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마음의 징검다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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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시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공감할 줄 아는 정치인을 보고 정치를 잘 한다고 말하고요. 드라마에 현실을 잘 반영했으면 작가가 대본을 참 잘 썼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대변하는 듯한 노래가 좋은 노래죠.

누군가에게 이해받는 기분 그리고 누군가 나와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것은 큰 위로가 되곤 합니다. 공감은 인생의 고비를 넘어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이 있으니까요. 민들레 가족상담센터 사람들은 특히 그 공감의 힘을 믿는데요. 지난 5월 13일, 남북 사람들이 센터에 함께 모였습니다. 그 현장, <여기는 서울>에서 찾아가 봤습니다.

(현장음) 사람과의 관계에서 다 개인을 중심으로 하니까 쟤가 틀렸어, 쟤가 잘못했어… 이렇게 생각하잖아요. 지금까지 관계 속에서 깨진 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내가 잘못했어. 내가 너한테 그렇게 말하고 내가 그렇게 행동한 건 내가 잘못한 거야’ 이렇게 사과해 본 경험이 있는 분 있나요? 우리는 모두 단정하고 있어요. 나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말이죠.

이곳은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한 건물 4층. 철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작은 소강당 공간에 책상과 의자가 ‘ㄷ’자 모양으로 마련돼 있습니다. 소강당 정면에 ‘우리를 향해 가는 여행’이라고 적힌 현수막이 가장 먼저 눈에 띕니다.

오전 10시, 주말이면 꽤 이른 편이라 할 수 있는데 15명의 사람이 빈자리를 채우기 시작합니다. 간단한 인사에 이어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로 본격적인 만남이 시작되는데요. 뒤이어 이 자리를 마련한 민들레 가족상담센터 대표가 소개되고 오늘의 모임에 대해 설명합니다. 민들레 가족상담센터 최지영 대표입니다.

(최지영)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민들레 가족상담센터는 서울시 시민단체로 2009년에 시작했어요. 저희 단체는 화해의 언덕이 되고 싶었어요. 우리 모두, 사람 간의 관계를 다 잘하고 싶잖아요. 관계를 못 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거예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타고난 성격이 강해서 자기표현을 잘하지만, 어떤 사람은 빨리 위축이 돼서 자기표현을 못하고 상처받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니 ‘관계도 제3자가 필요하고 화해할 수 있는 장이 필요하겠다’. 그렇게 출발한 게 민들레 가족상담센터입니다. 행동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마음이 어떠냐에 따라서 행동이 바뀌죠. ‘우리를 향해 가는 여행’이라는 주제로 북한에서 오신 분들과 남쪽에 있는 분들이 서로 만나보는 거죠.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였을 때 어떤 얘기들을 하는지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처음 시작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상담하는 일이었습니다. 차츰 한부모 가정, 다문화 가족 그리고 조선족까지 상담 영역이 넓어졌는데요, 이런 와중에 한 탈북민을 만나게 됐고 그 인연이 지금 이 자리까지 이어졌습니다. ‘우리를 향해 가는 여행’ 프로그램 총괄을 맡고 있는 최미연 씨의 설명입니다.

(최미연)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으로 시작했거든요. 탈북민을 위해 시작한 것은 아니었고 그냥 일반 사람들, 일반 한국인들을 위해서 나의 심리를 알고, 내가 어떤 사람이고,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나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게 2주짜리 프로그램으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을 시작했어요. 그때 탈북민이 한 분 오신 거예요. 그러다 보니까 탈북민에 대해서 관심을 두게 됐고 탈북민들의 고충을 알게 됐습니다. 한국에서 살고 있지만 마음은 여기에 두지를 못하고 마음이 너무 힘들다는 걸 알게 된 거죠. 잘 정착을 못하고 마음이 힘든 걸 보면서 도와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소외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겠다는 결론을 냈어요. 그래서 한국분들과 함께 이분과 공감하고 이렇게 하다 보니 나를 찾아 떠나던 여행이 우리를 향해 가더라고요. 우리에는 탈북민도 포함이 되고 한국계 중국인도 포함이 되고 아니면 소외된 모든 분들이 다 포함이 되는 거예요.

처음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에 참여한 탈북민은 2년간의 전문가 과정을 마친 뒤 상담사가 됐습니다. 본인이 잘 정착한 것은 물론 상담사로 다른 탈북민도 돕고 있습니다. ‘나를 찾아 떠난 여행’을 잘 마무리하고 ‘우리를 찾아 떠나는 여행’의 시작점이자 안내자가 된 것인데요. 본인의 얘기를 직접 들어볼까요? 임사라 씨입니다.

