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북, 포탄 제공으로 러 첨단기술 노린다

워싱턴-김진국 kimj@rfa.org
2023.05.07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북, 포탄 제공으로 러 첨단기술 노린다 우크라이나군에 자원 입대한 병사들이 지난 3월 11일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전선에서 러시아 정규군과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 소속 병력을 상대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AFP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보려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 네트워크의 이일우 사무국장과 함께합니다.  

 

(진행자)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포탄을 공급한다고 전해지고 있는데, 거래 상대가 러시아 정부가 아니고 사설 조직인 용병입니다. 도대체 북한에서 포탄을 받아가는 이 용병집단은 어떤 조직인가요?

 

(이일우)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언론에 많이 알려진 러시아의 용병 회사로 원래는 푸틴이 개인적 이권 사업을 위해 수하 중 한 명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을 시켜 2013년에 설립한 회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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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MC바그너센터 입구에 군복을 입은 사람들이 서있다. /AP

 

지금은 사업가로 변신한 프리고진은 푸틴의 정치적 고향인 상트페테르부르크 출신의 시정잡배 출신으로 청소년 시절부터 싹수가 노란 인물이었고, 절도, 강도, 매춘 알선과 범죄단체 결성 등 지저분한 혐의들로 20대의 대부분을 감옥에서 보낸 인물입니다.

 

출소 후 핫도그를 파는 노점상을 했는데, 여기서 돈을 벌어 식료품점을 차렸고, 여기서 번 돈으로 도박장을 열었는데, 그때가 1991년으로 이때 정부의 카지노 및 도박 감독위원회에 있었던 푸틴을 처음 만나 그에게 정치자금을 대주며 외식 사업가로 변신했습니다.

 

건달에서 급식왕, 사설 거대 무장단체 수장까지

 

프리고진은 처음에는 외식 사업가였는데, 이후 크렘린궁을 비롯한 정부기관 급식 케이터링을 독점했고, 군부대 급식도 독점하면서 한국돈 조 단위, 미화로는 8억 달러 이상의 돈을 만지기 시작했습니다. 남아도는 돈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던 중, 푸틴이 정규군이나 정보기관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지저분한 이권 사업을 도맡아 수행할 무장 단체 창설을 지시했고, 이에 따라 푸틴이 붙여준 정보총국 출신의 드미트리 우트킨 중령과 함께 창설한 조직이 바로 바그너그룹입니다. 조직 이름은 히틀러를 신봉했던 네오나치 우트킨 중령의 군 시절 호출명이 히틀러가 가장 좋아한 음악가인 바그너였기 때문입니다.

 

바그너그룹은 프리고진이 자금을 대고, 우트킨이 조직을 맡아 예비역 군인들 위주로 용병부대를 창설한 뒤, 이후 러시아 정보총국의 직접 관리를 받으며 러시아 정규군에서 무기와 장비, 훈련장을 제공받는 파격적인 특혜 속에서 체급을 확장했습니다.

 

바그너그룹은 푸틴과 각별했던 시리아의 독재자 알 아사드 대통령의 요청을 받아 시리아 대통령궁 경호, 시리아의 유전과 주요 전략시설 경비 등의 임무를 맡기 시작했고, 전 세계 각국의 독재 국가, 반군과 손잡고 돈 되는 일이라면 뭐든 하는 글로벌 용병회사로 급격히 사세를 확장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고, 러시아 정규군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면서 전쟁에 구원투수로 참전하기 시작했고, 각지에서 엄청난 전쟁 범죄를 저지르는 극악무도한 용병 집단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데, 전쟁 기간 중 사세를 엄청나게 확장해 전성기 때는 10만 명 규모의 병력을 가진 조직으로 성장했고, 러시아 정부에 바그너그룹을 정규군의 일부로 편입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러 군부 견제에 북에 손 내민 바그너그룹

 

(진행자) 바그너그룹이 북한에서 포탄을 받아가는 것은 러시아 군부와의 권력 암투가 있기 때문이라고 알려졌는데, 전장에서 함께 피를 흘리고 싸우는 용병회사가 군부와 다투는 이유가 뭡니까?

