하고도 개통하지 않는 데 대해 외부 세계에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북-중 교역 물량의 70%이상을 담당해온 압록강 철교는 북한의 생명줄과도 같은 교량입니다. 지난 1943년에 개통된 이 다리는 공식 명칭이 ‘조중우호교’인데요. 지은지 80년이 넘어 수명이 다했는데도 문제가 생길 때마다 보수공사를 거쳐 여전히 사용하고 있는데 언제든지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낡고 위험한 다리입니다.
압록강철교를 대신할 새로운 교량의 건설이 시급해진 북중 양국은 지난 2009년 10월 북한을 방문한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와 북중경제기술합작협정을 체결하고 압록강철교를 대체할 신압록강대교를 건설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듬해인 2010년 10월에 착공되어 2014년에 완공된 신압록강대교는 길이 20.4㎞, 폭 33m에 왕복 4차로의 현대식 공법에 의한 교량으로 완공당시 중국과 북한 무역관계자들의 기대를 부풀게 했습니다. 당초 북한과 중국이 각각 50대 50으로 투자해 건설하기로 했지만 북한측이 공사를 시작도 하지 않고 머뭇거리는 바람에 중국측이 공사비 전액을 부담해서 일단 완공했습니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완공 10년이 다 되어가는데 신압록강대교는 아직 개통하지 않고 있습니다. 완공 이듬해인 2015년에 개통한다고 선전하더니 별다른 이유도 밝히지 않고 개통식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만 9년이 지난 지금도 개통하지 못하고 낡아빠진 압록강 철교를 계속 사용하고 있습니다. 단둥과 신의주 일대의 무역관련 소식통들에 의하면 다리 남단(남쪽 끝)에서 남신의주역까지 이어지는 연결도로 공사가 안 되어서 다리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이 연결도로 공사는 북한측이 맡아 해야 되는데 북한이 무슨 배짱인지 연결도로 공사를 시작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현지 소식통들에 따르면 북한이 다리 남단에서 남신의주역까지 이어지는 연결도로 공사까지 중국이 부담해서 건설해주도록 요청하는 바람에 다리의 개통이 미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당초에 합의한 대로 하지 않고 북한이 공사비를 내지 않겠다고 억지를 부리는 바람에 심기가 불편해진 중국이 북한측 연결도로 공사비 부담을 거부해 다리를 완공하고 9년이 되도록 개통이 안 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신압록강대교의 북한측 끝단에서 남신의주역까지 연결도로를 건설하는데도 상당한 건설비가 소요된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설명합니다. 북한이 연결도로 공사비가 아까워서 중국측에 떠넘기는 것인지, 당장 다리를 개통해보아야 얻는 이익이 별로 없다고 판단해서 개통을 미루는지, 그 이유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현대식 교량을 완공해놓고 10년 가까이 사용하지 않는 데에는 여러 가지 말 못할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진단합니다.
지난 2017년 이후 북-중간의 육로무역 현장을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중국에서 북한에 들어가는 화물차에는 짐이 산더미처럼 실려있는데 반해 북한에서 중국으로 돌아오는 화물차는 대부분이 빈 차였다고 합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이 중국에 수출할 물건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나마 몰래 수출하는 물건은 대부분 야간에 밀수출로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신압록강대교를 이용할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북한이 필요로 하는 물자를 보내주고 그 대신 북한의 값싼 광물과 수산물, 임가공물품을 수입해 사업적인 재미를 보려던 중국의 대북 수출업자들은 대북제재와 코로나 감염병사태라는 복병을 만나 사업에 큰 차질을 빚게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북한의 국가 무역회사들은 광물 자원과 수산물, 임가공 물품 등을 중국에 팔아서 비료 같은 영농자재, 기계 부품, 생필품을 들여와야 하는데 코로나 사태와 국경봉쇄로 인해 무역이 중단되어 심대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일부 소식통들은 북중 양국이 더 이상 신압록강대교의 개통을 미루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합니다.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어 북한의 국경봉쇄가 곧 풀릴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북-중무역이 재개되지 않으면 북한경제가 더 이상 견디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요즘 들어 중국측이 신압록강대교를 수시로 점검하고 있으며 북한측에서는 남신의주 연결도로를 정비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들이 다리의 개통이 머지않았다고 주장하는 배경입니다
그러나 외부 전문가들은 신압록강대교의 개통 임박설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이 북한과 대북제재 금수 품목의 무역거래를 여전히 꺼리는데다 국가기관 주도의 밀무역으로 이미 필요한 물품을 수입하고 있는 북한이 국경의 완전개방을 머뭇거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북한은 국경을 완전개방할 경우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주민이탈(탈북) 현상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