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우 드론에 ‘폭풍낙엽’된 북 폭풍군단

워싱턴-김진국 kimj@rfa.org
2025.01.12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우 드론에 ‘폭풍낙엽’된 북 폭풍군단 다리에 빨간 테이프(북한군 식별을 위한 표시)를 두른 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 무인기가 날아오자 머리를 감싸쥐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특수작전군(SSO) 텔레그램 공식 계정

(진행자) 한반도의 군사 대치 상황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면서 평화로 가는 길을 모색해 봅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전하는 '한반도 신무기 대백과' 진행에 김진국입니다. 한국의 '자주국방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을 연결합니다.

 

쿠르스크주, 전장에서 병상까지 북한군 넘쳐난다

 

(진행자)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된 북한군이 전투 투입 한달여 만에 파병 병력의 3분에 1에 육박하는 병력을 잃었다는 평가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북한군이 배치된 쿠르스크 지역의 병원들은 물론이고, 모스크바에 있는 병원들까지 북한군 부상병들로 북적이고 있다고요?

 

(이일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 1 5일 기준으로 북한군 사상자 숫자는 약 3,800여 명 정도로 전체 파병 병력의 셋 중 하나는 죽거나 다친 상태입니다. 북한군의 본격적인 전투 투입은 지난해 12 16일부터였으니, 러시아 병원에서 북한군 부상병이 처음 식별된 것은 12 15일이었기 때문에, 아마 11월부터 소규모로 병력 투입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의 감청 정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반러 파르티잔 조직들의 정보를 종합해보면, 북한군 부상병들은 쿠르스크주 전역의 병원과 모스크바 외곽의 병원에 러시아 부상병들과 분리된 상태로 수용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쿠르스크시 피로고바 스트리트에 있는 오부즈 응급병원에는 12월 초부터 부상병이 들어왔고, 처음에는 1개 층만 별도로 북한군 부상병에 내줬지만, 지금은 북한군이 쓰는 병실 숫자가 더 늘었다고 합니다. 부상병들의 부상 상태는 ‘중간’이라는 것이 없이 극과 극이었는데, 간단한 찰과상이나 열상, 골절 등으로 어느 정도 일상생활이 가능한 환자 아니면, 팔이나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중증 외상 환자들이 많았고, 체구에 비해 굉장히 많은 음식을 먹는다는 보고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6] 쿠르스크 응급병원에 수용된 북한군 부상병(출처 - 텔레그램).jpg
쿠르스크 응급병원에 수용된 북한군 부상병. / 텔레그램

 

각 병원에는 북한군 부상병들이 100명 단위로 수용되고 있는데, 모스크바 외곽의 한 병원 간호사의 전화 통화를 우크라이나가 감청한 내용을 들어보면, 러시아인들이 이 북한군 부상병들을 그다지 좋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알아들을 수 없게 러시아어로 “지옥에나 가라”는 심한 욕설을 하는 경우도 있고, 수술을 할 때 진통제 주사를 놓아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사실 이렇게 병원에 간 부상병들은 운이 좋은 편인데, 매일 쿠르스크 전선 상황을 모니터링하다 보면 후송될 수도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사망한 북한군 시신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러시아 측이 무기 체계나 전술 면에서 이렇다 할 변화를 보일 생각이 없고, 북한군이 수용되는 병원들에서도 의약품 부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기 때문에 올해 봄 정도가 되면 북한이 파병한 1 2,000여 명 대부분은 죽거나 불구가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북 폭풍군단, 폭풍낙엽처럼 실려나가는 이유는?   

 

