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한민족에게 있어 음력설과 추석은 가장 큰 명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한민족 고유의 명절이 2월 16일 소위 광명절보다도 못한 날들이 되어 버렸다는 평가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시간에는 "2.16보다 못한 북한의 초라한 음력설" 이란 내용으로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MC :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MC : 오늘 날 북한에서는 음력설 보다 양력 설을 더 기념한다고 들었습니다. 이유가 무엇인지요? 같은 민족인 한국에서는 아직 음력설을 최대의 명절로 기념하고 있지 않습니까?
안찬일: 그렇습니다. 북한의 구정 설명절은 김정일의 탄생일 2.16보다 더 못한 초라한 명절입니다. 자연히 신정에 밀려나 있는데 이유는 간단합니다. 북한에서 전통적인 명절들은 4.15 태양절과 2.16 광명성절 등 통치자의 생일보다 못한 날로 전락했습니다. 명절이란 원래 잘먹고 잘입는 날입니다. 쉽게 말해 물질적 풍요속에 행복감을 누리는 날인데 통치자의 생일에는 선물이 나오고 하지만 설명절에는 선물이 적으므로 행복감이 최대로 올라갈 수가 없는 건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MC : 그런데 북한에서는 음력절이 아예 없어졌던 때도 있었다는데 그건 무슨 말입니까?
안찬일: 네, 정확하게 1968년부터 1988년까지 20년 동안 구정 설명절과 추석명절이 북한의 명절에서 삭제되었던 암울한 시대가 있었습니다. 반만년 오래 역사의 우리 민족사에서 북한에서만 이런 전통적인 명절이 사라졌던 것은 대단히 비극적인 일로 순전히 김일성 수령 개인의 우상화와 직결되는 문제입니다. 노동당은 1967년 5월 제4기 15차 전원회의 이후 이른바 '유일사상'을 들고 나왔으며, 거기에 따라 유일사상체계확립의 10대 원칙을 제시하면서 민족 본래의 전통적인 현상을 이른바 '봉건유교사상'이라고 단정 짖고 추석과 구정명절을 없애라고 명령했습니다. 북한에서 노동당이 하지 말라면 말아야지 그걸 거역하고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MC : 북한에서 통치자에 대한 개인숭배와 민족적 관습이 어떻게 배치되는지 잘 이해가 안 갑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조상을 숭배하는 일은 차례와 제사 등 돌아가신 선조들에게 절하고 섬기는 일 아닙니까? 그러니까 김일성 수령에게만 절하고 충성을 바쳐야지 살아있지도 않는 사람들에게 충성과 효성을 바치는 것은 잘못됬다는 것이 노동당의 유일사상입니다. 그런데 김일성 수령이 사망한지 올해 꼭 30년째인데 아직도 "수령님은 영원히 우리와 하께 계신다"는 이건 또 뭡니까? 저들은 죽어서도 태양으로 모시라며 태양궁전까지 만들어 놓고 인민대중은 제 조상도 제대로 섬기게 못하는 게 노동당의 유일사상입니다.
MC : 그러면 음력설이 금지된 기간 동안 차례는 물론, 아예 음력설을 쇄지 못했겠네요?
안찬일: 꼭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겉으로는 노동당의 명령에 따르는 체 했지만 지방들에서는 암암리에 설명절을 쇘습니다. 다만 그날이 빨간날이 아니어서 그저 몰래 명절을 지내다시피 했습니다. 대부분 배급제인 북한에서 당국이 선물을 주지 않으면 고기와 술이 없는데 어디서 떡과 고기 등을 구입해 명절을 지낼 수 있단 말입니까?
반면 김일성 생일 4.15와 김정일 생일 2.16에는 고기와 술이 나오고 식용유와 사탕 등 선물이 나오다 보니 그때부터 그 날들이 자연히 ‘민족최대의 경사의 날’로 되어 버렸습니다.
MC : 그러니까 아직 북한에서 전통적인 명절은 제 자리로 돌아온 것이 아니군요. 특히 요즘 장마당 물가가 폭등해 인민들의 불만이 대단히 높다는데 그 실정도 좀 전해 주시죠.
