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침묵하지 않겠습니다! (2)

서울-김인선 xallsl@rfa.org
2021.05.11
NKDB, 북 자유권규약 이행 관련 질의 유엔에 제출 태국 치앙라이 경찰서에서 법원으로 출발하기 위해 버스에 탄 탈북민들의 모습.
REUTERS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지난 413, ‘북한 홀로코스트 전시회가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북한 수용소의 인권 유린 실태를 알리고 기억하고자 마련된 전시회인데요. 탈북민들이 증언한 북한 정치범 수용소와 노동교화소의 현실이 고스란히 그림으로 옮겨졌습니다.

 

지난 시간에 이어 전시회 소식, <여기는 서울>에서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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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트1: (이승훈) 21세기에 유대인 학살과 같이 그런 끔찍한 일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는 이 사실이 정말 믿기지 않습니다. 피해자들은 국제사회에 알리고 도움을 요청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북한이라는 그 감옥 속에 갇힌 채 국제사회 가운데 그 아우성을 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이것을 알리는 것은 탈북민의 증언과 또 이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통해서 가능해지고 있습니다. 탈북민들의 이러한 눈물 어린 호소의 목소리를 담아 전시회를 열었고 장차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게끔 북한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설립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북한 홀로코스트 전시회’는 지난달 4월 13일부터 24일까지 12일 동안 진행됐습니다. 이 행사를 주최한  ‘북한 홀로코스트기념관 추진위원회’는 제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을 대상으로 한 대학살, 홀로코스트를 추모관 등으로 기억하는 것처럼 북한의 인권 유린 실태를 기록하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념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전시회 기간 중 2번의 강연 일정도 있었는데요. 22일엔 탈북작가 지현아 씨의 강연 시간이 마련됐습니다. 전시회 한 켠에 마련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작은 강연회장에서 지 작가는 감사한 마음부터 전하네요.

 

인서트2: (강연 중) 반갑습니다. 찾아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고요. 이렇게 쭉 보면 사람이 생각하지 못하는, 살면서 이런 일이 있을까...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라는 생각들을 가질 수 있을 거예요. 이 그림들을 보면~

 

지현아 작가는 2007년에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1998년 첫 탈북 후 세 번의 북송과 교화소 수감생활을 거쳐 남한으로 왔는데요. 그 기간 중 본인이 경험한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자서전 ‘자유 찾아 천만리’ 에 담아 출판했습니다.

 

인서트3: (지현아) 저는 북한에 있을 때 작가라거나 책을 쓴 경험은 없습니다. 한국에 와서 책을 쓰게 됐는데 제 개인적으로는 북한 땅에서 또 중국 땅에서 이렇게 박해 받으면서 살아야 되나하는 의구심을 북송되면서 갖게 됐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감옥 안에서 겪었던 일을 바깥에 나와서 얘기하지 않으면 사실 이 문제를 알 수도 없고 해결할 수도 없다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북한이라는 거대한 감옥을 탈출한 사람으로서 아직도 감옥 안에 갇혀 있는 그 사람들을 위해서 (북한의 인권유린 실태를) 알리는 것이 나의 일이 아닐까, 그리고 대한민국에 먼저 자유를 찾은 제가 해야 될 일이 아닐까라는 개인적인 사명을 갖게 되었죠.

 

전시회장 한 켠엔 그녀의 증언을 토대로 그려진 그림도 있습니다. 임신한 채 잡혀 온 여성을 보위부원의 위협 아래 두 명의 죄수가 여성의 배 위에 올라타 강제로 유산시키는 장면입니다. 지현아 작가는 강제 낙태 등 자신이 겪었던 경험들을 글과 그림을 통해 그리고 이렇게 현장에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있습니다.

 

이번 강연회에는 어린 학생들도 함께 했는데요. 어렵고 무겁게 느껴지는 북한인권을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게 설명합니다.

 

인서트4: (강연 중) 북한의 학생들은 이 나이 때도 학교를 못 가고 밭에 가서 호미 질을 해야 되고 장작을 해 와야만 밥을 해 먹을 수가 있어요. 그런데 대한민국에 왔는데 산에 나무가 많은 거예요. 그래서 도대체 이 사람들은 뭘로 밥을 지어 먹지 않는데, 보니까 전기로 해 먹는 거예요. 가스로 해먹는 거예요. 참 여러 가지로 정말 다 얘기할 수는 없지만 북한의 학생들은 그냥 노동에 시달리고 있어요. 공부를 제대로 못 해요.

