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북 ‘전략잠수함’의 치명적 결함
2024.09.15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북 자랑하던 ‘영웅’잠수함, 물에서 뭍으로 옮겨진 사연
(진행자) 북한이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인 2023년 9월에 이른바 ‘전술핵공격잠수함’이라고 분류한 신형 잠수함을 공개했습니다. 진수식으로부터 1년이 지나 뭔가 작전 투입 준비에 한창이어야 이 잠수함, 다시 지상으로 옮겨졌다고요?
(이일우) 북한 9.9절을 앞두고 관영매체들이 보도한 김정은의 현지지도 소식을 비롯해서 최근 몇 년간 김정은의 군 관련 메시지들을 들여다보면, 김정은이 해군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확장 공사 중인 해군기지를 찾아 북한이 2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라는 점을 강조 하면서 해군력 건설이 매우 중요하다고 여러 차례 언급했는데, 김정은은 이 자리에서 “가까운 시일 내에 대형 함정과 잠수함을 갖출 방침”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김정은이 언급한 대형 잠수함은 지난해 9월 6일 진수된 <김군옥영웅함>. 이 잠수함은 2019년 7월, 실내 도크에서 건조 중인 모습이 공개되면서 그 존재가 처음으로 공식 확인됐는데, 건조 당시 공개된 사진이나 지난해 진수식 때 공개된 사진을 통해 문제가 많은 잠수함이라는 평가 들이 쏟아졌습니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최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8월 상업용 위성으로 북한 신포 조선소를 촬영해보니 이 잠수함이 바다에서 육상으로 올라와 건선거, ‘드라이도크’에 고정된 채로 모종의 작업을 받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김군옥영웅함>은 지난해 진수된 뒤 오랫동안 정찰을 피하기 위한 위장망이 설치된 부두에 계류된 상태로 의장공사를 받아왔습니다. 의장공사란 선체를 완성해 진수시킨 뒤, 선체에 각종 추가 장비들을 설치하는 과정입니다. 이 잠수함은 지난 5월에 드라이도크로 올려졌는데, 38노스는 해당 움직임에 대해 “조타기구나 음파 탐지기, 어뢰발사관 등이 배치되는 부분 공사”라며 ‘광범위한 의장공사’라고 분석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북한의 전술핵공격잠수함은 정상적으로 전력화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볼 수 있습니다.
‘김군옥영웅함’의 치명적인 (잠수 불가) 결함
(진행자) 북한은 이 잠수함을 최고의 전략무기로 평가하면서 대대적으로 선전했는데, 최근 한국 정보당국이 이 잠수함에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요? 어떤 문제가 있나요?
(이일우) 38노스에서 놓친 부분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수상함의 경우 진수 후에 레이더와 무장, 전자장비 등을 설치하는 의장공사를 광범위하게 실시하지만, 선체 구조가 수상함과 근본적으로 다른 잠수함은 진수 전에 대부분의 탑재 장비 설치를 마치는 것이 일반적인 공정입니다.
잠수함은 압력선체 모듈을 이어 붙여 만든 밀폐된 구조로 만들기 때문에, 일단 선체가 완성된 후에 내부에 어떤 장비를 추가로 설치하는 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소나는 크기가 매우 크기 때문에 설치하거나 교체하려면 선체를 절단해야 합니다. 진수된 잠수함이 받는 의장공사는 보통 셰일 부분의 통신장비나 관측장비를 설치하는 정도입니다. 즉, 현재 드라이도크에 올라가 있는 <김군옥영웅함>은 의장공사 때문에 드라이도크에 올라간 것이 아닙니다.
이와 관련해서 한국 정부 정보 관계자로부터 몇 가지 첩보가 나왔습니다. 한국 내 일부 매체를 통해 보도된 이 첩보는 <김군옥영웅함>에서 매우 심각한 결함이 여러 가지 발견됐고, 이 때문에 수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파악한 이 잠수함의 결함은 “잠항 후 기포가 발생하고, 밑으로 가라앉는다“라는 내용이 있고, ”수면 위로 부상할 때 함체가 옆으로 기울어진다“는 내용도 있습니다. 잠수함의 구조, 설계에 대해 지식이 있는 전문가가 들으면 깜짝 놀랄만한 심각한 결함입니다.
