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북한 농민 쌀독 바닥...쌀 뺏기고 빚만 늘어

워싱턴-홍알벗 honga@rfa.org
2022.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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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북한 농민 쌀독 바닥...쌀 뺏기고 빚만 늘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황해북도 은파군 대청리 수해현장에 직접 방문한 뒤 전시 등 유사시 사용하기 위해 비축한 전략물자와 식량을 풀어 수재민 지원에 쓰도록 지시했다고 지난 2020년 8월 조선중앙TV가 보도했다. 사진은 논 옆에서 근심 어린 표정으로 서 있는 김 위원장의 모습.
/연합

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홍알벗입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다시는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선언한지도 10년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먹는 문제는 해결의 기미를 보이질 않고 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추수 탈곡이 끝나지도 않은 지금, 북한 농민들의 쌀독은 텅텅 비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북한 농민들의 쌀독이 바닥을 드러내는데도 대책 없이 손을 놓고 있는 북한 당국의 상황을 짚어 보겠습니다.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인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한 주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MC : 북한 주민들의 먹는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죠. 그런데, 추수 탈곡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북한 농민들의 쌀독이 비어 있다는 사실이 잘 믿겨지지 않는데 말이죠.   

 

안찬일: 저도 마찬가지 생각입니다. 그런데 북한의 소식통들은 분명 그렇게 전해오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북한 농촌 지역에서 농민들의 식량 사정이 그 어느 때보다 힘들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데, 일단 올해 농사도 잘 안됐고 당국의 의무수매제도 강화로 농장과 농민이 비료 등 농자재 구매를 위해 꿔다 쓴 돈을 갚지도 못하고 있는게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개 주둥이에도 이밥 꽃이 핀다’는 속담이 무색하게 많은 농가가 빚을 물어주고 나면 당장 가마에 넣을 낟알도 없다는 것입니다. 북한의 농촌 사정이 아무리 어려워도 빨라야 다음 해 4, 5월에 절량(絶糧) 농가가 생겼고 밀, 보리 수확 시기까지 고생한다고 해서 ‘보릿고개’라는 말도 생겼습니다만, 이렇게 겨울도 나기 전에 벌써 식량 부족 상태에 빠진 농가가 많은 건 이례적인 일입니다.

 

MC : 아, 그렇군요. 그런데, 방금 ‘당국의 의무수매제라고 하셨는데요. 북한 농민들이 이러한 ‘국가수매’ 제도 때문에 무척 힘들다고 들었습니다. 뭐가 문제인 거죠?  

 

안찬일: 네, 사실 이것은 1970년대 초반까지만 통하고 그 이후는 무조건 수탈해 가기 때문에 무의미한 정책입니다. 즉 농민들이 1년 농사를 지으면, 비료대와 농기계 사용료, 군인들 등 국가기관 사람들 먹여살리기 위해 정부가 받아가는 식량을 듣기 좋게 <국가수매>라고 부릅니다. 문제는 그 비율인데 처음에는 농사의 주체인 농민들이 충분히 먹을 것을 남겨주고 수매하도록 했는데 점점 수매량이 늘어나 이제는 반대로 농사지은 농민들이 기근에 시달려야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 말았습니다. 일제 시기 소작료도 3:7제라고 농민들이 70%를 배분 받았는데, 이건 노동당이 21세기 지주로 되어버린 것입니다. 현재 북한 농민들은 탈곡장에서 노동당에 70%를 빼앗기고 집에 가져가는 식량은 30%도 채 안되니 벌써 쌀독이 비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MC : 그렇다면 현재 북한의 식량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건가요?

 

안찬일: 네, 황해도 지역에서는 탈곡한 벼를 평양과 군부대가 막 실어가 농민들의 불만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가 하면 북한의 다른 지역에서도 식량을 대부분 빼앗긴 농민들의 원성이 이만저만 아니라고 합니다. 심지어 양강도 삼수군의 어느 협동농장 작업반은 40개 농가 중 10개 농가가 식량이 거의 없이 고리대로 강냉이(옥수수)를 꿔다 먹고 있다고 합니다. 또 비교적 곡창지역인 평안북도 염주군과 평안남도 숙천군의 협동농장들에서도 수탈은 강하게 이루어져 농민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이것은 북한 농민들이 워낙 빚을 크게 진 것에도 원인이 있습니다.

 

MC : 농민들이 빚을 지고 있다는 건 또 무슨 말인가요?

