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북 지방경제 붕괴 원인 ‘대자연개조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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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미국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60여년 전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북한 주민들에게 한 유명한 약속이 있죠. 그건 바로 ‘흰 쌀밥에 고깃국을 먹게 해 주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날 북한 주민들은 강냉이밥도, 된장국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그렇다면 현재 북한의 지도자인 김정은 총비서는 주민들에게 어떤 약속을 했고, 또 그 약속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을까요? 오늘은 ‘북한 지도자의 약속’에 관해 한국의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자세히 들여다 보겠습니다.

MC :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MC : 얼마 전 북한의 김정은 총비서가 '지방발전 20x10'이라는 것을 발표했습니다. 먼저, 이 '지방발전 20X10'이라는게 무엇인지 알아봐야 할 것 같은데요. 안 박사님!

안찬일: 네, '지방발전 20x10' 정책은 매년 20개 군에 현대적 공장을 건설해 10년 안에 '인민의 물질문화 수준'을 발전시키겠다는 내용입니다. 이것은 김정은 총비서가 지난달 15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 제시한 것으로, 김 총비서는 이날 "현 시기 인민 생활을 향상하는 데 중요한 문제는 수도와 지방의 차이, 지역 간 불균형을 극복하는 것"이라며 지방 발전 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지방 경제가 초보적인 조건도 갖추지 못하고 한심한 상태에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과 정부가 더 이상 후에 보자는 식의 태도를 취할 그 어떤 명분도, 권리도 없다"며 분발을 촉구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내가 직접 책임지고 총화하며 완강히 내밀 생각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도농 격차 완화 사업을 직접 챙기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앞서 지난달 24일 김 총비서는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19차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지방발전 20x10 비상설추진위원회가 지방공업공장 건설 관련 사업을 지휘하게 될 것이라고 밝힌바 있습니다.

MC : 방금 언급하신 것처럼, 북한의 김정은 총비서는 지방발전 20X10의 모든 것을 본인이 직접 챙기겠다고 공언했는데요. 그 말은 지방발전, 즉 지방경제 회복 또한 책임지겠다는 것으로 봐도 될까요?

안찬일: 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달 30일 '지방발전 20x10 비상설중앙추진위원회'가 정식 사업에 착수했다고 보도하면서 조용원 당 조직비서가 추진위 업무를 지도하게 된다고 밝혀 TF의 책임자임을 시사했습니다. 조용원으로 말할 것 같으면 북한 노동당 권력 서열 2위가 확실합니다. 여기에 박정근 내각부총리, 전현철 당 중앙위원회 경제비서, 리히용 당 중앙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등 당 중앙과 성, 중앙기관의 책임일꾼들도 추진위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등 고위간부들이 망라돼 이번 사업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누가 책임자가 되느냐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아니 김정은 총비서가 북한의 최고 책임자인데 그가 하는 말이 허풍으로 끝난 일이 얼마인데 이제 겨우 2인자 조용원을 앞장 세운다고 뭐가 달라지겠느냐 이 말입니다.

MC : 그런데 최근 들어 북한 관영 매체는, 북한의 지방에서 경제발전이 잘 진행되는 것처럼 보도하는데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안찬일: 네, 현재 북한은 5개년 경제발전 계획에 따른 각 분야별 계획이 있고 2024년 과업도 있는데 지방발전 20x10 계획에 따른 지방 공업공장 건설을·운영하는 데 필요한 재정, 자재, 설비가 제대로 뒷받침될지 미지수입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의 성과라는 건 전형적으로 아랫돌을 빼서 윗돌을 괴는 눈가리식 성과가 분명합니다. 김 총비서가 지방발전 사업의 모범사례로 제시된 강원도 김화군의 성과를 강조한 것이 좋은 례로 될 수 있습니다. 북한은 김화군의 지방공업공장들에서 지난 2년간 공업 생산액이 2배 이상으로 장성하고 군 인민들의 사상정신 상태와 물질·문화 생활 영역에서 놀라운 진전이 이룩되고 있다고 선전하는데 이거야 말로 바늘을 봉이라고 보도하는 전형적인 기만선전의 본보기입니다.

