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오징어 게임’을 드론 대응 전술에 적용한 러 군
2025.02.02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오징어 게임’을 드론 대응 전술에 적용한 러 군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오징어 게임’을 드론 대응 전술에 적용한 러 군](https://www.rfa.org/korean/weekly_program/c2e0bc15d55cd55cbc18b3c4c2e0bb34ae30b300bc31acfc/north-korea-drone-strategy-01312025141352.html/@@images/84dd889d-196c-4011-9a80-e2c8bc3a201c.jpeg)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우 드론 병사 1명, 북 100병사 잡는다
(진행자) 러시아 전장에 파병된 북한군이 본격적으로 전투에 투입된 지 석 달이 넘어갑니다. 파병 규모가 1개 보병사단 수준인 1만 2천여 명 정도였는데, 파병 석 달 만에 벌써 3분의 1에 해당하는 4천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최정예 부대인데 도대체 왜 이렇게 인명 피해가 큰 것인가요?
(이일우) 역사를 보면 우수한 지휘관이 이끄는 소규모 부대가 무능한 장수가 이끄는 대규모 병력을 섬멸하는 이야기들이 자주 등장합니. 한국사에서는 이것을 ‘대첩(大捷)’이라고 부르는데, 최근 석 달 동안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는 이러한 대첩들이 거의 매일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월 20일부터 12월 23일, 쿠르스크 돌출부 서부에 있는 젤라니 슐라흐 전투는 문자 그대로 대첩이었습니다. 이 전투에서는 우크라이나군 제8특수목적연대 소속 드론 운용병 1명이 사흘 동안 무려 77명의 북한군을 사살하고, 40여 명에게 중상을 입혔고, 장갑차 1대, 버기카 3대, 차량 12대를 파괴 하는 전과를 올렸습니다.

이후 쿠르스크 여러 곳에서 드론 촬영 영상을 통해 기록되고 있는 대부분의 전투 들은 러시아군이 드넓은 들판을 달려 돌격하고,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이나 박격포로 사살하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 드론 대응 전술 /출처 - 러시아 밀블로거 Svyatoslav Golikov 텔레그램
지난해 북한군의 쿠르스크 전선 투입 전,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를 통해 북한군이 어떤 편제로 작전에 투입되고 어떤 무기와 전술을 쓸 것인지 예측해 드린 바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3개월 동안 쿠르스크 전선에서는 당시 예측했던 것과 조금도 어긋나지 않은 상황들이 펼쳐졌습니다.
이곳에 투입되는 북한군은 전차나 장갑차, 포병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는 알보병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개념에서 지상군 공격 작전은 항공기나 포병이 적진에 화력을 퍼부어 적이 머리를 들지 못하 도록 제압한 다음, 전차와 장갑차를 투입해 적 방어선을 단숨에 돌파하고 그 돌파구에 보병을 투입해 전과를 확대하는 전술로 이루어집니다. 그런데 지금 쿠르스크 전선에서 러시아군은 전차, 장갑차, 포병, 항공기 모두 부족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북한군을 총알받이로 먼저 투입해 우크라이나군 드론과 박격포탄을 최대한 소진시킨 다음, 차량에 태운 러시아군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전투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에 과거 소련의 형벌대대를 소개하면서 북한군이 그런 식으로 쓰일 것이라고 예측해 드렸는데, 정확히 그런 모습이 펼쳐졌습니다.
러시아군이 이런 전술을 쓰는 것은 전쟁 장기화로 인해 전차, 장갑차, 포병, 항공기 같은 장비들을 많이 잃은 이유도 있겠지만, 제대로 된 전술을 구사할 수 있는 장교들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현지 임관 이나 돈으로 계급을 산 무능한 지휘관들이 전선에 넘쳐나고, 이들에게는 전술적인 지식이 전혀 없습니다. 그런 자들에게 병력 운용을 맡겼으니 당연히 사상자가 많이 나올 수밖에 없고, 애초에 총알받이 용도로 투입된 북한군에서는 비정상적인 수준으로 많은 사상자가 나올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인원부족의 인해전술, 드론에 한없이 작아지는 북 파병군
(진행자) 쿠르스크 전장에서 북한군을 가장 괴롭히고 있는 것은 역시 드론입니다. 우크라이나군은 그야말로 끝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숫자의 드론을 동원해 북한군을 공격하고 있는데, 북한 군인들, 이 드론에 대응할 방법이 없는 것인가요?
