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자 )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북·러 조약 , 신냉전의 완벽한 부활이끄나?
( 진행자 ) 연말연시가 되면 한 해를 돌이켜보면서 다사다난했던 한 해라는 표현을 많이 하지만, 올해는 특히 한반도 안보 정세에 변화를 일으킨 굵직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한 해를 정리하는 시점에서 2024년을 돌아보면 가장 큰 사건은 무엇으로 꼽을 수 있을까?
( 이일우 ) 2024년에 한반도에서 일어난 가장 큰 사건 한 가지를 꼽으라면 지난 6월 19일, 평양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갖고 체결한 일명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연방사이의 포괄적인 전략적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이 조약은 과거 소련이 북한과 체결했던 조소동맹조약과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어 사실상의 군사 동맹 체결을 의미하는 조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한반도신무기대백과>에서 무기체계를 중심으로 국제정세 변화에 대한 해설도 함께 해드리고 있는데, 이 코너를 많이 보신 분들은 신냉전이 격화되고 있다는 이야기를 많이 접하셨을 것입니다. 냉전 시절 북한과 소련이 동맹관계였던 것처럼, 새로운 냉전체제가 본격화되면서 35년 전 소련 붕괴 이전의 상황, 즉 세계 여러 나라가 두 개의 거대한 진영으로 양분돼 싸우는 그런 시대가 다시 돌아왔다는 것입니다.
북한과 러시아의 이 조약 체결은 일부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러시아의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 단기적인 협력이 아닙니다. 북한과 러시아, 중국, 이란 등 전체주의 세력의 협력과 세력 확장은 2010년대 초반부터 강화됐고, 그동안 UN 안보리 제재 등의 이유로 표면화되지 못했던 이들 국가의 협력이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전쟁이라는 두 사건을 계기로 공식화되고 있는 것입니다. 즉, 이러한 로그 네이션들의 협력은 앞으로 더욱 강화될 것이고, 2024년은 이를 조약으로 명문화해 한반도를 다시 냉전의 최전선으로 만든 중요한 해가 됐습니다.
이 조약을 통해 북한은 러시아에 대량의 무기와 병력을 보냈고, 이에 대한 반대급부로 식량과 현금, 각종 자원과 첨단무기 기술을 들여오는 공식적인 거래를 시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 때문에 이 조약이 체결된 2024년은 수십 년간 고립돼 낙후됐던 북한이 다시 국제정치 무대의 중요 행위자로 부상하게 만든 해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북 화력 '서울 불바다 시즌2' 수준 역대급 업그레이드
( 진행자 ) 북·러조약이라는 중대 사건으로 한반도 안보 정세가 크게 달라진 만큼, 군사적인 부분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한반도신무기대백과>를 통해서도 그 중요한 변화들을 몇 차례 짚어보았는데, 가장 중요한 변화 몇 가지만 뽑아본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이일우) 북한이 가장 중시하는 분야이자 한국이 북한 군사력을 평가할 때 가장 우려하는 분야인 화력 분야 에서 그야말로 경천동지할 수준의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한국은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이 서울과 수도권에 거주하고, 그 수도권은 북한 장사정포의 사정권에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한국은 30년 가까이 서울 불바다 위협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북한 장사정포는 54km 정도의 사거리를 갖는 170mm 자행곡사포와 65km 정도의 사거리를 갖는 240mm 방사포 두 종류로 구성됐는데, 이들은 명중률과 파괴력 면에서 심각한 문제가 있었습니다. 북한 역시 이를 알고는 있었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기술과 많은 돈이 들어갔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러시아가 북한의 구형 포병 자산들을 대거 구매하기 시작하자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처음 북한은 122mm, 152mm 포탄을 팔았었는데, 러시아가 포탄은 물론 야포까지 요구 하면서 170mm 자행곡사포에 240mm 방사포까지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위력과 명중률이 매우 떨어지는 170mm 자행곡사포는 거의 전량이 퇴역해 러시아에 수출됐고, 240mm는 ‘갱신형 방사포’로 교체되지 않은 자산들 일부가 러시아에 넘어갔습니다.
북한은 이들 자산을 돈을 받고 팔았기 때문에 이렇게 마련한 돈으로 서울불바다 시즌 2를 준비할 수 있는 새로운 장비들을 마련하기 시작했습니다. 240mm 방사포는 유도 기능이 추가된 신형으로 교체됐고, 여기에 더해 화성-11가, 나, 다, 라로 명명된 근거리,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대량으로 배치했습니다. 특히 110km 정도의 사거리를 가지고 있어 정확히 한국 수도권만 타격할 수 있는 화성-11라는 미사일 4발을 실은 발사차량이 한번에 250문이나 배치됐는데, 이는 한국에 대단히 큰 위협이 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2024년은 북한이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서울 불바다 시즌 2를 시작하는 원년으로 삼은 해였습니다. 한국은 30년 넘게 서울 불바다 공포에 떨었던 만큼, 서둘러 제대로 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서울 불바다 리스크에 의한 일명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앞으로 계속될 것입니다.