 

(이일우) 바그너그룹이 북한에서 포탄을 구매한다고 밝히기 전에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을 맹비난하며 4 28일까지 포탄 공급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주요 격전지에서 바그너그룹 병력을 빼겠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바그너그룹은 러시아 정규군보다 상대적으로 개별 전투원의 전투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정예부대인데, 러시아군이 이런 정예부대에 포탄을 제대로 공급하지 않는 이유는 러시아 군부가 바그너그룹을 경쟁상대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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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용병업체 '바그너 그룹' 예브게니 프리고진 창립자가 모처에서 전투복을 입은 채 영상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AP

 

러시아 현지에서 거의 매일 나오는 뉴스들을 취합해보면, 말단부터 최고위급 장성까지 썩을 대로 썩은 군과 정부조직의 부패 때문에 장부상 존재하는 포탄과 실제 보유한 포탄의 차이가 심해 바그너 그룹에 포탄을 주고 싶어도 못 주는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프리고진이 여러 차례 성토했던 것처럼 러시아 군부가 의도적으로 바그너그룹을 보급 대상에서 배제하고 있습니다.

 

지금 러시아군은 마치 군벌들의 연합체와 같은 성격으로 변질되고 있습니다. 쇼이구 장관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이 통제하는 정규군이 있고, 이와 별개로 바그너그룹이라는 거대한 용병조직이 있습니다.

 

전쟁 초기 바그너그룹은 무기력한 정규군의 졸전을 해결해 줄 해결사로 투입됐고, 이후 정규군과 전공 다툼을 벌였습니다. 이들은 같은 편이지만, 실제로는 적보다 더한 악감정을 가진 사이로, 최근에는 그 감정이 격화돼 루한스크시 외곽에서 서로 총격전까지 벌였습니다.

 

정규군을 장악하고 있는 쇼이구 장관과 게라시모프 총참모장은 뼛속까지 엘리트 의식으로 가득찬 정통 사관학교 출신의 엘리트지만, 이들의 눈에 시정잡배 출신의 프리고진이 이끄는 바그너그룹은 그저 깡패 같은 용병집단에 불과했고, 이들의 세력이 커져 정규군의 위상에 도전하는 상황을 대단히 불쾌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프리고진이 최근 러시아 원내 정당인 공정러시아당과 연대를 선언하고, 대선 출마 준비를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바그너센터라는 거대한 본부를 만드는가 하면, 최근에는 정규군 내부 권력 다툼에서 밀려난 세르게이 수로비킨 대장이나 미하일 미진체프 상장 등 군부 핵심 인사 들까지 영입하려 하면서 군부 입장에서는 프리고진의 세력을 그냥 두면 언젠가 화근이 될 것이라는 불안감을 느꼈을 가능성이 큽니다.

 

이 때문에 군부는 정규군 정원을 크게 늘리기 위해 징병과 계약병 모집을 확대하고, 동원령도 계속 유지하고 있지만, 국가 재정 적자 심화 때문에 정규군 병력 충원이 어려워지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국영기업들을 동원해 무려 30개 이상의 용병회사를 차리고 이들을 무장시키고 있는 중임. 당연히 이들에게 보급 우선순위가 가면서 바그너그룹은 뒤로 밀렸고, 이 과정에서 바그너그룹이 북한 등 해외 국가에서 무기와 탄약을 조달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하루 4천 발 필요에도 북에 1만 발만 구매한 속사정은?

 

(진행자) 북한이 1만 발의 포탄을 공급한다고 했는데, 하루 4천발 이상의 포탄이 필요하다는 바그너 그룹이 왜 세계 최대의 포병대국 북한에서 고작 1만발 정도의 포탄만 받아가는 것인지?

 

(이일우) 지금도 세계 각국에서 석유, 금광, 다이아몬드 광산 등 이권 사업을 쓸어가고 있고, 러시아 정부 와의 계약에서도 막대한 수익을 얻고 있는 바그너그룹은 현금이 대단히 많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포탄 가격이 많이 오르기는 했지만, 가장 많이 사용되는 152mm 포탄은 400달러, 122mm 포탄은 250~300달러 선에서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1만발을 구매해도 거래 규모는 고작 400만 달러 정도밖에 안됩니다.

