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바꿀 수 있는 기회(3)

서울-김인선 xallsl@rfa.org
2021.04.13
삶을 바꿀 수 있는 기회(3) 사진은 서울 서초구 서울인재개발원에서 열린 제18회 IYF 영어말하기대회 모습.
연합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말 한마디, 글 한 줄에 누군가의 생각과 삶의 모습이 드러나기도 하죠. 그 속에 진심이 담겼다면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며 감동을 전하기도 하고요. 그게 한국말이 아닌, 서툰 영어라도 말에 담긴 진심의 힘은 큰 것 같습니다.

 

한국에 살고 있는 외국인 자원봉사자들을 모아 탈북민들에게 영어교육을 제공하는 단체 TNKR이 주최하는 영어말하기 대회가 열렸습니다. 참가자들은 모두 탈북민들! 이번 대회의 주제는 ‘I’m from North Korea – 나는 북한에서 왔습니다’ 입니다. 그 현장, <여기는 서울>에서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오늘 그 마지막 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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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트1: (현장음) Also I studied high as well as brooding video activities~~

 

한국에 정착한지 11년차 된 글로리아 씨는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또 자원봉사활동으로 다문화 청소년대안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역할까지 1인 다 역을 해냅니다.  지금 살고 있는 충청남도 당진에서 직장생활도 하고 봉사도 하지만 공부는 서울에 있는 대학원까지 와야 하죠. 덕분에 쉬는 날이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가며 영어말하기대회를 준비하고 무대에 올랐습니다. 물론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인서트2: (글로리아) 중간에 못 하겠어요라는 말이 나왔어요. 발음도 잘 안 되고 그랬지만 이것도 하나 넘어가야 되는 산이고 이 한국 사회에서, 특히 세계적으로도 나의 목소리로 당당하게 서서 그게 영어든 한국어이든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만 진정한 프로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제 사전에 포기란 없다, 뭐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하게 됐어요. 그리고 또 하고 나니까 하긴 정말 잘했다. 정말 이런 계기를 많이 가져서 한국 사회든 전 세계적으로든 사람들이 북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인식이 좀 개선됐으면 좋겠고 또 북한 사람들에게도 할 수 있다. 우리는 왜 못해? Why not? 이것을 좀 보여주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서, 저 같은 사람도 하니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어요.

 

글로리아 씨는 고난의 행군 시절, 부모를 잃었고 학교를 그만둬야만 했습니다. 중학교 과정 중퇴는 내내 그녀에게 한으로 남았고 탈북 후엔 한국에서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서른이 넘은 나이였지만 중학교 과정부터 차례차례 검정 고시를 통과하며 대학 입학 자격을 얻었고 지금은 대학을 졸업하고 석사과정을 거쳐, 박사과정 중에 있습니다.

 

한국 대학원의 박사과정 등록금은 학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요. 글로리아 씨가 재학 중인 곳은 1년 등록금이 한국 돈으로 1,200만원, 1만달러가 넘습니다. 그 비용을 어느 한 장학재단에서 지원받은 덕분에 글로리아 씨는 열심히 공부에만 전념하면 된다고 하는데요. 그녀에겐 이런 지원이 너무도 감사했고 누구든지 간절히 원하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얘기를, 그러니 포기하지 말라는 얘기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었습니다.

 

인서트3: (글로리아) 북한 사람으로서 좀 더 전문적이게 좀 더 깊이 있게 배워서 탈북민 사회의 정착이라든지 한국 사회에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라든지 다문화 여성들이라든지 이런 여성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걸로 제가 정책적 대안이라든지 이런 것을 할 수 있는 그런 전문가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에 박사 과정을 하고 있고요. 나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준 한 사람만 있으면 할 수 있다, 그런 사람이 되어줬으면 좋겠다라는 것을 얘기하고 싶어서 오늘 발표회에서 하게 됐거든요. 저는 솔직히 운 좋았다고 말하고 싶어요. 한국 사회에 왔을 때 저한테 단돈 10만 원밖에 없었거든요. 그런데 솔직히 열심히 하니까 기회가 주어지고요. 또 열심히 하니까 길이 보이고요. 공부를 하면서 나라는 사람은 어떤 인생을 가지고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지, 이것이 또 어떻게 사이에 환원을 해야 되는 건지 이런 것을 생각하게 되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 하니까 또 열심히 하게 되고

 

또 이런 자신의 경험을 통해 전하고 싶은 진짜 메시지는 그녀의 발표, 맨 끝 문장에 담겨있습니다.

