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순항불가 미사일, 핵없는 핵잠수함…평양발 허풍?

워싱턴-김진국 kimj@rfa.org
2024.02.04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순항불가 미사일, 핵없는 핵잠수함…평양발 허풍?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포조선소를 방문해 군함 건조 실태를 살펴봤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이번엔 잠수함에서 쐈다. 연이은 북 미사일 도발 행진

 

(진행자최근 정말 다양한 미사일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북한이 이번에는 잠수함 발사 순항 미사일, SLCM(Submarine-launched cruise missil)이라고 주장하는 불화살-3-31형 시험 발사를 했습니다. SLCM이라면 미국이 전쟁을 시작할 때 적진에 대량으로 쏟아 붓는 토마호크 미사일이 생각나는데, 이제 북한판 토마호크가 나오는 것인가요?

 

(이일우)  북한은 1 24, 미싸일총국이 주관이 돼 불화살-3-31 순항미사일을 서해로 시험발사했고, 1 28일 김정은이 직접 참관한 가운데 같은 미사일을 동해에서 시험발사했습니다. 1차 발사 때는 별다른 내용 소개가 없었는데, 2차 발사 때는 김정은이 참관한 만큼 제원과 비행코스, 일부 비행 장면 등이 공개됐습니다.

 

1 24일 발사된 순항미사일은 서해상에서 약 1시간 정도 비행해 700~800km 정도 거리를 원형 항적을 그리며 비행했고, 2차 발사된 미사일은 2시간 넘게 비행하며 동해상에 가상의 목표로 설정한 섬에 명중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은 1 28 2차 발사 소식을 전하면서 2발의 미사일이 2시간 3 41, 2시간 4 5초를 비행해 목표에 정확히 명중했다고 밝히면서, 이 미사일이 ‘잠수함발사전략순항미싸일’, SLCM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이 미사일은 지상 발사형 순항 미사일인 화살-1형이나 화살-2형과 달리 잠수함이라는 좁은 공간에서 발사하기 위해 미사일 길이가 다소 짧아졌고, 러시아의 칼리브르 미사일과 비슷한 부스터와 안정익이 식별됩니다. 아마도 잠수함 어뢰 발사관에서 운용하기 위해 직경은 533mm급, 길이는 5~6m 이내로 억제됐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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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관영언론에 실린  지난 1월28일 김정은 총비서가 SLCM 발사를 참관한 사진. /출처: 노동신문

 

 

북한은 이 미사일을 어디서 발사했는지 밝히지 않았는데, “잠수함발사 전략 순항미싸일이라는 표현이 있었던 만큼, 김군옥영웅함에서 발사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잠수함에서 발사됐고, 순항미사일이니 겉으로 보기에는 미국의 토마호크 미사일과 같은 북한판 토마호크 미사일이 만들어졌다는 주장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높이 날아서 문제인 북 순항미사일

 

(진행자북한이 공개한 화살-3-31 미사일 발사 데이터와 사진만 놓고 보면, 잠수함에서 발사되고, 두 시간 이상 장거리를 날아갈 수 있고, 핵탄두도 탑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토마호크와 거의 같은 기술을 구현한 것이 아니냐는 평가가 나올만합니다. 그런데, 화살-3-31 미사일은 미국의 토마호크와 절대로 같은 반열에 오를 수 없다고요?

 

(이일우)  일단 미국이 왜 토마호크와 같은 미사일을 만들어 사용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걸프전 이후 뉴스 화면을 통해 많이 본 것처럼 미국은 개전 초 적진에 대량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해 레이더나 방공 진지를 초토화시킨 뒤 전투기를 출격시킵니다. 적의 레이더나 지대공 미사일이 토마호크 미사일에 꼼짝 없이 당하는 것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왜 저 미사일은 스텔스 미사일도 아닌데 적들의 방공무기가 저렇게 속절없이 당할까 하는 의문이 들었을 것입니다.

 

순항미사일에서 순항은 순할 順 배 航자, 영어로는 Cruise를 의미. 말 그대로 일정한 속도로 날아 가는 미사일을 말하는데, 높이 솟구쳤다가 엄청난 속도로 내리 꽂히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순항 미사일의 비행 특성은 여객기와 같습니다. 비행 속도도 여객기와 비슷한 시속 600~800km 정도이고, 그리 높이 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육안으로 보면 보입니다. 이번 노동신문에서도 김정은과 김주애, 북한군 지도부가 날아가는 화살-3-31 미사일을 보면서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사진이 나옵니다.

