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32년만에 깨어난 괴물, ‘티폰’ 한반도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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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보려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 네트워크의 이일우 사무국장 연결합니다.

32년만에 깨어난 미 육군 극강의 괴물

( 진행자 ) 미 육군이 지난 6월 말, 지상 발사 순항미사일 발사 실험에 성공했다고 하는데, 이것이 32년 만의 지상 발사 순항 미사일 부활이라고요?

( 이일우 ) 미 육군이 지난 6월 28일, 기존에는 MRC, Mid-Range Capability라고 불렀던 시스템에서 해상 발사 함대지 순항 미사일인 토마호크 미사일을 성공적으로 발사한 뒤 이 시스템에 '티폰' (Typhon)이라는 별칭을 정식으로 부여했다고 밝혔습니다.

‘티폰’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세계 최강의 괴물의 이름인데, 대지의 여신 가이아가 신들의 제왕 제우스를 응징하기 위해 낳은 괴수의 이름입니다. 신화 속에서는 반인반수의 괴물로 묘사됐는데, 두 팔을 벌리면 세계의 동쪽 서쪽 끝이 닿고, 날개를 펴는 것만으로 태양을 가려 세상을 어둠 속으로 밀어 넣을 수 있는 괴물의 이름을 신형 무기에 부여한 것입니다.

티폰은 모르는 사람이 보면 군용 트럭이 끌고 다니는 트레일러 위에 거대한 컨테이너를 얹은 형상으로 생겼습니다. 이 컨테이너를 열어보면 미 해군 이지스 구축함에 설치돼 있는 Mk.41 수직 발사시스템이 담겨 있는데, 여기서 각종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이 이 티폰 시스템입니다.

미군은 이 티폰 시스템에서 토마호크 미사일 실탄을 발사해 목표물에 명중시키는데 성공했는데, 미 육군에 토마호크 미사일이 배치된 것은 1991년 러시아와 중거리 핵전력, 이른바 INF조약(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에 따라 전량 폐기된 ‘그리폰’ 시스템 이후 32년 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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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거리 타격능력MRC 발사대. /미 육군

( 이일우 ) 과거의 '그리폰'은 재래식 탄두 버전은 없었고 전부 핵탄두 버전이었음. 여기에 탑재되는 핵탄두는 그 위력이 무려 150킬로톤에 달했는데, 당시 그리폰 시스템은 발사차량 1대에 4발의 토마호크 핵미사일을 탑재하고 다녔습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기 INF 파기를 선언했고, 이후 중거리 공격 무기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올해 초 ‘다크 이글’ 극초음속 미사일 부대 전력화에 이어 ‘티폰’이 실전 배치 준비를 마치면서 이제 미군의 중거리 타격 능력 강화를 위한 다영역태스크포스는 차기 전술 탄도미사일 ‘PrSM’만 나오면 완성될 수 있게 됐습니다.

중국 견제용 , 미군의 유연하고 강력한 MDTF

( 진행자 ) 지난 4월 소개했던 MDTF라는 용어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미국이 미·중 패권 경쟁에서 중국과 북한을 겨냥한 비수로 준비하고 있든 부대라는데, 이 MDTF는 어떤 전력인가요?

( 이일우 ) 이번에 토마호크 미사일 발사에 성공한 '티폰'은 미군 편제상 'Battery', 그러니까 포대 규모로 만들어진 부대입니다. 일반 보병부대로 생각했을 때는 중대급 부대라고 보면 됩니다.

이 ‘티폰’ 포대는 MDTF 예하 4개 대대 중 하나인 전략화력대대를 구성하는 3개 포대 중 하나 인데, 전략화력대대는 사거리 2,700km 이상의 극초음속 미사일을 운용하는 ‘다크이글’ 1개 포대, 사거리 499km에서 1,000km급의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PrSM’을 발사하는 ‘HIMARS’ 1개 포대, 그리고 토마호크나 SM-6 같은 미사일을 운용하며 최대 1,600km까지 거리를 커버하는 ‘티폰’ 1개 포대로 구성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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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다영역 임무군(MDTF) 개념도. /미 의회조사국

( 이일우 ) 이 전략화력대대의 상위부대인 제1다영역임무부대는 미군이 이번에 처음으로 편성한 완전히 새로운 개념의 부대로 중국을 겨냥해 창설한 부대입니다. Multi-Domain Battle이라는 이름에 맞게 지상, 해상, 공중, 우주, 사이버, 전자기 영역을 넘나드는 전투를 수행할 수 있는 부대인데, 여단급 부대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영역에서의 전투를 단독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졌습니다.

미군이 이런 부대를 만든 이유는 중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이른바 반접근 / 지역거부, A2/AD를 추구하면서 서태평양 지역을 마치 자신의 내해처럼 만들기 위한 작업에 나섰기 때문입니다. 중국 A2/AD보다 더 강력하고 더 멀리 펀치를 투사할 수 있는 전력을 만들어 A2/AD를 박살내겠다는 의지입니다.

이 MDTF는 모든 예하 구성요소가 수송기나 소형 상륙함을 통해 신속하게 이동할 수 있고, 위성, 통신중계기 등을 이용해 지구상 어디에 있든 실시간 데이터링크 연결이 가능합니다. 한국과 일본은 물론, 두 국가의 작은 섬, 필리핀, 남중국해 도서지역에도 배치가 가능하고, 대단히 유연하고 강력하게 중국을 공격하고 봉쇄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에 최소 3개의 MDTF를 배치하려 하고 있습니다.

속도 ,거리, 위력 중 위력 담당 '티폰' – 강한데 가성비도 최고

( 진행자 ) 이번에 미 육군이 소개한 '티폰'은 다른 타격자산과 달리 대단히 특이한 능력과 구성을 갖는다고 하는데 어떤 능력을 갖고 있는 것인지?

