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변화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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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워싱턴의 홍알벗입니다. 지난 달 26일 북한에서는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북한 당국은 반대표까지 공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복수후보에 의한 공정한 선거를 한다고 발표해 놓고 실제로는 단일 후보를 내보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한국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북한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의 허와 실'이런 제목으로 이야기 나누겠습니다. 안 박사님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

MC : 먼저, 얼마 전 북한에서 열린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와 남한의 선거 차이가 어떤 것인지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자유국가의 국회의원 선거라면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는 자유국가의 지방의회 의원 선거라고 보면 됩니다. 반면 북한에는 지방 기관장 선거는 없고 전부 노동당이 임명하는 간부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지방 대의원들이 정책 결정권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인데, 최고인민회의 대위원이 거수기이듯이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역시 거수기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아예 정책발의라든지 정책건의 제도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MC : 그런데 이번에 선거에서 북한의 100% 찬성이 깨졌다는데 그건 무슨 소리인가요?

안찬일: 네, 지난 26일 북한 지방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67년 만에 찬성률 100%가 깨졌습니다. 다만 공개투표로 진행된 만큼 반대표는 사전에 짜인 각본에 따라 행사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북한이 자신들의 정치가 '정상적'임을 선전하기 위해 찬성률이 100%에 못 미치는 투표 결과를 대외적으로 공개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오래 전인 1956년 선거 땐 실제 반대세력이 존재했고 북한 당국은 그것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열린 북한 도(직할시), 시(구역), 군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에서 투표율 99.63%로 2만7,858명의 노동자, 농민, 지식인들이 각 지역 대의원에 당선됐다고 28일 보도했습니다. 노동신문이 발표한 찬성률은 도 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99.91%, 시·군 선거가 99.87%였습니다. 1960년대 이후 처음으로 100% 찬성률이 깨진 것입니다. 인민회의는 북한의 입법기관으로, 우리나라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와 지방의회 격인 '지방인민회의'로 구분합니다. 북한 주민들은 내가 반대하든. 찬성하든 후보자는 무조건 당선되기 때문에 그 비율의 의미는 전혀 없다고 해야 합니다.

MC :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북한 정권이 복수후보를 낸다고 하지 않았었나요? 그런데 실제 선거장에서는 단일 후보로 투표가 이루어졌습니다. 이건 어떻게 된 일입니까?

안찬일: 네, 우리가 직접 김정은 총비서의 투표장면을 통해 확인하였지만 그가 찬성함에 넣은 투표용지는 3명으로 도 대의원 1명, 시 대의원 1명, 군 대의원 1명 이렇게 세명이었습니다. 어떤이들은 선거장 정면에 붙힌 3장의 사진을 보고 그것이 복수후보라고 착각하는데 그들은 도, 시, 군의 단일 후보 사진입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연필로 반대 후보를 긋는 형식이었는데 지금은 붉은 색 함과 청색함 2개를 놓고 청색함에 넣으면 찬성, 붉은 함에 넣으면 반대로 되는 것입니다.

이번 선거를 앞두고 북한 정권이 복수 후보제도를 도입한다고 해서 모두 어안이 벙벙했지만 결과는 아니었습니다. 다만 사전 심사시에 복수 후보로 하는 인민대표 참가 심사 제도를 동원했다는데 그건 형식일 뿐 복수후보에 의한 선거제도가 아닙니다. 원래 노동당이 후보를 고를 때 여러명을 놓고 고르지 1명만 놓고 고른 적은 한번도 없었습니다.

MC : 그런데 왜 이번에 북한 정권이 반대표를 공개하는지 그것이 많이 궁금합니다. 그이유가 뭘까요?

안찬일: 네, 북한 선거에서 반대표가 나왔다는 보도는 전례를 찾기 힘든 일입니다. 통일부는 과거 북한 자료를 찾아본 결과, 1960년대 이후로는 찬성률이 항상 100%였고 1950년대 선거에서 찬성률이 99%대로 발표된 경우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같은 변화는 북한이 지난 8월 선거법을 개정한 것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선거는 당이 정한 후보자에 대해 찬반을 표시하는 절차인데, 투표장에서 교부받은 '선거표'라는 종이를 투표함에 넣는 방식으로 투표가 진행됩니다. 기존 선거에서는 찬성을 하는 사람은 '선거표'를 그냥 투표함에 집어넣고, 반대표를 행사하려는 사람은 투표실에서 후보자 이름에 볼펜으로 선을 그은 뒤 투표함에 집어넣어야 했습니다. 투표실에 아무도 들어갈 수 없게 돼 있다고 하지만, 후보자 이름에 일부러 선을 긋기는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100% 찬성을 강요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내가 반대한다고 후보자가 낙선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정된 선거법에서는 투표실 안에 찬성 투표함과 반대 투표함을 마련하고, 원하는 곳에 투표를 하도록 했습니다. 투표실 안에 반대 투표함이 마련됨으로써 시각적으로도 반대 투표가 가능하다는 것을 투표자들에게 알려주게 된 것입니다.

또, 투표실에는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규정만 지켜진다면 후보자 이름에 선을 긋는 것보다는 반대표를 행사하기가 이전보다 훨씬 용이해졌습니다. 물론, 투표실을 누가 훔쳐볼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만큼, 찬성과 반대 투표함을 따로 마련한 절차가 전적으로 비밀투표를 보장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북한의 이 같은 선거제도 변화가 북한 주민들이 다양한 정치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을 선발하게 함으로써 북한 주민들의 정치적 선택권을 넓혀주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MC : 사실상 달라진 게 없는 이런 선거를 계속하는 이유는 뭘까요?

안찬일: 북한 정권은 대의원 선거를 인민주권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고 발표하고 있습니다. 마치 주권기관 대표를 인민대중이 선출하고 거기에 참가하는 과정을 통해 북한에서도 대의 민주주의가 실현되고 있는 것처럼 선전하기 위해 선거를 이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선거과정을 통해 주민통제를 더욱 강화하고 제도를 정비하는 과정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 대의원 후보자가 되기 위해서는 당에 대한 충성심 등을 바탕으로 사전 심의를 받아야 합니다. 노동신문은 이번 선거를 통해 2만 7천 858명의 노동자, 농민, 지식인들과 일꾼들이 도, 시, 군 인민회의 대의원으로 당선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들은 300만 명의 노동당원들보다 더 충성스러운 노동당의 전위대입니다. 신분상승의 기회가 없는 북한 체제에서 노동자, 농민, 지식인들은 대의원에 뽑히면 그것을 가문의 영광으로 여길 수밖에 없습니다.

MC : 한국의 국회의원이라고 할 수 있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은 어떻게 구성이 돼 있나요?

안찬일: 네, 총 687명의 대의원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이들 역시 모두 지방인민회의 대의원들과 같은 형식으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이 되었습니다. 북한에서 출세하는 것 참 쉽죠. 이들은 어느 누구도 노동당의 정책을 비판하거나 트집잡지 못합니다. 의회인 만수대 의사당에 올라가 대의원증 몇 번 들었다 놓았다 하면 승용차 타면서 호강하며 살 수 있습니다. 이런 북한에서 무슨 변화를 기대할 수 있겠습니까?

MC: 네, 안찬일 박사의 주간진단, 오늘 순서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안 박사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안찬일: 수고 하셨습니다.

MC: 저희는 다음 시간에 다시 찾아 뵙겠습니다.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이진서, 웹담당: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