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북, 군복무 연장 “군복 속에서 썩어간다”

워싱턴-홍알벗 honga@rfa.org
2023.03.30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북, 군복무 연장 “군복 속에서 썩어간다” 북한군 병사들이 무리를 지어 행진하고 있다.
/ AP

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진행에 홍알벗입니다.

지구상에 나라 가운데 군 복무기간이 가장 긴 나라는 어디일까요? 군복무가 의무인 한국의 경우 육군과 해병대는 16개월, 해군 18개월, 그리고 공군은 19개월입니다. 그런데, 한국보다 군 복무기간이 5배나 더 긴 나라가 있습니다. 세계에서 인구당 군인 비율이 가장 높은 곳, 바로 북한입니다. 군 복무기간이 가장 긴 북한은, 군 복무기간이 남자는 10년 이상, 여자는 7년 이상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에 대한 북한주민들의 생각은 어떨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소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북한의 군 복무 세계 최장 기록이란 주제를 갖고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MC :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 찬 일: 네 안녕하십니까!

 

MC : , 지난 20일이었죠. 북한의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이런 기사가 실렸습니다, 북한 전역에서 북한 청년들 140만 명이 인민군 입대, 또는 복대를 했다는 소식이었는데요. 이러한 북한 당국의 갑작스런 대규모 군입대 소식의 배경이 궁금한데요. 선생님께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안 찬 일: 오늘 북한군은 약 120만 명의 군인 수를 기록하는 체제로 인구수 대 군인 비율이 최고로 높은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한-미 군사훈련 등을 핑계로 정세를 고도로 긴장시키기 위해 군대 자원입대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야단법석을 떨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고급중학교 졸업 예정자 내지 대학 재학생들한테 군대 자원입대 서명식을 벌려 놓고 그 숫자가 140만 명이라고 발표한 것입니다. 또 군 복대란 이미 군사복무를 마치고 제대한 청년들에게 다시 군입대를 강요하는 제도로 기절초풍할 노릇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것은 절대로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노동당이 강요로 이루어지는 군사캠페인의 일종이라고 봐야 할 것입니다.

 

MC : 앞서도 언급했듯이 북한은 군복무기간이 가장 긴 나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부분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안 찬 일: , 저도 북한군에서 실제로 9년을 복무하고 탈북한 사람으로써 북한의 대부분 청년들은 아까운 청춘시절을 군복 속에서 희생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남자는 11, 여성은 최장 8년까지 군 복무가 계속 늘어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군입대는 대부분 17내지 18세 고급중학교를 마치면서 이루어지는데 제대는 남자의 경우 28, 여성의 경우 25-6살에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군복을 입고 10년이 넘게 청춘시절을 희생당하다보니 개인의 인생은 완전히 결단 나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들의 군사복무 기간을 살펴보면, 보통 중국의 경우 3년 정도, 러시아의 경우도 비슷하고, 특히 한국은 3년이 채 안 됩니다. 그러니까 북한군의 군사복무 기간은 가히 기네스 기록에 오를 만한 일인 셈입니다.

 

MC : 하지만, 이제는 병사 수가 많다고 해서 그 나라의 군사력이 우월하다고 말하진 않지 않습니까? 이런 가운데, 북한이 군사 복무기간을 연장시키는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안 찬 일: 우선 서두에 말씀드린 대로 북한은 영토와 인구 수에 비해 군인 비율이 최고로 높다는 사실입니다. 경제와 군사과학기술이 낙후하다보니 재래식 유생역량에 의존하는 구시대의 군사정책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대한민국의 경우 경제가 발전하고 군사과학기술이 최첨단화 되면서 5000만 명의 인구에 군인 숫자는 52만 명 정도입니다.

 

두 번째로 북한에서는 군대에 아예 가지 않는 특권층이 너무 많다 보니 나머지 청년들이 희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에서는 예술단체, 체육단체, 국방연구분야, 특권층 자제들 등 좀 힘깨나 쓰거나 특별한 재능을 가진 청년들은 군입대에서 면제됩니다. 이들의 몫을 나머지 힘없는 노동자, 농민 자녀들이 커버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전에는 대학 입학하는 청년들도 군입대를 면제 받았는데 1990년대부터 그 제도는 사라졌습니다. 그러니까 북한 청년들 대부분이 한창 배우고 일할 나이에 군복 속에서 썩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MC : 문제는 군 복무 후 사회로 나올 때 오랫동안 군사복무를 한 것에 대한 혜택이 너무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제대 군인에 대한 혜택은 어느 정도인지 설명해 주시기 바랍니다.