(진행자)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병력은 북한 내에서도 최정예 전력으로 손꼽히는 폭풍군단 병력들입니다. 이들이 파병됐다는 소식이 처음 전했을 때만 해도 이들이 후방 타격 임무 같은 특수작전을 수행 해서 우크라이나군을 괴롭힐 것이라는 전망들이 많았는데, 정작 실전에서는 별다른 전공도 못 세우고 추풍낙엽처럼 쓸려 나가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이일우) 폭풍군단이 아무리 정예부대라고 해도 그건 어디까지나 북한군 내에서나 통하는 이야기입니다. 북한 관영 매체들이 보도하는 폭풍군단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인간병기들인데, 이들이 쿠르스크 전장에서 왜 이렇게 무기력한지는 과거 전쟁사를 좀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고, 전쟁의 역사는 무기 발전의 역사입니다. 창과 방패의 대결이라는 말처럼 인류는 전쟁에서 적을 좀 더 잘 죽이고, 적의 공격으로부터 좀 더 잘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도구를 만드는데 매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특히 19세기 후반부터는 이러한 노력과 성과가 그야말로 급가속됐습니다. 전쟁의 양상 자체를 바꿔버리는 신무기가 등장하면, 그 신무기를 쓰는 쪽은 일방적으로 적을 쓸어버릴 수 있고, 그 신무기가 없는 쪽은 학살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1898년에 지금의 아프리카 수단 북부 지역에서 있었던 옴두르만 전투의 사례를 하나 소개하겠습니다. 이 전투는 영국군과 수단 마흐디 세력 간의 싸움이었는데, 영국군은 8,000여 명의 병력에 이를 지원하는 이집트 식민지군 17,000여명, 마흐디군은 기병 3,000여 명을 중심으로 한 52,000여 명의 병력 이었습니다. 당시 영국군은 나일강을 뒤로 하고 배수진을 치고 있었고, 마흐디군은 영국군을 3면에서 포위 하고 있었는데, 막상 전투가 벌어지니 이건 전투가 아니라 학살이었습니다. 이 전투에는 나중에 영국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도 참가했었는데, 처칠의 회고록을 보면 그때 영국군 병사들은 포위됐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축제를 즐기는 어린 아이들처럼 들떠 있었다고 합니다. 마흐디군은 창과 칼, 화살, 화승총 등으로 무장하고 맹렬하게 달려들었는데, 영국군은 분당 500발의 총알을 뿜어내는 맥심 기관총으로 맞섰고, 30분 만에 마흐디군 4,000여 명을 죽였습니다. 마흐디군의 전열이 무너지자 영국군은 400여 명의 기병에 돌격 명령을 내렸고, 몇 시간 뒤 일방적 학살에 가까운 전투가 끝났을 때 마흐디군의 사상자는 23,000 여명에 달했습니다. 이는 마흐디군이 기관총이라는 신무기에 대한 대비가 전혀 되어있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습니다. 그 마흐디군은 당시 아프리카 전 지역을 통틀어 최강의 정예부대였습니다.

 

쿠르스크에 파병된 북한군도 북한 입장에서 보면 최정예 부대입니다. 하지만 지난 11, 전장에 나타난 북한군의 편제와 지급 무장을 보고 6.25 때 쓰던 인해전술을 쓸 것이라는 예측을 여러 매체를 통해 내놓은 바 있는데, 12월이 되어 공개된 드론 촬영 교전 영상들을 보면 그때 예상대로 전술 없이 무대포 자폭 돌격을 하는 북한군이 식별되고 있습니다. 하얀 눈밭에, 그것도 은폐, 엄폐할 지형도 없는 곳에서 걸어서, 또는 뛰어서 돌격하는 것은 예전에도 자살행위였지만, 드론이 대량으로 보급된 현대 전장에서는 더더욱 위험한 행위입니다. 우크라이나군은 낮에는 전자광학카메라, 밤에는 열영상 카메라가 달린 드론으로 전장 전체를 내려다보면서 북한군이 보이는 족족 폭발물을 붙인 FPV 드론을 보내 일방적으로 사냥하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군 부상병들이 가벼운 부상 아니면 팔다리를 잘라야 하는 중증 외상 환자인 경우가 많다고 전했는데, 이는 드론 때문입니다. 드론이 투하하는 유탄이나 박격포탄이 근처에 떨어져서 부상당한 경우는 비교적 가벼운 부상이지만, 폭발물을 붙인 FPV 드론이 직접 들이받는 경우에는 그 자리에서 폭사하거나 폭발 때문에 팔다리가 날아갑니다. 전장에 투입된 북한군은 드론의 존재 자체는 알았지만, 그 드론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는 모르고 있었고, 대처 방법을 안다고 해도, 대처에 쓸 만한 장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19세기 말, 영국군에 맞섰던 마흐디군처럼 일방적으로 학살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게 얼마나 심하냐면, 지난 12 20일부터 23, 약 사흘 동안 젤라니 슐라흐 마을에서 우크라이나 제8특수목적연대 드론병 1명이 북한군 77명을 죽이고 40명에게 중상을 입히는 전과를 기록할 정도였습니다. 쿠르스크에 간 북한 폭풍군단이 북한에서는 제아무리 잘났다 해도, 드론 앞에서는 장난감 같은 존재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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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당백, 드론 덕에 우크라 군 성동격서까지 가능

 

(진행자 쿠르스크 전선에 북한군이 대거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는 1월부터 오히려 공세를 재개했습니다. 쿠르스크 전 지역을 놓고 보면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한 돌출부 북쪽과 서쪽을 북한군과 러시아군이 공격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군은 어떻게 병력을 빼내 돌출부 동쪽을 공격하고 있는 것인가요?

