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입니다. 이 시간 진행을 맡은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매년 6월 1일은 북한에서 어린이날인 국제아동절이죠. 어린이 날에는 특별히 부모들이 어린이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거나, 어린이가 평소에 갖고 싶어 했던 물건 등을 선물해 주기도 하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6.1 국제아동절에 다시 생각하는 북한 아동 인권"이란 주제를 갖고 이야기 나눕니다.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인 한국 서울의 안찬일 박사께서 자리 함께 해 주셨습니다.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 찬 일: 네, 안녕하십니까!
MC : 앞서 언급했습니다만, 매년 6월 1일은 국제 아동절입니다. 북한 달력에도 명시돼 있는데요. 어린이날이라고 하면 아이들이 배불리 먹으면서 즐겁게 노는 그야말로 어린이를 위한 날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북한의 어린이 날은 어떤가요?
안 찬 일: 북한에서의 명절은 주민들이 바쁜 일상 중에서 모처럼 여가를 즐길 기회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공휴일인 5월 5일 '어린이날'은 북한에서는 평소와 다름없는 평일입니다. 북한은 대신 비슷한 성격으로 6월 1일 '국제아동절'과 6월 6일 '조선소년단 창립절'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국제아동절'은 지난 1949년 당시 소련 모스크바에서 열린 '국제민주 여성연맹이사회'에서 6월 1일을 어린이 명절로 제정한 데서 유래한 대표적인 사회주의권 명절입니다. 북한 정권은 국제아동절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하진 않았지만 1950년부터 이날을 기념하면서 어린이들을 위한 행사를 열곤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던 작년에는 행사 소식은 없었지만, "최대비상방역 체계 속에서도 어린이들을 위해 뜨겁게 베풀어지는 당의 사랑과 은정"이라면서 아이들을 위하는 당의 '후대 사랑'을 한껏 부각했습니다. 실속은 없지만 선전선동 수단들을 동원해 강조는 꽤 요란하게 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니 사회주의권이 사라졌으면 이 6.1국제아동절도 없애버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MC : 그렇다면, 북한이 자체적으로 제정한 6월 6일 소년단 창립일은 6월 1일 국제아동절과 어떻게 다른까요?
안 찬 일: 네, 북한 어린이들이 소학교 1, 2학년 때 무조건 가입하는 조선소년단 창립일은 또 다른 '어린이 명절'이라고 봐도 됩니다. 북한은 조선소년단 창립절 6월 6일을 공휴일로 지정하는데, 이날 전국 각지 소학교에서는 소년단 입단식이 실시됩니다. 하지만 김정은 총비서는 집권 이후 '어린이 챙기기'에 공을 들였다는 점에서 올해 기념일들을 대대적으로 경축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그는 어린이들을 기념하는 날에 선물을 보냈고, 집권 뒤 개최된 조선소년단 7~8차 대회에는 직접 참석했었습니다. 작년 열린 9차 소년단 대회에는 장문의 서한을 보냈는데, 이후 참가자들을 불러 기념사진을 찍고 선물을 증정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같은 김 총비서의 '미래 세대' 챙기기는 작년 그의 둘째 딸인 김주애를 전격 공개하면서 더 강화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는 혁명가 유자녀들을 위한 학교인 '혁명학원'을 방문해 직접 원아들의 '밥과 국'까지 챙기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습니다. 많은 북한 전문가들은 김주애가 북한에서 '노동당이 미래세대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한다'라고 강조하는 '미래세대의 상징'의 역할을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김주애야말로 어린이에 불과한데 최고 통치자처럼 노동당 간부들과 군 장령들 앞에서 경례받는 모습은 가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MC : 다시 북한 아동의 인권문제로 돌아가보죠. 지난 해 9월, 미 농무부 산하 경제연구소가 발표한 '국제식량안보 평가 2022-32' 보고서는 북한을 그해 평가한 아시아 국가 중 가장 식량안보가 심각한 국가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북한 어린이들의 인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박사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안 찬 일: 사실 북한 사회주의가 어느 정도 작동하던 1990년대 중반 이전까지 북한 어린이들의 인권은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북한 아동들이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꽃제비로 살아가는 일도 물론 없었지요. 북한의 고난의 행군의 가장 큰 피해자는 아동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누가 거기에 토를 달 수 있겠습니까? 부모들이 사망하거나 또 부모들이 내다 버린 아동들이 장마당에서 땅바닥에 버려진 국수 오라기를 주어 먹는 모습을 보는 사람들치고 피눈물을 안 흘리는 사람 있습니까? 기아에 시달리는 저 아프리카 일부 나라들의 어린이들도 UN이 날라주는 구호품을 받아 먹을 수 있기에 최소한 땅바닥 진흙탕 속의 음식 쓰레기를 주어 먹는 일은 없습니다.
