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과 희망을 가진 사람들(1)

서울-김인선 xallsl@rfa.org
2021.01.05
신념과 희망을 가진 사람들(1) 지성호 국회의원실에서 일하는 탈북민 비서와 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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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오늘의 해는 어제의 해와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데 가끔 다르게 보이는 때가 있더라고요. 마음이 달라졌을 때 말이죠.

 

새해가 되면 희망이 가득한 다짐으로 마음을 달리 먹게 되는데요.

마음이 달라지면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더불어 듣는 귀도, 말하는 입도, 행동까지 달라진다면

우리의 삶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보다 나은 미래를 위해 자기의 자리에서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세 사람을 소개합니다.

여의도 국회에서 일하는 세 명의 북한출신 국회의원 보좌진 <여기는 서울>에서 만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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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트1: (뉴스 중) 21대 총선 투표가 모두 끝났습니다. 이번 총선 잠정 투표율, 66.2%로 집계됐는데요. 지난 1992년 실시된 14대 총선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입니다. 모두 4 399만여 명의 유권자 중 2912만여명이 참여했습니다.

 

지난해 4, 국회의원 총선거를 통해 21대 국회에 입성할 의원들이 선출됐습니다.

당선된 사람들 중엔 공장 근로자 출신, 소방관 출신, 시각장애인 등

그동안 국회 문턱을 쉽게 넘지 못했던 당선자들이 많았는데요.

탈북민 출신 북한인권운동가 지성호 씨도 그 중 한 사람입니다.

지성호 의원은 국민의힘 당 비례대표로 21대 국회에 입성했습니다.

 

인서트2: (지성호) 미래는 희망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한 국회의원 당선자 지성호입니다. 제가 북한에서 짚고 왔던 목발이 있습니다. 그 목발을 짚고 집 문밖을 나서서 관용차가 아닌 지하철을 타고 국회로 당당히 들어가고 싶습니다.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우리 탈북민들의 권익을 지켜주는 일입니다.

 

국회의원은 당선과 함께 자신을 도와줄 보좌관과 비서관 등 최대 9명을 채용할 수 있는데요.

이들은 별정직 공무원으로 국가에서 주는 급여를 받게 되죠.

현재 지성호 의원실엔 총8명의 인력이 있는데 이들 중 3명이 탈북민입니다.

지성호 의원과 함께 국회에 들어 온지 이제 6개월이 지났는데요.

먼저, 김건우 비서관입니다.

 

인서트3: (김건우) 안녕하세요. 저는 김건우라고 합니다. 올해 33, 저의 고향은 함경북도 무산이라고 철광석으로 굉장히 유명한 곳인데 제가 98년도에 일부 가족들과 함께 중국으로 탈북했고 중국에서 7년 정도 거주하다가 2005년도에 한국에 왔습니다. 현재는 21대 국회의원 지성호 의원실에서 비서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역할은 탈북민들의 권익을 위한 입법 정책과 의원님 수행을 맡고 있습니다.

 

김 비서관에겐 부모님이 중국에서 체포돼 북송된 아픔이 있습니다.

어머니와는 천신만고 끝에 다시 만났지만 아버지의 생사여부는 알지 못했는데요.

남한에 들어와 대학교 입학도 하고 탈북청년단체 NAUH를 통해

북한 인권 활동을 처음 접했습니다.

졸업 후에도 자연스럽게 북한 주민과 탈북민의 인권을 위해 활동하게 됐고

NAUH에서의 인연은 국회까지 이어졌습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 상징 ‘국회’ !

첫 출근길, 김 비서관은 국회가 주는 위압감에 긴장하기보다는

보좌진이라는 책임의 무게가 더 무거웠다고 합니다.

 

인서트4: (김건우) 보좌진이라는 직업이 좀 특별하잖아요. 그리고 전국적으로 봤을 때 한 의원실 당 8명이라고 했을 때 2,400명 밖에 없는 대한민국 인구를 따져보면 굉장히 소수의 직업인데 그 소수 중의 한 명이 저라는 게 뿌듯하다고 할 수 있고. 또 저의 어머니가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국회에서 탈북민 출신의 보좌진이 한 의원실에 3명이 채용되는 것은 없었거든요. 저희가 처음이고 그래서 기대도 많이 됐고…. 사회적으로 탈북민에 대해 갖고 있는 안 좋은 시선을 씻어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램. 이게 저의 첫 출근의 소감이라고 해야 될까요.

 

매일 아침, 여의도 국회로 출근하는 또 한 사람!

주은주 비서입니다.

 

인서트5: (주은주) 저는 주은주라고 하고요. 한국에는 2008년에 왔습니다. 탈북은 2002년에 했고요. 고향은 아오지라고 잘 알려져 있는 은덕군이고요. 여기는 비서로 일하고 있어요. 정책 부분 담당하고 있어요. 의원실 안에 북한이탈주민 권익 센터가 있고 북한이탈주민정책을 위주로 업무를 진행하고 있어요.

