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지난 8일 중국 항저우 아시아경기대회가 막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아시아인들의 우정과 평화, 그리고 협력을 다지는 대회에서 북한이 돌발행동을 저질러 전세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짚어 보겠습니다. 안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
MC :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남한이 금메달 42개를 따면서 전체 종합성적 3위를 차지했습니다. 안 박사님은 어떻게 보셨는지요?
안찬일: 중국이 금메달 201로 당당하게 1등하고 일본이 금메달 52개로 2위, 그리고 대한민국이 금메달 42개로 3위를 차지했습니다. 북한선수단은 금메달 11개로 10위에 올랐습니다. 결국 남과 북의 금메달을 합치면 우리 민족이 얼마든지 2등을 할 수 있는 실력이었습니다. 참으로 한민족의 체력과 기량은 대단했습니다. 만약에 코로나 악조건이 없고 그동안 북한 선수단이 국경이 폐쇄되지 않고 자유롭게 국제무대로 드나들었더라면 북한도 더 훌륭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을 것입니다. 역도와 체조 등에서 보여준 북한 선수들의 모습은 참으로 대견하였습니다.
MC : 그런데 이번 아시아경게대회에서는 북한 당국이 남한 선수단, 그러니까 대한민국을 향해 '괴뢰'라는 표현을 사용해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습니다. 북한은 언제부터 남한을 괴뢰라고 부른 건가요?
안찬일: 네, 북한의 조선중앙TV가 지난 2일 메인 뉴스에서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준준결승 남북 간 경기 결과를 보도하면서 대한민국을 '괴뢰'로 표기했습니다. 북한은 일반적으로 남한을 지칭할 때 '남조선'으로 표기하거나 특별한 상황에서는 종종 '대한민국'으로 표현해 왔습니다. 올해 들어와 김여정이 2회, 강순남 국방상이 1회, 9월 27일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는 김정은 총비서마저 대한민국이란 표현을 세 번이나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북한이 딴소리를 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에서 한국을 가리키는 표현인 '남조선' 호칭이 사라지고 지난달 13일 북한 노동신문 보도 이후 북한은 한국을 가리켜 꼭두각시 인형을 의미하는 '괴뢰'라는 표현만 사용하고 있습니다.
8일을 기준으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북한이 대한민국을 부를 때 사용하는 표현인 남조선을 마지막으로 사용한 때는 지난 9월 13일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중앙상임위원장 관련 기사였습니다. 이후 북한은 남조선이 아닌 '괴리' 또는 '괴뢰 지역'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북한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서도 남조선 표현이 쓰인 것은 8월 16일이 마지막이었습니다.
MC: 북한이 도를 넘어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인데요. 북한이 사용한 '괴뢰'의 의미를 다시 한번 짚어주시죠.
안찬일: 괴뢰에 대한 표현은 그 의미가 남과 북이 좀 다릅니다. 즉 북한은 괴뢰에 대해 사전에서 "제국주의를 비롯한 외래 침략자들에게 예속돼 그 앞잡이 노릇을 하면서 조국과 인민을 팔아먹는 민족 반역자 또는 그런 자들의 정치적 집단"을 뜻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철저하게 정치적으로만 사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남한은 어떤가? 대한민국 국어사전은 허수아비 괴(傀), 꼭두각시 뢰(儡). '괴뢰'는 민속 인형극 꼭두각시놀음에 나오는 인형을 뜻한다고 순수하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남이 부추기는 대로 따라 움직이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뜻도 있습니다. '괴뢰국'은 자주국을 표방하나 사실상 특정 국가에 예속돼 그 나라의 지시대로 운영되는 국가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제국주의가 득세했던 20세기 무렵, 식민지를 통치하는 방식의 하나로 여러 행태의 괴뢰국이 존재했으나 21세기 들어서는 사실상 그 표현이 사라졌습니다. 대표적으로 일본이 만주를 점령하고 세운 부의 정권을 괴뢰정권이라고 비판했었습니다.
