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지난 9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북한 권력 엘리트들의 최고 양성기관인 노동당 중앙간부학교를 조명하며 "북한 노동당의 핵심 육성의 원종장, 가장 권위 있는 혁명대학"이라고 선전했습니다. 왜 현시점에서 북한 정권이 이렇게 노동당 중앙간부학교를 조명하고 나섰는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는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북한 노동당 중앙간부학교의 실체를 들여다 보겠습니다.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MC : 북한을 이끄는 최고 권력 엘리트 양성기관리하고 하면 '노동당 중앙간부학교'를 꼽을 수 있는데요. 먼저 중앙간부학교가 어떤 곳인지 간략하게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안찬일: 네, 그렇게 하시죠. 조선대백과사전에는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 무한히 충직한 주체형의 당일군을 양성하고 재교육하는 우리 당간부양성의 최고전당이며 원종장"이라고 매우 높이 떠받들고 있습니다. 분명한건 노동당중앙간부학교는 학부제 교육기관이 아니라 이미 임명되어 간부로 일하고 있는 권력 엘리트들을 재교육하는, 말하자면 군대의 김일성고급군관학교와 동일한 사회의 당일군 양성기관입니다. 당연하지만 지방의 도당학교 보다 급이 훨씬 높은 1급 및 특급 기업소 당비서, 중앙당 비서급은 무조건 중앙간부학교를 졸업해야만 임명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중앙 정계로 진출하려면 무조건 중앙간부학교를 졸업해야하는 셈이죠.
MC : 그러면 이 중앙간부학교의 역사도 꽤 오래됐겠군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1946년 6월 1일, 북조선공산당 중앙당학교가 그 시초라고 할 수 있는데 이 때는 북한 공산당이 창당되어 1년도 채 안된 시기입니다. 북한 건국 초기 제일 절실했던 것이 유능한 것이 간부진이었는데, 이 때문에 초기부터 김일성이 간부 양성에 절박함이 있던 때입니다. 초기에는 2개월반으로 시작하여 3개월반, 6개월반, 1년제, 2년제 등으로 교육기간이 점차 늘어났습니다. 심지어 6.25 전쟁 중에도 후방으로 자리를 옮겨서 계속 당간부를 양성했습니다. 1955년 3년제 기본반에 4년제 통신학부가 완성되면서 고등교육체계가 완성되었습니다.
MC : 이 학교는 긴 역사만큼이나 변화도 많이 겪었다는데, 어떤 변화의 역사를 갖고 있나요?
안찬일: 네, 그러니까 1972년 4월, 김일성의 환갑을 기념하여 김일성고급당학교로 개칭되었습니다. 1978년 당간부양성기관지도국이 학교 내부에 설치되었습니다. 그리고 1983년, 마르크스-레닌주의
학원이 김일성고급당학교에 통합되면서 3년제 연구원 학제가 추가되었으며, 1983년 3년제 기본반을 4년제로 개편하였습니다. 1972년과 1996년, 2차례에 걸쳐 김일성훈장을 받았고, 간부들이 사고를 칠때 혁명화를 더 하라는 의미로 김일성고급당학교에 다시 보내는 일도 있었는데 노동당 선전비서였던 김기남도 70이 넘어서 고급당학교에서 다시 공부한 일이 있습니다.
MC : 아, 그렇군요. 그런데 김정은이 자신의 집권기에 들어와 이 학교에 칼을 대는 일이 벌어졌다고요?
안찬일: 네, 2019년 말부터 별안간 김일성고급당학교 '부정부패사건'이라는 희대의 스캔들이 발생하면서 제대로 죽탕을 맞게 되었습니다. 김정은 시대 들어서 조선로동당의 제도적 정치가 복원되면서 김일성고급당학교의 위상도 상승하였는데, 이 때문에 김일성고급당학교 교수진들이 간부의 배치를 놓고 갖은 뇌물을 받아먹었으며 학생들에게도 갖은 상납금을 요구하면서 완전한 부패의 온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합니다. 결국 2019년에 김정은 부관 출신 학생 한명이 조직지도부에 이를 신소하면서 조직지도부 집중검열에 들어가 교장 고기철 등 수 십명이 출당, 제명되어 광부와 농장원으로 하방당하는 초강력 처벌을 받았으며 조직지도부장 리만건과 농업부장 박태덕도 숙청되는 등 대규모 정치 스캔들로 이어졌습니다. 김정은은 이를 이례적으로 공개하면서 사자후를 토했고, 2020년 2월 28일, 조선로동당 제7기 제11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급기야 김일성고급당학교 당위원회를 해산시켜버리는 초강수를 두었습니다. 사건 이후 김일성고급당학교 학장과 학교당위원회 간부 47명이 출당 철직된 후 농촌과 광산으로 추방되어 혁명화 노동을 하는 처분을 받았습니다.