안찬일: 2024년의 구정 설명절은 잔인한 날이라고 북한 주민들이 한탄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더욱 물가가 폭등해 지금 쌀 1키로에 6천원이 넘는데가 많고 돼지고기도 1키로그램에 2만 5천원 정도 한다고 합니다. 물론 지방에 따라 물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황해도와 평안도 쪽 물가가 더욱 치솟아 인민들은 구정 설명절이 민족최대의 명절이 아니라 민족최대의 비극의 날이라고 아우성치고 있습니다. 명절에서 돼지고기와 쌀은 절대로 필요합니다. 일단 돼지고기가 있어야 만두도 해 먹고 술안주도 만듭니다. 쌀 역시 모처럼 하얀 쌀밥을 지어 조상님 차례상에 올려야 하는데 시커면 옥수수쌀이 섞이면 그게 무슨 후손된 도리이냐 말입니다. 이건 사회주의 지상낙원은커녕 옥수수밥 하나 배불리 먹을 수 없는 나라가 된 셈입니다.
MC : 그러고 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인 2월 16일은 지금도 북한 최대 명절로 기념하고 있다는데요. 그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뭘까요?
안찬일: 당연합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사실 날조된 생일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그는 백두산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러시아 하바롭스크 부근 브야츠크 밀영에서 태여났습니다. 그러니까 김일성이 속한 중국 공산당의 동북항일연군은 일본 토벌작전으로 궤멸되게 되자 모두 소련령으로 탈출하게 됩니다. 그것은 중국공산당의 결정에 따른 것이니 굳이 우리가 '도망'이라고 표현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월경 직전 김일성 등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일성은 김정숙과, 류경수는 황순희와, 또 최 광은 김옥순과 이렇게 여대원들이 적다보니 일부만 장가를 가게 된 것입니다. 그전에도 서로 좋아하는 남성과 여성들이 있었는데 결혼을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빨치산 활동을 벌리다 이제 소련령으로 철수한다니 일단 결혼식을 소박하게 올린 것입니다.
MC : 그 후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나요?
안찬일: 그들 중 김일성이 나이가 좀 위였습니다. 물론 최현이나 전창철 등이 김일성보다 나이가 훨신 많았습니다. 또 결혼한 사람은 북한의 영원한 2인자 최용건 부주석이 있었는데 그는 중국 여성인 왕옥환과 결혼 했습니다. 그런데 자식을 두었다는 말은 못들어 봤습니다. 김정일의 러시아 출생은 그와 같은 해에 태어난 전 북한 보건상 이동화 소좌의 아들에 의해 세상에 잘 알려졌습니다. 이동화 보건상은 김일성이 속한 88여단의 군의관으로 계급이 김일성보다 높았고, 귀국해서는 김일성 주치의를 거쳐 북한 정권의 보건상까지 지냈습니다. 소련파의 숙청 후 다행히 러시아로 돌아가 거기서 사망하였는데 아들 세르게이 리는 아직 생존해 있습니다. 그는 김정일 위원장과 동갑내기로 김정일의 출생의 비밀을 세상에 가장 적나라하게 공개한 인물입니다.
MC : 중국도 음력설을 가장 최대의 명절로 기념하고 있다죠?
안찬일: 그렇습니다. 중국에서 구정 설명절은 춘절이라고 부르죠, 우리나라와 같이 올해도 2월 10일인데 앞뒤로 약 열흘을 쉬어 거의 한 달 동안 구정설명절을 즐긴다고 합니다. 똑같은 사회주의를 한다는데 어째서 중국과 북한은 이리도 다르단 말입니까? 중국에는 고기와 쌀이 넘쳐나고 민족의 대이동이 이뤄지는 장관은 바로 개혁과 개방이 가져다준 위대한 산물입니다.
MC : 네,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오늘 순서는 여기까집니다. 고맙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하셨습니다.
기자: 홍알벗,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