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새해 북한판 ‘핵 A2/AD’가 온다
2023.12.24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북이 2023년 일년 내내 미사일 도발에 집착한 이유는?
(진행자) 다사다난했던 2023년이 이제 저물어간다. 북한은 2023년 새해벽두부터 미사일을 쏘며 올 한해가 대결의 한 해가 될 것임을 시사했고, 연말에도 연속으로 미사일을 쏘며 결국 한해의 시작과 끝을 군사적 대립과 갈등을 고조시키는 것으로 도배했습니다. 지난 1년간 북한의 거의 모든 군사 도발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가 있다고요?
(이일우) 2023년 한 해 동안 북한은 정말 많은 군사적 도발을 자행했지만, 이 도발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국제정세를 정확하게 꿰뚫고, 이 정세 변화 속에서 체제 생존과 지도부 이익 극대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리포지셔닝의 일환이었습니다.
1월 1일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는 400km급 사거리와 600mm라는 거대한 덩치 덕분에 유사시 한국에 있는 주한미군 시설들을 일격에 초토화시킬 수 있는 무기입니다. 북한이 2023년 첫날 이 방사포를 쏜 것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 나아가 서태평양 지역 내 미국의 군사적 활동을 차단하는 북한판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습니다.
북한은 2021년 6월 11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제8기 제2차 확대회의에서 미국의 대북 압박이 북한 비핵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중국을 염두에 둔
국제정치적 전략의 일부라고 정의하고, 군사력, 특히 전략군 전력을 개편해 중국의 대미 항전에 기여하고, 이를 통해 중국으로부터 반대 급부를 얻어내는 전략적 방향성을 확정했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미 본토 타격을 겨냥한 대륙간탄도 미사일과 한국, 일본, 괌을 겨냥한 중·단거리 공격 무기 여러 종을 연달아 선보이며 발사 실험과 실전 훈련을 연이어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1월 1일과 2월 20일에 있었던 초대형 방사포 발사 도발은 오산과 군산 미군기지를 겨냥해 사거리를 조정한 뒤 동해상으로 발사했고, 2월 23일 화살 순항 미사일 발사 때는 부산에 입항한 미군 전략 자산 LA급 공격원잠 스프링필드에 대한 가상 타격을 실시했습니다. 3월 19일 사일로 발사식 KN-23 발사는 도발 원점에서 800km 거리까지 접근했던 제주 인근 해역의 미 해군 마킨 아일랜드 강습 상륙함에 대한 핵공격 훈련이었고, 3월 21일과 23일, 25일, 27일의 장거리 수중 드론 해일 발사 훈련, 3월 22일 장거리 순항 미사일 발사 훈련, 3월 27일의 KN-23 발사 훈련은 한미연합 훈련 목적으로 부산 인근에 전개한 미 니미츠 항모전단을 겨냥한 핵공격 훈련이었습니다.
미국의 전략원잠 켄터키가 7월 18일 부산에 입항하자, 19일 곧바로 부산을 상정한 550km 거리를 찍어 2발의 미사일을 쐈고, 11월 22일에는 동중국해에 로널드 레이건 전단과 칼 빈슨 전단이 출현하자, 이들을 상정한 거리에 중거리 탄도미사일 1발, LA급 공격원잠 싼타페함이 부산에 입항하자 부산을 타격을 상정한 거리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1발을 쐈습니다. 12월 17일 부산을 상정한 거리에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쏜 것도 그날 낮에 부산에 입항한 버지니아급 공격원잠 미주리에 대한 가상 타격 이었습니다. 이 도발들을 나열해보면 북한이 2023년에 미사일 도발을 통해 외부에 전하려 한 메시지는 다양한 장거리 타격 자산으로 북한판 반접근/지역거부 전략, 그것도 핵을 이용한 A2/AD를 능력을 갖춰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북한판 반접근/지역거부 전략에 올인한 이유는?
(진행자) 일반적으로 A2/AD(Anti-Access/Area Denial)는 중국이 자신을 향한 미국의 군사력 접근을 막기 위해 고안한 전략으로 알려져 있는데, 적어도 중국의 A2/AD는 북한처럼 핵을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북한이 올 한해, 이처럼 과격한 A2/AD 전략을 수립하고 그 능력을 마련하는데 이렇게까지 열을 올린 이유가 있을까요?
(이일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북한판 핵 A2/AD 전략은 2021년 6월 11일 당 중앙군사위 확대회의에서 결정됐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현재 국제정세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정확하게 흐름을 읽고 있고, 이 국제정세의 흐름을 타고 체제 안정과 지도부 이익 극대화를 얻어내기 위한 전략적 리포지셔닝 작업을 하는 중입니다.
