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김정은 꿈꾸던 ‘조기경보기’ 가졌다고 하지만…
(진행자) 최근 재래식 군사력 강화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북한이 재작년부터 개조 작업에 들어갔던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거의 완성한 정황이 포착됐습니다.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있고, 중국의 기술이 들어갔다는 분석도 있는데, 북한 조기경보기, 외형만 놓고 보면 어느 정도의 성능을 추정해볼 수 있나요?
(이일우) 북한이 조기경보기를 만들고 있는 정황은 지난 2023년 12월 중순, 평양 순안국제공항을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에 IL-76 수송기가 개조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면서 처음 알려졌습니다. 이 IL-76 수송기는 2024년 3월, 낙하산이 꼬이고 많은 인원이 추락해 북한 특수부대의 민낯을 보여줬던 특수작전군 항공육전병 공수훈련 때 등장한 고려항공 도색의 대형 수송기와 같은 기종입니다.
북한은 1990년대 초반에 러시아로부터 3대의 IL-76TD 화물수송기를 들여와 고려항공 소속으로 운용했는데, 사실 고려항공은 북한군 통제를 받는 조직이기 때문에, 평소에는 중국, 러시아 등 우방국과의 화물 수송에 쓰고, 북한군이 필요할 때 공수훈련 등에 사용하는 그런 방식으로 운용 됐습니다.
IL-76이라는 수송기를 기반으로 조기경보기를 만든 사례는 생각보다 다양합니다. 러시아의 A-50 시리즈가 있고, 중국의 KJ-2000이 있습니다. 과거 후세인 시절 이라크도 바그다드-1, 바그다드-2라는 명칭으로 엉성하게나마 조기경보기를 만든 적이 있고, 인도는 이스라엘 기술 지원을 받아 A-50EI 라는 조기경보기를 만들어 현재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IL-76이라는 플랫폼을 기반으로 조기경보기를 만드는 것이 괜찮은 선택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북한 조기경보기는 러시아 기술이 들어갔을 가능성도 있지만, 번개 시리즈나 별찌 시리즈를 만들 때 사용된 위상배열레이더 기술을 응용해 자체 개발한 위상배열레이더를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북한 조기경보기는 IL-76을 기반으로 제작된 러시아나 중국의 조기경보기와 형상은 유사하지만, 레이더가 러시아의 A-50 시리즈보다 훨씬 크고, 회전식 레이더가 아닌 3면 고정형 위상배열레이더 채택을 의심케 하는 삼각형이 그려져 있습니다. 레이더가 A-50보다 훨씬 크고 위치도 좀 더 동체 중앙에 가깝게 조정됐다는 것은 이 레이더가 북한 자체 개발 레이더일 가능성을 높여주는 정황 증거입니다.
문제는 레이더가 커진 만큼 성능도 커지지는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위상배열레이더의 탐지 거리는 송수신모듈 즉 T/R모듈의 전력 효율과 개수, 그리고 공급되는 전력량에 비례합니다. 러시아의 A-50이나 중국의 KJ-2000은 같은 IL-76 수송기를 기반으로 삼고 있지만, IL-76 중에서도 신형에 속하는 PS-90 터보팬 엔진을 갖고 있어 구형 솔로비에프 D-30 터보팬 엔진을 가진 북한 IL-76TD 모델보다 훨씬 강력한 출력과 전력 생산량을 발휘합니다. 다시 말해 북한 조기경보기는 출력 부족, T/R 모듈 제조 기술 부족, 레이더 소프트웨어 기술 부족 때문에 덩치만 큰 레이더를 달았을 뿐, 조기경보기 로서의 탐지, 추적 능력은 매우 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심지어 이 조기경보기는 현재까지 파악된 바로는 전자전 지원 장비나 피아식별용 안테나가 보이지 않습니다. 이는 이 조기경보기가 말 그대로 하늘에 떠 있는 레이더 기지 역할만 할 뿐, 선진국들이 운용 하는 조기경보통제기, 즉 공중에 떠서 공중작전을 지휘할 수 있는 하늘의 지휘소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북 조기경보기 #1 숙제- 한미 순항미사일 방어
(진행자) 조기경보기라는 것은 북한이 기존에 가져보지 못한 무기입니다. 노후화가 매우 심각한 북한 공군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전투기와 같은 현대적인 방공무기 확충이었을 텐데, 북한은 갑자기 왜 조기 경보기를 갖겠다고 나선 것인가요?
