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중석의 북한생각] 탈북민 강제 북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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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9일 중국 당국이 탈북민 600여 명을 전격 북송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항저우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국제사회와 인권단체의 여론 악화를 피하기 위해 강제북송을 미루던 중국이 아시안게임 폐막 직후 탈북민 북송을 감행한 것입니다. 중국 전역의 감옥에 수감되었던 탈북민들은 북송 몇 시간 전에서야 북한에 강제 송환된다는 사실을 알고 통곡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중국에 수감중인 탈북민들이 북한에 송환될 경우 모진 고문과 조사를 받고 교화소나 정치범수용소에 보내지기 때문에 국제 인권단체들은 중국 정부에 북송 중단을 끈질기게 촉구하고 있지만 중국당국은 이를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강제북송을 멈추지 않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2020년부터 3년간 지속된 코로나 대유행 기간에 체포돼 중국 전역의 수용소에 수감된 탈북민의 수를 약 2600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600여 명이 강제북송 되었으니 아직 2000여 명의 탈북민이 중국 감옥에 남아 있는 셈입니다.

2023년 한 해 동안 북송된 탈북민 중 90%가 여성, 노약자이고 그 중에는 어린이도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이 국제사회의 비난과 여론 악화를 무릅쓰고 강제북송을 계속하는 것은 북한 당국의 강력한 요청 때문입니다. 북한은 국경을 넘어 해외로 탈출한 탈북민들을 북한정권을 위협하는 체제 위협세력으로 간주하고 이들을 다시 북한으로 끌어오기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한국과 미국, 유럽 등지에 정착한 탈북민들은 김정은과 북한체제의 허구성과 주민에 대한 인권유린 실태를 전 세계에 폭로하고 있습니다.

각종 강연과 집필활동, 언론과 사회관계서비스망(소셜 미디어)을 통해 탈북민들이 증언하는 북한정권의 실태는 한국사회는 물론, 국제사회를 경악케 하고 있으며 북한체제에 대한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북한당국 입장에서는 해외의 탈북민과 탈북민 단체는 눈엣가시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한국의 탈북민들은 중국 내 탈북민이 10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들 중 한국 등 제 3국으로 탈출해 정착에 성공한 사람들은 극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에 북송된 600여 명의 탈북민 중에는 중국에서 25년 이상 거주하던 여성을 비롯해 10년 이상 중국에서 별탈없이 살다가 불법입국자 일제 단속에 걸려 수감되었던 사람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국정부 관계자는 중국이 탈북 후 장기간 거주하며 중국인과 결혼해 가정을 이룬 사람들까지 북송을 강행한 데 대해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앞으로 중국이 탈북 후 가정을 이루며 안정적으로 정착한 탈북자까지 모두 잡아들여 강제 북송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탈북민 단체들은 중국이 아시안게임이 끝나자마자 탈북민을 서둘러 강제 북송한데 대해 색다른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경제적, 정치적으로 중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던 북한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에 무기를 판 자금으로 식량과 연료를 구입하게 되면서 중국의존도를 크게 줄이고 러시아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정학적으로나 미국과의 대치국면에서 북한이 반드시 필요한 중국이 북한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는 사정이 이번 탈북민 북송사건에서 확연히 드러났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중국은 경제 강국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국제사회에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중국은 여성차별철폐협약(1980년), 고문방지협약(1988년), 아동권리협약(1992년) 등 6개의 중요한 국제인권협약에 가입했습니다. 중국이 단지 지정학적 이용가치와 북한에 대한 영향력 유지를 위해 탈북민들을 사지(死地)로 돌려보내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그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중국이 여성과 아동들이 대부분인 탈북민들을 마치 군사작전 하듯 북한으로 강제북송하고, 자국내 탈북민을 이 잡듯이 찾아내 그들을 죽음의 땅으로 보내는 것은 무자비한 일이며 스스로 인권포기 국가임을 드러내는 처사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UN 총회, 인권이사회, 특별절차, 북한인권조사위원회, 주요 인권조약기구 등 국제기구들은 탈북민을 난민협약 제1조에 의거해 정치적 난민의 지위를 가지고 있거나 현장 난민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고 거듭해서 밝혀 왔습니다.

중국에 있는 탈북민을 구제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중국 당국이 탈북민들에게 UN과 국제기구에서 규정한 난민지위를 부여하고 탈북민들의 안전을 보장하는 한편 제3국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출국을 허용해주면 그만입니다. 하루빨리 중국이 탈북민들에게 난민지위를 부여하고 그들을 사지로 돌려보내는 행태를 멈추도록 국제사회가 더 큰 압력을 행사해야 할 때입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