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 생각] 북한의 관광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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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오래 전부터 해외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 집권이후 관광지 개발과 관광 인프라(시설) 구축에 부쩍 열을 내고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보기 드문 폐쇄 국가인 북한이 해외 관광객 유치에 힘을 넣는 이유는 외화벌이가 시급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그동안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외화벌이에 나서고 있지만 여전히 외화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사실 외국 관광객 유치만큼 밑천 들이지 않고 외화를 벌어들일 수 있는 사업은 흔치 않습니다. 경관이 좋은 명승지에 호텔을 짓거나 온천이나 스키장을 조성하고 호텔 등 숙박시설을 짓자면 초기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일단 관광객이 몰려오기 시작하면 금방 초기투자 비용을 뽑을 수 있고 장기간에 걸쳐 외화를 꾸준히 벌어들일 수 있는 남는 장사입니다. 그래서 김정은은 집권초기부터 마식령스키장, 삼지연관광지구, 양덕군 온천관광지구, 원산갈마지구를 조성하고 해외관광객 유치에 나선 것입니다.

해외의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이 관광산업 육성에 열심인 것은 강력한 대북제재를 회피해서 외화를 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관광산업 육성정책을 결정하기 전까지 초기 투자자본이 필요하고 관광객 유치에 많은 문제점을 지니고 있는 북한의 상황을 고려할 때 김정은이 심사숙고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의 관광산업 육성정책은 외화벌이 외에 또 다른 부수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경제를 떠받치는 한 축인 신흥부자(돈주)들에게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가난한 일반 주민들에게는 북한 경제가 전반적으로 발전해 선진국 수준의 관광자원을 갖추고 있으며 일반주민들도 언젠가는 관광여행을 즐길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려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습니다.

북한이 다양한 관광 인프라를 구축하고 외국관광객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당초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평가됩니다. 2020년 1월에 개장한 마식령스키장은 외국인 이용객이 거의 없어 일부 시설만 가동하다가 코로나 사태라는 복병을 만나 개점휴업상태에 있습니다. 같은 해 개장한 양덕군 온천관광지구는 실내외 온천장과 온천욕 치료실을 갖추고 운동실, 미니골프, 사격유희, 전자오락 등 다양한 시설을 즐길 수 있다고 선전했지만 역시 코로나 사태로 이용객이 없어 국가 공훈자와 혁명열사 유자녀, 일부 간부들의 휴게시설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백두산 입구에 자리한 삼지연관광지구는 북한이 관광산업의 중심지역으로 조성한 곳입니다. 삼지연은 김씨일가의 ‘혁명성지’이기도 한데 일반 관광객은 볼 수 없고 백두밀영 답사행군에 나선 청년학생들의 숙소로 기능하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남한 사람을 포함한 외국 관광객을 제한 없이 받아들이겠다고 공언한 원산갈마관광지구는 당초 2020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에 맞춰 완공, 개장할 계획이었으나 역시 코로나 사태의 여파와 자금부족으로 공사가 중단된 채 언제 다시 공사가 재개될지 기약이 없는 상태입니다.

해외의 관광전문가들은 북한이 야심차게 추진하는 관광산업이 난관을 겪는데 대해 세 가지 요인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첫째, 북한이 주민동요를 막고 체제유지를 위해 현재 지속하고 있는 폐쇄성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해외관광객 유치는 한낱 꿈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과거 북한관광에 나섰던 외국인들은 한결같이 북한 관광 중에는 개인이 호텔 밖에서 산책을 하거나 시내를 돌아다닐 수 없어서 매우 답답했다고 불평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가까운 나라인 중국이나 러시아 관광객들도 북한관광안내원과 함께 단체로 움직여야 하며 사진 촬영이 금지된 지역이 너무 많아 여행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다며 불만을 제기했습니다.

두 번째는 북한에도 명승지도 많고 볼만한 장소가 적지 않지만 교통체계가 미비해 외국 관광객이 북한 내에서 이동하는데 큰 불편을 겪는다는 사실입니다. 북한의 대중교통은 매우 열악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주민이 평양에서 양강도 혜산까지 철도를 이용해 이동할 경우 1박 2일, 심한 경우 사나흘씩 걸린다고 탈북민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전기 사정이 나빠 자주 정전되는 바람에 기차가 달리는 시간보다 서있는 시간이 더 많다는 얘깁니다. 2018-2019년간 북한당국이 중국 단둥-평양 사이에 국제관광열차를 운행한 적이 있는데 국제관광열차마저 정전으로 역에서 오래 대기하는 일이 잦았다고 내부 소식통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이유는 관광내용에 비해 터무니없이 비싼 관광요금이 문제입니다. 북한은 외국 단체관광객들에게 김일성·김정일 영생탑, 혁명사적지같은 체제선전물 관람을 강요하기도 합니다. 관광지에 조성된 호텔과 식당의 음식값이 지나치게 비싼 것도 외국 관광객들이 북한관광을 꺼리는 이유 중의 하나입니다. 북한은 2000년대 들어 평양에서 10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단체조공연을 조직하고 중국인 관광단을 모집해 공연관람을 포함하는 관광사업으로 위안화를 벌어들였습니다. 그러나 집단체조공연 관람료를 외국인에게는 1인당 500~1000위안까지 올려 받은 사실이 드러나 관광객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습니다.

** 이칼럼내용은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