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독도함에 처음으로 무인기 ‘모하비’ 떴다
2024.11.17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항공모함급 독도함에 ‘모하비’ 내린 엄청난 사건
(진행자) 한국 해군에는 일반인들이 보면 영락없이 항공모함처럼 생긴 거대한 군함이 2척이 있다. 전통적인 함정 분류로는 강습상륙함, 한국 해군에서는 대형 수송함으로 부르고 있는 이 배에서 최근 아주 기념비적인 사건이 있었다고요?
(이일우) 한국해군에 독도급, LPH Landing Platform Helicopter로 분류되는 큰 배가 2척이 있습니다. 선도함은 독도, 후속함은 마라도인데, 이 배는 길이 200m, 폭 31.4m에 만재배수량이 19,000톤에 육박하는 대형함임. 독도함은 2007년, 마라도함은 2017년에 각각 취역했는데, 한국이 이런 대형함을 도입한 이유는 해병대의 상륙작전을 지원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독도함이 기획될 때는 초수평선 상륙작전, 입체상륙작전이라고 해서 적의 해안포 사거리 훨씬 밖 에서 헬기와 상륙정을 띄워서 고속으로 해안에 상륙하는 상륙전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한창 많았는데, 이를 위해 독도함은 다수의 헬기를 운용하기 위한 넓은 비행갑판, 상륙정을 수용 할 수 있는 후방 웰덱을 갖춘 배로 만들어졌습니다.
문제는 이런 배를 2척이나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실을 헬기가 없어서 10년 넘게 깡통 으로 운용됐다는 것입니다. 사실 독도함은 크기는 2만 톤에 가까운데, 비행갑판, 내부 갑판 설계가 부적절해서 덩치에 비해 항공기 운용 능력이 매우 떨어지는 배입니다. 최근 일본은 독도함과 유사한 형상의 군함을 미국에/ 가져가서 F-35B 운용 인증 평가까지 받고 항공모함으로 전환하는 것을 준비하고 있는데, 독도급 2척은 비행갑판 넓이, 엘리베이터 능력, 격납고 높이 등 설계상 문제 때문에 대대적인 개조를 하더라도 F-35 운용이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독도급 2척은 한국해군 내에서 굉장히 그 포지션이 애매했는데, 이런 배에서 지난 11월 12일, 놀라운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바로 미국의 한 무인기 업체가 제작한 고정익 무인기를 해상에서 이함시키는 실험을 한 것입니다.
이번에 독도함에서 이함한 무인기는 제너럴 아토믹에서 제작한 ‘모하비’라는 모델입니다. 미군에서 사용하는 MQ-9 리퍼와 MQ-1C 그레이이글의 기술을 활용해서 군함에서 운용할 수 있게끔 만든 기종인데, 그렇다보니 리퍼보다는 작고, 그레이이글보다는 조금 큽니다.
이번 이함 실험은 모하비 제작사에서 한국 해군에 제안해서 성사된 것으로, 이날 모하비는 항구 에서 크레인으로 독도함에 실린 뒤, 독도함 격납고에서 조립 후 약 90미터를 활주해 이함에 성공 했습니다. 독도함에서 고정익기가 이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이함한 무인기는 약 1시간 정도 동해 상공을 비행하다가 포항에 있는 해군기지에 착륙했습니다. 실험은 성공적이었지만, 한국 해군은 이를 도입하기 위한 준비가 아니라, 실험적인 차원에서 진행된 일이었다고 밝혔습니다.
느린 무인기, 실전에선 인기 급등 이유는?
(진행자) 한국 해군 함정에서 사상 최초로 고정익 항공기가 날아오른 역사적인 순간인데, 보통 항공모함하면 떠오르는 제트 전투기가 아니라 프로펠러가 달린 느린 무인기였다. 지금은 제트기의 시대인데, 느리고 생존성이 떨어지는 이런 무인기가 현대전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요?
(이일우) 이번에 독도함에서 날아오른 모하비는 이륙중량 3.2톤의 무인기로 450마력 엔진을 장착해 최대 시속 260km의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7개의 무장 장착대에 여러 종류의 임무 장비와 무장을 장착 할 수 있는데, 헬파이어 미사일만 장착하면 최대 16발까지 달고 다닐 수 있습니다.
