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생각] 전력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는 북한

서울-오중석 xallsl@rfa.org
2024.09.06
[오중석의 북한생각] 전력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하는 북한 지난 2015년 5월 촬영된 이 사진에서 평양 도심 대부분이 어둠에 잠긴 가운데 주체사상탑이 멀리서 빛나고 있다.
/AP

북한은 지난 7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50년 넘게 전기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한 국가의 전력생산 능력은 주민들의 일상생활은 물론이고 산업 전반과 경제발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북한은 만성화된 전력난으로 제조업뿐 아니라 농업, 교통, 의료 등 주민생활에 필수적인 산업분야가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부족한 전기를 신무기 제조를 위한 군수산업에 몰아주는 바람에 일반 주민은 전기부족으로 정상적인 일상생활을 이어가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 2021 8월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가 한반도를 야간에 촬영한 위성사진을 공개했는데 평양일대에만 불빛이 보이고 나머지 북한지역은 암흑세계여서 심각한 전력난을 대변해주었습니다. 평양의 밝기도 남한의 중소도시 정도에 불과했고 원산, 함흥, 남포 등 몇몇 도시는 희미한 한 개의 점으로 나타났습니다. 38노스는 북한 전 지역이 암흑천지인데 비해 비무장지대 이남 남한 지역은 휘황한 불빛으로 빛나고 있어 남북한의 전력사정을 극단적으로 대비해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38노스는 또 야간 위성사진 분석결과 북한의 전력 사정은 미얀마 등 다른 개발도상국에 비해도 훨씬 뒤처진 수준이라고 밝혔습니다.

 

탈북민들의 증언을 종합해 보면 북한의 전력 사정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해 보입니다. 평양 시내에는 하루에 6∼8시간 전기를 공급해주지만 국경 지역이나 변두리 지역 주민들은 1 1일과 김일성 생일 등 소위 북한의 명절에만 하루 몇 시간 정도 전기가 공급된다고 합니다. 지난 2019년에는 북한의 전력난이 극에 달해 평양시에도 전기 공급이 하루 1시간도 채 안 되는 바람에 시내 전철이 운행을 중단하고 고층아파트의 승강기, 즉 엘리베이터가 멈춰서는 바람에 주민들이 곤경에 처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소도시 지역일수록 전력 상황은 더욱 열악합니다. 미 중앙정보국(CIA)이 발간한월드 팩트북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북한 전체 인구의 26%만 전력 공급망을 통한 전기를 사용할 수 있고 시골 지역에서는 이 비율이 11%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탈북민들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일반 주민들에게 배급되는 전기는 아예 없었다고 일관되게 증언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예외적으로 전기를 공급받는 공장 기업소나 기관에 뒷돈을 주고 전기를 끌어다 썼지만 201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공장들도 전기가 끊겨 그마저도 힘들어졌다고 탈북민들은 설명했습니다. 어두워져도 전기가 들어오지 않으니 해가 지기 전에 저녁을 미리 먹고 어두운 밤에는 할 수 있는 게 없어 일찍 잠자리에 드는 것이 일상생활이 되었다고 탈북민들은 강조했습니다. 지난 2018년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은 서울의 야경이 얼마나 멋진지 3일 연속 밤마다 밖에 나가 휘황한 조명에 빛나는 도시의 야경을 구경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한국에 도착한 후 전기를 마음껏 사용하고 특히 TV를 아무 때나 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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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적 전력 사정이 나았던 수도 평양의 상황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대북 제재로 인해 갈수록 악화되었다고 합니다. 지난 2022년 평양 주재 한 외교관은 최근 여러 차례 평양의 외국대사관 구역이 정전을 겪었다면서 외국 대사관을 비롯해 대부분의 평양 주택들은 배터리가 달린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가정에서 필요한 최소한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습니다. 평양의 한 소식통은 날이 좋을 때 햇빛판, 즉 태양광 패널로 하루 종일 충전하면 노트텔(휴대용 영상장비) 5~6시간 볼 수 있다면서 전기가 약해 TV는 장식품에 불과하고 히터나 냉장고 사용은 생각지도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한국 통계청이 발표한 북한의 전력 생산량 추정치를 보면 지난 1980년부터 2019년까지 39년간 북한의 전력 생산량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습니다. 남북 간 전력 생산량 차이도 25~30배에 달합니다. 북한 전력난의 주된 원인은 발전 시설의 노후화입니다. 북한 최대의 수력발전소인 수풍발전소는 1944년에 완공되어 수명이 다 된 노후 발전소이고 최대 화력발전소인 북창화력발전소는 1972년 전기 생산을 시작했는데 노후화로 가동이 중단되는 경우가 잦고 생산 효율이 매우 낮다고 합니다. 발전소의 노후화뿐 아니라 송전, 배전시설의 노후화도 심각한 문제입니다. 어렵게 생산한 전기가 송전, 배전 과정에서 적게는 20%, 많게는 50% 넘게 손실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해방 직후 풍부한 발전설비를 보유했던 북한은 남한에 전기를 송전해줄 정도로 전기가 남아돌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 북한이 무기 개발에 자본을 집중적으로 쏟아붓느라 전력생산에 소홀한 나머지 남한 전력생산량의 25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전기부족국가로 전락했습니다. 오로지 체제 보위와 권력유지를 목적으로 핵 보유국의 지위를 얻기 위해 경제발전의 기본이 되는 전력생산을 무시한 북한당국 때문에 북한 주민들은 전기의 혜택도 온전히 받지 못하는 후진국 국민으로 전락한 것입니다.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한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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