(이일우)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말처럼 레이더는 높이 있을수록 더 멀리 볼 수 있습니다. 보통 방공작전용 레이더를 산꼭대기에 설치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지표면에는 레이더의 전파를 가로막을 가능성이 있는 지형이나 인공 구조물이 많기 때문에, 높은 곳에 지어서 이러한 차폐물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상식입니다. 하지만 지상의 아무리 높은 곳에 설치한다고 해도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레이더는 위아래로 탐지 가능한 범위, 즉 전파 조사각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표면 산꼭대기에 올려 놓으면 멀리 볼 수는 있어도 가까운 거리에서 낮은 고도로 날아오는 표적은 보기 어렵습니다. 등잔 밑이 어두워지는 셈입니다.
조기경보기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했습니다. 레이더를 항공기에 달아서 아주 높은 고도 위에 올려놓은 다음,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는 방식으로 전파를 쏘면 사각지대도 크게 줄어들고, 더 멀리, 더 넓게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이런 조기경보기는 앞서 소개한 것처럼 낮은 고도로 날아오는 공중 표적을 먼 거리에서부터 일찌감치 탐지하는데 아주 효과적입니다.
미군 군함이나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토마호크 미사일이나 한국군의 육상기지나 수상함에서 발사하는 현무-3, 전술함대지미사일은 산이나 언덕 높은 곳에 설치된 북한 방공 레이더를 피하기 위해 아주 낮은 고도로 비행합니다. 이 미사일들은 속도는 탄도미사일보다 느리지만, 정밀도가 아주 뛰어나서, 평양 소재 어떤 건물의 몇 층, 몇 번째 창문까지 족집게처럼 타격할 수 있습니다.
이런 미사일들은 지상에 배치된 레이더로 탐지하는 것이 아주 어렵고, 탐지하더라도 근거리에서 겨우 탐지할 수 있어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매우 부족합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게 정말 큰 골칫거리였던 것이 유사시 미국은 전쟁을 시작할 때 대량의 토마호크 미사일을 쏟아 붓는 전술을 쓰고, 이는 한국군도 마찬가지라서 이걸 원거리에서 막지 못하면 평양 중심부가 한미연합군의 족집게 타격으로 초토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의 조기경보기는 한미연합군의 순항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평양의 수뇌부를 보호하기 위한 하늘에 떠 있는 레이더 기지 용도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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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허 있으세요?” 북, 조기경보기 감당 능력 있나?
(진행자) 미국이나 서방 선진국들은 조기경보기를 오래 전부터 사용해 왔기 때문에 조기경보기 자체의 기술적 완성도도 뛰어나고, 운용 전술도 고도화돼 있습니다. 북한은 이런 유형의 항공기를 사용하는 것이 처음인데, 과연 제대로 운용할 수 있을까요?
(이일우) 앞서 소개한 것처럼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주요 강대국들은 조기경보기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의 실전 사례와 러시아의 실전 사례를 비교해보면, 조기경보기 운용 방식과 결과가 너무 큰 차이를 보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말부터 조기경보기 개념을 도입해 70년 넘게 기술과 전술을 다듬어 온 미국은 조기경보기의 성능 그 자체도 매우 뛰어나지만, 이를 이용해 전투기와 각종 지원기의 공중 작전을 지휘, 통제하는 전술과 교리가 매우 발달해 있습니다. 미국 조기경보기는 전투기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강력한 레이더를 이용해 수백 킬로미터 밖에서 적기를 탐지, 추적하고, 적게는 3~4대에서 많게는 수십 대에 달하는 아군 항공기들을 일사분란하게 지휘해 아군 항공기들을 유리한 위치로 보내 적에게 일방적인 공격을 퍼붓도록 통제합니다.