 

인권이란 인간이 누려야 하는 기본적인 권리를 말합니다. 학생에겐 교육을 받고 공부할 수 있는 권리, 성적으로 차별을 받지 않을 권리가 있습니다. 직장인들에겐 일한 만큼 합당한 대가를 받을 권리가 있죠. 누구나 어디든지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고 나이나 성별, 인종 그리고 직급에 따른 차별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어야 하며 법 앞에서 평등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도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할 권리, 인권입니다.

 

탈북민들은 지금도 북한 내에서 인권 유린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이고 눈 여겨 봐야 한다는 겁니다. 지현아 작가는 강연회를 통해 북한에 대해 특히 북한 주민에 대해 관심을 가져 달라고 호소하는데요. 그 간절한 바람을 시에 담았습니다.

 

인서트 5:  (강연 중- ) 정말 여러분들의 이런 관심 하나하나가 이 북한 주민들의 아픔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작가다 보니까 오늘은 제가 쓴 시를 읊어드리겠습니다. 제목이 정말 아무도 없나요입니다. 무서워요. 거기 누구 없나요. 여긴 지옥인데 거기 누구 없나요. 아무리 애타게 불러도 아무도 저 문을 열어주지 않네요. 거기 아무도 없나요. 제발 우리의 신음소리 들어주세요. 짓밟히는 우리의 아픔들 들어주세요. 거기 아무도 없나요. 사람이 죽어요. 내 친구도 죽어요. 불러도 불러도 왜 대답이 없나요. 거기 정말 아무도 없나요.

 

이런 탈북민들의 외침에 힘을 보태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들은 함께 목소리를 내고 북한 주민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가는데요. 북한 홀로코스트기념관 추진위원회 이승훈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서트6: (이승훈) 안에서 열지 못하는 창살은 밖에서 누군가가 끊어져야 합니다. 더 많은 이들이 이 사실에 대해서 북한 인권의 실태에 대해서 눈이 열리고 마음을 쏟게 되는 것이 바로 바깥에서 이 문을 열어주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북한에 있는 일들은 우리 민족이고 또 우리들의 가족입니다.

 

북한 홀로코스트 전시회장 한 켠엔 남한 관람객들이 남긴 종이쪽지들이 있습니다. 북한 친구들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게 해달라는 삐뚤삐뚤한 어린 아이의 글부터 몰라서 너무 미안했다고, 잊지않고 기억하겠다는 다짐의 말들이 쓰여있습니다. 또 홀로코스트가 종식된 후 유대인이 ‘용서는 하되 잊지는 말자’고 선언했던 것처럼 우리도 하루 빨리 그 말을 외칠 수 있기를 소망한다는 글까지.. 북한에 전하고 싶은 말들이 차곡차곡 쌓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지현아 작가는 이날 낭독한 자신의 시를 보고 누군가 인터넷 공간에 남겨놓은 답가를 들려줍니다.

 

-Closing-

인서트 7:  (강연 중 - ) 남한 분이 또 이런 답 시를 써서 올려주셨습니다. 제목이 아직도 거기 있나요’. 이제야 대답해요. 내가 열어 줄게요. 내가요. 제발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 줄래요? 당신이 부르는 소리가 이제야 들려요. 당신의 신음이, 당신의 아픔이, 이제야 들려요. 아직도 거기 있나요? 제발, 제발 살아 있어만 주세요. 그 문 열어 줄게요. 내가 꼭 열어 줄게요.

 

시를 읽는 지현아 씨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립니다.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던 현아 씨는 자신을 지켜보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강연을 이어 나갑니다.

 

인서트8: (지현아) 자유와 인권을 알고 난 다음에는 그 땅 가운데 머물러 있을 사람이 없어요. 우리는 그 북한을 경험해본 사람이잖아요 그리고 자유민주주의가 어떤 것인지 알잖아요. 왜 북한인권만 다르냐는 거죠.

 

북한주민들이 인권을 보장받으며 살 수 있는 그날을 꿈꾸며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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