 

잘 보이고, 느리게 날아가는 이런 미사일이 적의 방공망을 극복하고 적 레이더 사이트나 방공 무기를 공격하는데 사용될 수 있는 것은 ‘초저공 비행 능력’ 덕분입니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지표면에서 50m 이하의 낮은 고도로 붙어서 나는데, 상황에 따라 15~20m 정도 높이로 지면에 바짝 붙어서 날아가는 것도 가능합니다. 이러한 비행이 가능한 것은 TERCOM TERrain COunter Matching, 지형대조 항법, 좀 더 개량된 버전으로는 DSMAC Digital Scene Matching Area Correlator 항법 기술이 적용 됐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위성을 통해 전 세계 지형을 3차원 입체 데이터로 스캔한 뒤, 국가영상지도국, NGA에서 이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지형이라는 것은 도시 건설, 풍화나 침식 같은 자연 작용으로 계속 바뀌기 때문에 미국은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지구 전체 지형을 계속해서 정찰하고 3차원 디지털 지도를 만드는데, TERCOM이나 DSMAC은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 비행 예정 항로상의 모든 디지털 지형 정보를 입력한 뒤, 미사일에 내장된 센서가 지상에 전파를 쏴서 돌아오는 반사파로 디지털 지도를 그리고, 사전에 입력된 지형 정보와 대조하며 길을 찾아가는 방식임. 시속 600~800km라는 속도로 날더라도 비행 코스에 있는 모든 지형 정보를 다 알기 때문에 마치 눈으로 보고 요리조리 피하는 것처럼 지형지물을 타고 넘듯 초저공 비행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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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토마호크의 ‘지형대조 항법 TERCOM’ 설명도 /출처: 미 해군

 

 

이러한 항법 기술을 미사일에 적용할 수 있는 국가는 전 세계에서 미국이 유일하며, 처음 등장한 지 반 세기가 넘은 토마호크 미사일이 아직도 위력적인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것은 적의 레이더 사각 지대 아래로 숨어 들어와 타격하는 초저공 비행 기술 덕분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화살 시리즈들은 이번에 김정은이 손가락으로 가리켰던 비행 장면만 보더라도 알 수 있지만, 토마호크처럼 초저공 비행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과거 화살 시리즈도 수백 미터 위 고도를 비행해 600m 상공에서 모의 기폭 했고, 지형지물을 타고 넘는 초저공 비행은 구현한 바 없습니다. 인공 지능 기술이 발달해 미사일 센서부의 인공지능이 지형지물을 인식하고 알아서 피해주는 그런 기술이 새로 나오면 모를까, TERCOM이나 DSMAC 인프라가 없는 북한은 한미연합군의 대공 방어 시스템을 피할 수 있을 정도로 육상에서 저공비행이 가능한 순항 미사일을 만들 수 없습니다.

 

즉, 이번 화살 1, 2형이나 불화살 3-31 이런 미사일들은 모양만 토마호크를 흉내냈을 뿐, 토마호크 미사일의 발끝에도 따라오지 못하는 아류작에 불과합니다.

 

조기경보기만 제대로 있어도북 순항미사일 무력화의 초간단 해법  

 

(진행자북한의 화살 시리즈 순항 미사일들이 한미연합군의 대공 방어 시스템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했는데, 그렇다면 북한은 왜 굳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이런 순항미사일들을 여러 종 개발하고 또 배치까지 하고 있는 것인가요?

