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김정은, 재래식 무기장사로 기사회생 꿈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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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입니다. 저는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우리 속담에 '죽으라는 법은 없다'라는 말이 있죠. 그런데 요즘 이 속담이 북한 당국의 상황과 잘 맞아 떨어진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틈타 러시아에 무기를 팔고 대신 밀가루와 신식 무기 도입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가리키는 건데요. 오늘은 "재래식 무기장사로 기사회생 꿈꾸는 김정은 체제" 라는 주제를 갖고 한국의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좀 더 자세히 살펴 보겠습니다.

안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MC : 지난 12일 한국 국가정보원은 북한 정권이 노후된 재래식 무기를 전쟁 중인 러시아에 판 뒤 외국산 부품을 불법 조달해 신형 무기 생산에열을 올리고 있다는 자료를 공개 했습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안찬일: 네, 지난 해 9월 김정은 총비서의 러시아 공식 방문 이후 북한 정권이 전쟁중인 러시아에 방사포탄을 비롯하여 수만 발의 포탄을 수출하고 중유와 밀가루 등 식량을 들여오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 아닙니까? 그런데 이번에 다시 한국의 최고 정보기관인 국정원은 12일 북한이 노후 재고 무기를 러시아에 공급하고, 외국산 부품을 불법 조달해 신형 무기 생산에 활용하는 것에 대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국정원은 이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공격에 쓴 무기 가운데 1970년대 북한산 122㎜ 다연장로켓포(방사포)가 포함되는 등의 "동사안 관련 정황이 있다"며 이같이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협력 제반사항에 대해 지속 추적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MC : 그런데 실제로 북한 정권의 러시아 무기수출이 직접 입증된 적이 있나요?

안찬일: 네 여러 차례 있었습니다. 올해 초 북한의 북방 라진항에 러시아 대형 선박이 드나들고 거기서 하역과 상차가 발견된 것은 물론 직접 러시아 사람들에 의해 북한 정권의 무기 수출이 증명되었습니다. 즉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의 한 사진작가는 전쟁 현장에서 '방-122' '파지'(파편형 지뢰) 등의 한글이 적힌 포탄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했습니다. 여기에는 포탄의 생산 연도가 1977년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아니, 우크라이나 전냉터에 한글이 적힌 포탄이 떨어져 있었다면 그건 북한 제 내놓고는 설명이 필요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또 지난해 9월엔 우리 정보 당국과 군 당국은 북한이 122㎜·152㎜ 포탄을 러시아에 공급한 정황을 포착했지만, 이에 대한 후속 조치를 공개하지는 않았습니다. 러시아와의 외교관계가 공개를 망설이게 만든 것이죠. 전문가들은 이 포탄이 북한의 122㎜ 방사포(다연장로켓의 북한식 표현)용 로켓탄이라고 분명하게 분석했습니다.

MC: 그런데 근래들어 북한이 여려 차례 방사포 및 미사일 실험을 단행했는데요. 그것이 북한에서 러시아로의 무기 수출과 관련이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선생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안찬일: 네, 명명백백한 사실입니다. 러시아는 이미 지난해 중반 경 포탄이 거의 고갈되면서 북한에 손을 벌리기 시작했습니다. 북한 무기와 러시아 무기는 구경 및 종류에서 호환성이 강하기 때문에 마침 북한의 재래식 무기는 러시아 군에게 절대적인 공급창이 된 것입니다. 북한 정권 역시 침략국가이든 뭐든 무기를 팔아 외화만 벌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그 무슨 호기로 여기고 달려들었습니다.

북한은 러시아에 노후 재고 포탄을 넘기고 대량 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개량형 개발에도 속도를 내는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지난해 8월 방사포 공장을 시찰하고 "이제는 포탄생산에 총궐기하여 우리 포병무력의 전투성을 한 계단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생산력 제고를 독려한 바 있습니다. 또 지난 11일에는 유도 기능이 적용된 신형 240㎜ 방사포 시험사격을 직접 참관했습니다.

MC : 그런데 다른 외국의 연구단체들도 북한의 포탄 수출을 공개하고 있다는데 어던 내용입니까?

안찬일: 네, 지난 2월 영국의 무기감시단체인 분쟁군비연구소(CAR)는 "우크라이나에 떨어진 러시아군의 북한산 탄도미사일 잔해에서 미국·유럽산 부품이 91%에 달했다"는 분석 결과를 공개했습니다. 이에 미국의 안보 문제 전문가들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감시를 피해 러시아나 중국 등으로부터 부품을 전달받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미사일과 정밀 포탄들에는 많은 첨단 기술이 필요한데 북한 수준으로 그걸 제대로 만들어 낼리는 없고 중국을 통해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기술과 부품을 몰래 들여다 무기를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는 것이죠. 우리 속담에 “자루속의 송곳은 감출 수없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북한 당국이 제아무리 숨기려 해도 진실을 숨기기는 어려운 것입니다.

MC : 북한이 러시아에 무기를 수출하는 일은 인도적 견지에서 대죄악으로 되지만 우리는 한켠으로 외화를 벌어 인민경제를 살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북한 정권이 큰 돈을 벌었다고 봐야 할까요?

안찬일: 네, 현재 러시아로 포탄 수출이 가능한 나라는 북한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물론 포탄 거래 규모는 러시아 측도 북한 측도 극비에 부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성사진의 분석을 통해 어느 정도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데요. 북한이 러시아로 수출할 수 있는 포탄은 최소 100만개, 최대 300만 개로 추정됩니다. 포탄을 국제시장 가격보다 훨씬 싸게 판다고 해도, 북한은 수십 억 달러를 쉽게 벌 수 있는 겁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이 돈은 갑자기 생긴 큰 수입입니다. 그 수입 중 일부는 무기개발이나 특권계층의 소비로 낭비되겠지만 일반 평백성들도 얻을 게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비록 무기 무역으로 얻은 돈이라도 북한 주민 생활이 어느 정도는 좋아질 것 같습니다. 문제는 러시아가 전쟁 중이다보니 외화가 부족해 북한 정권에 현금보다 물자로 댓가를 지불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주로 식량으로 밀가루와 중유 등이 댓가로 지불되는데 이런 것들이 당장 인민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우선 군부대와 평양시 등이 그 혜택을 보게 될 것이고 지방의 어려운 인민생활은 당분간 어려움의 연속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판단됩니다.

MC : 사실 북한의 경우, 군수공업은 일반경제의 연속선 상에서 봐야지, 거의 문 닫기 직접의 북한 인민경제가 군수공업의 보장에 얼마나 기여할지는 안 봐도 뻔한 일 아닙니까?

안찬일: 네 옳은 말씀입니다. 북한의 현재 국영기업은 30%도 작동하지 않습니다. 군수공업인 제2경제 역시 50% 이상 가동률을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북한 정권의 경제방식으로는 시장이 생겨도 물품을 보장할 수 없는 한계를 머지 않아 드러낼 것입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좀 뛰어다니며 닦달한다고 일어설 북한 경제가 아닙니다. 북한 정권은 이번 기회에 무기수출에 전념할 대신 북한 경제를 개혁과 개방으로 체질을 개선하여 우선 인민경제부터 살려놓고 군수공업을 작동해야 할 것입니다.

MC :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오늘은 여기서 마치겟습니다. 안 박사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찬일: 수고하셨습니다.

MC: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