2015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태평양 양분론을 꺼내며 패권을 추구한다는 이빨을 드러냈을 때부터 이미 세계는 새로운 냉전의 문턱에 서 있었습니다. 냉전 이라는 것은 결국 세계 패권을 놓고 국가들끼리 진영을 만들어 편을 먹고 극한의 대립을 이어 가다가 경우에 따라서는 여기저기서 물리적으로 충돌하는 그런 전쟁입니다. 10년 전부터 군과 정부 보고서, 기고문을 통해서 신냉전 체제에 등장에 대해 경고했고, 이 체제가 본격화되면 여러 취약 지역에서 양 세력의 대리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학계와 언론에서는 최근까지도 신냉전 이라는 단어 자체를 이단으로 취급해왔습니다. 결국 서방 세계와 러시아의 대리전 성격인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고, 중동 지역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비호를 받는 이란이 하마스를 사주해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이 발발해 이제는 그 전쟁이 예멘과 사우디 반도 전역으로 확대될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은 지난 몇 년간 이러한 국제정세 흐름을 전혀 읽지 못했지만, 북한은 달랐음. 그들은 중국, 러시아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세계와 새로운 냉전 질서를 만들 것이고, 나아가 기존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를 파괴하고 새로운 세계 질서를 구축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한반도는 대만과 함께 미·중 물리적 충돌이 벌어질 가능성이 가장 높은 초크 포인트이자, 유사시 미국이 중국을 타격할 때 중국의 역린이 될 수 있는 곳입니다. 북한은 이를 이용해 자신들의 군사력을 서태평양에서 중국의 대미 항전에 최대한 기여할 수 있는 형태로 급격하게 바꿨음. 그것이 앞서 소개한 핵 A2/AD 전력들입니다.
러시아와 손을 잡고 있기는 하지만, 이번 패권 경쟁에서 미국의 주경쟁자인 중국 입장에서 미국의 항모전단과 일본, 한국의 전진기지들은 자신들의 턱밑을 겨누고 있는 비수입니다. 이 비수는 최근 미국과 일본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 강화에 따라 점점 더 날카롭고 단단해지고 있어, 기존 재래식 무기로는 억제가 불가능한 수준이 됐습니다. 이 비수를 파괴하려면 결국 핵무기를 사용해야 하는데, 중국이 미국을 상대로 핵을 사용할 경우, 미국은 상호확증파괴 전략에 따라 중국 전체를 초토화 시킬 것입니다. 2030년대 중반이 되면 중국의 핵전력이 미국과 비슷해지겠지만, 아직까지는 절대적 열세에 있기 때문에, 중국은 자신이 직접 서태평양의 미군 거점들과 전략자산들에 대한 핵공격을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다릅니다. 입만 열면 전 인민에게 총폭탄, 결사옹위를 요구하는 북한은 모든 인민이 죽고, 전 국토가 초토화되어도 김정은과 극소수 지도부의 안위에만 문제가 없으면 되는 비정상 국가입니다. 즉, 북한이 미국에게 핵무기를 사용하고, 미국이 북한 전역을 핵으로 초토화시키더라도 북한 지도부가 중국으로 도주하면, 상호확증파괴는 실패한 것입니다. 북한 지도부가 중국으로 도주 하면, 미국은 당연히 중국에 신병 인도를 요구할 것이고, 중국은 당연히 이를 거부하고, 핵공격이 북한 내 일부 극단주의 강경파 소행이고, 망명한 북한 지도부는 관계없다고 잡아떼면 그만입니다.
이 시나리오에서 미국은 서태평양에 있는 항모와 주요 전략거점 대부분을 잃지만, 보복할 대상이 애매해지고, 중국은 손 안대고 코 푸는 격이 되면서 태평양 전역의 재래식 군사력에서 단숨에 미국을 압도하게 됩니다. 북한 지도부는 잘 숨어 있다가 나중에 중국이 한반도 북부 지역 안정화라는 명분으로 군대를 보내면, 그때 다시 들어와 괴뢰정권을 세우고 다시 또 집권하면 그만입니다. 중국 입장에서 북한은 중국이 가장 두려워하는 대상을 제거해준 1등 공신이 되는 셈이고, 당연히 그 반대급부를 제공할 것임. 그것이 김정은 체제 안전과 그들의 기득권을 보장해주는 것입니다.
북한이 만사 제쳐두고 핵 A2/AD 전력에 집중한 2023년은 중국의 이러한 전략적 필요를 충족 시켜주는 히든카드로 자신들을 리포지셔닝하고, 자신들의 전략적 가치를 극대화시켰던 그런 한해였습니다.