한반도에 '하이브레드 전쟁' 위협 급상승
( 진행자 ) 한국 수도권을 노리는 장사정포 전력의 현대화, 이를 통한 서울 불바다 위협 심화도 큰 문제지만, 올해 북한은 그동안 접하지 못했던 유형의 새로운 도발도 시작했습니다. 이 국장은 이를 '하이브리드 전쟁'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고 몇 차례 언급했는데,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요?
( 이일우 ) 앞서 2024년에 북·러 조약을 통해 신냉전이 격화되고 북한의 국제정치적 입지가 달라졌다고 언급 했습니다. 북한은 이 달라진 국제정세에 맞춰 지난 1월,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 '동포', '통일', '민족' 이런 개념을 버리고 북한과 한국은 별개의 국가이고, 적대국가임을 천명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남조선'이라는 표현대신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고, 한국을 통일의 대상이 아닌, 소멸시켜야 할 주적으로 규정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은 이러한 발표 이후 올해 봄부터 '오물풍선' 도발이라는 새로운 유형의 군사도발을 시작했습니다.
5월 28일부터 시작된 오물풍선 도발에서 북한은 33차례에 걸쳐 무려 5,750개를 한국으로 날려 보냈 는데, 이 풍선에는 생활 쓰레기와 분뇨, 대남 전단이 들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각종 오물을 담은 봉투를 풍선에 매달아 보내는 방식이었는데, 이후에는 타이머와 기폭장치를 붙인 풍선이 등장했고, 이것들이 한국 곳곳에 떨어지면서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도발을 처음 겪어보는 한국군은 여기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몰라 우왕좌왕했습니다. 대포나 로켓을 이용한 투발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걸 군사도발로 보고 군사적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여부 자체를 판단하지 못했습니다. 김정은이 결심하면 밀어 붙이는 북한과 달리 한국은 국내외 법령을 준수 하는 정상국가이기 때문에, 북한이 풍선을 날려 보내는 도발에 대해 원점을 포격해도 되는지, 공중에서 요격해도 되는지 여러 대안을 유엔사에 문의할 수밖에 없었고, 유엔사 역시 본격적인 군사도발 이라기에는 너무 약하고, 그렇다고 대응하지 않기에는 위협적인 이 사안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애매한 도발은 지금 중국과 러시아가 아시아, 유럽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하이브리드 전쟁’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입니다. 최근 유럽안보협력기구 산하 연구소에서 발간한 보고서를 보면, 러시아가 유럽 전역은 물론 미국에 대해서도 이러한 하이브리드 전쟁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군사시설에 드론을 날리거나, 현지 협력자를 포섭해 군수공장을 파괴하는 사보타주를 하고, 유언비어를 퍼트리거나 소요 사태를 조장하는 등의 공작을 벌입니다. 이는 공격 대상 국가에 사회 혼란을 조성하고, 피로도를 높이기 위해 벌어지는데, 오물풍선이나 GPS 교란 등의 도발은 동맹국인 중국, 러시아의 행태를 따라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공작의 종착점에는 군사력을 이용한 침략전쟁이 있기 때문에, 한국은 북한의 이러한 도발에 더 적극적이고 공세적인 대응에 나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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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기에 뚫렸다는 평양 하늘 , 전말은?
( 진행자 ) 국제정세가 급변하고, 북한도 대남 전략을 수정하면서 한국에게는 참 곤란하고 난처한 한 해가 됐던 것 같은데, 북한이 보낸 오물풍선이 한국을 놀라게 했던 것처럼, 북한에서도 평양 방공망이 뚫린 사건이 있었죠?
( 이일우 ) 북한은 지난 10월 3일과 9일, 10일에 총 3번, 한국군이 보낸 무인기가 평양 중심부, 그것도 김정은 관저 바로 위를 비행하며 전단을 살포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평양 북부 지역에서 추락한 무인기를 발견했다며 잔해도 공개했는데, 얼핏 보면 그 잔해는 한국군 드론작전사령부가 운용하는 S-배트라는 모델과 비슷하지만, 전문가가 자세히 뜯어보면 어설프게 베낀 가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해당 드론은 외형은 비슷하지만, 동체와 날개 형상, 발사용 로더, 안테나, 추진 프로펠러 위치와 크기가 완전히 다른 별개 기종이었습니다.
북한은 그 드론에 달려 있었다는 삐라 살포통도 공개했지만, 해당 드론은 워낙 소형이기 때문에 10~20kg에 달하는 삐라 살포통을 달고 한국에서 평양까지 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만약 한국이 삐라만 살포하고 무인기를 퇴출시킬 생각이었다면 해당 드론은 평양에서 삐라 살포를 완료하고 비행 경로를 북쪽이 아닌 서쪽이나 남쪽으로 잡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드론은 평양 북쪽에서 발견됐습니다.
결정적으로 최고존엄의 머리 위에 드론이 날아간 전대미문의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군 내에서 그 누구도 처벌받지 않았고, 드론이 평양 상공을 날았던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9주년을 기념해 김정은은 당 중앙간부학교를 방문해 야외에서 연회까지 열었습니다. 이는 평양 상공에 나타났던 드론이 한국군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북한도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2024년 한 해 이러한 도발들을 통해 이러한 도발의 효과를 충분히 확인했기 때문에 2025년 에는 더 다양하고 심화된 하이브리드 도발에 나설 것으로 우려됩니다.
( 진행자 )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