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 1명이 북한 전체를 뒤흔들다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20-07-31
이메일
댓글
Share
인쇄
지난 27일 촬영한 이 사진은 탈북민 김씨가 빠져나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연곳리 연미정 인근 배수로 모습이다.
지난 27일 촬영한 이 사진은 탈북민 김씨가 빠져나갔을 것으로 추정되는 인천시 강화군 강화읍 연곳리 연미정 인근 배수로 모습이다.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얼마 전인 지난 19일 대한민국으로 탈출하였던 탈북민 1명이 북한으로 넘어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는 북한의 개성시에 살다 탈북하였고 다시 강화도를 통해 개성으로 돌아간 것입니다. 그런데 바로 이 탈북자 한 사람 때문에 북한 당국이 정치국 비상 확대회의를 소집하는가 하면 개성시 전체를 특별재난구역으로 설정해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요란한 소동을 피웠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과연 북한 당국이 탈북자 1명 때문에 이렇게 요란한 소동을 벌리고 북한 사회 전체가 뒤흔들리는지 그 원인과 사태 경위에 대해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이현기: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안 박사님! 먼저 이번에 북한으로 다시 돌아간 김금혁 씨라는 탈북민에 대해 좀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네 김금혁, 물론 본명은 아닙니다. 이 친구는 3년 전 북한의 개성시에 살다가 강화도 지역을 통해 탈북한 24세의 청년입니다. 참고로 개성시는 원래 직할시였으나 15년 전 황해북도로 편입되었다가 최근 다시 직할시로 승격된 도시입니다. 이 청년은 여기서 주로 개성공단 내 물건을 날라다 파는 장사를 했는데 개성공단이 문을 닫아 버리자 살 길이 막막해 남조선으로 탈북하였다고 평소 친구들에게 말해 오던 친구였습니다. 그는 지난 7월 19일 야밤을 이용해 자기가 탈북해 내려간 길을 따라 다시 개성으로 돌아갔는데 아무래도 남쪽이나 북쪽이나 경계태세가 좀 느슨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심지어 그는 개성으로 돌아가서도 바로 잡히지 않고 2-3일 동안 개성시를 배회하다 체포된 걸로 알려지고 있어 북한 사회의 허점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질문 2: 아 그렇군요. 그런데 문제는 북한의 반응과 태도입니다. 북한은 지난 7월 25일 노동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열어 탈북민 1명 때문에 코로나19가 개성시내 전체에 퍼질 수도 있다며 간부들을 질책하고 개성시에 어느 누구도 들어갈 수 없도록 비상사태를 선포했습니다. 이거 왜 이리 요란을 떨었다고 보시는지요?

안찬일: 네 그렇습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코로나19 감염이 의심되는 월북자가 나왔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방역 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렸습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감염 의심 월북자 보고를 받은 지 하루 만인 25일 노동당 정치국 비상확대회의를 긴급 소집했습니다. 당 정치국 차원에서 비상확대회의가 소집된 것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 있는 일입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정치국 후보위원인 김여정 제1부부장도 참석했는데 그는 지난 6월 16일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이후 처음 모습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널리 알려진 대로, 북한 당국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북·중 국경을 차단하는 등 외부와의 접촉을 완전히 끊었지만 북한 내 특정 지역이 전면 봉쇄 조치된 적은 없었습니다. 김 위원장 등 북한 지도부가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조선중앙TV가 공개한 회의 영상을 보면 회의에는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 박정천 군 총참모장, 최부일 당 군사부장, 김영철 당 부위원장 등 고위 인사들이 총출동했습니다. 김 위원장이 정경택 국가보위상과 박태성 당 부위원장, 전광호 내각부총리를 일으켜 세워 질책하는 듯한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김 위원장은 비상확대회의에서 “전당과 전사회적으로 강한 조직적 규율과 행동과 사고의 일치성을 철저히 보장하고 비상방역지휘부의 지휘에 하나와 같이 절대 복종하고 움직이는 질서를 유지하며 각급 당 조직들이 자기의 기능과 역할을 완벽하게 발휘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북한이 향후 내부 결속을 위해 월북자 김 씨를 TV에 출연시켜 우리 보건 당국의 코로나19 방역 태세를 비난하는 선전전을 벌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질문 3: 그런데 북한은 김금혁 씨가 북한을 탈북해 한국으로 간 사실을 3년이나 몰랐다고 하는데 이것이 사실입니까?

안찬일: 사실입니다. 이번 정치국 비상확대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당중앙군사위원회 검열성원들을 파견해 해당 군부대를 검열하고 해당 지휘관들을 문책하라고 호령했는데 바로 김 모 씨가 남쪽으로 간 것을 모른 군부대 지휘관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물론 해당 지역의 사회안전부와 국가보위성도 처벌 받기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탈북자가 발생해도 3년 동안 알지 못하는 정도라면 북한 사회도 갈데까지 간 것 아니겠습니까? 이제 와서 간부들을 잡으며 야단법석을 떤들 뭐가 달라질 수 있겠습니까.
더욱 가관인 것은 김금혁 씨가 개성으로 돌아가서도 2-3일 동안 잡히지 않고 뻐젓이 돌아다녔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그는 둘러메고 간 달러의 상당부분을 이미 감추어버렸을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그의 신변에 위협을 줄 수 있어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질문 4: 문제의 핵심은 과연 김금혁 씨가 진짜로 코로나19에 감염돼 있었느냐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해 한국 정부 당국의 공식발표가 있었지요?

안찬일: 그렇습니다. 한국 정부의 보건 당국은 공식 해명자료를 통해 김금혁 씨는 물론 그와 접촉한 두 사람을 검사한 결과 코로나19와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습니다. 촌극 같은 이야기지만 아마도 김 씨가 월북해 올라가 개성시내를 배회하다가 감염된 것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서 북한 당국의 음모론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최근 일부 소식통들은 북한의 내륙지방인 개성과 황해북도 지역에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해 왔는데 북한 당국은 김금혁 씨의 월북을 기회로 그에게 바이러스 전파자라는 딱지를 붙혀 마치 남조선에서 코로나19를 전염시킨 것처럼 조작하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커지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북한은 한국 정부와 UN등에 코로나19 방역 장비와 의약품 등을 무료로 지원받을 수 있기 때문에 충분히 상상이 가는 일입니다.

질문 5:
앞으로 김금혁 씨는 어떻게 될까요?

안찬일: 최근 북한의 정치에서 탈북자 컨셉이 자주 활용되는데 지난 6월까지 북한 당국의 입장은 “탈북자를 찢어 죽이자”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태도를 확 다운시켜 ‘귀향자“라는 말을 사용했습니다. 뭔가 업어주겠다는 말은 아니지만 최소한 안아주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는데 아마 그를 내치에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부드럽게 표현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김금혁 씨는 북한의 대남정책과 내부 교양에 적절히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대한민국에서 자유를 마음껏 체험한 그가 북한 체제에 순응하며 살아가기는 무척 어려울 것입니다.

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안찬일: 감사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MUSIC

오늘 이 시간에는 과연 북한 당국이 탈북자 1명 때문에 이렇게 요란한 소동을 벌리고 북한 사회 전체가 뒤흔들리는지 그 원인과 사태 경위에 대해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원본 사이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