(임사라) 저는 민들레 가족상담센터 미술치료사로 북한이탈주민 전문상담사로 활동하고 있는 임사라라고 합니다. 저는 한 1년 동안 자활 센터에서 미싱사로 일을 하면서 지냈는데요. 가족을 북에 두고 왔다는 부담감에 심장병을 얻게 됐어요. 그래서 심장 수술을 예약하고 기다리면서 한 단체에서 하는 치유 캠프에 제가 참가한 적이 있어요. 거기서 탈북민 여성 목사님을 만나게 되면서 제가 그때 너무 많이 울었어요. 두고 온 가족들과 지금 처해 있는 상황… 그분이 제 잔등을 쓰다듬어 주면서 ‘금방 온 것 같은데 많이 힘들어 보인다. 미술치료라는 걸 들어봤냐.. 여기를 한번 접해보지 않겠냐’ 제안해서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석하게 됐어요.

사라 씨는 프로그램을 통해 큰 도움을 받으며 상담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꿈이 생겼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라 씨의 표정이 달라지고 성격이 밝아졌다는데요. 그런 변화는 민들레 상담센터 프로그램에도 큰 변화를 끌어냈습니다.

(최미연) (프로그램이) 2주 기간은 너무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기간을 길게 하려니 예산이 넉넉하지 않았고 그렇다고 탈북민들에게 참가비를 내라고 할 수도 없어서 서울시에서 모집하는 프로젝트에 지원하게 됐습니다. 그 결과 예산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고 이제는 마음 놓고 길게 프로젝트 진행하게 됐습니다.

‘우리를 향해 가는 여행’ 프로젝트는 5월 13일에 시작해서 11월 중순까지 진행될 예정인데요. 참가자들이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 황금 같은 주말을 7개월 동안 반납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매주, 마음속 깊이 숨겨 놓았던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 놔야 합니다. 그래서 모임이 눈물바다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최미연) 우리가 2년 전에 프로그램 진행했을 때 7명 정도의 탈북민이 오셨는데요. 그중 네 분이 마지막까지 참석하시고 그것을 이어서 전문가 과정까지 마치고 세 분이 상담사 자격증까지 취득하셨어요.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은 내가 창피하다가 아니라 얘기하면서 주변에 있는 한국분들도 마찬가지고 심리 상담사들도 계셔서 모든 것을 공감해 주고 ‘진짜 힘들었겠다’, ‘이게 창피한 게 아니고 당신이 그동안 힘들었던 거를 토로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충분히 울어도 된다’… 그동안 얘기 못했던 것, 내가 무엇 때문에 힘들었는지 몰랐는데 이 계기를 통해서 알게 되고, 풀어내니까 너무 마음이 편해졌다고 하세요. 그다음에는 얘기하지 않아도 찾아오셨어요. 그때는 프로젝트가 8개월이었거든요. 4주씩 32회기를 했는데 거의 빠지지 않으시고 다 참석하셨어요.

프로그램과 단체에 대한 소개 등 기본적인 행사가 마무리되고 잠시 10분간의 쉬는 시간이 주어지는데요. 사람들의 표정만 봐도 첫 참가자인지, 아닌지를 알 것 같습니다. 빠지지 않고 끝까지 참석할 수 있을지 스스로 질문을 던지는 듯 골똘히 생각에 잠기는 사람도 보이고, 깍지 낀 손으로 자기 뒤통수를 잡고 고개를 흔드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 사이로 ‘생각보다 금방 지나가요’라며 어깨를 다독여 주는 사람, 자신도 그랬다면서 벌써 본인의 이야기를 하는 사람까지 한눈에 봐도 다양한 사람들이 이 자리에 함께한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Closing Music –

이제 쉬는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고 본격적으로 ‘우리를 향해 가는 여행’이 시작되는데요.

(현장음) 여러분 이제, 나를 찾아봐야 되겠죠? 내 마음을 좀 알아보는 시간을 가질 게요. a4 용지를 나눠드렸어요. 지금 나눠드린 이 종이에 그림을 그려요. 그림은 되게 간단해요. 여자분들은 원 하나 그리시면 되고 남자분들은 삼각형 하나를 그려보세요.

남북 사람들이 함께하는 ‘우리를 향해 가는 여행’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이현주, 웹팀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