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진행에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사대주의'가 아주 위험한 사상이라고 강조하지만, 정작 김정은 정권은 체제유지를 위해 '신사대주의'에 매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는 '김정은 정권의 신사대주의'라는 주제를 갖고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 찬 일 :네 안녕하십니까!
MC:본격적인 주제로 들어가기 전에 '사대주의란 무엇인지' 알아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안 받사님, '사대주의'란 뭔가요?
안찬일: 네, 사대주의(事大主義)는 한 마디로 일방적으로 큰 나라를 섬기는 사상을 의미 합니다. 사대주의와 모화주의를 합쳐 사대모화(事大慕華)라고도 부릅니다. 사실 사대주의란 말은 "서구의 식민주의 프레임에 동아시아 외교관계를 꿰어 맞추면서 한 국가가 자율성을 포기하고 강한 국가에 복종하거나 맹목적으로 추종하려는 사상 또는 외교방침"을 개념화하기 위하여 창안되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국제 관계에서는 언제나 상대적으로 약한 나라가 강한 나라의 눈치를 봐왔습니다. 이건 청동기 시대에 고대 국가가 등장한 이래로 현재까지 동서양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공통으로 있어온 보편적인 현상이었습니다.
MC : 그렇군요. 그런데 북한에서는 사대주의를 아주 나쁜 사상으로 비판하고 있잖습니까? 그러면서도 정작북한 당국은 사대주의적 행동들을 하고 있다는 거죠. 북한과 사대주의 간의 관계가 무엇인지 예를 들어 설명 좀 해 주시죠.
안찬일: 네, 많지만 대표적인 예를 6.25남침전쟁으로 꼽을 수 있지 않을까요. 북한의 김일성은 건국된지 얼마 안 된 북한 정권과 군대를 이용해 동족을 향해 전쟁을 도발하였는데 그 뒤 백을 큰 나라인 소련과 중국에 의지하는 사대주의 절정을 연출하였습니다. 6.25 전쟁은 김일성의 '민족 반역사'라고 할 수 있는데,. 김일성은 남한을 적화하기 위해 수 차례에 걸쳐 소련 스탈린의 승인을 애걸복걸하고, 중국공산당 정권의 마오쩌둥에게 지원을 요청하는 등의 '사대주의 행위'를 자행했습니다. 그리고 그 사대주의 절정을 이른바 '조국해방전쟁'이라고 미화하면서 역사를 날조하고 있습니다.
MC : 자 그럼, 본론에 들어가 볼까요? 김일성 정권은 언제나 사대주의를 반대한다고 일관되게 주장하면서도 큰 나라에 의존해 체제를 유지하는 외교정책을 써 왔는데,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안찬일: 네, 김일성은 "사람이 사대주의를 하면 머저리가 되고, 당(집권당)이 사대주의를 하면 나라가 망한다"면서 북한을 폐쇄와 고립의 '유인도'로 만들어 왔습니다. 밀려오는 외부로부터의 변화 바람 차단을 사대주의 담장으로 막아온 것입니다. 이른바 주체사상을 그 이념적 도구로 활용하였는바, 제것이 제일 좋고 제 나라가 제일 좋다는 식으로 외부의 문물을 가로막으며 인민들의 변화욕구를 억눌러 왔습니다. 그래서 오늘 80년이 되도록 북한 체제는 정치적으로 봉건세습정치에 머물러 있고 인민들은 해외여행 한번 못하며 우물안의 개구리처럼 살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MC : 김일성 주석은 한 때 '등거리 외교'를 통해 소련과 중국의 외압을 이겨냈는데 그 등거리외교에 대해서도 잠깐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네, 등거리외교란 그렇게 나쁜 말이 아니죠. 즉 "한 나라에 치우치지 아니하고 각 나라에 같은 비중을 두면서 중립을 지향하는 외교"로서 오늘날에는 전략적 모호성 유지라고도 부릅니다. 과거 김일성 주석은 소련과 중국에 양다리를 걸치고 경제적 원조와 안보를 보장받으면서 나름대로 정권 유지에 활용한 측면이 있습니다. 김정일 역시 그런 외교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았죠. 그런데 오늘 김정은 시대에 이르러 중국과 등지면서 러시아에 기우는 편파 외교로 나아가는데 북한의 지식인들은 이를 김정은식 '신사대주의'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MC ; 게다가 최근 김정은 총비서는 중국을 숙적이라고 비난했다죠?