과연 이런 장면을 북한 노동당 고급간부들과 김정은 총비서 식솔들은 본적이 없을까요? 왜 보고도 외면하고 있습니까? 사회주의를 제때에 버렸으면 이런 비극도 사라졌을 것입니다. 그런데 김정일은 ‘사회주의는 과학이다’며 북한 아동들을 거지로 내버려두고 있습니다. 어디 어린이 뿐입니까? 이 지구상에서 아동들과 노인들이 가장 인권침해에 시달리는 나라가 바로 북한입니다. 북한의 아동들은 국제적 수준에서 볼 때 다른 나라 어린이들보다 신장이 10센치 미터 이상 적습니다.
MC : 그런가 하면, 일반 주민들 뿐만 아니라 고위직 간부들마저 넉넉치 못한 삶을 사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데요. 이 같은 이야기를 박사님께서는 또 어떻게 보십니까?
안 찬 일: 당연합니다. 경제적으로 이미 오래 전에 붕괴된 북한에서 노동당 고급간부들과 군부 장령들이라고 마냥 호의호식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저 배곯지 않고 산다고 보면 될 것입니다. 그러니 방치된 수백만 아동들의 인권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고난의 행군 뒤 북한에 생겨난 고아들만 수만 명에 달해 도처에 고아원이 생겨나고 버려진 아동들은 굶어죽거나 병들어 죽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김정은이 직접 나서 고아 구제를 호소하였지만 옛 속담에도 "가난 구제는 임금님도 못한다"고 했습니다. 북한 정권의 능력은 이미 고아들과 노인들의 영양실조와 집단아사를 막을 능력을 상실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MC : 김일성 주석은 북한 어린이들을 가리켜 '나라의 왕'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북한의 지도자들은 '나라의 왕'이라는 어린이들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궁금합니다. 어떻습니까?
안 찬 일: 김일성이 나라 형편이 괜찮을 때 어린이들을 챙기느라 꽤 노력했습니다. 말로야 김정일도 그랬고, 오늘 김정은 총비서 역시 마찬가지죠. 문제는 북한 정권이 이제 어린이들 하나 돌볼 수 없을 만큼 가난해졌다는 사실입니다. 미사일이나 핵무기 만드는 돈을 어린이 구제에 썼다면 사정은 달라졌을 것입니다. 오늘 북한의 대다수 어린이들은 왕은커녕 평범한 인민 대우도 못 받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하였습니다. 그런 반면 새로운 어린이 왕이 1명 등장하였지요. 바로 김주애입니다. 그는 올해 겨우 열 살입니다. 그런데 노동당 정치국원들과 군대의 대장들이 그 앞에서 경례를 하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왕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세습정치의 비극은 한 사람의 왕을 탄생시키기 위해 나라가 쭈그러드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MC : 그렇다면, 북한 아동의 인권 개선을 위해 어떤 조치들이 필요할까요?
안 찬 일: 네, 저는 그들이 당장 왕으로 되는 일은 세상이 열 백번 바뀌어도 어렵다고 봅니다. 북한 어린이 수백만 명이 김주애와 똑같이 왕이 되려면 북한 정치가 자유민주주의로 바뀌면 가능할 것입니다. 오늘 한국에서 어린이 대부분이 왕처럼 대접받고 있습니다. 먹는 것, 입는 것, 장난감 등 그들이 누리는 자유와 행복은 김주애의 그것과 별다를 바 없습니다. 독재정치와 특권층의 존재, 인민 위에 군림하는 노동당이 존재하는 한 북한 어린이들의 밝은 미래는 절대로 찾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MC : 네,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순서,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안 박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안 찬 일: 네 수고 많으셨습니다.
MC: 저희는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