먼저 기포가 발생한다는 것은 두 가지 가능성을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우선 추진장치인 스크류 프로펠러에서 발생하는 기포가 있습니다. 이는 어느 잠수함에서든 다 발생하는 문제인데, 스크류 프로펠러는 이름 그대로 빠른 속도로 회전하면서 물을 밀어내는 장치인데, 물속에서 매우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프로펠러 날개에 의해 프로펠러 주변의 바닷물의 속도가 증가하게 됩니다. 베르 누이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헬리콥터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운데, 헬기의 프로펠러가 빨리 돌면 아래쪽의 압력은 높아지고, 위쪽의 압력이 낮아져서 아래쪽의 높아진 압력이 프로펠러를 미는 원리로 양력이 만들어짐. 잠수함 스크류 프로펠러 역시 프로펠러 주변에 발생한 이런 압력 차이 때문에 기포가 생기는데, 보통 캐비테이션(Cavitation)이라고 부릅니다.
이러한 기포는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기포 발생 과정에서 굉장히 큰 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에, 잠수함의 생존성에 매우 치명적인 약점이 됩니다. <김군옥영웅함>에서 발생하는 기포가 캐비테이션이라면 이 잠수함은 원거리에서 탐지될 수 있는 취약한 잠수함이라는 이야기가 됩니다.
기포가 발생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압력선체가 제대로 용접이 되지 않았거나, 접합부가 수압을 견디지 못해서 선체 내부에서 새어나오는 기체 때문입니다. 이는 대단히 심각한 문제입니다. 말 그대로 물이 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문제가 생기는 것은 과거 ‘프랑켄슈타인 잠수함’ 이야기를 하면서 소개한 바 있습니다. 북한 <김군옥영웅함>은 새로 만든 배가 아니라 기존 로미오급 잠수함의 압력 선체를 잘라다가 붙인 배라서 내구성에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바로 이 내구성 문제 때문에 선체 곳곳에 틈이 생기고, 그 틈으로 공기가 빠져 나오면서 기포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잠항할 때 기포와 함께 선체가 가라앉는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도 이 때문입니다. 잠수함은 선체 내부에 밸러스트 탱크 여러 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탱크 안에 물을 채우면 잠수함이 잠항하는 것이고, 물을 빼면 부상 하는 것인데, 잠항할 때 기포가 나오면서 수심 조절이 안 될 정도로 가라앉는다는 것은 밸러스트 탱크 말고도 다른 곳에 물이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수면 위로 부상할 때 함체가 옆으로 기운다는 첩보도 설계 결함 때문입니다. <김군옥영웅함>은 로미오급 압력선체 여러 개를 이어 붙이는 형태로 만들었기 때문에 길이는 로미오급에 비해 10m 이상 늘어났지만, 압력선체 직경은 7m 수준 그대로입니다. 함체 길이는 늘어났는데, 폭은 그대로이고, 미사일 발사관 설치를 위해 셰일 뒤쪽 공간은 크게 잡아 늘렸기 때문에 당연히 균형이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엄청나게 커진 셰일 뒷부분 미사일 발사 공간 때문에 이 잠수함은 무게중심이 올라가서 좌우 중심을 잡기가 굉장히 어려워집니다. <김군옥영웅함>의 셰일 옆부분에는 날개처럼 생긴 타가 있는데, 보통 다이빙플레인(diving plane), 미 해군에서는 하이드로플레인(hydroplane)이라 부릅니다. 잠항하거나 부상할 때 이걸로 균형을 잡는데, 그걸 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좌우 균형을 잡기가 어려울 정도로 함체 균형 설계에 실패했다는 것입니다.
현재까지 드러난 정보만 보면, <김군옥영웅함>은 실전에서 사용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살아서 바다로 나가서 SLBM(잠수함탄도미사일)을 쏠 수 있는데, 잠항하면 심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가라앉거나, 함체가 뒤집혀서 침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들은 ‘프랑켄슈타인 잠수함’ 소개할 때 경고했던 것들입니다.
러 기술 지원으로 북 잠수함 문제 해결될까?
(진행자) 미국 싱크탱크가 위성을 통해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북한은 같은 유형의 잠수함을 추가로 건조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설계 결함이 있는 잠수함을 연이어 건조하고 있는 것인데, 최근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이 러시아 기술 지원을 받으면, 두 번째 잠수함부터는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일우) 최근 커트 캠벨 미 국무부 부장관이 러시아가 중국에 잠수함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고, 파이낸셜타임즈에서도 중국의 차세대 전략원잠, 096형 잠수함 건조에 러시아가 기술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이 때문에 당연히 러시아와 활발하게 협력하고 있는 북한도 러시아의 기술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입니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은 근본적으로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여러 종류의 잠수함을 개발해 자체 건조하고 있는 잠수함 선진국이고, 러시아로부터 지원 받을 수 있는 부분은 잠수함 소음 감소 기술 정도로 제한적입니다. 잠수함에 들어가는 음파 탐지기나 무장, 전자장비 대부분은 국산화했기 때문에 러시아와 논의를 하면서 기술 자문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완전히 다른 상황입니다. 북한은 현대 잠수함을 건조하기 위한 인프라가 사실상 전무한 상황입니다. 잠수함 압력선체 제작에 필요한 고장력강을 만들 수 있는 높은 수준의 합금강 생산 인프라가 없고, 내부 탑재 장비를 만들 수 있는 전자 산업도 없습니다. 이 때문에 러시아가 기술적 자문을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이를 받아서 어떤 장비나 결과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기반 자체가 없습니다.
