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평양 손발 묶을 엄청난 미 ‘재밍’ 플랜
2024.07.14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왠만해도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세계 최강 전투기, 한반도 인근 배치
(진행자) 미 해군이 한반도 인근에 새로운 무기 배치를 예고했다고요?
(이일우) 세계 각국의 군사전문가들이나 공군 관계자들을 붙잡고 현재 시점에서 세계 최강의 전투기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10명 중 9명은 미 공군의 F-22A 랩터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F-22가 등장한지도 30년이 다 되어가고, 이보다 더 진보된 전자장비를 싣고 있는 F-35 라이트닝 II가 등장했지만, 여러 차례 성능 개량을 받아온 랩터는 여전히 세계 최강의 전투기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랩터가 얼마나 강력한 전투기인지는 이른바 ‘144대 0’이라는 한 마디로 설명이 됩니다 미국이 가상훈련에서 F-15, F-16, F/A-18 등 뛰어나다는 전투기를 다 갖고 와서 모의 공중전을 붙여 봤는데, F-22는 144대를 모의 격추시키는 동안 단 1대도 격추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F-22와 붙었던 상대들은 F-22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고 기습을 당했는데, 이는 F-22의 스텔스 능력과 공중 기동성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의 전투기 메이커들은 2006년 이 전설의 스코어 탄생 이후 F-22 타도를 목표로 전투기 성능 개량을 해 왔는데, 2009년에 딱 한번, 미 해군의 EA-18G 그라울러 전자전 공격기가 F-22를 모의 격추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그라울러는 엄청나게 강력한 성능의 전자전 장비를 사용해 넓은 범위에 전파 교란, 즉 재밍을 걸고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F-22는 강력한 스텔스 성능과 강력한 레이더 능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라울러를 조준하지 못했고, 아주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한 뒤에야 겨우 조준해서 공대공 미사일을 가상 발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라울러는 이 미사일을 재밍해서 무력화시킨 뒤, 미사일이 발사된 위치에 집중적인 재밍을 걸어 F-22의 레이더를 먹통으로 만든 뒤에, 미사일을 발사해 F-22를 모의 격추했습니다.
당시 세계 최강이라는 F-22와 세계 최강이라는 F-22의 레이더를 먹통으로 만들었던 것이 바로 그라울러가 가지고 있는 전자전 장비, ALQ-99라는 장비인데, 미 해군이 이 장비를 대체하는 차세대 재머, ALQ-249 배치 사실을 알리면서 이 장비가 오는 9월까지 초기작전운용 능력, 즉, 실전에 어느 정도 사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작전 배치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ALQ-249는 중대역 차세대 재머, Next Generation Jammer-Mid Band NGJ-MB라는 약칭으로 불리는데, 전문가들은 이 NGJ-MB를 게임 체인저급 무기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통제 불능의 ALQ-99파워, 최대치 가동 금지까지
(진행자) 미국이 전투기나 전자전기 같은 무기체계를 개량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인데, 이번 그라울러 개량은 완전히 다른 전자전기를 도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의미가 있다고요?
(이일우) 사실 현재 사용되고 있는 ALQ-99도 대단히 강력한 장비이고, 이 장비가 거는 전자전에 대응할 수 있는 무기는 거의 없다는 것이 정설입니다. 기본적으로 1970년대에 배치되기 시작한 무기지만, 그라울러의 이전 세대 전자전 공격기인 EA-6B 프라울러에서부터 운용됐을 정도로 오래된 무기지만, 원래부터 엄청나게 강력한 무기였고, 그 강력한 성능을 계속해서 개량해 왔습니다.
ALQ-99를 탑재한 프라울러는 걸프전 때 그야말로 공포의 대상이었습니다. 이라크군은 물론이고, 아군도 이 프라울러를 무서워했습니다. 전자전 장비의 성능이 워낙 강력하다보니, 미군은 평시에는 이 장비를 최대 출력으로 가동하는 것을 금지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군들은 이 장비가 강력하다는 인식 정도만 가지고 있었는데, 사막의 폭풍 작전 첫날, 이 장비의 엄청난 성능을 직접 체감하고 경악했습니다.