(이일우) 우크라이나군이 북한군을 잡을 때 가장 많이 쓰는 수단은 FPV 드론입니다. 1인칭 시점 드론이라는 뜻으로 드론에 소형 카메라를 달아 그 카메라가 전송해주는 전방 영상을 보면서 무선으로 제어 신호를 보내 조종하는 드론인데, 여기에 RPG-7, 즉 7호 발사관용 탄두나 박격포탄, 수류탄, 기타 급조 폭발물을 붙여 살상용으로 만든 것입니다.
이 드론은 배터리를 사용하고, 아주 가까이 접근하기 전까지는 소리도 잘 들리지 않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드론들이 일선의 창고나 벙커에서 가내수공업 방식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각 드론마다 성능 편차가 심한 편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소리가 그리 크지 않고 크기도 작아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이 드론은 3차원 공간을 비행합니다. 다시 말해 어느 방향에서 날아올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전투에 투입된 북한군은 총알받이 임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목표가 앞에 있고, 그 목표물에 배치된 우크라이나군이 사격을 하는지 안하는지 보면서 접근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드론은 정면이 아닌 측면 또는 후면에서 날아옵니다. 레이더나 전자전 장비, 즉 재머라도 있으면 드론이 접근하는 것을 알아채거나 차단할 수 있는데, 러시아군은 북한군 보병 돌격대에 레이더나 재머 같은 고가의 장비를 지급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사살된 북한군 시신에서 메모 하나가 발견된 적이 있었습니다. 이 메모에서는 북한군이 드론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나오는데, 그 내용이 정말 충격적입니다. 북한군은 우선 병사 하나를 먼저 내보내 그를 드론 미끼로 씁니다. 동료를 앞에 세워서 드론이 그 동료에게 접근하면 총을 쏴서 잡는 방식입니다.
물론 아주 작은 드론을 총으로 쏴서 명중시킨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에 미끼로 던져진 병사는 높은 확률로 죽거나 중상을 입게 됨. 전장의 북한군에게 정말 끔찍한 사실은 전투가 시작되면 그 전장에는 북한군 병사보다 우크라이나군 드론 숫자가 더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드론들은 레이더나 재머 같은 제대로 된 드론 대응 장비 없이는 차단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막대한 인명 피해를 입은 북한군은 최근 전장에서 철수해 재정비에 나섰는데, 재정비를 마치고 다시 전선에 투입되어도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우크라에 핀 러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전술
(진행자) 드론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것은 러시아군 보병들도 마찬가지인데, 최근에 러시아군 지도부가 일선 병력들에게 드론 공격에 대응하는 정말 황당한 전술 지침을 내려서 인명 피해가 더 커지고 있다는 원성이 나오고 있습니다. 어떤 전술인가요?
(이일우) 지난 1월 중순부터 전장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을 담은 교전 영상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보통 러시아군인 북한군은 우크라이나 드론을 발견하면 죽어라고 도망가거나 총을 쏘는 등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영상 속 군인들은 드론이 가까이 접근했음에도 불구하고 문자 그대로 얼음처럼 차렷 자세로 서 있었습니다.
이 병사들이 왜 이런지 러시아 밀블로거들이 러시아군 지도부에서 내려온 드론 대응 전술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주고 있습니다. 이 정보를 접하고 처음에는 농담인줄 알았고, 최근에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 속편이 나와서 아마 오징어게임 첫 시즌에 나오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본 러시아인들이 이에 빗대어 장난을 치는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는 숨바꼭질을 응용한 한국의 놀이로 술래가 벽을 보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치다가 구호가 끝남과 동시에 뒤를 돌아봤을 때 움직이는 사람을 잡는 놀이입니다. 드라마에서는 움직이는 사람을 카메라 센서가 잡아내 총을 쏴서 죽이는데, 이 러시아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는 움직이는 사람을 드론이 죽이는 모양새입니다.
