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하루빨리 붉은 자본가를 양성해야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21-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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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하루빨리 붉은 자본가를 양성해야 사진은 북한의 가방공장 모습.
/AP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오늘날 북한이 경제난을 타개하고 체제 재생산을 보장하는 유일한 길은 시장경제를 도입하며 그 리더로써 붉은 자본가를 하루빨리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근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소모적인 ‘회의 정치’를 이어가며 고위 간부들에게 숙청의 칼을 들이대고 있지만, 그것으로 북한 사회주의는 건재할 수 없고, 중국의 경우에서 보듯 붉은 자본가를 앞세운 시장경제 도입만이 북한이 사는 길이라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안 박사는 북한에서도 돈주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는데 이들을 얼마든지 붉은 자본가로 키워내 시장경제 발전을 이룩할 수 있다. 해서 오늘은 ‘북한은 하루빨리 붉은 자본가를 양성해야’ 이런 제목으로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오늘 북한의 붉은 자본가 양성에 관한 이야기 나눌 텐데요. 먼저 붉은 자본가의 개념부터 알아볼까요.

안찬일: 붉은 자본가의 연원은 중국에서 생겨났다고 볼 수 있는데,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말입니다. 지난 1978년 개혁 개방을 선언한 덩샤오핑은 ‘선부론’과 ‘흑묘백묘론’을 제창하였는데, 선부론은 먼저 부자를 만들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 부자로 된다는 유인론이며, 흑묘백묘론은 말 그대로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그만이라는 것입니다. 흑묘백묘론에 대해 좀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자본주의든 사회주의든 인민들이 잘 먹고 잘살면 그만이다는 논리로 해석할 수 있는데 마오쩌둥 시절에는 입 밖에도 내기 어려운 말들이었습니다.
여기서 붉은 자본가가 등장했습니다. 자본가는 자본가이되 붉은 자본가는 공산당원이면서 기업을 소유하고 인민들을 고용하여 부를 창조하면 된다는 논리로 중국은 초기 원래 자본가였던 영의인을 부총리로까지 임명하는 파격적인 조치를 취하며 붉은 자본가를 양성하였습니다. 오늘날의 중국의 붉은 자본가는 너무 많아졌지만, 대표적인 인물을 꼽으라면 마 윈 같은 기업인을 지목할 수 있습니다.

질문 2: 아 그렇군요. 적어도 북한이 덩샤오핑의 개혁 개방에 타이밍을 맞추기는 어려웠겠지만, 최소한 <고난의 행군> 뒤에 시장 사회주의로 선회했다면 오늘의 참상은 막을 수 있었다는 전문가들의 견해가 지배적인데 안 박사님 동의하시는지요?

안찬일: 물론입니다. 북한은 원래 1958년도에 이른바 ‘사회주의 개조’를 완성하여 개인소유를 완전히 국유화, 협동화하였습니다. 자본가의 싹을 아예 잘라버린 것입니다. 이때를 전후하여 천리마 운동이니 뭐니 하는 노력 동원 운동으로 생산력을 높여 경제발전을 이룩하는 전략을 썼는데 물론 초기 집단화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 과정은 10년도 채 안 되었습니다. 이미 1965년경 사회주의 종주국 소련에서도 <리베르만 이론>이 등장하면서 사회주의 경제도 일정한 단계에서는 시장경제를 수용해야 발전을 지속시킬 수 있다는 추세가 대세로 되었습니다. 그러나 김일성은 시장경제를 무조건 거부하였습니다.
김일성이 죽고 고난의 행군이 닥치자 김정일은 그 난관을 시장경제로 돌파할 대신 그 무슨 ‘우리식 사회주의’ 내지 ‘사회주의는 과학’이란 희한한 논거를 들고나와 기존의 사회주의 경제마저 확인 사살하여 버렸습니다. 다행히 인민들이 필사즉생의 각오로 떨쳐나 장마당이 생겨나고 거기서 인민들은 생존을 보장받게 되었습니다.