대규모 공습으로 시작된 사막의 폭풍 작전의 첫날, 미 공군은 물론 미 해군도 작전 지역 상공에서 극심한 통신 장애와 레이더 고장 현상을 겪었습니다. 알고 보니 아군을 지원하기 위해 출격한 프라울러가 ALQ-99 재머를 최대 출력으로 가동한 상태에서 비행 중이었고, 이 때문에 인근에 있던 전투기와 군함, 지상군의 통신 장비들이 먹통이 됐던 것입니다. 사태 원인을 파악한 미군은 이 재머의 출력을 조정하고, 재밍 전파 방사 범위를 적절하게 통제해 문제를 해결했는데, 당시 이 사건은 미국은 물론, 함께 작전했던 다국적군에게도 ALQ-99가 얼마나 무서운 장비인지를 깨닫게 했던 사건으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가공할 위력을 갖고 있는 ALQ-99지만, 기본적으로 아날로그 시대의 장비였기 때문에 트랜스 미터와 같은 핵심 부품들이 과거 기술을 사용하는 낡은 장비들이라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이 ALQ-99를 대체할 계획을 세우고 10년 이상의 시간 동안 천문학적인 예산을 들여 차세대 전자전 장비, NGJ를 개발했습니다. 이번에 배치되는 NGJ-MB는 저대역, 중대역, 고대역 등 NGJ를 구성하는 여러 대역 장비 중 가장 넒은 범위를 담당하는 중대역 장비입니다.

이 장비는 위상배열레이더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 기술을 사용해 제작됐고,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도 환골탈태됐습니다. 당연히 교란할 수 있는 장비의 종류가 크게 늘어났고, 교란 거리도 비약적으로 향상됐습니다.
기존의 ALQ-99는 기계식 트랜스미터를 사용해서 방해 전파를 쐈는데, NGJ는 AESA 레이더에 사용되는 트랜스/리시브 모듈을 이용해 방해 전파를 방사하고, 그 모듈도 최신 소자인 질화갈륨 반도체를 쓰고 있습니다. 전력 효율이 매우 높아서 같은 전력을 사용할 경우 훨씬 더 먼 거리까지 더 강력한 방해 전파를 쏠 수 있습니다.
방해 전파에 노출된 전파 장비는 말 그대로 먹통이 됩니다. 무전기는 지직 거리는 소리만 나는 고철이 되고, 레이더는 장님이 됩니다. 방해 전파에 노출된 레이더의 레이더 스크린을 보면 공중에 어떤 표적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화면 전체가 마치 고장이 난 것처럼 까맣게 뒤덮여져 있습니다. 즉, 재밍되는 동안 레이더는 레이더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잃게 됩니다.
기존의 ALQ-99가 기계식 트랜스미터를 물리적으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방해전파를 쐈던 것과 달리, NGJ는 재머 안에 들어있는 수백 개의 T/R모듈이 모두 트랜스미터 역할을 합니다. 동시에 여러 개의 방해 전파를 쏴서 동시에 많은 수의 적 레이더나 통신장비를 먹통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NGJ의 구체적인 성능은 기밀이지만, 제작사 측은 ALQ-99보다 최소 3배의 재밍 범위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ALQ-99가 144km 정도를 교란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NGJ는 450km 정도, 쉽게 말해 한국의 부산 상공에서 북한 평안북도 일대의 항공기와 레이더를 먹통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미국과 동맹국들 입장에서는 듣기만 해도 든든해지는 성능이고, 북한과 중국 등 적성국들에게는 듣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 무기가 될 것입니다.
조준 전 이미 먹통, ADVEW의 만화같은 능력
(진행자) 이야기를 듣고 보니 왜 전자전기가 무서운지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라울러라는 전자전기는 미국 항공 모함이 싣고 다니는 여러 항공기 가운데 일부이고, 그 수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국이 이 같은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엄청난 걸 발표했다고요?
(이일우) NGJ 같은 가공할 전자전 장비를 탑재하는 그라울러는 항공모함 1척에 많아야 4대에서 6대 정도 배치됩니다. 사실 이 정도만 있어도 항모 작전을 지원하는데 별 문제가 없지만, 미국은 어중간한 전력 우위보다는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에 그라울러를 개량하면서 기존의 슈퍼호넷도 개량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그라울러는 슈퍼호넷의 2인승 버전을 개조한 모델이기 때문에 플랫폼 자체는 같습니다. 기체가 크고 여유 공간이 많아 개량이 용이한데, 미국이 이달 초, 이 슈퍼호넷 전투기의 자체 전자전 장비를 신형 모델로 교체하는 작업을 준비하고 있고, 첫 번째 시제기가 제작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슈퍼호넷 전투기는 자체 방어용으로 ALQ-214라는 통합 전자전 대응 시스템이 탑재돼 있습니다. 