 

인서트4: (글로리아) 제가 정말 어렵고 힘들었을 때 그때 저한테 힘이 되어 준 사람들이 있었어요. 저에게 손을 잡아주고 저에게 힘과 용기를 주고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이런 사람도 있었거든요. 그런 사람들을 통해서 저희 인생이 바뀌었어요. 장애를 가진 분이셨는데도 불구하고 장애인들을 도와주고 있는 자원봉사를 하는 분이었어요. 한국분이셨어요. 그 분이 할 수 있다라는 거 보여주고 여기 와서 공부를 해야 된다, 공부를 해서 네 스스로 당당하게 네가 바로 서야 한다’. 그렇게 할 수 있게끔 저에게 검정고시를 볼 수 있게 수업료를 저한테 지원해 주셨어요. 아무 대가없이. 이렇게 누군가의 따뜻한 손길 하나로 인생이 바뀔 수 있다. 그래서 그런 사람을 보고 우리는 또한 배워야 한다,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13번째로 열린 이번 영어말하기 대회의 대상 수상자는 박유성 씨 입니다. 유튜브와 방송을 오가며 활약하는, 그래서 이미 잘 알려진 얼굴이지만 그런 유성 씨도 영어로 말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인서트5: (박유성) 사실 저도 영어로 대중들 앞에 선 건 처음이어서 굉장히 떨렸거든요. 영어가 주는 어떤 부담감이 저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한테 있을 것 같아요. 근데 그걸 하고 났을 때는 굉장히 뿌듯했고. 저에게도 큰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삶이 되게 평탄했는데 뭔가 도전을 한 기분?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유성 씨는 졸업하면서 기록 영화를 한 편 제작했습니다. 탈북 경로를 되짚어 여행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인데요. 1415일 동안의 여정을 담은 영화는 2019년 휴스턴 국제독립영화제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토대로 영어말하기 대회 준비를 했습니다.

 

10분이라는 시간 제한이 있기에 가장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고민했고 탈북했던 여정 그대로를, 여권을 들고 여행자로서 다시 가봤을 때 느꼈던 그 감정을 전하고 싶었습니다. 그 감정이란 바로 편견과 왜곡입니다.

 

인서트6: (박유성) 또다시 가니까 그 공포로 인해서 어떤 만들어진 기억이나 이런 게 많이 왜곡이 돼있더라고요. 제일 큰 왜곡이 메콩강이라는 곳에서 악어가 있다고 브로커도 얘기하고, 주변에서도 얘기를 해서 사람들이 굉장히 힘들어하고 두려워하고 그랬는데요. 진짜 그 현장에서 가서, 그곳에서 나고 자란 주민들한테 물어봤더니 악어는 본 적도 없다, 이제 결정적으로 악어가 살 수 있는 상황이 환경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어요. 물살이 세고 모레도 바닥에 있고 그래서 악어는 없다고... 우리를 데려다 주는 브로커들이 어쩌면 우리를 통제하고 좀 더 많은 돈을 요구를 하려고 만들어낸 얘기였던 것 같고요. 그게 저한테는 큰 충격이었어요. 그 외에도 여권을 안 가지고 갔을 때는 모든 공간이 다 조심스러웠는데 여권을 갖고 돌아갔을 때는 모든 공간이 다 편안했던 거죠. 좋은 날씨라든가 누릴 수 있는 거 다 누리고 기차에서 중간중간에 내려서 맛있는 것도 사 먹고, 기차 안에서 며칠씩 가니까 세수도 가서 하고 양치도 하고 어떤 그런 여유가 생긴 거죠. 여유가 있으니 꽃이 피고 잎이 파릇파릇해지고이런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지금까지 몰랐던 이야기들, 하지만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이야기들..

유성 씨는 그런 이야기들을 찾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말합니다.

 

인서트7: (박유성) 저에게 스피치 대회란 새로운 도전입니다. 새로운 언어로 관객들 앞에서 나의 이야기를 전한다는 것은 굉장히 저 자신한테는 새로운 도전이고 또 앞으로 계속 하고 싶은 도전인 것 같아요. / (허요셉) 새로운 세상, 새로운 경험, 그리고 내 자신이 현재 상태를 알고 내가 어떻게든 노력해야겠다는 계기가 되고 그런 것들을 기획할 수 있는 그런 장이 되지 않는가. 그래서 비타민 같은 거. / (글로리아)나라는 사람을 다시 한 번 발견하는 것이고 나라는 사람이 떳떳하게 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아름다운 스피치라고 생각해요.

 

어려운 문제를 피하지 않고 맞서 넘었을 때, 자신 앞의 도전을 완수했을 때, 그 기쁨그것이 라는 개인을 앞으로 나가게 해주는 힘이 아닐까요? 모든 사람들의 도전을 응원하면서, 인사드립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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