핵과 조기경보기, 첨단 전투기까지, 북한의 하늘이 바뀐다
(진행자) 2023년이 그런 의미를 갖는 한 해였다니 대단히 우려스럽다. 그런데 그런 정세 변화 속에서 2023년에는 러시아라는 변수도 등장했습니다. 이 변수의 등장으로 북한의 핵 A2/AD가 궁극적인 능력을 갖추는데 속도가 붙고 있다고요?
(이일우) 러시아는 지금 중국과 함께 미국에 대항하는 또 다른 국가임. 이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미국과 대리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유럽, 한국 등에서 지원을 받아 전쟁을 치르고 있고, 러시아는 중국과 이란, 북한의 도움을 받아 전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최근 두 달 동안 공급한 100만 발 이상의 포탄과 대량의 야포, 무기들은 러시아가 전선 상황을 뒤집고 다시 승기를 잡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북한의 핵 A2/AD가 중국의 대미 전략에 결정적인 히든카드 역할을 하며 중국이 김정은 정권에게 체제 안전, 기득권 보장이라는 반대 급부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러시아 역시 패색이 짙던 전쟁에서 상황을 뒤집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해준 북한에게 크게 보답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러시아와 북한은 9월부터 접촉이 대단히 많아졌는데, 특히 9월, 러시아 정부 화물기와 요인 수송기들의 평양 순안공항 방문이 잦아졌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 순안공항에서 고려항공 소속 대형 화물기, IL-76이 대대적으로 개조되기 시작했습니다.
11월 30일 순안공항을 촬영한 위성사진을 보면, IL-76 수송기 동체 상단에 대형 레이더를 장착 하기 위한 거치대가 설치된 것이 확인됩니다. 대형 수송기에 대형 레이더를 얹은 항공기를 일반적으로 조기경보기라 부릅니다. IL-76에 이런 거치대를 장착하고 레이더를 얹어서 조기경보기로 개조해 운용 하는 사례는 러시아의 A-50과 중국의 KJ-2000뿐임. 중국이 기술을 제공했을 수도 있지만, 최근 순안공항의 동태를 보면 러시아가 기술과 부품을 제공해 개조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40년 가까이 신형 전투기를 확보하지 못했던 북한에게 있어 하늘에 떠 있는 레이더기지라는 조기경보기라는 물건은 사실 사치입니다. 조기경보기는 말 그대로 하늘에 떠서 먼 거리의 적 공중 위협을 식별하고, 아군 전투기들의 방공 작전을 지휘하는 물건인데, 북한의 구닥다리 전투기들은 이런 조기경보기가 있어도 조기경보기가 탐지한 데이터를 받을 수 있는 통신장비나 데이터링크 시스템이 없어서 조기경보기가 있으나 마나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북한이 100만발 이상의 탄약과 무기, 각종 물자를 러시아에 공급했고, 지금도 계속해서 무기와 탄약이 공급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무기 거래가 시장 가격으로 계산 하면 최소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화물기에 레이더를 달아주고 조기경보작전용 컴퓨터와 통신장비를 붙여주는 서비스는 고작해야 수천만 달러 정도의 가치 밖에 안 됩니다. 그리고 북한은 조기경보기만 들여와서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즉, 나머지 차액만큼 러시아에서 전투기가 공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김정은은 방러 기간 중 수호이 공장을 방문했고, Su-35와 Su-30SM과 같은 신형 기종에 큰 관심을 나타냈을 뿐만 아니라, 한국 국가정보원도 국회 비공개 정보보고에서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항공기를 도입하기 위해 항공기 운용요원을 선발해 파견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고한 바 있습니다. 북한은 이미 Su-35나 Su-30SM, MIG-31과 같은 대형 전투기를 운용하기 위해 지난해 말까지 순천공군기지 활주로 확장과 현대화 공사를 마쳤습니다. 일반적으로 전투기는 계약부터 생산, 운용요원 교육과 인프라 구축 과정에 1~2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북한은 이미 그 과정에 들어갔고, 이르면 내년 하반기쯤 되면 북한에 신형 전투기가 반입돼 조기경보기와 함께 운용되는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조기경보기라는 것은 북한 공군의 탐지 능력을 비약적으로 높여주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핵 A2/AD를 위한 감시정찰 자산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북한이 핵 A2/AD용 감시정찰 자산으로 만든 북한판 글로벌호크, ‘새별-4형’과 같은 무인기를 한미연합공군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고, 북한 전략자산에 대한 한미연합공군의 공습을 효과적으로 방어하는 공중지휘소 역할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즉, 이 조기경보기는 신형 전투기와 함께 북한의 핵 A2/AD 완성을 의미 하는 캡스톤이 될 수 있습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