그리고 이미 북한은 두 번째 잠수함을 건조 중이고, 로미오급 잠수함 몇 척을 뜯어다가 압력 선체를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두 번째 잠수함도 <김군옥영웅함>과 같은 방식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포가 발생하고 균형이 안 맞는 것은 구형 잠수함의 선체를 가져다 이어 붙이는 방식 으로 만들었기 때문인데, 러시아가 용접 기술을 알려주고 선체 균형 잡는 방법을 알려준다고 해도, 잠수함의 선체 재료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결함 해결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북한이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러시아로부터 고장력강을 받아오고, 그 고장력강을 성형해서 압력선체를 만들 수 있는 공장도 지어 달라고 하는 것뿐입니다. 사실상 러시아가 만들어줘야 한다는 이야기인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입니다. 즉,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전략원잠을 직수입하지 않고, 고유 모델을 고집하는 한, 북한 전략잠수함은 정상적인 잠수함으로 제 역할을 못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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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지난 7월 방송에서 미국이 스텔스 폭격기를 이용해 북한 등 적성국의 잠수함이 바다로 나가지 못하도록 차단하는 전술을 개발했다고 소개했는데, 이러한 전술, 한국도 쓸 수 있다고요?
(이일우) 북한 잠수함이 함체 기포 발생 문제로 잠항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으니, 한국은 이에 맞춰서 대응 전략을 짜면 됩니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미사일 수중 발사 시스템의 기술적 뿌리는 소련이 개발해 사용하던 PSD-4 수중 발사 시스템입니다. 이 시스템의 미사일 발사 심도는 50m 안팎인데, 이는 잠수함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쏘려면 50m 정도의 수심까지는 들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물속에서는 10m 내려갈 때마다 1기압씩 압력이 상승하기 때문에, 북한 잠수함이 발사 심도인 50m까지 내려가면 5기압 상태가 됩니다. 이때부터 선체 곳곳에서 물이 새고, 찌그러지기 시작할 것 이기 때문에, 이보다 깊은 심도로는 내려갈 수 없을 것입니다.
보통 전략잠수함은 수백 미터의 깊은 바다 속에 있다가 미사일을 쏠 때만 발사 심도로 부상 하는데, <김군옥영웅함>은 수십 미터 정도의 심도를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해수면에서 100~200m 구간에 위치한 수온약층이 제공하는 음파 산란, 왜곡 효과를 누릴 수 없습니다. 즉, 항공기나 군함 등 물 밖에 있는 대잠 수단에게 원거리에서 쉽게 탐지된다는 것입니다.
예전 방송에서 소개한 미국의 항공기 투발식 기뢰 ‘퀵스트라이크’는 GPS 유도폭탄인 JDAM을 개량해서 만든 폭탄이기 때문에 한국군 F-35 전투기에도 간단한 소프트웨어 설치만으로 탑재 가능합니다. 북한 이상징후가 보이면, 스텔스 전투기를 띄워 동해상에 있다가 ‘퀵스트라이크’를 마양도와 신포 사이 길목에 날려 보내 기뢰원을 만들어 출항 자체를 못하게 만드는 방법이 있고, 잠수함이 나갔다면 전투기 엄호를 받는 해상초계기로 위치를 특정한 뒤, 유도폭탄을 투하해 파괴하면 됩니다. 폭탄의 폭발로 인해 발생하는 충격파는 지상보다 수중에서 더 잘 전달 되는데, 대략적인 위치만 파악되면 수백 미터 거리에서 폭탄을 터트려도 북한 잠수함에 엄청난 충격파를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북한 잠수함은 함체가 매우 취약하기 때문에 작은 충격파에도 엄청난 피해를 입을 것입니다.
북한의 전략잠수함은 제대로 잠수할 수 없는 잠수함이기 때문에, 잠수함으로서의 가치가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전략잠수함 실패를 인정하고, 잠수함 만들고 수리할 비용을 낭비하지 말아야 합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