 

국군포로의 손녀인 은주 씨는 탈북 후 6년을 중국에서 살았습니다.

할아버지에게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말이 각인이 돼 한국행은 생각도 못했다는데요.

똑같이 죄를 지어도 남들보다 몇 배 큰 처벌을 받게 되니 절대 잘못을 저지르지 말아라

라는 말이었답니다.

그런 은주 씨가 2008년 한국땅을 밟게 된 건

당시 중국에서 대대적인 탈북자 검거선풍이 일었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착 후 은주 씨는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고

2019년부터 지금까지 성균관대학교 국정전문대학원에서 학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 은주 씨는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데요.

몸을 열 개로 쪼개도 바쁠 것 같은 은주 씨의 첫 출근은 어땠을까요?

 

인서트6: (주은주) 지하철에서 내려서 걷어 오는데 그런 거 있잖아요? 레드 카펫이 깔려있는 무대를 혼자 걸어가는 느낌? 주변 사람들이 다 저를 보는 것 같은 거에요. 첫 출근의 날엔 명찰이 없었어요. 나와서 받거든요. 들어올까 말까 망설이고 있었는데 다들 저처럼 (명찰이) 없는 분들이 출근하잖아요. 그래서 묻어서 같이 들어 왔는데 2층에서 명찰 없는 사람 줄 서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줄을 서서 들어갔는데 어느 의원실에서 왔냐고 그래서 지성호 의원실에서 왔다고 그랬죠. 그랬더니 제 명찰만 주는 줄 알았더니 저희 방 10개 명찰을 함께 주는 거에요. (웃음) 찾아 가라고~ 모든 분들의 명찰을 갖고 올라왔던 기억이 있습니다.

 

탈북민 출신 보좌진 3명 중 마지막!

국회에 입성한 후 머리 자르러 갈 시간도 없다는 박영철 비서입니다.

 

인서트7: (박영철) 안녕하세요. 저는 박영철 비서입니다. 1998년에 처음 두만강을 넘었고 2001년에 한국에 왔습니다. 여기(한국)에서 대학을 다니고 NGO 단체인 우양재단에서 탈북민 관련된 사업들을 오래도록 해왔습니다. 10년 간 일하다가 이번에 지성호 의원에서 일하게 됐고요. 북한이탈주민 권익 센터에서 탈북민 민원이 들어오면 들어주고 그 민원 중에서도 정책으로 바뀌어야 하는 부분은 우리 센터에서 법안을 발의한다거나 시정한다거나, 이런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박영철 비서는 무산 출신으로 동생과 함께 남한으로 왔습니다.

남한에 입국한 뒤 20살에 고등학교 2학년으로 편입하면서 했던 마음 고생은 말로 할 수 없지만

우양재단의 도움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고

우양재단에 입사해 탈북민 관련 사업만 10년을 해왔습니다.

가족과도 같았던 재단을 떠나 지성호 의원실에 합류를 결정한 것은

타협할 수 없는 포부 때문이었습니다.

 

 

인서트8: (박영철) 북한 이탈 주민 관련된 일은 했으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만 많이 파가지고 뭔가 법안 발의도 많이 하고 우호적으로 북한주민들을 지원할 수 있는 그런 틀을 만들고 싶었고요. 4년동안 최선을 다해서 의원실뿐 아니라 탈북민 사회에서 뭔가 정책적으로 잘됐다, 이런 걸 만들고 싶은 마음이 많아요.

 

이제 국회 입성 8개월차.

의정활동의 꽃이자 보좌진들의 고난의 행군, 국정감사도 지났습니다.

외교통일위원회 소속인 지성호 의원은 국정 감사에서 중국에 구금된 탈북민들에 대한 대책을 촉구하고 북한인권과 탈북민 처우에 목소리를 냈습니다.

 

인서트9: (국정감사 중 지성호) 이런 상황에 있는 사람들, 우리 대한민국에서 구해주지 않으면 북송된 사람들이 죽어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본 법에 따라서 요청하고 싶은데, 현재 중국에 억류돼 북송 위기에 처해있는 탈북민들을 보호조치 해 주십시요.

 

-Closing-

대한민국 국회의원 자격으로 탈북민과 북한주민들의 인권, 권익을 얘기하는 것이

국익과 거리가 멀다는 비판도 있지만 세 보좌진들은 경험으로 전하고 싶습니다.

모든 인권 문제는 이어져 있다는 것을요.

 

인서트10: (주은주) 해양 공무원 피살 사건 같은 경우도 북한 인권 문제가 우리 국민 문제에까지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고요. 탈북여성 인권 문제 많이 말씀하셨는데 그런 부분을 발전시켜서 한국 여성들의 인권 문제까지 넓혀 갈 수 있다고 생각하고~

 

국회에서 종횡무진 중인 세 명의 탈북 보좌진!

김건우, 주은주, 박영철...

이 세 사람의 얘기는 다음 시간에도 이어집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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