 

(이일우)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 돌출부 지역에 투입한 부대는 약 20개 여단에 달하지만, 각 여단의 예하 부대들이 순환 배치되는 방식으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병력은 2~3만 명 정도밖에 안 됩니다. 문제는 이들을 3면에서 감싸고 있는 러시아군의 병력 규모는 그 3~4배 정도에 달한다는 것 인데, 현재 러시아군은 공수군과 해군육전대가 중심이 되어 돌출부 북쪽의 말라야 로크냐, 돌출부 서쪽의 젤라니 슐라흐 방면에서 공격을 퍼붓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군 병력 대부분은 이들의 공세를 막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1 5일부터 우크라이나군이 돌출부 서북쪽에 있는 베르딘 일대에 적게는 1, 많게는 2개 대대 규모의 병력을 투입해 공세를 감행했고, 순식간에 약 10km 정도를 돌파해 기존에 점령 하고 있던 면적의 5분의 1 정도 되는 지역을 점령했습니다. 문제는 현재 방어선을 겨우 유지하고 있는 우크라이나가 도대체 어디서 병력을 빼내 이 공세를 수행했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번 공세를 수행한 부대는 제80공중강습여단이었는데, 이 부대는 동쪽으로는 러시아군 제2전차연대 돌격대대, 남쪽으로는 러시아군 제11근위공중강습여단과 대치하면서 굉장히 넓은 구역을 방어하고 있던 부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세가 가능했던 것은, 기존에 병력을 투입해 방어해 했던 지역에 드론을 투입해 여유 병력을 만들 수 있었던 덕분입니다. 80공중강습여단 인근에는 원래 쿠르스크 돌출부 서쪽 방어를 맡고 있던 제8특수목적연대가 전개됐는데, 이 부대는 앞서 소개했던 드론병 1명이 북한군 77명을 사살했던 바로 그 부대입니다. 이 부대가 전개돼 넓은 방어구역을 제공해주면서 우크라이 나는 이쪽에 병력 여유가 생겼고, 그 병력으로 공세를 벌였던 것입니다. 이는 드론 전력을 어떻게 운용 하느냐에 따라 전선 전체의 전략적 판도가 바뀔 수도 있다는 사례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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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에 빨간 테이프(북한군 식별을 위한 표시)를 두른 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군 무인기의 공격에 맞서 사격을 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특수작전군

 

FPV드론  북·러/북·이란 협력에 강력한 견제 나서야

 

(진행자 전선에서 북한군이 살아남으려면 FPV 드론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을 먼저 마련해야 할 것 같은데, 러시아가 북한군에 그런 방호 수단을 주지도 않을뿐더러 같이 배치되는 러시아군에 공급되는 방호 장비도 제대로 작동되는 것이 별로 없다고요?

 

(이일우)  사람 머리 만한 크기의 FPV 드론은 사실 일반적인 야전방공무기로는 탐지하고 격추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비행 고도가 낮기도 하고, 크기가 작기 때문에 어지간한 레이더에는 거의 탐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선진국들이 사용하는 FPV 드론 대응용 레이더가 대부분 대인레이더를 기반으로 만든 X밴드 대역의 레이더인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러시아에는 그런 레이더가 거의 없습니다.   

러시아군의 야전방공시스템과 드론 재머 대부분은 러시아 본토에 있는 주요 시설들에 우선 배치되고 있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북한군 몇 명 죽는 것보다 우크라이나군의 장거리 자폭 드론으로부터 자국 탄약창이나 유류고, 공군기지 같은 고가치 시설을 지키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입니다.

 

중국산 FPV 드론 재머 분해 및 분석 영상. /출처: 텔레그램

 

이 때문에 일선에서 사용되는 FPV 드론 대응용 무기는 주로 ‘재머’입니다. 재머는 말 그대로 교란 장치 인데, FPV 드론이 무선으로 제어된다는 점에 착안해 그 무선 제어 신호를 차단 또는 가로채는 원리의 드론 대응 장치임.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재머는 주로 가방처럼 메고 다니는 단거리용 재머인데, 이러한 재머는 저렴한 것을 사더라도 한 세트에 1~2천 달러는 줘야하고, 당연히 보병보다는 전차나 장갑차에 우선 장착됩니다.

 

보병들에게는 중국산 재머가 주로 공급되는데, 지난 1 3, 러시아 일선 드론 엔지니어가 중국산 재머의 문제점을 폭로하는 영상을 텔레그램을 통해 공개했습니다. 중국산 재머들은 내부 부품이 납땜이 제대로 안 되어 있거나, 정체 모를 알루미늄 등의 금속 부스러기가 많아 전원을 켜면 합선이나 감전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빈번하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장비들은 조립 품질이 조악하고, 설명서에 25암페어 규격으로 된 전류는 실제로 측정해보면 5암페어밖에 안 나와 장비 자체가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수두룩하다고 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러시아가 이 문제를 해결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북한이 드론 재머를 구해서 일선 북한군에게 보급해줄 가능성도 없기 때문에, 현재 쿠르스크에 나가 있는 북한 장병들은 현재와 같은 속도라면 늦어도 올해 3월 이전에는 1 2천여 명 대부분이 죽거나 불구가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진행자) 한국의 자주 국방 네트워크 이일우 사무국장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미국 워싱턴 RFA 김진국입니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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