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여름방학(2)

서울-김인선 xallsl@rfa.org
2021-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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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여름방학(2) 영어 토익(TOEIC) 시험을 보기 위해 서울 시내 한 시험장으로 수험생들이 들어가는 모습.
연합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가 지나고 더위의 막바지, 말복이 지나면서 아침저녁 날씨는 제법 선선해 졌습니다. 찜통더위도 조금씩 기세가 수그러들고 있는데요. 아직은 여름방학이자 휴가 기간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나마 계곡이나 바다로 떠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반면에 강의실로 향하는 사람들도 있네요.

 

부족한 교과목 공부를 하기 위해서, 진학을 대비한 시험공부를 위해서, 영어 공부를 위해서 그리고 학기 중엔 할 수 없었던 새로운 공부를 하기 위해서 그들만의 특별한 여름방학을 보내는데요. 탈북학생들도 마찬가집니다. 그 현장, 지난 시간에 이어 <여기는 서울>에서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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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서트1: (현장음) 지금부터 10분까지, 그러니까 50분까지 단어 시험을 보고 채점을 해서 뒤에 있는 선생님에게 제출하면 돼요.

 

영어공부를 하는 이유는 저마다 다르겠지만 탈북학생들의 경우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 또 대학에 입학했더라도 정규 교육과정을 중도 포기 하지 않기 위해서… 그야말로 영어 공부는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한 필수과목 중 하납니다.

 

어린 나이에 한국에 정착했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북한에서 고등과정까지 마친 후 혹은 성인이 된 후에 한국에 온 경우라면 북한과 다른 남한의 교육과정으로 혼란을 겪게 됩니다. 그래서 대학진학이 쉽지 않죠. 하지만 탈북민들 중 상당수는 한국에 와서 일자리를 찾기보다 학업을 통해 개인의 능력을 먼저 쌓고 싶어 합니다. 이런 이유로 한국 정부에선 탈북민 특별전형으로 대학입학의 기회를 열어주는데요. 이 경우에도 영어는 필수 과목이죠. 탈북민을 위한 영어 교실은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데요. 영어로 대화하는 회화 교실부터 취업이나 대학 졸업을 위한 토익 시험 준비까지 다양합니다.  

 

탈북민들의 인권개선과 교육사업을 하는 시민단체 물망초도 그중 한 곳인데요. 지난 75일부터 23일까지 하루 3시간씩 총 12번의 토익 강의를 열었습니다.

 

인서트2: (현장음) 그럼 그다음으로 넘어 볼게요. 다음 페이지 보면... 동그라미 쳐봐요. 112! 프린트로 15페이지 112. 그 다음 113. 114. 오른쪽 넘어가서 115, 117 ~~

 

토익 시험은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평가하는 시험으로 크게 듣기와 읽기로 나뉘어 있고 각각 100문제씩 구성돼 있습니다. 듣기 시험은 45, 읽기 시험은 75분 동안 진행되는데요. 듣기 시험의 경우 시험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집중만 잘하면 되지만 읽기 시험의 경우 시간 배분을 잘 해야 합니다. 시험 체계를 알지 못하면 문제를 다 못 푸는 경우가 생기게 되죠. 그래서 많은 시간 투자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물망초의 이번 여름 토익 강의에는 코로나비루스 여파로 보통 때의 반으로 참석 인원을 줄여서 딱 10명의 학생만 참석할 수 있었습니다. 대신 수업에 대한 열정이나 참여도는 훨씬 높았다고 하는데요. 김요나 교육팀장의 말입니다.

 

인서트3: (김요나) 토익 수업을 수강한 학생들은 전반적으로 토익을 체계적으로 배우고 그동안 알아 왔던 문법을 한 번 다 정리하는 그런 시간이어서 매우 유용했다 유익했다는 반응을 보였고요. 그리고 저희 강사님이 주신 피드백인데요. 이번에 모인 수강생분들은 아주 적극적으로 질문도 많이 하고 밤에 카톡으로도 연락이 올 정도로 굉장히 열정적으로 수업을 들었다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수업에 일찍 와서 단어 시험도 보고 선생님께 미리 질문도 하고 굉장히 높은 집중력을 갖고 참여를 해줬던 것 같아요.

 

양강도 출신으로 한국에 온 지 5년째인 김지원 씨는 28, 늦깎이 대학생입니다. 현재 인천의 한 대학교 물리치료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데요. 북한에서 받았던 고등교육과정이 인정돼 한국 정착 후 1년 만에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탈북민에 비해 대학입학까지 시간은 짧았지만 대학 수업을 들으면서 기초학력의 차이를 체감했다고 하는데요. 덕분에 조별 과제를 해야 할 때는 남들보다 2~3배의 시간 투자는 기본이었습니다. 3학년이 되니 대학 공부는 어느정도 익숙해졌다는데지원 씨는 어떤 이유로 방학을 포기하고 토익 수업을 들었을까요?