전투기와 비교하면 속도도 느리고, 무장 능력도 약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무인기는 현대전에서 꽤 유용합니다. 현재는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초기, 러시아군을 가장 괴롭혔던 것 중 하나가 우크라이나군의 바이락타르 TB2라는 무인기였습니다. 튀르키예가 만든 이 무인기는 이번에 독도함에서 날아오른 모하비보다 훨씬 작은 700kg짜리 무인기였는데, 시속 130km 정도의 속도로 비행하면서 150kg 정도의 무장을 실을 수 있어 기껏해야 4발의 미사일만 달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무인기는 러시아군의 전차와 장갑차, 방공장비를 파괴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고, 그 활약에 놀란 세계 여러 나라가 앞을 다퉈 구매했습니다. 유럽,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 도합 31개국에서 이 드론을 도입해 운용 중입니다.
이러한 저속 무인기가 현대전에서 활약할 수 있는 것은 그 비행 특성 때문입니다. 이런 무인기는 일반 전투기보다 낮은 고도를 날고, 속도도 새와 거의 비슷하거나 조금 빠른 정도입니다. 이는 각종 지형이나 구름과 같은 반사체 때문에 발생하는 레이더 잡음, ‘클러터’와 헷갈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단 이런 저속 무인기는 사람의 눈이든 레이더든 탐지만 되면 아주 쉽게 격추시킬 수 있지만, 탐지가 그리 쉽지 않습니다.
적이 쉽게 탐지, 식별하기 어려운 이런 드론은 무장 능력은 약해도 아주 먼 거리까지 비행 가능 하고, 장시간 체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격추되더라도 사람이 타지 않고 저렴하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습니다. 제트 전투기 중에 가장 저렴한 편에 속하는 한국의 FA-50이 신형 기준으로 4,500~5,000만 달러 정도 하고, 사람이 타는 5.4톤짜리 터보프롭 공격기 슈퍼 투카노가 1,500~1,800만 달러 정도 하는데, 바이락타르 TB2는 기체 가격 대당 200만 달러, 지상 통제소까지 포함한 패키지 가격이 500만 달러입니다. 지상 통제소는 1대로 여러 대의 무인기를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통제소 하나 사 놓으면 대당 200만 달러로 다양한 임무 수행이 가능한 무인기를 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무인기들은 무장을 달아서 폭탄이나 미사일을 쏘는 공격기로도 쓰고, 전자광학, 적외선, 레이더 등의 센서를 달아 감시정찰 자산으로도 사용합니다. 체공 시간이 길기 때문에 통신중계장비를 달아서 다른 무인기의 원격 조종 거리를 늘려주는 역할도 합니다. 유인 전투기보다 작고, 싸면서 다재 다능하고, 격추되더라도 부담이 없으니 많은 나라에서 이러한 무인기들을 경쟁적으로 도입하고 있습니다.
레이더에서 사라진 무인기, 알고보면 간단한 첨단 기술
(진행자) 무인기의 역할이 다양해지고, 프로펠러를 사용한 저속 무인기가 최근의 전쟁에서 많은 활약을 하고 있더라도 지난 1년 동안 미군의 첨단 무인기가 예멘에서 무려 13대나 격추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북한 방공망에 대해 여러 번 분석을 했었지만, 그래도 이런 무인기는 전투기에 비해 취약할 것 같은데, 그걸 극복할 수 있는 첨단 기술이 있다고요?
(이일우) 이런 프로펠러 무인기는 스텔스와는 거리가 멈. 동체 형상도 그렇지만, 프로펠러라는 것 자체가 레이더 반사 면적을 크게 늘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크기에 비해 레이더에 잘 걸리는 편입니다. 그럼 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무인기 보급이 확산되는 이유는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소개한 것처럼 낮은 고도에서 저고도로 비행하는 무인기는 적의 레이더로 정확하게 탐지, 식별하는 것이 어려움. 최신 반도체 소자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신형 레이더는 이런 무인기 들을 비교적 잘 잡아내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나라들이 구형 레이더를 쓴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구형 레이더들은 건물이나 산악지형, 새떼나 구름과 같은 육상에 있는 물체들, 파도와 해무 같은 해상에 있는 레이더 반사 요인들과 무인기를 정확하게 구분하는 능력이 떨어집니다.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각지에서 FPV 드론이라 불리는 소형 드론들이 야전방공무기의 보호를 받고 있는 러시아군 기갑부대들을 일방적으로 쓸어버리고 있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문제는 무인기 크기가 좀 커지고, 비행 고도가 높아지면 이러한 자연적인 보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입니다. 비행 고도가 높아서 적의 레이더를 헷갈리게 만들 자연 물체가 없다면, 인공적으로 만들면 됩니다. 그것이 바로 전자전입니다.