이 장비는 말 그대로 자체 방어용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날아오는 적의 레이더 유도 방식 미사일 들을 식별하고, 가까이까지 다가온 미사일에 방해 전파를 쏴서 무력화시키는 장비임. 영화에서 이러한 부분이 일부 묘사됐는데, 적 항공기나 지대공 미사일이 슈퍼호넷을 레이더로 조준, ‘락온’ 하면 슈퍼호넷의 조종석에서 레이더 경고 수신기, RWR이라는 것에 불이 들어오며 요란한 경고음이 나옵니다. 조준당하고 있다는 경고 신호를 본 조종사는 ALQ-214를 켜서 자신에게 날아 오는 미사일을 재밍하고, 시간을 번 뒤 미사일로부터 안전한 공역까지 전속력으로 도망가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미 해군이 슈퍼호넷에 새로 장착하는 ADVEW, 차세대 전자전 시스템은 기존의 장비처럼 수동적인 방식이 아니라 아예 조준 당하기 전에 적의 레이더를 먹통으로 만들어 버리는 대단히 공세적인 전자전 장비입니다. 이 장비는 미 공군이 F-15EX에 장착하는 EPAWSS라는 장비와 유사한 개념입니다. 기존 장비가 적에게 조준당한 뒤에 가동되는 장비였다면, ADVEW는 사전에 입력된 작전 지역 적 정보에 따라 적의 전투기나 대공 레이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에 선제적으로 방해 전파를 방사합니다. 제작사 관계자의 표현을 빌자면, 이 전자전 장비를 켜고 작전 지역에 들어간 슈퍼호넷은 적에게 스텔스기처럼 행동할 수 있습니다. 적 레이더가 먹통이 되기 때문에, 공격당할 염려 없이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 신형 장비의 구체적인 성능도 역시 기밀로 분류됐지만, 미 해군은 이 시스템이 기존의 그라 울러 정도의 전자전 능력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 해군 항공모함 1척에는 보통 40~50여 대 정도의 슈퍼호넷이 탑재돼 있는데, 1대만 있어도 적에게 대단히 위협적인 그라울러가 이제는 40~50대가 되는 것이고, 거기에 그라울러보다 훨씬 강력한 전자전기 지원까지 붙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조합의 공습 편대군이 꾸려지면, 과연 이걸 막을 수 있는 군대가 지구상에 존재할지 의문 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엔드류’를 막을 군대, 지구상엔 없다
(진행자) 성능 개량 그라울러와 신형 전자전 장비를 탑재한 슈퍼호넷이 유사시 대북 작전에 나서게 되면, 북한 방공망이 이를 막을 수 있을까요?
(이일우) 일단 레이더의 원리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레이더는 특정 주파수로 전파를 공중에 쏜 뒤, 공중 표적에 맞고 반사되어 돌아온 전파를 수신한 뒤, 이를 분석해 정보를 취득 하는 기계인데요. 앞서 설명한 재머는 그 반사파를 흉내낸 방해 전파를 쏴서 레이더 스크린을 허상으로 덮어버리는 기계입니다.
이러한 방해 전파를 400km 넘는 거리에서부터 쏘는 전문 전자전기가 한반도 남부 해역에서 발진해 동해와 서해에서 각각 코스를 잡고 평양으로 접근하는 상황을 가정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남쪽 하늘을 향해 있는 북한의 장거리 조기경보레이더나 지대공 미사일용 탐색 레이더들이 동시에 먹통이 됩니다. 레이더가 먹통이 됐다고 레이더를 꺼버리면 말 그대로 적의 공격을 눈앞에 두고 눈을 감아 버리는 것이기 때문에 북한은 재밍을 받으면서도 어떻게든 레이더를 계속 켜고 있으려 할 것입니다. 켜져 있는 레이더는 계속해서 먹통 상태일 것이고, 계속 버티면 100~200km 거리까지 접근한 그라울러와 슈퍼호넷이 AARGM 또는 AARGM-ER이라는 대레이더 미사일을 발사할 것입니다. 전자전을 받는 동안에는 잠시 눈이 먼 상태였다면, 눈이 먼 상태에서 안구에 강력한 주먹 한 방이 들어가 영구적으로 실명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라울러의 NGJ가 북한의 조기경보레이더나 SA-5의 장거리 탐색 레이더, 북한이 새로 개발한 번개와 같은 방공무기의 레이더를 무력화, 파괴시키면, 슈퍼호넷들이 쇄도해 들어갈 것입니다. 북한은 중거리, 단거리 방공 무기, 예를 들어 SA-2나 SA-3를 총동원해 이를 막으려 하겠지만, 이들도 슈퍼호넷의 재머에 당해 앞서 파괴된 다른 레이더들과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AARGM 대신 JDAM이나 JASSM 같은 무기가 날아온다는 정도입니다.
이 가공할 조합의 미 해군 공습 편대군은 곧 완성됩니다. NGJ 탑재 그라울러는 올 가을, 신형 재머 장착 슈퍼 호넷은 2026년부터 실전 배치됩니다. 이 재머들은 북한은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최신 방공 무기에 대한 전자정찰 데이터를 바탕으로 제작됐기 때문에, 북한 자체 기술로 만든 방공 무기든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지원받은 방공무기든 그 어떤 방공무기로도 이 공습 편대군을 막아 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