 

인서트4: (김지원) 제 다니는 대학은 졸업하려면 토익 졸업 점수가 필수거든요. 토익을 800점 이상 맞았을 때 졸업 (가능한) 점수가 되는데요. 토익을 못 하게 되면 다른 대체 프로그램이 있긴 해요. 근데 그게 토익을 정말 포기했을 때 선택하는 대체 프로그램이라.... 토익에 좀 더 도전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 수업을 신청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았었어요. 그러면서 올해 중으로 토익 800점이 가능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 뭔가 의지가 생겼다고 할까요 (웃음)

 

학교에서 요구하는 토익 점수를 받지 못하더라도 두 달 동안 영어 수업을 듣고, 서너 번의 발표를 하면 졸업을 할 수 있습니다. 높은 점수를 받아야 하는 토익 시험에 비하면 수월한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원 씨는 쉽게 가는 대신 정공법을 선택하고 싶답니다. 쉽게 가는 길은 처음엔 편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아쉬운 부분이 생긴다는 것을 한국에 정착하며 충분히 경험했으니까요.

 

인서트5: (김지원) 한국에 와서 조금 지내다 보니까 그런 게 있더라고요. 뭔가 쉽게 선택을 하면은 나중에 그게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했었고솔직히 토익은 그냥 나를 보여주는 서류라고 할 수도 있는데 이게 대부분 분야에서 적용이 되니까 뭔가 이번 기회에 도전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지원 씨는 아직 한 번도 정식으로 토익 시험을 치러본 경험이 없습니다. 그야말로 진짜 도전인 셈인데요. 이번 여름, 수업을 끝내며 모의시험을 한번 치렀습니다. 990점 만점에서 지원 씨의 결과는 어땠을까요?

 

인서트6: (김지원) (모의 시험 결과는) (웃음) 부끄러울 만큼 정말 다들 흔히 얘기하는 신발 사이즈라고 하는 그런 정도? 300점대더라고요. 좀 부끄럽긴 한데여태까지 영어 공부는 계속하긴 했었거든요. 근데 그게 토익에 반영되지 않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시간 관리하는 법도 예전엔 몰랐는데 같이 또 문제를 풀면서 나의 부족한 점들을 알게 돼서 좀 더 자신감이 생긴 것 같아요. 힘들고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긴 하지만 뭔가 한 번 목표하면 해내는 성격이라 저는 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공부가 하고 싶어서 선택한 한국행이었기에 지원 씨는 아무리 힘들어도 학업을 포기할 수 없답니다. 토익 점수를 획득하고 졸업을 하면 그다음에 또 하고 싶은 일이 있다는데요.

 

인서트7: (김지원) 물리치료사가 돼서 의료봉사를 많이 다니고 싶어요. 이게 사연이 있는데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과정에 제가 사고가 있었어요. 척추가 골절돼서 수술을 받았거든요. 처음에 와서 2년 동안은 거의 병원 생활을 했어요. 내가 정말 장애인인가 싶을 정도로 병원에 다니면서 정말 뭔가 미래가 없고 어두웠는데 물리치료처음 와서는 물리 치료가 있는지 모르잖아요? 처음으로 물리치료라는 걸 알게 됐는데 그곳에서는 앞으로 이걸 극복하려면 이러이러한 운동을 해야 하고, 이 운동 안 하면 거의 나는 죽는다 생각할 정도로 열심히 운동해야 된다고 말씀을 해 주시더라고요. 저는 그 말이 너무 고마웠어요. 그래서 물리치료를 공부하게 됐던 것이고요.

 

척추손상으로 수술을 하고 회복했지만 움직일 때마다 원인 모를 통증에 시달리던 지원 씨는 물리치료를 통해 일상생활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본인도 물리치료사를 꿈꾸게 됐는데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아무리 어려운 시험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다가오는 829, 지원 씨가 첫 토익 시험을 치는데요. 목표 점수는 600! 모의고사 점수의 2배랍니다.  

 

인서트8: (김지원) 너무 간절했어요. 토익이좀 더 열심히 노력해서 열심히 준비해 볼게요.

 

-Closing-

우리가 살아가면서 만나는 새로운 일들은 모두 도전이겠죠. 지원 씨의 도전은 영어 시험이었는데요. 다른 한 쪽엔 색다른 도전을 준비하는 남북 청년들이 있습니다. 도전을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는 모든 청년을 응원하며 남은 얘기는 다음 시간에 이어갑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기자: 김인선 에디터: 이현주, 웹팀 최병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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