질문 3: 다행스러운 것은 이때를 전후하여 북한에서도 신흥 부자, 즉 ‘돈 주’들이 생겨나 장마당 경제를 이끌고 있다는데 혹시 이들을 ‘붉은 자본가’로 보는 건 무리일까요??

안찬일: 당연히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돈 주들은 돈은 좀 있지만 큰 기업을 차릴 규모는 안 되고, 또 노동당은 그들을 철저히 관리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붉은 자본가에 대해서는 공산당이 면책특권을 주었습니다. 붉은 자본가들은 경제활동에 있어서만은 어느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았습니다. 물론 붉은 자본가도 공산당원이고, 그 소유기업인들과 간부들도 공산당원이지만 경제활동이 침해되지 않는 한에서만 공산당의 간섭이 작용했습니다. 오늘 북한이 경제 파탄은 전적으로 노동당의 간섭 때문에 일어난 비극 아닙니까?
다행스럽게도 북한은 2019년 헌법을 수정해 경제활동에서 ‘대안의 사업체계’를 삭제했습니다. 대안의 사업체계는 당이 경제를 지배하는 아주 잘못된 제도입니다. 대안의 사업체계 실시 전 ‘지배인 유일 관리제’일 때 북한 경제는 그나마 발전하였고, 대안의 사업체계 등장 후 북한경제는 파멸의 길을 줄달음쳐 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입니다.

질문 4: 그래서 오늘 안찬일 박사께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붉은 자본가를 양성하라고 호소하는데 그 구체적인 내용을 전해 주시죠.

안찬일: 네! 붉은 자본가는 현 돈 주에게 ‘붉은 자본가’란 모자를 씌워준다고 하루아침에 붉은 자본가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덩샤오핑은 1978년 개혁 개방을 선언한 후 곧바로 ‘사상해방’을 제창하였습니다. 바로 이것이 핵심입니다. 오늘 북한체제를 억누르고 있는 무거운 갑옷은 바로 ‘사상 우선’입니다. 사상이 체제를 지배하면 거기에서 경제발전이란 생각할 수 없습니다. 오늘 북한 체제를 사회주의로 보는 평가는 오류라는 것이 대부분 학자,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이건 사회주의도 봉건주의도 아닌 어중간한 세습체제 아닙니까? 북한 사회주의는 이미 김정일 세습체제가 등장한 1970년대 중반 실종되었습니다. 따라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철 지난 사상 타령 걷어치우고 먼저 사상해방의 깃발을 들어야 그 아래서 북한판 붉은 자본가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북한도 이제 어느 정도 장마당이 정착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상인들에게 창업의 기회를 안겨주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신발을 생산하는 경우 현재 대부분 국영 내지 지방산업 형식인데, 사실 가내수공업으로 신발을 만드는 데보다 질이 좋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또 식료품 분야에서도 무조건 중국의 제품을 들여오려 하지 말고 북한에서 장사하는 상인들에게 회사 설립 권한을 안겨주면 멋진 식용유나 두부, 과자 등을 마구 생산해 낼 것입니다.

질문 5: 북한 시장경제 도입의 한계는 당국자들의 사고에 첫째 장애가 있지만, 금융정책도 구조적으로 문제가 크다고 들었습니다. 그 문제점을 좀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맞습니다. 시장경제는 곧 자본의 논리이고 붉은 자본가도 돈을 제 맘대로 굴려야 기업을 발전시키고 고용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북한은 금융 제도 면에서 지구상 가장 후진국이라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 현재 북한의 화폐는 말 그대로 휴지장과 다름없습니다. 미국 달러가 최고이고 그다음이 중국의 위안화입니다. 주체사상의 나라에서 왜 북한 돈이 휴지장입니까? 미국 돈이 힘이 센 건 좋은 일입니다. 단번 도약을 좋아하는 김정은 위원장이 미국식 자본주의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입니다. 화폐경제부터 바로 잡고 붉은 자본가들에게 금융 권한도 넘겨줄 때 북한 경제는 살아날 수 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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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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