MC : 그 당시 북한 사회 어디든 부정부패가 없는 곳이 없을 텐데 유독 김일성고급당학교에 칼을 세게 들이댄 이유가 궁금합니다. 무슨 내막이 있었던 건가요?
안찬일: 네, 당시 김정은은 저 할아버지 김일성의 명칭이 들어간 모든 것에 대해 불만이 극에 달해 있었습니다. 결국 김일성의 이름을 빼 버리고자 그런 초강수를 두었다고 북한 고위 간부들은 말하고 있습니다. 결국 2021년부터 김일성고금당학교는 중앙간부학교로 개칭되었습니다. 2022년 10월 17일, 김정은이 현지지도를 와서 강연을 하였는데, "조선로동당 중앙간부학교는 우리 당중앙이 직접 지도하는 당간부양성의 원종장입니다. 장구하고도 영광 넘친 우리 당건설사와 투쟁사에는 중앙간부학교가 이룩한 커다란 공헌이 새겨져 있습니다. 우리 당이 창당초기에 중앙당학교를 창설한것은 매우 정당하고 현명한 조치였습니다."라고 칭찬하면서 김일성의 김 자도 안 꺼내고 "중앙간부학교는 우리당 사상리론건설의 기본진지이며 두뇌진입니다."라고 그 역할을 강조했습니다.
MC : 김정은 총비서는 이 학교를 자기의 충신들로 만들기 위해 학교청사도 새로 지었다는데 무슨 꿍꿍이가 있는 건가요?
안찬일: 네, 노동당은 2023년 4월부터 연건축면적 13만 3천㎡ 규모의 새 교사 착공에 들어가 2024년 5월 중순 완공하였습니다. 개교식은 창립 78주년인 2024년 6월 1일 진행되었습니다. 5월 15일, 완공 기념으로 김정은이 방문했는데 놀랍게도 마르크스와 레닌 초상화를 걸어놓은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2010년 내각종합청사에 걸려있던 마르크스와 레닌 초상화를 철거한 이후 14년 만의 복귀입니다. 마르크스와 레닌 사진을 복귀시킨 것에 대해서는 러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와의 연대와 국제주의를 강조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는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고, 푸틴은 레닌을 싫어하는 것으로 아주 잘 알려져 있습니다. 북한이 비정상적인 국가라는 이미지에서 벗어나 자신들이 보편적인 이론에 기반한 정상적인 공산주의 국가라는 사실을 부각시키려 하는 것과 함께 김정은 본인이 마르크스와 레닌류의 정통 공산주의에 상당히 정통하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자신만의 사상 이론들을 내세우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때 최초로 김정은 총비서의 초상화도 강의실에 슬쩍 내걸었습니다.
MC : 그렇군요. 그런데 김정은 총비서는 이 학교를 방문할 때마가 자신의 후계자로 내정한 김주애를 대동하군 하는데 아마 그건 자신의 후계체제를 당 간부들에게 각인시키려는 의도라고 봐야겠지요?
안찬일: 맞습니다. 북한 노동당은 진짜 정치정당이라기 보다 북한의 김씨 왕조를 500년, 천년 이어가려는 정치구락부 아닙니까? 그러니 자기 대도 중요하지만 4대에도 계속 권력엘리트들의 지지를 받아야 하니 북한 최고위 간부 후보들에게 4대 지도자를 부각시켜야 하기에 자꾸 김주애를 달고 다니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북한의 장마당 세대가 점점 사회 중추세력으로 부상하고 당 간부들마저 외부 세계에 눈돌리는 세상이 열리고 있는데, 그래도 북한에서 제일 머리가 좋다는 당 간부들이 마냥 김정은 총비서에게 맹종하는 간부로 남아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우리가 보기에 오히려 그들이 먼저 노동당과 김정은 총비서에게 등을 돌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집니다.
MC :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선생님,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MC: 저희는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