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북 연좌제는 최악의 인권침해

워싱턴-홍알벗 honga@rfa.org
2023.03.02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북 연좌제는 최악의 인권침해 북한 정치범 수용소 다룬 애니메이션 '트루 노스'.
/TRUE NORTH - Official Trailer 캡쳐

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진행에 홍알벗입니다.

 

북한이 추구하는 사회는 ‘공산사회, 모두가 평등하게 사는 무계급 사회로 알려져 있죠. 이 같은 입장에 대해 북한에 계신 청취자 여러분은 동의하시는지요? 오늘은 북한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독특한 통치체제 중 하나를 골라 살펴보겠습니다.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인 안찬일 박사와 함께 “세기말적 연좌제, 북한에만 있는 최악의 인권침해”란 주제를 놓고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 찬 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MC : 가끔 북한 뉴스를 듣다 보면, 계급투쟁이니, 연좌제니 하는 말들이 나오는데요. 연좌제란 말은 원래 봉건사회에서나 볼 수 있었던 인권차별 정책 아닌가요?

 

안 찬 일: 그렇습니다. 먼저 연좌제란 한 사람의 죄에 대하여 특정 범위의 사람이 연대책임을 지고 처벌되는 제도로서 죄인의 죄를 가족과 친지들에게도 함께 묻는 제도입니다. 전근대 사회인 왕조국가에서 주로 시행되었는 바,. 대역죄나 국가반역 행위, 정부나 왕, 귀족 등에 도전한 행위를 한 자들을 대부분 연좌제로 사형에 처하였으며, 그 죄를 본인의 부모, 형제, 사촌, 육촌, 팔촌에까지 전가해 연결시키기도 하였습니다. 심한 경우 범죄자와 가깝게 지낸 친지와 동네 주민들에게도 연좌제가 적용되기도 하였습니다. 연좌제가 시행되면서 보통 가까운 근친들을 함께 처벌하였는데 그때 쓰였던 용어인 삼족(三族)이란 본인의 친가, 외가, 혹은 배우자의 집안을 가리키기도 합니다. 범죄자의 일족에게도 연결시켜서 사형 내지는 당사자에 준하는 처벌을 하였다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의 연좌제는 1894년 대한제국 시대의 갑오개혁 때 폐지되었으나, 한국의 경우 공식 · 비공식으로 통용되어 오다가 1980 8 1일 공식적으로 폐지되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에는 여전히 연좌제가 강하게 적용되고 있습니다.

 

MC : , 그렇군요. 그러면 북한 당국이 강조하는 계급투쟁은 또 뭔가요?

 

안 찬 일: 계급투쟁 이론은 칼 마르크스가 처음 제시한 용어로, 계급투쟁은 생산력이 발전하는 과정에서 생산양식의 변화가 일어날 때 구체제의 지배계급과 신흥계급이 생산의 주도권을 놓고 투쟁하는 것을 일컫는 정치경제학 용어입니다. 마르크스주의에서는 기존의 생산양식이 더 이상의 생산력 발전을 가로막는 지점에 도달하면, 새로운 생산양식으로의 이행을 원하는 신흥계급과 기존의 체제에서 이득을 보던 구계급 사이에 적대적 모순 관계가 발생한다고 보고 있죠. 카를 마르크스는 원시공산제, 고대 노예제, 중세 봉건제, 현대 자본주의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끝없이 계급투쟁을 지속하며 발전해 왔으며 계급투쟁에 기반하여 발전해 온 역사를 인류의 전과정이라고 규정하고 사회주의 체제로 이행하면 계급투쟁이 소멸된 새로운 역사가 펼쳐진다고 보았으며, 사회주의를 인류 역사의 마지막 단계가 아니라 새로운 역사의 시작이라고 주장하였습니다.

 

문제는 북한은 이런 계급투쟁 이론과는 무관하게 봉건적인 족벌세습 정치를 하다보니 권력을 잡은 계급이 영원히 집권하면서 아래 피지배계급을 마치 노예처럼 부려먹는 봉건정치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계급이 갈등하며 발전해야 하는데 북한은 계급이 갈등하는 것이 아니라 압제하는 체제라고 보면 이해는 훨씬 빠를 것입니다.

 

MC : 그리고, 북한의 체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는데요. 바로 출신성분이죠? 많은 북한 주민들이 이 출신성분 때문에 고통받고 있다는데요. 북한에서는 당원이 되려고 하거나 간부로 등용되려 할 때, 그리고 대학을 갈 때 반드시 이 출신성분 조사가 진행된다고 하는데, 도대체 그 출신성분의 기준은 뭔가요?

