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북한의 충성 맹세, 4대 세습 준비?

북한의 근로자들이 "김정은 원수를 단결의 유일중심, 영도의 유일중심으로 높이 모시고 결사옹위하며 유일적령도를 충직하게 받들겠다"고 결의하고 있다.
북한의 근로자들이 "김정은 원수를 단결의 유일중심, 영도의 유일중심으로 높이 모시고 결사옹위하며 유일적령도를 충직하게 받들겠다"고 결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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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입니다. 저는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MC: 올해 1월 8일은 북한 김정은 총비서의 40회 생일날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이날 북한에서는 이른바 '김정은 조선'에 충성을 맹세하는 서약식이 진행되었던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습니다. 이것을 두고, 과거 김정일 시대 개막 때와 같은 세습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 아니겠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늘은 "김정은 체제는 왜 인민들에게 충성을 강요하는가"라는 주제로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 문제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안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MC : 김정은 총비서가 집권한지도 어느덧 1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이 정도면 3대세습도 자리를 잡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죠. 그런데, 요즘 들어 김정은 우상화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지금 북한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요?

안찬일: 네, 모두들 의아해하던 궁금증이 하나 둘 풀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김일성과 김정일의 초상화를 내리고, 얼마 전인 지난 4월 15일에는 태양절 간판을 슬그머니 거두더니 드디어 3대 수령 김정은에 대한 본격적인 개인숭배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중 김정은 총비서의 40회 생일날인 지난 1월 8일 북한 주민들이 일제히 충성 선서를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니까 일반적인 충성예식은 수없이 진행해 왔지만 바로 김정은 총비서의 생일날을 계기로 충성선서를 했다는 것이 특징으로 되는 것입니다.

MC : 그렇군요. 그런데 그 충성선서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진행한 건가요?

안찬일: 네, 충성선서는 올해 김정은 생일 당일날, 그러니까 1월 8일 아침에 북한 주민들이 공장 기업소와 기타 단위 사업소별로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서약하는 행사가 진행됐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충성 선서는 김일성 수령과 김정일 위원장에게만 했는데 이제는 그 모두를 거두고 김정은 총비서에 대한 충성선서로 바뀐 것입니다. 그동안 자제해 오던 김일성 김정일 시대의 막을 내리고 새로운 3대 세습의 북한을 만들어 가겠다는 것입니다.

MC : 그런데 충성 선서는 어떤 내용입니까?

안찬일: 네, 선서문은 총 5개 항으로, 김정은의 유일적 영도에 절대 충성, 절대 복종하며 오직 백두 혈통을 믿고 따르겠다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김정은 조선'을 수호하겠다는 표현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사실 그동안 조선이라고 하면 통상 '김정일 조선'이었어요. '김일성 민족', '김정일 조선'. 김정일 조선을 대신해서 이제는 김정은 조선으로 만들어 가겠다 이런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선서문 일부는 지난달 11일 김정은의 노동당 제1비서 추대 12주년을 맞아 업적을 찬양한 노동신문 사설 내용과 일치합니다. 또 지난 2월 자유아시아방송이 공개한 선서문과도 내용이 같습니다. 다만 '조국 통일'이라는 문구가 적힌 것으로 볼 때, 북한이 통일 정책 폐기를 선언하기 전 작성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런 기조로 간다면 내년 2025년 1월 8일 김정은 생일 때부터는 국가적 명절로 지정하고 대대적인 우상화 행사를 전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입니다.

MC : 지난 80여 년간의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 시대를 지나 이제 또 다시 김정은이란 새로운 통치자의 우상화 시대를 맞게 되었는데요. 이와 같은 북한의 통치행위는 어떤 제도를 모방했다고 봐야 할까요?

안찬일: 네, 북한 정권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떻게 저런 사람들이 80여 년 동안 권력을 장악하고 그것도 모자라 3대까지 대를 이어 가며 권력을 누릴 수 있는가에 대한 회의가 충만해 집니다. 북한정권을 보면 인간의 본성에 대하여 근원적인 의문이 생기지 않나요?. "왜 최악의 인간들이 권력을 잡는가" 이런 의문에 과학적인 답을 낸 사람이 위대한 자유주의 사상가 하이에크입니다.

하이에크는 1899년에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소련의 붕괴를 목격하고 1992년에 사망하였습니다. 1974년에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그가 쓴 책중에는 1944년에 나온 '노예가 되는 길'(The Road to Serfdom)이 특히 유명한데, 이 책의 주제는 '왜 히틀러나 스탈린과 같은 전체주의 체제가 탄생하는가', '왜 사회주의는 필연적으로 전체주의로 갈 수밖에 없는가' 등입니다.

MC: 책의 내용 가운데 '왜 최악이 정상에 오르는가"라는 장이 있습니다. 이것이 가리키는 것은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해 주시지요.

안찬일: 네, 하이에크는 이 책에서 인간을 두 부류로 나눴습니다. 한 그룹은 높은 교육을 받은 지적으로 우수한 사람들로서 이들은 교양이 있기에 생각과 취향이 다르고 어떤 특정한 가치관에 경도되지 않습니다. 독재자들은 이들보다는 원시적이고 서민적인 본능을 가진 대중을 노리는데, 대중이 꼭 무식한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풍습과 생각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숫자가 많은 계층은 역시 저수준 계층입니다. 이 계층은 독립성과 창조성과 너그러움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이들을 표적으로 한, 최다 군중을 지지자로 확보하기 위한 최대 공약수적인 정책과 전략은 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습니다.

MC : 그러니까 북한의 집권세력은 이제 김일성 김정일과 영원히 함께 한다는 구호를 땅에 묻고 김정은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뭐 그런 건가요?

안찬일: 네, 그렇습니다. 이제 우상화의 표적을 선대 수령에서 벗어나 3대 세습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어가겠다는 것이며 서서히 김주애로의 4대 세습도 준비하겠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평양의 집권자들이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히틀러가 그랬고 스탈린이 그랬듯 영원한 우상화는 없습니다. 독재사회가 지속될 때 우상화도 가능하지 독재체제가 막을 내리면 우상화도 함께 막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도 그래서 평양의 집권 세력이 김정은 총비서 우상화를 조심스럽게 진행해 온 것 같습니다. 인간 개인은 양심이 있지만 집단은 없다고 합니다. 사회주의, 전체주의 등의 집단주의는 인간 생명의 존귀성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 집단주의는 필연적으로 인권과 양심, 자유를 탄압하게 됩니다.

전체주의는 거짓과 폭력을 무기로 하고 사회 저변층을 앞세우므로 증오, 갈등, 분열, 욕설, 거짓말 같은 저급한 문화를 확산시키게 됩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는 최악의 인간들이 그 사회의 꼭대기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 인류사회가 보여준 냉엄한 진리였습니다.

MC :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오늘은 여기서 마치겟습니다. 안 박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안찬일: 수고하셨습니다.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요.

에디터이진서,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