 

안 찬 일: 한 마디로 처참하기 짝이 없습니다. 대부분 어려운 직장으로 무리배치되는데 특히 탄광이나 농촌 등에 가는 제대군인들은 정말 불만이 높습니다. 청춘시절을 깡그리 바쳤는데 그 댓가가 다시 중로동 직장이라면 그걸 반길 청년들이 어디 있겠습니까. 물론 장마당 경제 시스템에서 당국자들이 무리배치해도 얼마 뒤 탈출하는 제대군인들이 대부분이지만 여성 제대군인들은 꼼짝달싹 못하고 따를 수밖에 없는 제한성이 있습니다. 여성 제대군인들은 대체로 결혼 적령기가 되어 사회로 방출되다보니 부모들이 결혼을 강요하고 있어 다른 데로 일자리를 찾아보기도 전에 가정의 포로가 되는 경우 많습니다. 그래서 요즘 북한에서는 여성들이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이 날이갈수록 늘어나고 있습니다. 일자리와 주택 등이 보장될 때 결혼하기 마련인데 그 모두가 열악하다보니 아예 결혼을 피하고 있는 것으로 맞서고 있는 것입니다.

 

MC : 혹시 군인들이 제대할 때 대학 추천이나 노동당 입당, 혹은 간부 등용 같은 혜택은 없나요?

 

안 찬 일: 대학 추천은 있긴 한데 출신 성분이 좋아야 대학 추천을 받습니다. 원래 대학생 수가 당국이 철저하게 조정하다보니 그 많이 쏟아져 나오는 제대군인들을 대학이 받아줄 여력이 안 되는 것입니다. 한때는 경보병, 민경 등 특수부대 출신들은 시, 군당위원회 지도원급 정도로 간부 등용을 해주었지만 지금은 그것도 여의치 않습니다. 간부등용이나 직쟁 배치가 모두 뇌물로 이루어지다 보니 열성 당원들도 마땅히 갈 자리가 없는 것입니다. 요즘은 군입대부터 배치, 복무기간, 제대 후 직장 배치 내지 간부등용이 전부 뇌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MC : 북한에서는 “고인다”는 말로 불리는 뇌물수수가 일상화될 정도로 흔하다고들 하는데 실상은 어떤가요?

 

안 찬 일: 그렇습니다. 북한의 군복무 기간 연장으로 입대 기피가 심해지며 병역을 면제받기 위한 뇌물액수도 2배로 늘었다고 합니다. 최근 북한 소식통은 "군복무 기간이 3년이 더 늘어나 남성은 11, 여성은 8년이 됐다" "군입대 면제를 받으려면 뇌물액수도 기존의 중국돈 3000원에서 6000( 870달러)으로 크게 늘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일단 뇌물을 고여서(들여서) 군입대 면제를 받는다 해도 또 돌격대라는 함정이 기다리고 있다" "군입대에서 제외된 대상은 돌격대로 선발돼 농장과 광산, 건설장에 동원되기 때문에 힘없고 돈이 없으면 입대 대상에서 제외된다 해도 별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소식통도 "새로 변경된 군사복무제로 인해 대부분의 청년들이 군대에서 청춘을 다 보내야 할 판"이라면서 "올해부터 남녀군인들은 3년 더 협동농장에서 일해야 군복무를 마치고 제대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최근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의 지시에 따라 남녀 군사복무기한이 3년 더 늘어나자 남성은 11, 여성은 8년 군복무를 해야 한다"면서 "상황이 이렇게 되면서 돈 많은 주민은 뇌물을 써가며 보다 편한 부대에 자녀를 입대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MC : 오늘 북한의 군사복무 제도와 제대 후 직장배치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북한의 군사복무관련 문제점을 해결할 만한 좋은 대안이 있을까요?

 

안 찬 일: 북한이 전술핵 배치로 군 병력 수를 줄일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입니다. 대관절 나라 경제가 작동을 멈추었으니 청년들을 그냥 ‘군복입은 노동자’로 남겨두는 것이 북한 사회통제를 위해서도 좋다고 당국자들은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아까운 청춘들을 병영에 가둬두는 제도가 바뀔 때 북한에도 희망이 생길 것입니다.

 

MC : 어느덧 마칠 시간이 다 됐습니다. 안찬일 박사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 찬 일: , 수고하셨습니다.

 

MC:  저희는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기자: 홍알벗,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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