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노동당에 ‘법무부’를 새로 내온 이유는 부정부패와의 전쟁 선포

2021-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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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노동당에 ‘법무부’를 새로 내온 이유는 부정부패와의 전쟁 선포 북한 박태덕 당중앙위원회 규률조사부장(왼쪽)과 김형식 당중앙위원회 법무부장.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북한이 지난해에도 전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국가 중 하나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다고 한국일보가 1월 29일 보도했습니다. 한국일보는 공공부문 청렴도 조사에서 180개국 중 170위로 최하위권에 머무른 국제기구 조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라며, 실제 지난해 북한에선 각종 비리 사건과 이에 따른 고위 간부 해임이 잇따랐으며 이례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런 사실을 공개 지적했을 정도라고 했습니다. 안찬일 박사는 1월에 개최한 노동당 제8차 대회에서 당중앙위원회 안에 법무부를 새로 신설한 이유는 부정부패와의 전쟁 선포 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북한이 노동당에 법무부를 새로 내온 이유는 부정부패와의 전쟁 선포이다’라는 제목으로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먼저 북한 노동당이 지난 1월 8차 당대회에서 당중앙위원회 안에 법무부라는 새로운 부서를 만들었다는데 그 내용부터 알아볼까요.

안찬일: 널리 알려진 대로 북한의 정부 기구인 내각 안에는 사법성이란 법률기구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구상에 거의 예를 찾아보기 어려운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원래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1948년 9월 9일 정권 수립 때는 엄연히 사법성이란 기구가 있었고, 그 책임자는 남로당 거두 이승엽이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전쟁을 거치고 사회주의 개조기를 거치면서 이른바 인민을 위한 독재를 완화한다는 그럴듯한 명분하에 사법성을 해체하고 검찰소와 최고재판소 기능으로 대체하였으며 사회안전성이 그 역할을 대신해 왔습니다. 이번 8차 당대회에서 북한이 노동당 안에 법무부라는 부서를 새로 만든 것은 그만큼 북한 법질서가 여지없이 무너지고 따라서 법치주의를 회복할 전기를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기구는 행정 집행기구인 내각에 둬야지 정책부서인 노동당 안에 둔다는 것은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질문 2: 북한도 이제 본격적인 법치주의로 가겠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과연 당 안에 법무부를 새로 신설한 후 법률지배가 제대로 이루어질지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각에서는 그만큼 북한의 부정부패가 심하다는 반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안찬일: 그렇습니다. 북한은 지난해에도 전 세계에서 가장 부패한 국가 중 하나라는 오명을 벗지 못했습니다. 공공부문 청렴도 조사에서 180개국 중 170위로 최하위권에 머무른 국제기구 조사 결과가 그것을 입증해 주고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 북한에선 각종 비리 사건과 이에 따른 고위 간부 해임이 잇따랐습니다. 이례적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이런 사실을 공개 지적했을 정도입니다. 실제로 김 위원장의 고모부 장성택 노동당 행정부장과 현영철 전 인민무력상 등이 모두 부정부패 혐의로 처형되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부정부패는 이제 일상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북한의 통치구조가 미작동을 넘어 이미 썩을 대로 썩었고, 인민들의 생활 패턴이 완전히 붕괴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죽하면 과거 김정일 위원장의 승용차가 도로에서 진탕에 빠졌는데 뇌물을 안 주면 밀어주지 않는다고 말해 “고인다”는 말이 일상용어로 되었겠습니까?

질문 3: 북한의 부정부패가 어느 단계까지 왔는지 국제기구의 과학적인 조사 결과를 통해 알아볼까요?

안찬일: 독일 베를린에 본부를 둔 국제투명성기구(IT)가 지난 1월 28일 공개한 지난해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에서 북한은 100점 만점에 18점을 받아 170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17점, 172위)보다 점수와 순위 모두 소폭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이 숫자는 아시아 지역 국가 중 맨 꼴찌입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북한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국가는 리비아와 수단, 베네수엘라, 시리아 등 8개국뿐이었습니다. 국가별 부패인식지수 조사는 국가별 공공ㆍ정치 부문 부패 정도를 평가하는 지표로, 100점에 가까울수록 청렴하다는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물론 북한 사회의 폐쇄성을 고려할 때, 비정부기구(NGO) 등 제3자가 자료나 정보를 검증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의 부정부패 실태는 3만 4천여 탈북민 등을 통해서 꾸준히 제기돼 왔습니다. 유럽에서 활동하는 탈북민 출신 북한 인권운동가 박지현 씨는 한 방송에서 “북한에선 뇌물이 만연해 당연히 여기기까지 한다. 신고 체계도 없다”고 말했습니다. 조나단 코라도 코리아소사이어티 정책 담당 국장은 “2019년 탈북민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68%가 수입의 10~30%를 뇌물로 사용한다고 응답했다”며 “특히 비공식적 시장 경제에 참여하는 주민에 대한 착취가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질문 4: 부정부패가 얼마나 심각한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예 그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데 사실입니까?

안찬일: 김정일 위원장 시대 때만 해도 웬만해서 북한 내부의 모순을 최고 통치권자가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 간부들에게 부정부패 문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장’을 날리는 일도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얼마 전 끝난 제8차 노동당대회에서 김 위원장은 “비사회주의적 현상과 세도, 관료주의, 부정부패, 세외부담, 온갖 범죄 행위를 견결히 억제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실제 당내에 이를 전담하는 규율조사부와 법무부를 신설했습니다. 지난해 11월 당 중앙위 정치국 확대회의에선 “평양의과대학 내 엄중한 형태의 범죄행위가 있었다”며 뇌물을 통한 입시비리 사건을 직접 언급했고, 지난해 2월 정치국 회의에서도 부패에 연루된 당 고위 간부 해임안을 다뤘습니다.
부정부패 문제에 대한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태도는 책임 간부들의 기강이 흐트러지는 것을 다잡기 위한 의도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경제난 극복을 위해 전 주민들을 동원해야 하는 상황에서 뇌물이나 부정 청탁에 대한 주민 불만이 고조되면 김 위원장 리더십까지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 5: 문제는 이제 노동당에 법무부나 신설하고 규율조사부를 만든다고 과연 북한 내 부정부패가 근절될 수 있느냐는 것인데, 어떻게 보십니까?

안찬일: 그렇습니다. 소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이 실감 나는 현실입니다. 북한 사회는 부정부패가 일상화되어 있고, 그 역사는 거의 반세기에 달하고 있습니다. 정상적인 사회작동은 멈추고 어디서든 뇌물을 고여야 일이 해결되니 어떻게 부정부패를 근절할 수 있겠습니까? 상부에서 법무부나 내오는 식의 하향강제식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습니다. 집단경제 구조를 시장경제로 전환하고 인민들이 먹고 입는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도록 개혁과 개방을 할 때 북한의 부정부패도 사라질 수 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MUSIC

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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