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단번도약의 망상을 접으라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21/12/02 09:10:00 US/Easter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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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단번도약의 망상을 접으라 사진은 화성-15형 시험발사 모습.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11월 29일은 이른바 북한의 로케트공업절입니다. 로케트공업절은 올해 처음으로 생긴 것으로 지난 2017년 대륙간탄도미사일, ICBM인 화성-15형을 쏘아 올린 뒤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날을 자축하는 기념일이라고 안찬일 박사가 자유아시아방송과의 회견에서 밝혔습니다. 안 박사는 북한 로케트공업은 다른 나라에서 말하는 우주산업으로 겨우 농경 국가에 머무르고 있는 북한에는 전혀 어울리는 산업이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리고 김정은 총비서는 집권 초기 ‘단번도약’이란 말을 꺼내 들고 분수 넘치는 로케트공업 발전, 즉 대륙간탄도미사일까지 쏘아 올리는 무리수로 나타난 것으로서 오늘 이 시간에는 “북한, 단번 도약의 망상을 접으라” 이런 제목으로 안찬일 박사와 이야기 나눕니다.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안녕하십니까!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지난 2012년 김정은 총비서는 <단번도약>이란 구호를 들고 3대 세습의 리더로 등장했습니다. 단번도약의 상징물은 바로 ‘로케트공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습니다만 과연 10년이 흐른 오늘 북한을 진단해 주시지요.

안찬일: 북한의 전반적인 정치, 경제, 사회, 군사, 문화 등 대부분이 폭삭 주저앉았지만, 꼭 한 가지 도약한것은 있습니다. 바로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의 성공이 그것인데, 인민 생활과 인민 경제가 벼랑 끝으로 치닫는데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쏘아 올려 무엇에 쓰겠습니까?
차라리 그런 허장성세에 쓸 돈을 인민 경제 발전에 투자했더라면 인민 생활이 오늘의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로케트공업절이란 것까지 만들어내 정치쇼를 하는 북한 당국이 가련하기만 합니다.

질문 2: 북한이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성공시켰다고 발표한 것은 4년 전인 2017년인데 왜 올해 그 기념일을 정했는지 의문이 듭니다.

안찬일: 이유는 간단합니다. 김정은 총비서 집권 10년을 앞두고 그의 치적을 내세워야 하는데 여기저기 아무리 찾아봐도 치적이 보이질 않는 것입니다. 주섬주섬 찾다 보니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끼워 넣게 된 것이죠. 그런데 과연 북한이 떠드는 대륙간탄도미사일도 완성된 성과라도 볼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는 것입니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대륙 밖으로 쏘아 올려졌다가 다시 대륙으로 재진입하는 기술이 백미인데 북한이 그걸 성공시켰다는 자료가 어디에도 없습니다.
즉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대륙으로 재진입할 당시 ‘삭마현상’을 일으키게 되는 데 이는 5000도 이상의 고열로 미사일 탄두가 깎여 나가며 탄두 자체가 파괴되는 경우가 많은데 현재 이런 기술을 완벽하게 습득하고 시험 성공한 나라는 미국과 러시아 프랑스 등 약 5개 국가뿐입니다. 그런데 북한은 몇천키로 미터 쏘아 올린 걸 가지고 로케트공업절이란 것까지 만들어 내며 자화자찬하고 있는 것입니다.

질문 3: 그런데 한국 매체들은 이번에 북한이 최초로 지정한 로케트공업절에 아무런 정치행사도 하지 않았다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안찬일: 북한 당국은 올해 달력에 분명 11월 29일 로케트공업절을 명시하고 11월 초순만 해도 올해 첫 '로케트공업절'을 성대하게 쇨 수 있도록 도별로 관련 부문 기관·기업소·단체들에 최대의 우대물자를 공급하라고 지시했었습니다. 그러나 북한의 대내용 매체인 조선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8일 자 지면에서 '로케트공업절' 관련 소식을 전혀 다루지 않았습니다.
다만 '무소속 대변지'를 표방하는 북한 주간지 통일신보만 '11월이 말해주는 역사의 진리'란 제목의 27일 자 기사에서 "지금도 사람들은 공화국(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더 높이 올려세운 4년 전의 11월 29일을 잊지 못하고 있다"라며 당시 '화성-15형' 시험 발사를 거론했습니다. 북한 당국으로선 뭔가 행사를 열고 싶지만,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현 상황에서 허례허식이 될 정치행사를 열어봤자 세상의 웃음거리가 될 걸 잘 알고 있기에 차라리 함구로 좌중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질문 4: 일각에서는 북한이 일부 행사를 하고도 미국 등 대외적인 시각이 두려워 비공개한 것은 아니냐는 시각도 있는데 어떻게 보십니까?

안찬일: 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지적입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는 4년 전 '화성-15형' 시험 발사를 직접 참관한 뒤 "국가 핵 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이 실현됐다"고 선언했습니다.
이후 북한은 평안남도 평성의 '화성-15형' 시험 발사 현장에 "당과 조국을 위해 용감히 쏘라"는 김 총비서의 발사 명령서 문구와 "빛나라 위대한 힘 탄생시킨 만고불멸의 업적이여" 등의 글이 새겨진 기념비도 제작해 설치했습니다.
관측통들은 김 총비서나 다른 북한 고위 인사들이 2018년 7월 이 기념비가 설치된 현장을 다녀간 것으로 보고 있지만, 북한 매체엔 이 같은 사실이 전혀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언론은 노동당이 허가한것만 보도하지 그들의 시각에 불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전혀 보도하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비확산센터 소장은 "2018년 9월에도 한 무리의 사람들이 이 기념비를 방문했으나 김 총비서가 포함돼 있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부 관측통들 사이에선 "김 총비서가 올해 '로케트공업절'을 맞아 4년 전 '화성-15형' 발사 현장을 다시 찾거나 군부대 등 관련 기관을 방문하더라도 북한이 이를 공개하진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 정부의 통일부는 김정은 총비서는 올 들어 11월 16일 양강도 삼지연시 방문 보도까지 총 72회 공개 활동을 했지만, 이 가운데 군부대 시찰은 1건도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를 두고 국내외 대북 관측통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한이 군사보다 경제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는 의미"란 해석과 함께 "북한이 의도적으로 김 총비서의 군부대 시찰 등 군사 관련 행보를 숨기고 있다"는 관측이 동시에 나오고 있습니다.

질문 5: 현재 북한 경제 상황에서 북한이 가장 우선해야 할 공업은 어떤 것으로 생각하십니까?

안찬일: 당연히 경공업부터 발전 시켜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풀고 나서 중공업, 로케트공업 이런 순서로 도약해야지, 이건 이도 안 나온 어린이가 뼈다귀를 깎으려 드니 꼴불견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경공업에서 쌀이 나오고 고기가 나오지 로케트공업에서는 나올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로케트공업은 인민 경제를 말아먹는 하마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하루빨리 생각을 바꾸고 ‘단번도약’이 아니라 ‘단번개혁’을 주창해야 할 것입니다. 적어도 북한의 현 경제 상황에서 이른바 로케트 공업, 즉 우주산업은 10년 후에 손대도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방송은 여기서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안찬일: 네 감사합니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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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기자 이현기, 에디터 정영, 웹팀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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