 

(이일우)  최근 홍해와 아덴만 일대에서 미국과 영국이 후티 반군의 대함 미사일을 상대로 벌이는 교전을 보면 전 세계를 대상으로 위성과 조기경보기를 깔아놓고 적들을 내려다보는 미국을 상대로 저속 순항미사일을 쏘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분명 미국이 아닌 적들에게는 상당히 위협적인 무기지만, 레이더가 지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도 대량으로 떠 있는 미국에게는 그다지 위협이 될 만한 무기가 아닙니다. 문제는 한반도에 미군의 이러한 능력이 상시적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현재 한국군은 4대의 E-737 피스아이 조기경보기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조기경보기는 미국과 NATO E-7 웻지테일이라는 명칭으로 대량 도입을 예정하고 있을 정도로 선진적인 기술이 적용된 고성능 모델이고, 1대만으로도 한반도 전역을 감시할 수 있을 정도로 우수한 기종이지만, 한국군에 도입된 수량이 워낙 적어서 24시간 365일 띄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당장 옆 나라 일본만 보더라도 조기경보기가 17대에 달할 정도로 바글바글하지만, 한국은 이 4대의 피스아이로 초계, 훈련, 정비, 휴식을 돌리기 때문에 낮에만 띄워놓고 밤에는 띄울 역량이 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이 밤이 순항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한국은 꼼짝없이 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여러 언론 매체 인터뷰와 기고를 통해 수년 전부터 경고해왔지만, 북한은 이러한 순항 미사일, 탄도미사일, 드론, 방사포 등 비행 특성이 각기 다른 발사체들을 동시에 투발하는 방식으로 한미 연합 방공 시스템에 과부하를 거는 하이브리드 타격전략을 수립하고 그 전력들을 구축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순항미사일은 일단 탐지되면 요격되기는 쉽지만, 그 하나하나가 방공망에 부하를 걸기에는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은 야간 초계 능력 확보를 위해 피스아이 조기경보기 2대를 더 도입할 계획이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마침 미 공군과 NATO에서 공동구매를 추진 중이니, 이 기회에 최소 4대 이상의 피스아이를 더 구매해 24시간 상시 초계가 가능토록 하고, 북한의 하이브리드 타격전에 대비해 저고도 방공 자산도 보강해야 합니다.

 

북 핵잠수함 주장은 찐 아닌 허풍

 

(진행자) 북한의 미사일도 미사일이지만, 가장 걱정되는 것은 이번 미사일 발사 보도에서 언급된 북한의 핵동력 잠수함 사업에 대한 내용입니다. 노동신문에서는 김정은이 이번 현지지도를 통해 핵잠수함 건조 사업에 대해 구체적인 지침을 주었다고 보도했는데, 북한의 핵잠수함, 정말 가능한가요?

 

(이일우)  북한은 지난 2023 9월 김군옥영웅함을 진수할 때부터 핵잠수함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띄우기 시작했습니다. 김정은은 김군옥영웅함 진수식에서 핵추진잠수함이라고 분명히 언급하며 원자력을 동력으로 하는 신형 잠수함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허풍입니다.

 

김군옥영웅함 진수 당시 방송에서 이 잠수함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 잠수함인지 지적한 바 있는데, 북한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은 둘째 치고, 잠수함을 건조하기 위한 고장력 강판을 자체 생산할 기술, 인프라가 전혀 없습니다. 중국과 러시아에서 고장력 강판을 구해올 수는 있겠지만, 그러한 강판을 가공해 잠수함 선체로 만드는 것은 또 별개의 기술입니다.

 

한국해군 원자력 잠수함 타당성 검토 연구 보고서를 작성했던 연구원으로서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데, 북한은 잠수함 동력원으로 쓸 수 있는 원자로를 만들 기술과 인프라가 없습니다. 최근에 영변 원자력 단지에 전기출력 30메가와트급 경수로를 만들기는 했지만, 잠수함 동력원으로 쓸 수 있는 수준이 되려면 적어도 60메가와트 이상의 전기출력을 낼 수 있어야 합니다. , 잠수함용 원자로는 육상용 원자로와 구조가 완전히 다릅니다. 육상용 원자로는 고정된 원자로에서 운전되지만, 잠수함용 원자로는 물속이라는 3차원 공간에서 이리 뒤집히고 저리 뒤집히는 환경 속에서도 안정적인 운전이 가능해야 할뿐더러, 크기도 작고 완전히 폐쇄형으로 제작되어야 합니다.

 

러시아가 퇴역 핵잠수함을 제공하지 않는 이상, 북한이 자체 능력으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만들더라도 떠다니는 체르노빌임. 김정은이 계속 핵잠수함 이야기를 하는 것은 순전히 정치적인 프로파간다에 불과합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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