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 생각] 10살 어린이 김주애
2023.09.29
![[오중석의 북한 생각] 10살 어린이 김주애 [오중석의 북한 생각] 10살 어린이 김주애](https://www.rfa.org/korean/weekly_program/c2dcc0ac/c624c911c11dc758-bd81d55cc0ddac01/nkthought-09272023141711.html/@@images/ce6aa230-8da5-4186-9368-b208fcfb30c9.jpeg)
지난 9월 9일 자정 북한은 정권수립 75주년을 기념하는 열병식을 또 진행했습니다. 올해에만 벌써 세 번째 열병식을 개최했는데요. 열병식 주석단 중앙에 10살 딸 김주애와 함께 자리한 김정은은 노농적위대 등 예비 전력의 행진 모습을 지켜보았습니다. 김정은이 군관련 주요 행사에 자주 김주애와 함께 등장하고 있어 김정은이 후계자 수업을 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김주애가 아버지 김정은과 함께 군관련 행사장에 처음 나타난 것은 작년(2022년) 11월 18일, 화성-17 개발 현장입니다. 10살 안팎의 딸을 둔 아버지라면 어린 딸을 데리고 놀이공원을 찾거나 공연 관람, 근교여행이라도 가야할 텐데 나이어린 딸을 대량살상무기인 ICBM개발 현장에 데리고 나타난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많습니다. 세계언론은 이 같은 김정은의 행보를 두고 김주애를 데리고 다니며 후계자 수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거대한 이동식 ICBM을 배경으로 부녀가 나란히 기념사진을 찍은 것도 외부세계 사람들의 눈에는 비정상적인 자녀교육 현장으로 비쳐졌을 것입니다. 김주애는 작년 11월 26일 화성-17형 시험발사 성공 기념 사진촬영에 아버지 김정은과 함께 다시 등장했습니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보도영상에서 김주애를 "존귀하신 자제분"이라고 높여 불렀으며 국방과학원장 장창하와 군수공업부 부부장 김정식이 굽신대며 김주애와 악수하는 장면을 내보냈습니다. 김주애는 김정은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 기념촬영을 하는 등 대단한 위세를 과시했습니다.
김주애는 올해 2월 8일 북한의 인민군창설일(건군절) 기념 열병식에 다시 김정은과 함께 등장했습니다. 검은색 바지 정장, 코트 차림에 김정은의 오른손을 잡은 채 어머니 이설주를 뒤에 두고 앞서 걸어 들어오는 모습이 10살 소녀라기보다는 백두혈통의 계승자임을 뽐내는 당당한 모습이었습니다. 주석단에서도 김주애는 어머니를 제치고 정중앙에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보다 딸을 앞세움으로써 김씨 일가를 지칭하는 '백두혈통'의 위상을 강조하려는 의도된 연출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지난 9월 9일 자정에 개최한 북한정권수립 기념일 열병식에서 김주애의 거침없는 행보는 다시 한번 확인되었습니다. 김주애의 화려한 등장에 외신과 북한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김주애 후계자설을 두고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북한이 가장 중시하는 열병식 주석단에 김정은과 나란히 등장하는 것은 김정은이 자신의 장녀인 김주애를 후계자로 낙점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는 전문가가 있는가 하면, 김주애의 후계자설은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관측하는 전문가도 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9월 8일 밤 열병식에서도 김주애가 주석단의 정중앙에 김정은과 나란히 자리한 것은 김정은의 핵과 미사일 강국 건설 정책을 이어갈 미래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 이른 시기부터 제왕학 수업을 받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습니다. 한국과 세계의 주요언론들도 김주애가 올해 세 번째 열린 열병식에서도 주석단 중앙에 자리한 것은 사실상 김정은의 후계자로 낙점되었다는 증거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8일 밤 열병식이 진행되는 동안 군부의 2인자인 당중앙위 군정지도부장 박정천이 한쪽 무릎을 꿇은 채 김주애와 귓속말을 나누는 모습이 비쳐졌습니다. 손녀 뻘인 김주애에게 군 원수인 박정천이 무릎을 꿇고 귓속말을 나누는 장면을 보고 그동안 김주애 후계자설에 소극적이던 전문가들마저 김주애의 후계자 낙점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부장적 기질이 가장 심한 북한이라는 나라에서 과연 김정은이 아들이 아닌 딸을 후계자로 삼을 수 있겠냐며 김주애 후계자설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아직은 적지 않습니다. 특히 탈북민중에서 그런 분들이 많은데요. 과거 김정일이 김정은을 꽁꽁 숨겨놓았다가 26살이 되어서야 후계자로 공개한 전례를 들며 진짜 후계자는 따로 숨겨놓았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그 때문인지 한국의 국정원은 여전히 김주애의 후계자설에 회의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통들의 전언에 따르면 열병식 주석단에 연거푸 등장하는 김주애를 바라보는 북한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반 주민들은 식량부족으로 자식들에게 하루 세끼도 제대로 못 먹이는데 김주애의 포동포동한 얼굴이 자기자식의 깡마른 얼굴과 판이하게 비교되어 자괴감을 느낀다는 얘깁니다. 일반 소녀들에게는 자본주의식 옷차림을 금지하면서 김주애는 한 벌에 1,900달러짜리 외투를 입고 머리도 길게 늘어뜨리고 공주 행세를 하니 주민들이 좋게 볼 리가 없다고 탈북민들은 강조합니다.
아무리 보아도 김주애는 옷차림부터 외모나 행동거지가 그 나이의 일반 여학생은 상상할 수도 없는 호사스러운 왕족행세를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다 산전수전 다 겪은 할아버지 뻘의 군 장령들이 굽신거리는 모습을 보면 김주애의 후계자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몇 년이고 이런 광경을 되풀이해서 목격해야 할 북한 주민들의 심정은 어떨까요?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