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생각] 북한의 대중교통

서울-오중석 xallsl@rfa.org
2023.11.10
[오중석의 북한생각] 북한의 대중교통 평양 어린이들이 버스를 밀고 있다.
/AP

어떤 나라의 발전상을 확인하려면 그 나라의 대중교통망을 살펴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만큼 대중교통체계는 한 국가의 경제상황과 국민들의 일상 생활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실제로 선진국들의 대중교통망을 보면 나라의 구석구석을 거미줄처럼 촘촘하게 연결해 놓아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든지 대중교통을 이용해 쉽게 갈 수 있습니다.

 

북한은 선전매체를 통해 평양의 지하철과 궤도버스를 내세우며 북한의 대중교통체계가 선진국 수준이라고 자랑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선전매체에 비쳐지는 평양 지하철과 궤도 버스는 겉보기에 그럴싸해 보입니다. 평양 지하철은 유사시 대피시설로 건설되었기 때문에 지하 100~150m 깊이에 자리한 고심도 지하철입니다. 평양 지하철을 처음 타본 사람들은 급경사 계단승강기(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150미터의 역까지 내려가는 것 자체가 아찔한 경험이었다고 말합니다.

 

1973 9월부터 운행을 시작한 평양 지하철은 2개 노선에 총 길이 22.5km, 16개 역으로 되어 있어 대도시 지하철이라고 하기에는 초라한 규모입니다. 북한의 전력난으로 평양의 지하철은 운행이 불안정한데다 지하철 안에 조명이 없어 어둡다고 합니다. 지하철 열차의 속도가 시속 40 km/h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느린 지하철이라고 평양 출신 탈북자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평양지하철을 지하궁전, 지하 평양이라고 주장하면서 대리석 돔과 화려한 모자이크 벽화, 샹들리에로 장식한 지하철 사진을 선전자료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평양에는 이 밖에도 무궤도 전차와 시내버스가 운행되고 있는데 노선도 적고 운행간격이 뜸해서 시민들의 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많은 평양 시민들이 1~2시간을 걸어가거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실정이라고 내부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평양은 그래도 대중교통이 괜찮은 편입니다. 지방의 대중교통망은 거의 붕괴되어 지방 주민들은 이동의 자유를 박탈당한 채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에 의존해 살아간다고 합니다. 북한에도 주요 도시를 연결하는 시외버스가 있긴 합니다. 한국이나 다른 나라의 시외버스와 비교할 수 없고 남한의 1960년대 시외버스 수준에 불과한데 그나마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지방 도시의 대중교통망이 무너져 당국에서 운영하는 시외버스는 사라진지 오래되었다고 합니다.

 

현재 북한에서 운행되는 대중교통은 대부분써비차로 불리는 개인이 운행하는 사설 버스들이라고 탈북민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소위 돈주로 불리는 개인이 중고 버스나 트럭을 개조한 차량을 구입해서 돈을 받고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것입니다. 당연히 써비차의 운임은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차량도 일본, 독일(구 동독), 한국, 중국에서 운행하다 버린 폐차직전의 차량을 들여다 수리해서 운행하기 때문에 연료비와 수리비가 많이 들어 운임이 비쌀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써비차를 이용할 수 있는 주민은 형편이 나은 편입니다. 많은 주민들은 상대적으로 운임이 싼 철도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데 북한의 철도망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완전히 와해되어 대중교통으로써 기능을 상실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북한의 철길(철로)은 대부분이 일제 때 건설된 것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기차가 속도를 낼 수 없다고 합니다. 낡은 철로를 보수도 하지 않고 사용하니 위험한데다 사고도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북한 철도의 주요노선은 평균시속이 30km, 지선은 10~20km에 불과하다고 북한전문가들은 분석했습니다.

 

더 한심한 것은 전력난으로 인해 기차가 달리는 시간보다 서있는 시간이 더 많다는 사실입니다. 정전으로 기차가 철길위에서 24시간 이상 멈춰서 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기차가 너무 오래 정차해 있는 바람에 인근 주민들이 기차 주변에서 승객들을 대상으로 음식장사를 하는 광경도 흔히 목격된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철로 사정이 가장 좋다는 평양-신의주간 기차도 빨라야 하루, 보통 이틀 이상 걸리고 평양-혜산, 평양-원산 노선은 사흘 이상 걸린다고 탈북민들은 증언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9 2월 김정은이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을 마치고 기차로 귀환할 때 중국 단둥까지는 일사천리로 달리다가 신의주에서 평양까지 가는데 11시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정은의 전용열차가 이 정도인데 일반열차는 어떨지 쉽게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현지 소식통들의 전언을 종합해 보면 북한주민들의 주요 교통수단은 자전거라고 합니다. 웬만한 거리는 무조건 걸어서 이동해야 하는 북한 주민들에게 자전거는 가장 중요한 이동수단이자 재산목록 1호라고 합니다. 오토바이라도 한 대 있는 사람은 부자에 속한다고 현지 소식통들은 강조하고 있습니다.

 

대중교통망을 정비하고 확충해서 주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국민에 대한 책무입니다. 인민의 여행과 이동의 자유를 무시한 채 무력증강에만 골몰하는 북한의 행태가 정말 답답합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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