 

안 찬 일: , 이 출신성분의 역사가 대단히 길다고 보면 됩니다. 즉 일제시기 이전부터 보는데 고조 할아버지가 지주였으면 오늘 태어나는 고손자도 지주 성분으로 분류됩니다. 또 일제시기 중조할아버지가 자본가였으면 역시 오늘 태어나는 손자도 자본가 성분입니다. 그리고 특히 6.25 전쟁시기 할아버지나 친척들이 ‘치안대’에 들었거나 월남자 가족이었으면 오늘 그 손자도 그렇게 분류됩니다. 문제는 이런 핏줄 하나로 연좌제에 걸려 평생 노동당에 입당도 못하고 군대도 못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MC : 마치 고대 로마사회 신분제도, 그리고 연좌제에 관해 설명을 듣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최근 들어 북한 당국은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를 보거나, 또 노래를 부르는 청년들에 대해 연좌제를 실시한다는데 이건 또 무슨 말입니까?

 

안 찬 일: , 먼저 북한 청년들이 요즘 즐겨 쓰는 구호 한 마디부터 전해드린다면 북한 정권은 항상 “착취받고 압박받던 지난날을 잊지말자” 이런 구호를 쓰는데, 북한 청년들은 “착취받고 압박받는 오늘을 잊지 말자”이렇게 역으로 구호를 외치고 있습니다. 너무 재미있는 말이지만 그에 시달리는 북한 신세대들의 인권침해 상황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구호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이른바 남조선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행위, 한국 노래를 부르는 행위를 북한 당국은 반동사상 추종행위로 보고 가혹하게 연좌제로 처벌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북한 당국은 2020 12월 이른바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이라는 것까지 마련해 새로운 문화에 공감하는 청년 세대들을 가혹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평안남도의 한 주민 소식통은 "20일 덕천시에서는 청소년들이 남조선 영화를 보거나 남조선 말투를 따라 하다 걸리면 해당 자녀의 부모에게도 처벌을 준다는 내용의 인민반회의가 있었다"면서 "아직도 청소년들 속에서 반동사상문화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현상을 척결하라는 당국의 지시가 내려왔기 때문에 이런 조치가 취해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MC : 그렇게 처벌이 이뤄지는데도 북한 신세대들이 왜 한국문화에 열광하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안 박사님은 왜 그러는지 알고 계시나요?

 

안 찬 일: 이유는 간단합니다. 북한 자체의 영화나 드라마, 노래가 재미있으면 굳이 남의 것에 열광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3년 전엔가 김정은 총비서가 영화예술부문 간부들에게 “우리 영화는 재미없으니 아예 찍지도 마라”고 일갈했다는 걸 보면 이해가 훨씬 빠르겠죠. 북한의 영화도 1970년대까지만 해도 좀 봐줄만 했습니다. 또 그때는 인민생활이 오늘처럼 고달프거나 배고프지 않으니 문화적 여유도 좀 있었다고 봐야겠죠. 그런데 김정일 시대를 통과하며 이건 영화가 온통 사상교양 내지 지도자 개인우상화 내용으로 엮어지니 그걸 누가 흥미롭게 보겠느냐 말입니다. 이런 형국에 아시아을 넘어 전세계를 열광시키는 남조선의 일명 k-팝 노래와 영화, 드라마가 북한에 전해지니 청년 신세대들이 아예 열광을 넘어 미쳐버리는 것입니다.

 

MC : 그렇군요. 이렇게 북한 주민들이 한국 문화, 한류열풍에 열광하게 된 데에는 핸드폰, 그러니까 손전화도 큰 역할을 했다고 봐야겠죠?

 

안 찬 일: , 그렇습니다. 오늘 북한의 핸드폰 보유대수는 700만 대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제 연좌제가 아니라 ‘그물망 감시제’ 내지 ‘위성 감시제’를 해도 별 소용이 없어졌다는 말입니다. 김정은 정권은 공연히 청년들과 그 가족들을 못살게 굴 것이 아니라 문화개방화를 촉진해 그들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자유를 전면 허용해야 합니다. 억누르고 처벌하며 인권탄압을 자행하는 것보다 차라리 풀어주는 것이 체제유지에도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어차피 압박과 처벌로 다스릴 단계를 넘어선 것입니다.

 

MC ;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안 박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안찬일: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MC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기자 홍알벗,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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