MC : 그런데, 왜 이번에 북한이 느닷없이 남한을 괴뢰라고 부르고 나섰는지 그 의미를 좀 짚어주시죠. 저희가 주목해야 할만한 뭐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요?
안찬일: 다른 의미보다 북한은 현재 대한민국에 너무 국력이 밀리고, 또 최근 러시아를 방문하고 돌아온 김정은 총비서가 뭔가 후원자를 만난 듯 의기양양한 데로부터 분수없이 괴뢰타령을 들고 나왔다고 생각됩니다. 물론 남북관계가 어느 때보다 경색된데 그 본질이 있지만 파탄의 주범은 평양 정권이지 한국 정부가 아닙니다. 그들은 언제든 북한에 대해 인도적 지원을 공약하고 있고, 대화의 문을 열자고 얼마전에도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평양 방문을 요청했었습니다. 특히 북한 정권은 육석열 대통령 집권 후 한국 정부가 원칙적인 대북정책을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는데 대해 일종의 열등감을 느낀데로부터 괴뢰 타령을 늘여놓기 시작했다고 봅니다.
MC : 그렇다면 북한이 생각하는 개념에서 볼 때, 남한과 북한 중 소위 '괴뢰의 저울'에서 어느 쪽이 더 괴뢰에 가깝게 나올까요?
안찬일: 재미있는 표현입니다. 평양정권은 아직 남한에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점 등을 들어 한국을 괴뢰라고 나팔 불지만 세계평화를 위해 미군은 일본에도 주둔하고, 독일에도 주둔하고 사방 천지에 모두 주둔하고 있습니다. 원초적으로 평양정권은 소련군이 세운 정권 그대로이니 북한 정권이 진짜 괴뢰에 가깝지 않나요? 대한민국 정부는 벌써 대통령이 10번도 넘게 바뀐 민주정부입니다. 그들은 자기 국민들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뽑았지만 평양정권은 3대 세습정권이니 괴뢰보다도 못한 봉건정권입니다. 북한 당국은 뭘 좀 알고 입을 벌려야 할 것 같습니다. 왜 요즘 김정은 총비서까지 나서 대한민국이라고 불러줍니까? 남한이 너무 힘이 세니 북쪽의 반쪽짜리 봉건정권만이라도 지켜 보겠다고 얄팍한 수를 쓰고 있는 것입니다.
MC : 이런 가운데 중국의 수도 베이징을 비롯한 전세계 곳곳의 북한 해외식당에서 '남조선 손님들은 받지 말라'는 평양의 지시가 떨어졌다고 합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입니까?
안찬일: 이런걸 가관이라고 하지요. 해외에 식당을 차릴 때는 외화벌이를 하자고 차렸는데 이제 와서 동족의 손님은 들어오지 말라니 거기가 무슨 평양 한 복판입니까? 평양이나 북한 식당들에서 손님을 가려 받지 해외 국제무대에서 이 손님은 안 된다, 저 손님은 들어오지 말라는 것은 전형적인 괴뢰정권이 하는 장사수법입니다. 중국을 비롯한 북한 해외식당에서 남한 손님들 안 받으면 외화벌이는 물건너 가는 것입니다. 그래도 동족이라고 꼭 북한 식당을 찾아 매상을 올려주는 남한 손님들을 배척하면 해외 북한 식당들 모두 문닫아야 할 것입니다. 이제 선진국가 반열에 올라선 대한민국을 괴뢰라고 부르더니 그들과 상종도 안하겠다고 문을 걸어 잠그는 평양 정권의 작태를 보니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기발을 내리고 문 닫을 날도 머지 않아 보입니다.
MC :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오늘은 여기서 마치겟습니다. 안 박사님, 수고 하셨습니다.
안찬일: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MC: 청취자 여러분 함께 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