안찬일: 네, 그렇습니다. 지난 8월 김정은 총비서는 당과 국가의 책임일군들 앞에서 중국을 숙적이라며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고 합니다. 숙적이 뭡니까? 오랜 적, 즉 1000년 숙적이란 말입니다. 과거 청나라를 비롯하여 중국이 우리 민족에게 강요한 사대주의는 분명 나쁜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김정은 총비서가 러시아 전쟁에 뛰어들면서 일방적으로 중국을 모욕하고 매도하면 그 반대급부를 무엇으로 당해낸단 말입니까?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철부지 외교의 절정을 보는 것 같아 불안합니다. 중국은 어쨌든 북한과 국경을 맞대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의존하지 않으면 안되는 이웃나라인데 김정은이 러시아에 포탄과 대포를 팔고, 이제 용병으로 군대까지 파견하면서 이성을 잃은 것 같습니다.
MC : 그런면에서 평양 정권의 신사대주의는 러시아의존정책으로 결론이 모아지는데 과연 러시아가 북한 정권의 운명을 책임져 줄까요?
안찬일: 네, 저는 대단히 비관적으로 봅니다. 독재자 푸틴은 지금 팽창주의 병에 걸려 제 나라 국민도, 이웃나라 이익도 안중에 없이 핵무기 사용까지 공언하고 있는 광란의 경지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자가 나라 국민도 책임지지 못하는 독재자가 어떻게 변방의 작은 이웃 북한 정권을 책임질 수 있겠습니까? 여기에 회귀한 트럼프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을 곧 끝낸다고 호언장담하고 있지 않습니까? 무기장사로 기사회생하려던 김정은의 꿈이 벌써 물거품 징조를 보이고 있고, 들어오던 원유도 굳어져 가는 것 같은 비관적인 상황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김정은 정권의 신사대주의는 곧 파산할 것 같습니다.
MC : 이런 가운데 김정은 총비서가 얼마전 평양에서 열린 대대장 정치지도원 대회에서 '제3차 대전'이란 말을 언급했다는데 이건 또 무슨 말입니까?
안찬일: 네,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조선인민군 제4차 대대장, 대대정치지도원 대회' 연설에서 "미국의 전쟁상인들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계속하면서 전쟁을 지속시키고 있는 것으로 하여 보다 많은 나라들이 여기에 말려들고 국제안보 형세는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을 키우며 더욱 위험한 지경에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니 비싼 무기 팔아먹는 미국이 '전쟁상인'이라면 겨우 방사포탄이나 팔아 먹은 평양 정권은 뭐 '전쟁 잡상인'인가요?
이어 김 총비서는 지난 21일 무장장비전시회 '국방발전-2024' 개막식 연설에서도 세계군사정세와 관련해 유사한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김정은은 "지금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전후 가장 혼란스럽고 폭력적인 세상을 목격하고 있다"며 "근 한 세기 전 유럽과 아시아의 파시즘이 연합하여 세계를 소란케 하였던 것처럼 서방과 동방의 반동세력들이 미제국주의자들의 지휘봉 밑에 동맹하여 전 세계에 탐욕적이며 폭제적인 질서를 확립해보려 하는 것이 오늘의 실상"이라고 주절거렸습니다. 80년 전 파시즘이 조성하던 파쑈를 오늘에 재현하고 있는 자신을 광고라도 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합니다.
MC :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지입니다. 안 박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안찬일: 넵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MC: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