러시아군 지도부는 드론이 접근할 경우, 가만히 서 있으면 주변 지형지물 속에 자연스럽게 묻혀서 발각될 확률이 크게 줄어든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군 FPV 드론들이 1회용이기 때문에 낮은 해상도의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고, 배터리 방식이기 때문에 오랫동안 체공할 수 없다는 사실에 착안한 대응 전술로 보임. 해상도가 낮은 카메라는 지형지물 속에, 그것도 위장복을 입고 있는 군인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에 움직이지만 않으면, 발각되지 않을 것이고, 이런 소형 드론은 길어야 20~30분 정도 비행할 수 있는 배터리 동력밖에 없기 때문에 가만히 서 있는 병사들을 찾아 오랫동안 날아다니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러시아군 지도부의 지침은 일견 설득력이 있어 보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러시아군 지도부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공격용으로 쓰이는 FPV 드론에 달려있는 카메라는 성능이 떨어지는 저해상도 카메라지만, 전장 전체를 감시하는 정찰용 드론은 고해상도 카메라, 심지어 적외선 탐지 장비도 갖추고 있고, 굉장히 오래 떠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 전술은 이러한 정찰용 드론이 표적 위치를 확인하면, 그 위치로 공격용 드론을 보내는 방식이기 때문에, 가만히 서 있어도 드론의 감시를 피해갈 수 없습니다.
문제는 지금 전장에서 북한군을 지휘하는 지휘관이 러시아군 장교들이고, 이 장교들도 상부에서 지침이 내려간 이상, 북한군에게도 이 전술을 강요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사망한 북한군 시신에서 얻은 메모들에서는 러시아군의 지시와 임무에 절대 충성하라는 교시가 있는데, 아마 북한군도 이 전술로 사망하는 사람이 곧 나올 것 같습니다.

2월 재공세를 노리는 북 앞엔 ‘라스푸티차’
(진행자) 이제 전장의 북한군에게 드론은 사실상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저승사자 같은 존재가 된 것 같습니다다. 이 드론에 의한 피해가 워낙 커서인지 최근 북한군이 병력을 뒤로 물렸다는 소식이 나오고 있는데, 전열을 재정비한 북한군이 2월부터 다시 공세를 시작하면 뭔가 달라질 것이 있을까요?
(이일우) 최근 우크라이나군에서 북한군이 쿠르스크 일부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철수한 것으로 보인다는 첩보 보고가 있었습니다. 인명피해가 워낙 컸기 때문에 재정비를 위해 일단 병력을 뒤로 물리고, 이후에 다시 투입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이 밝힌 북한군 사상자 숫자는 4천여 명이고, 이 가운데 전사자 숫자는 1천여 명입니다.
그동안 북한군은 러시아군 부대에 배속돼 총알받이로 운용됐는데, 최근에는 쿠르스크 북동부 지역에 제9194여단이라는 독립작전부대 형태로 북한군만 모아서 부대를 편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 9194여단에 ‘기계화’ 또는 ‘차량화’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 부대는 규모만 좀 더 키운 총알받이 부대라고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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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이 일시적으로 철수해 재정비를 하고, 다시 전장에 투입된다고 하더라도 유의미한 활약을 기대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공세 재개 시점에 따라서는 지난 3개월 동안 겪었던 것보다 더 엄청난 피해를 입을 수도 있음. 2월 중순부터 쿠르스크 지역에 라스푸티차가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라스푸티차는 비와 눈이 번갈아가면서 내려 지면을 말 그대로 갯벌처럼 만드는 현상입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위해 국경 지역에 대규모 병력을 보냈을 때 러시아 전차와 장갑차들이 진흙탕에 빠져 허우적대는 장면들이 많이 보도됐는데, 2월 중순부터 북한군은 궤도차량들도 통과하기 어려운 진흙탕을 걷거나 뛰어서 돌격해야 합니다.
갯벌에 들어가 보신 분은 알겠지만, 발이 푹푹 잠기는 갯벌에서는 뛰는 것은 고사하고 걷기도 어렵습니다. 북한군들은 이 진흙탕에 발이 묶여 우크라이나군 드론의 손쉬운 고정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고, 운이 좋아 살아남더라도 이러한 진흙탕에 발이 잠기면 걸리는 참호족, 즉 발이 썩어 들어가 결국 절단해야 하는 끔찍한 상황에 내몰리게 될 것입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