<관련 기사>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북 폭풍군단 러 파병 댓가는 전략핵잠?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무기 갑’ 된 북한의 위험천만 청구서
지난 7월, 미 해병대가 MQ-9 무인기에 장착하는 전자전 포드의 존재를 슬쩍 유출한 적이 있습니다. 미 해병대사령관 에릭 스미스 대장이 브루킹스연구소에서 열린 포럼에서 MQ-9에 어떤 장치를 달아서 이 무인기를 적의 레이더 스크린에서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스미스 대장은 이 장비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기밀이라며 공개하지 않았는데, 원리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레이더는 안테나로 전파를 공중에 쏴서 뭔가에 맞고 반사된 반사파를 안테나로 수신해서 공중에 있는 물체를 찾는 원리입니다. 즉, 레이더가 수신하는 반사파에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면, 그 레이더가 공중에 있는 물체를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인위적인 조작이란 레이더 반사파를 아예 없애버리거나, 적 레이더가 수신하지 못하도록 반사파에 방해전파를 섞어서 보내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교란 장비 말고도 적의 레이더 스크린에 원하는 모든 유형의 전투기나 폭격기, 수송기로 자신을 나타내 혼란을 줄 수 있는 미사일형 미끼도 있고, 강력한 방해 전파를 쏴서 전혀 엉뚱한 지점에 여러 대의 항공기가 나타난 것처럼 적 레이더를 속히는 장비도 개발돼 사용 중입니다.
최근 예멘에서 MQ-9이 연속으로 격추된 것은 이러한 전자전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무인기 보급이 점점 더 확산되고, 무인기의 임무가 더 중요해질수록, 이러한 전자전 장비 활용은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K항공모함’ 보유 논의 본격화 필요
(진행자) 한국 해군은 이번 무인기 실험을 마치고 ‘경항공모함’의 방향성과 무인기 활용 방안에 대해 연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에서 경항모는 오랫동안 논의만 됐었지 실제로 이렇다 할 성과가 없었는데, 한국이 정말 항공모함 보유를 추진하는 것인가요?
(이일우) 한국이 항모 도입을 본격적으로 검토한 것은 지난 2017년, <차세대 첨단함정 건조 가능성 연구> 라는 타당성 검토 연구를 진행하면서부터였습니다. 당시 조선소와 선박기술업체와 함께 해당 연구를 진행해 한국형 항모 개념과 운용 방안, 부대 편성과 전술을 개발하는 연구원으로 참가했는데, 당시 연구에서도 현존 기술로 항모 건조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었습니다.
문제는 한국 국방예산이 안보 위협 수준 대비 매우 적고, 20년 넘게 제기되어 온 해군 정원 증원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항모 도입 추진이 어렵다는 것입니다. 군사적으로 항모라는 것이 갖는 의미가 워낙 크고, 예산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육군과 공군의 견제가 매우 심한 문제도 있는데, 그럼 에도 불구하고 해군은 항모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고, 여러 대안들을 검토 중입니다.
지난 10월, 해군본부 국정감사에서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이 경항모 도입을 위한 국방정책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면서, 경항모가 도입되면 유인기는 물론, 무인기도 함께 도입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한국내 조선소들도 항공모함 건조 경험이 있는 영국과 이탈리아 등의 업체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관련 연구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는데, 해군에서는 경항모, 즉 3만톤 미만의 작은 항모로 표현하고 있지만, 각 조선소에서 내놓은 설계안은 4~5만톤급 이상의 중형항모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함재기로는 미국의 F-35B가 거론됐지만, 수직 이착륙기의 특성상 항속거리와 무장 능력에 제한이 많다는 판단에 따라, 한국형 전투기, KF-21의 함재기형을 개발해 탑재하는 방안도 제안되고 있고, 이것이 실현될 경우, 현재 개발 중인 KF-21 함재기형과 한국형 무인 전투기 함재기형, 이번에 독도함에서 실험한 모하비 무인기와 유사한 무인기의 무장형이나 조기경보기형이 함께 탑재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내년 초에 출범할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견제 이슈에서 한국이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압력을 거세게 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이에 응하는 차원에서라도 항모 도입 사업 재추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