 

안찬일: 네, 오늘 북한 농민들은 일제 강점기로 돌아갔다고 아우성인데 모든 농민들이 ‘빚쟁이’가 되어서 그렇습니다. 즉 협동농장들은 자생력이 사라진지 오랬고 봄이 오면 비료대와 농기계 기름값 등을 전부 당국 은행과 신흥부자들에게 빌려 농사를 짖게 됩니다. 그걸 가을이 오면 식량으로 갚아야 하는데 노동당이 식량을 모두 수탈해 가니 살길이 없는 것입니다. 잠정적인 조사이지만 현재 북한 농민들의 부채율은 일제시기 조상들의 부채율보다 더 높다고 합니다. 이건 말이 사회주의지 봉건주의가 아니고 그 무엇이란 말입니까?

 

MC: 그러면, 북한 당국은 이렇게 북한 농민들이 안고 있는 문제들을 풀어줄 수 있는 해결책을 갖고 있나요?

 

안찬일: 정책은커녕 대책도 없다고 합니다. 형편이 이런데도 노동당과 최고지도자는 국가 안보 위기를 운운하며 미사일을 쏴 단 며칠 사이에 1억 5천만 달러(추정)를 하늘에 날려 보냈습니다. 이 돈이면 약 30만 톤의 쌀을 살 수 있고, 북한 주민들이 30일 동안 이밥만 먹고 살 수 있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이 와중에 북한 노동당은 모든 책임을 자연재해와 농민들의 충성심 부족으로 돌리고 있습니다. 정말 억이 막히는 일입니다. 실제 평안남도에서는 도 당 위원회 조직지도부가 올해 농산물 생산 감소의 책임을 묻기 위한 ‘사람잡이’ 조사가 시작됐다고 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경 봉쇄와 이동 통제를 단행하고 여기에 자력갱생을 만능의 보검으로 내려 먹인 노동당과 최고지도자는 정말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까?

 

좀 더 부연하면 의사 결정자로서 1인의 불완전함에 대한 논의는 오래전부터 있었으며, 인간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신격화하는 것은 모두에게 해를 끼치기 마련입니다. 이는 역사적으로 이미 증명된 사실입니다. 또한 오늘의 어려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출구전략으로 자력갱생은 틀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는 변화가 답입니다. 권력을 유지하면서도 정상 국가의 체면도 가져가려면 변화하고 혁신하여야 합니다. 김정은 정권이 현재처럼 좋지 못한 온갖 방법으로 체제유지에만 매달린다면 결국 인민대중의 심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MC : 과연 북한은 중국처럼, 또는 베트남, 즉 윁남처럼 집단농장 제도를 개혁할 수 있을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안찬일: 지금 정치체제로는 10년이 가도, 아니 50년이 가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북한은 식량 자체 해결을 포기한 상태에서 단지 체제유지 목적으로 식량을 통제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인민들의 원성이 들끓어도 노동당은 김정은 통치자 눈치 보느라 개혁정책을 내놓을 수 없습니다. 북한의 계획경제가 무너진지 30년이 다 되어 오고 있습니다. 이제 농촌의 식량생산까지 무너지고 나면 북한은 그것으로 끝납니다.

 

MC : 최근 중국에서는 농민공 출신들, 그러니까 농촌을 떠나 공장에 취직하러 떠돌아 다니던 청년들이 정부에 저항하는 시위를 벌이는 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들은 이제 아무리 공산당이라고 해도 잘못하면 저항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벌어질 수 있을까요?

 

안찬일: 북한에서는 아직 좀 이른 일이지만 한 줄기 가능성은 있어 보입니다. 이제 북한 정권이 북한군 전략군을 전선으로 배치하고 일반 보병을 후방으로 빼내면 북한에는 ‘농민공’이 아니라 ‘군인공’이 탄생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과거 북한 농촌에는 젊은이들이 모두 군대로 끌려가 아녀자와 노인들만 있었는데 이제 젊은 피가 흐르는 ‘군인공’ 즉 ‘군인농’들이 집단배치되면 이들은 피땀흘려 지은 식량을 손쉽게 빼앗기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김정은 정권은 농민들이 저항하기 전에 농업을 개혁해서 농민들이 굶주림에 시달리지 않도록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인민들을 굶주리게 만든 그 어떤 정권도 오래 못간다는 사실을 김정은 총비서는 하루 빨리 알아야 할 것입니다.

 

MC : 네, 오늘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순서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안 박사님, 수고하셨습니다.

 

안찬일: , 고맙습니다.

 

MC: 저희는 다음 주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고맙습니다.

 

(기자: 홍알벗, 데스크: 이진서, 웹담당: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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