 

8억 달러 이상의 돈을 만지고 있는 바그너그룹이 북한에서 이처럼 적은 양의 포탄을 구매한 이유는 북한이 포병대국이기는 하지만, 북한이 가지고 있는 포탄의 상태가 대단히 형편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추리고 추려서 상태가 좋은 1만 발 정도만 조달하는 것입니다.

 

2010년 연평도 포격도발 당시 언론사 군사자문을 연평도에 들어갔었는데, 당시 북한 포탄이 떨어진 포탄 분포도, 이른바 탄착군을 분석하고, 산 곳곳에 떨어진 포탄의 잔해와 로켓탄 추진체 몇 개를 수집해 조사한 결과 대단히 놀라운 결과를 얻었습니다.

 

당시 북한은 도발을 위해 정찰총국이 나서서 준비를 했음에도, 도발에 사용된 해안포와 로켓은 대단히 노후된 장비들이었고, 여기서 발사된 포탄들도 굉장히 오래된 포탄들이었습니다.

 

포탄의 내부 단면도를 보면, 날아가서 터지는 탄두가 있고, 이 탄두를 날아가게끔 추진가스를 발생시키는 추진장약이 있는데, 이 장약을 뜯어보면, 내부에 아주 작은 연탄 같은 고체 화약이 잔뜩 들어있습니다. 이 장약을 폭발시켜 발생하는 가스로 포탄을 밀어내는 것이 대포의 원리인데, 장약이 오래되면 습기를 머금어 고체장약이 물러지고, 물러진 장약들이 반죽처럼 붙게 되면서 격발했을 때 불완전 연소 현상이 발생함. 장약이 불완전 연소하면 설계된 수준만큼의 추진가스가 안 나오는데, 이 때문에 포탄을 밀어내는 힘이 부족해 포탄이 계산된 좌표에 훨씬 못 미치는 거리에서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함. 포병용어로 사거리 공산오차라고 합니다.

 

이 말은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전쟁터에서 아군 후방에 있는 포병이 포탄을 쐈는데, 그 포탄이 적진이 아닌 아군 머리 위에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하는 것입니다.

 

바그너그룹은 바보가 아니기 때문에 북한이 제시한 포탄 가운데 가장 상태가 좋은 포탄들만 추려서 구입했을 것이고, 그렇게 구입 가능한 포탄 숫자가 1만 발에 불과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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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벽에 페인트로 훼손된 "바그너 그룹 - 러시아 기사"라고 적힌 러시아 바그너 그룹의 용병을 묘사한 벽화. /AP

 

-바그너 은밀한 거래의 대금결제 방법

 

(진행자) 가장 우려되는 것은 북한이 이 포탄 공급 대금으로 무엇을 어떻게 받을 것인지 하는 것인데, 바그너그룹은 북한에게 어떻게 대금을 결제할까?

 

(이일우) 이번 포탄 거래는 일회성에 그치지 않을 것이고, 바그너그룹과 러시아 군부와의 갈등이 커지면 커질수록, 바그너의 북한산 무기 구매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북한에게 가장 좋은 결제 방식은 달러화 현찰이겠지만, 현재는 북한도, 바그너그룹도 모두 달러 결제 수단이 제재 때문에 막혀 있기 때문에 국제 송금을 통한 달러 결제는 불가능합니다.

 

루블화 결제 가능성도 있지만, 러시아 역시 경제 제재를 받고 있어 북한이 탐을 낼만한 상품이 별로 없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은 원유나 식량 등 일부를 현물로 받고, 바그너그룹이 접근 가능한 첨단무기 기술을 넘겨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바그너그룹이 최근 경질된 러시아 국방부 군수담당차관 미하일 미진체프 상장에 접근하고 있는 부분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진체프 상장은 러시아군에서 군수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인물로, 러시아 국방산업계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인물이었고, 자리에서 물러나더라도 정식 퇴역 때까지는 계급은 그대로 유지하는 러시아군의 특성상 아직도 군수산업 전반에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입니다.

 

최악의 경우 바그너그룹이 미진체프 상장을 통해 러시아의 첨단 무기 기술이나 부품을 북한에 포탄 대금으로 건네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추적과 대응이 필요합니다.

 

(진행자)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과 함께 했습니다.   

 

기사 작성 김진국,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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