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숨 걸고 DMZ를 넘어 탈북하는 북한 군인들

워싱턴-이현기 leeh@rfa.org
2020.12.04
목숨 걸고 DMZ를 넘어 탈북하는 북한 군인들 북한 남성 한 명이 지난달 초 강원도 최전방 GOP(일반전초) 이중철책을 넘어 남측으로 내려왔다.
/연합뉴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안찬일 박사의 주간 진단’ 시간입니다. 이 시간 진행에 이현기입니다.

남과 북의 한반도는 분단되어 오늘까지 75년의 세월을 살아오고 있습니다. 남북은 분단 상태이지만, 2000년부터 이어진 탈북자들의 남한입국은 현재 3만 5천명 수준인데요. 이 중에는 삼엄한 군사적 경계가 작동하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대한민국을 선택한 군인 및 민간인도 400여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이 문제를 가지고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눕니다.

이현기: 안찬일 박사님 한 주간 잘 지내셨습니까?

안찬일: 네. 잘 지냈습니다.

질문 1: 남북 관계가 악화되면서 북한이 남한의 교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남과 북을 넘나드는 월북·월남 사례는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남북 당국 간 사이는 좋지 않지만 비공식적인 인적 교류는 계속되고 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가 들릴 정도입니다. 최근의 상황부터 좀 들려주시죠?

안찬일: 지난 11월 초 강원도 고성군 동부전선 최전방에서는 비무장지대 남방 한계선 철책을 넘어온 북한 남성이 붙잡히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 남성은 북한군의 삼엄한 경계를 뚫고 비무장지대 북방 한계선 철책과 군사분계선을 통과한 뒤 남측 철책까지 넘는 놀라운 운동신경을 자랑했습니다.
특히 죽음을 무릅쓴 과감함이 주목받았습니다. 철책을 넘은 뒤 민간인 통제선 북쪽 숲속에 은신했던 이 남성은 밤새 미확인 지뢰지대를 휩쓸고 다니는 등 군에 붙잡히기 전까지 무모할 정도로 행동했습니다. 예사 인물이 아니라는 추정이 가능하지만, 그가 민간인이라는 점 외에 귀순 동기와 사회적 배경 등은 추가로 공개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질문 2: 그런데 이런 사건은 과거에도 몇 번 더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걸 경비 상태의 허술함이라고 봐야 하는지요?

안찬일: 반드시 그렇게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도 비무장지대를 넘어왔지만 우리 군인들의 경비 상태는 절대로 허술하지 않습니다. 비무장지대 자체는 대부분 지뢰밭으로 구성되어 있어 민간이 자유로운 활동이 제한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민간인이 군사분계선과 비무장지대 철책을 뚫었다는 점에서 2004년 중부 전선 월북 사건을 연상시키는 측면이 있습니다.
2004년 10월 26일 강원 철원군 철원읍 대마리 중부전선 비무장지대 남방 한계선 철책이 뚫린 채 발견됐습니다. 군은 철책 절단 형태가 북한의 침투 특징인 'ㄴ'자나 'ㄷ'자가 아닌 'ㅁ'자 형으로 남쪽에서 북쪽으로 나 있는 점, 현장 족적과 손자국 등이 남에서 북으로 찍혀있는 점, 무장공비 침투와 관련된 특이점이 없는 점으로 미뤄 우리 민간인이 월북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질문 3: 아 그렇군요. 지난 2005년 북한군 병사 월남 사건 역시 이번 동부 전선 사건과 닮았다는 평가가 나오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안찬일: 네! 북한 강원도 평강군 방공포병사령부 예하 122㎜ 포병부대 소속인 초급 병사 리용수는 2005년 6월 12일 나무를 한다는 핑계로 부대를 이탈한 뒤 다음날인 13일 오전 7시께 비무장지대 남방 한계선 철책을 통과했습니다. 그는 철책을 뛰어넘거나 철책 아래 땅을 파는 수법을 썼습니다.
리용수는 철책 통과 후 4일 만인 17일 오전 5시 50분께 강원 철원군 대마리 남모씨가 집 앞에서 발견됐습니다. 리용수는 남씨가 세워둔 화물차 안에 숨어 있다 발각됐습니다. 그는 "군 복무가 힘들고 배가 고파서 부대를 탈출했다"고 진술했습니다.
리용수 사건 당시에도 군 경계 문제가 부각됐는데, 이용수가 통과한 지점에는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이 설치돼있었지만, 이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해당 부대가 비용 문제로 완제품을 구입하지 않고 자체 제작해 설치했고, 이 때문에 성능이 좋지 않아 이용수의 철책 통과 과정이 녹화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게다가 철책 하단부 침투방지용 철근도 보강되지 않았으며 소통용 철문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질문 4: 이왕 나온 김에 다른 탈북 사건도 또 하나 설명해 주세요.

안찬일: 지난 2012년 9월 말에서 10월 초 북한군 병사 1명이 이번과 마찬가지로 북한 쪽 철책은 물론 우리 측 일반전초(GOP) 철책까지 넘어 우리 측으로 왔습니다. 다만 이 병사는 숨지 않고 우리 군 막사 문을 두드려 귀순 의사를 밝혔다는 점에서 과감성이 있었습니다. 이것을 언론은 ‘노크귀순’이라고 불렀습니다. 노크 귀순은 경계작전 자체가 취약했던 명백한 실패 사례인 반면 이번 사건은 GOP 종심 차단 작전을 전개해 월남자를 포위한 후 신변을 확보한 성공 사례라는 게 군의 입장입니다.

질문 5: 혹시 비무장지대 안 근무 군인 중 미군이 북으로 간 사건도 있다는데 그것도 설명해 주시죠.

안찬일: 군사분계선을 넘어간 미군이 6명 있습니다.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주한미군은 1968년 '김신조 청와대 습격 사건' 이전까지 비무장지대 서부전선 일부 지역의 경계작전을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이 중 찰스 로버트 젠킨스 하사는 1965년 1월 음주 상태에서 월북했습니다. 젠킨스 하사는 북한에서 일본인 소가 히토미와 결혼해 가정을 꾸렸고 2004년 일본으로 이주한 뒤 2017년 사망했습니다. 또 다른 제임스 조지프 드레스녹 일병은 1962년 8월 무단 외박 뒤 중대장이 군사재판에 회부하려 하자 홧김에 월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체로 북으로 간 미군들의 삶은 기구했습니다.

질문 6: 지구상에 거의 유일하게 존재하고 있는 비무장지대, 이 철의 장막이 겉이고 한반도에 평화의 봄이 오고 평화통일이 이룩되어야 하는데 북한의 변화는 언제나 이루어질지 암담하기만 합니다.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통한 탈북사례는 어떤 양상으로 가리라 보시는지요?

안찬일: 북한 군인들의 탈북은 늘어나면 늘어났지 절대로 줄어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김정은 체제 들어와 국경 봉쇄가 강화되다 보니 이젠 군사분계선을 넘는 군인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풍선효과’라고나 할까요. 한 쪽을 누르면 또 다른 쪽이 밀리고 터지는 것입니다. 과중한 병력집약적인 군대를 유지해야 하는 북한으로썬 그 많은 군인들을 제대로 먹이고 입힐 수가 없습니다. 배고픈 군인들이 민가를 털어먹는 일도 하루 이틀이지 계속할 수는 없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여기에 대해 면밀한 준비를 해 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안 박사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다음 시간에 또 뵙겠습니다.

안찬일: 네.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MUSIC

지금까지 사단법인 세계북한연구센터 이사장 안찬일 박사와 함께 이야기 나눴습니다. 진행에 RFA 이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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