MC : 그렇군요. 그런데 이러한 변화나 현상을 바라보는 중국 현지 경제일꾼들의 반응 또는 분석은 어떻습니까?

안찬일: 네, 북한 사정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김 총비서가 올해 초 '지방발전 20x10' 정책을 추진한 배경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1980년대 말 북한과 최초로 교역을 한 이래 현재까지 신뢰를 유지하고 있는 장백산 해외동포지원사업단 이사장은 "북한의 지방은 모든 면에서 수도와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낙후돼 있고, 경제난 특히 식량난으로 인해 지방발전을 생각하기 어려웠지만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을 통해 식량난을 해결할 기반을 마련하고 에너지 문제도 풀어갈 수 있게 돼 국정에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지방에 눈을 돌릴 수 있게 됐다"면서 "아직 인프라 부족으로 지방을 단번에 발전시킬 수는 없지만 서서히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계속하여 장 이사장은 "북한의 지방발전의 또다른 핵심은 중국 화폐에 좌우되는 지방경제를 자국 화폐로 회복시키는 데 있다"며 "이 또한 북한의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북러 정상회담과 이에 따른 양국의 '백년대계' 구축 과정에서 북한 경제에 대대적인 변화가 오고, 지방경제도 발전할 것이라는 게 장 이사장의 진단입니다.

MC : 그럼 이번에는 북한 지방경제의 핵심적인 문제점은 무엇인지 자세하게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네, 우선 북한경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필요한데 김정은 총비서는 그것을 간과하고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김 총비서의 부친 김정일 위원장의 김일성종합대학 경제학부 정치경제학 전공 졸업논문이 "군의 역할에 대하여"입니다. 여기서 군은 시, 군 즉 지방행정구역을 의미하는 것으로 군을 발전시켜 인민들의 먹는 문제, 입는 문제를 풀자는 것입니다. 발상은 훌륭한 것입니다. 또 김정일 위원장이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하던 1960년대 중반까지 북한의 지방 군들에게는 경제발전의 토대가 비교적 풍부하게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그 실상을 부친 김일성 주석을 따라 매년 평안북도 창성군에 여름 휴가를 가면서 거기서 군의 발전 모습을 그려냈습니다. 산에는 유지작물과 과일나무가 풍성하고 지방마다 피복공장, 식료공장을 세워도 원료와 자재공급이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북한 지방이 비교적 1970년대까지 풍요를 누릴 수 있었던 원인은 노동당의 지방발전 정책의 정당성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MC : 그런데 어쩌다가 1980년대 들어서면서 지방경제의 황폐화가 나타나게 된 건가요?

안찬일: 원인은 간단합니다. 북한은 1970년대 중반부터 이른바 대자연개조사업이라면서 지방 산들을 8부 능선까지 발가벗겨 다락밭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산은 열매와 자재 대신, 또 알곡 대신 토사를 쏟아내 강 대안이 높아지면서 홍수와 가뭄의 악순환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알곡도 놓치고 지방경제 발전도 무너지는 대재앙이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이제와서 김정은 총비서가 지방에 매년 20개의 공장들을 세우고 10년 안에 지방인민들의 먹는 문제, 입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말은 했지만, 북한 인민들 어느 누구도 믿을 수 없는 공염불에 다름 아닙니다. 아니 공장들을 벽돌만 세운다고 공장입니까? 그안에 기계 설비들을 들여놓아야 공장, 기업소가 되는 것입니다. 또 원료와 자재를 공급받아야 그 기계들을 돌릴 수 있습니다. 벌써 4년째 평양시 종합병원 하나 완공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북한이 자꾸 이런 거미줄로 방귀 동여매는 그림을 그려내는 걸 보면 답답하기만 합니다. 그러니까 김정은 총비서는 하루빨리 중국처럼 전면적인 개혁 개방을 단행하고, 국경을 개방함으로써 미국은 물론 경제발전의 모범국가인 대한민국의 풍요가 북한 땅으로 범람하도록 문을 열었으면 합니다. 이 두가지를 실천하면 북한의 중앙경제도, 살고 지방경제도 순식간에 살아납니다.

MC : 네,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오늘 준비한 내용은 여기까집니다. 선생님, 고맙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하셨습니다.

MC: 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기자: 홍알벗,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