그런데 조기경보기를 그저 하늘에 떠 있는 레이더 기지 개념 정도로 인식해 온 러시아는 그런 전술을 이해하지 못했고,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우크라이나군의 전투기나 드론이 날아오는 것을 먼 거리에서 탐지하고 인근의 러시아군 전투기에 요격 명령을 전달하는 정도의 역할밖에 못했습니다. 레이더 성능도 부족하다보니 점점 전선에 접근하게 됐고, 그러다 지난해 봄,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에 맞아 격추돼 거의 1년 동안 비행금지 조치를 당했습니다. 최근에는 모스크바 방공작전용으로 임무에 복귀했지만, 3월 초에 있었던 우크라이나의 모스크바 드론 대공습을 막지 못하면서 역시나 제 기능을 못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중입니다.
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북한 조기 경보기는 레이더 성능을 보장할 수 없고, 수백 킬로미터 탐지 거리를 구현했다고 해도, 이를 데이터링크 형태로 다른 전투기나 지대공 미사일 등 아군 부대에 실시간으로 공유해주지 못하면 조기경보기로서의 가치는 급격하게 떨어집니다. 북한 조기경보기가 그런 데이터 공유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북한이 보유한 거의 모든 전투기와 지대공 무기는 디지털 방식이 아니라 아날로그 방식이기 때문에, 조기경보기가 전송한 데이터를 받을 방법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 북한 조기경보기는 평양 주변에 배치된 북한의 신형 방공호위함, 번개 5호나 6호, 별찌-1-2형과 같은 신형 중장거리 지대공 미사일 포대에 한미 연합군의 순항 미사일이 접근한다는 경보 정도만 해줄 수 있을 뿐, 미군이나 한국군의 조기경보기 같은 역할은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북 조기경보기 3대, 실전엔 30분이면 끝
(진행자) 북한 조기경보기가 한국과 미국의 조기경보기 같은 역할을 할 수 없다고 해도, 한미 연합군의 순항미사일을 원거리에서 탐지해 일찌감치 경보를 울리는 그런 역할만 할 수 있어도 큰 문제가 아닌가요? 특히 북한 지도부를 정밀 타격하는 한국군의 응징보복 전략에도 지장이 있을 것 같은데요?
(이일우) 북한 조기경보기는 구형 IL-76을 기반으로 설계됐고,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전자전 지원 수단이 없는 형태로 제작됐습니다. 단 1대밖에 없는 이 조기경보기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평양 방공작전이기 때문에 유사시 이 조기경보기는 평양 상공을 선회 비행할 것입니다. 북한이 한미연합군의 순항 미사일을 좀 더 일찍, 더 멀리서 탐지하려 한다면 사리원 등 평안북도 상공까지 조기경보기 비행 공역을 조정할 수도 있습니다.
이 조기경보기는 대단히 큰 덩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일반 전투기용 레이더에도 200~300km 거리에서 포착되고, 한국군의 조기경보기에는 400~500km 밖에서 탐지됩니다. 그리고 한국은 300km 거리에서 북한 조기경보기를 공격할 수 있는 미티어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을 운용하는 KF-21 전투기를 내년부터 강릉 공군기지에 실전배치합니다. 강릉에서 이륙한 KF-21은 이륙 직후 미티어를 쏴도 평양 상공의 북한 조기경보 기를 격추할 수 있습니다. 이 조기경보기는 전자전 수단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미사일을 피할 수 있는 민첩성을 갖춘 것도 아니기 때문에 아주 손쉬운 먹잇감이 될 것입니다.
물론 태평양 지역에 있는 조지 워싱턴 항모전단의 슈퍼호넷 전투기가 사용하는 AIM-174B 미사일을 쓰면 KF-21의 미티어 공격 거리보다 훨씬 더 먼 거리에서 북한 조기경보기를 요격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단 3대 뿐인 귀중한 수송기를 개조해 조기경보기로 만들고 있지만, 단언컨대 이 조기경보기는 전쟁이 발발하면 30분 내에 불덩이가 되어 추락할 것입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