( 이일우 ) 앞서 '티폰'은 컨테이너에 군함 설치용 미사일 발사 시스템인 Mk.41을 결합한 것이라고 묘사한 바 있습니다. Mk.41은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도록 만든 범용 발사기인데, 범용 발사기답게 아주 다양한 종류의 미사일을 탑재하고 발사할 수 있습니다.

미 해군의 경우, Mk.41에 사정거리 167km의 다목적 함대공 미사일인 SM-2 미사일, 대륙간 탄도미사일도 요격할 수 있는 SM-3 미사일, 일반 항공기부터 극초음속 미사일까지 다양한 공중 표적을 요격할 수 있는 SM-6 미사일, 크기는 작지만 무려 50km를 날아가는 ESSM 함대공 미사일, 지상 표적 공격용 토마호크 미사일, 잠수함 공격용 아스록을 Mk.41에 넣어 사용 중입니다.

‘티폰’은 SM-6와 토마호크 블록 V 모델 두 종류를 운용하는데 이 두 종류 미사일만으로 정말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SM-6는 정말 다재다능한 미사일로 미 해군에서도 각광을 받고 있는 미사일인데, ‘티폰’은 자체 레이더를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동료 조기경보기나 군함, 전투기가 탐지한 공중 표적 정보를 데이터링크로 받아서 최대 370km 떨어진 공중 표적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SM-6는 지상 표적은 물론 이동하는 군함도 공격할 수 있는데, 미 해군의 실사격 평가에서는 군함, 지상 공격시 최대 460km까지 날아가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토마호크 블록 V 모델은 SM-6보다 속도는 훨씬 느리지만, 사거리가 1,600km에 달하고, 아주 낮은 고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고성능 조기경보시스템을 갖춘 나라가 아니라면 대응이 어려운 무기입니다. 지상 표적은 물론 군함도 공격할 수 있고, 탄두 위력도 매우 강력한데, 워낙 대량 생산됐다보니 가격이 매우 저렴해 대량 투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티폰’은 이런 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Mk.41 발사기 4셀이 실린 트레일러 4대와 통제차량 1대가 기본 포대 구성인데, 토마호크 미사일은 앞으로 스텔스 순항 미사일인 JASSM이나 LRASM으로 대체될 수 있어 ‘티폰’의 공격 능력은 점점 더 강해질 예정입니다.

미 차세대 주요 전력 , 다영역 임무군(MDFT) 한반도 오나?

( 진행자 )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 3개의 MDTF를 배치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한국도 유력한 후보지라고요?

( 이일우 ) 지난 4월에 미군의 다크이글 극초음속 미사일을 소개하면서 간략하게 전해드린 바 있는데, 주한미군은 유사시 포병전력을 이원화 운용하기 위해 제2보병사단 예하에 포병대를 재가동 하고, 제210야전포병여단을 제8군 직할로 복귀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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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훈련 위해 베트남 다낭 공군기지에 착륙한 주한미군 USFK A-10C 공격기. / 주한미군

( 이일우 ) 미국은 이미 한국과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한 바 있고, 한국 매체에는 전혀 보도되지 않고 있지만, 이 전략적 유연성 합의에 따라 미군 자산들은 수시로 일본이나 필리핀, 태국, 심지어 베트남에도 전개돼 군사훈련을 실시했습니다. 최근에는 오산공군기지에 배치된 제51전투비행단 예하 제25전투비행대 A-10 공격기가 베트남 다낭 공군기지에 배치돼 베트남과 연합훈련을 실시 했습니다. 주한미군 제8군은 한미연합사 예속 부대가 아니라 미 태평양육군사령부 예하의 야전 사령부이며, 이 야전사령부 직할의 210포병여단은 한미연합군 작전 지원뿐만 아니라 미 태평양 육군사령부의 작전을 수행하는 부대입니다. 즉, 미국의 태평양육군 현대화에 따라 기존에 운용하고 있는 구형 M270 MLRS 대대 대신, MDTF 예하의 전략화력대대 일부를 순환배치할 가능성이 큽니다.

전략화력대대가 주한미군에 배치되면 중국과 북한은 엄청난 전략적 압박을 느낄 것입니다. 다크이글 미사일의 경우 경기도 평택에서 쏘더라도 평양을 1분 정도면 타격할 수 있고, ’티폰‘에서 발사 되는 SM-6 미사일도 족집게급 정밀도로 김정은 공관을 5분 내에 타격할 수 있습니다. 특히 ’티폰‘ 포대는 지대지, 지대함, 지대공 임무 수행이 모두 가능하기 때문에 서해에 인접한 평택 기지에 배치될 경우 서해 전역의 중국 군함과 항공기는 물론, 산둥반도의 주요 군사기지들이 모두 타격권에 들어갑니다.

과거 미국은 핵 순항미사일인 ’그리폰‘을 모스크바와 가장 가까운 거점인 서독에 배치해 소련을 압박했는데, MDTF의 존재 목적 자체가 중국인 만큼, 당연히 ’티폰‘도 주한미군 배치가 가장 유력하게 거론될 것입니다. 중국은 당연히 강력하게 반발할 것이고, 중국과 좀 더 친밀한 소위 진보 진영은 사드 사태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반대할 것이 분명한데, 신냉전 구도가 명확 해졌고, 중국이 한국에 대한 적대감을 거리낌 없이 드러내고 있는 이 때, 한국은 ’티폰‘과 같은 MDTF 자산 주한미군 배치에 뜻을 모으고 적극적인 유치 노력을 기울여야 과거 서독, 일본과 같은 전략적 어드밴테이지를 누릴 수 있습니다.

( 진행자 )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