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선으로 전하는 삼촌엄마의 하루 (1)

서울-김인선 xallsl@rfa.org
20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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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노트북 화면을 통해 수업을 듣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어린이가 엄마와 함께 노트북 화면을 통해 수업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하루하루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불청객이 되어 찾아옵니다.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비루스 여파는 여전한데 연이은 태풍까지…

힘들지만 모두들 최선을 다해 버틴다고 해야할까요?

주저앉기보다는 또 다른 길을 찾기도 합니다.

 

낯선 코로나비루스를 경험하면서 화면을 사이에 두고 누군가와 만나는 일이 일상이 됐습니다.

선생님과 학생들, 강사와 수강생들, 직장동료들끼리도 영상으로 마주하는데요.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하기도 합니다.

<여기는 서울>, 코로나비루스 유행 속에서 랜선으로 일상을 소통하는 사람들을 만나봅니다.

 

인서트1: 저는 오늘 코로나 확진을 받고 1일 차에 돌입했습니다. 저는 코로나에 걸리기 전에는 코로나에 걸리면 어떤 식으로 치료가 되고 어떻게 낫는지 궁금했거든요.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알고 두려워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이렇게 영상을 찍게 되었습니다. 제가 코로나 관련 브이로그를 찾아봤는데~~

 

브이로그란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가 합쳐진 합성어로

인터넷 상에서 글을 쓰듯 영상으로 기록을 남기는 작업을 의미합니다.

기존에 글이나 사진 등으로 남기던 일기 형식에서 나아가 이제는 영상으로 제작해 올리는 것이죠.

브이로그를 하는 사람을 '브이로거'라고 부르는데요.

이들은 기억하고 싶은 순간이나 타인에게 공유하고 싶은 순간을 영상으로 찍은 뒤

자신의 블로그나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SNS에 공유합니다.

 

반려견의 일상, 직장 생활, 여행, 맛집 탐방 등 영상의 주제도 아주 다양한데요.

최근엔 코로나비루스 확진에 따른 증상과 격리생활경험을 공유하는 브이로그도 인기입니다.

일명 '확진자 브이로그'인데요.

매일 달라지는 증상과 건강상태부터 병실 내부, 반찬까지 화면 너머의 사람들과 허물없이 공유합니다.

 

인서트2: 보시는 것처럼 제가 4월 6일날 입원했고요. 오늘은 입원한지가 22일차가 되는 날입니다. 체온을 잴 거에요. 36.3도 정상체온입니다. 이건 산소포화도 기계인데요. 맨날 재고 있어요. 산소포화도도 정상이에요. 그럼 오늘도 바이러스랑 잘 싸워보겠습니다.

 

코로나 비루스에 감염이 확인된 확진자는 완치될 때까지 다른 사람과 격리되어 치료받는데요.

처음 만나는 코로나라는 병의 증상도 두렵지만

격리돼 있다는 외로움도 크겠죠?

인터넷을 통해 생면부지의 대중들에게 받은 응원과 위로가 버틸 수 있는 힘이 되기도 합니다.

 

인서트3: (확진자 브이로그 유튜버) 안 좋은 인식도 각오를 하고 올렸었는데,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아서 시작했는데. 응원해 주는 분들이 하나 둘 생기더라고요. 힘도 많이 얻었고….

 

최근 탈북민 유튜버들도 브이로그 영상을 올리는 경우가 늘고 있습니다.

영상을 보는 시청자들에겐 특정 주제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기 보다

소소한 일상의 모습을 전하는 브이로그가 좀 더 친근하게 느껴지죠.

 

인서트4: (브이로그 영상) 자! 지금 온라인 수업을 해야 될 시간인데, 우리집 아이들 2명은 이러고 있고 이러고 있어요! 이게 지금 말이나 됩니까? 이게 뭐하는 거야? 이불 속에서. 지금 온라인 수업 중인데~

 

10명의 탈북 남자아이들과 함께 사는 총각엄마, 김태훈 씨가 올린 브이로그 영상인데요.

코로나비루스 여파로 온라인 수업을 받는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았습니다.

‘총각엄마TV’라는 이름으로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 지는 3년이 됐지만

브이로그 영상은 올해 1월부터 올리게 됐다고 하네요.

 

인서트5: (김태훈) 1월에 코로나가 터지고 나서 사람이 모이는 것에 대한 제약을 많이 받았어요. 장소를 빌리는 것도 어려웠고요. 그래서 기존에 찍고 있었던 삼촌들의 통일수다방을 계속해서 연결해서 찍기가 어려워져서.. 어떤 방법으로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소통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브이로그를 시작했습니다. 저랑 아이들이랑 사는 모습을 재미있게 보여주는 게 또 다른 방법의 통일 공감대라든지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인식개선이라든지… 이런 이야기들을 좀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아이들과 제가 사는 모습을 찍게 됐어요.

 

김태훈 씨는 평범한 남한 남자입니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총각인데요. 북한에선 온 10명의 아이들과 함께 살게 된 이유가 뭘까요?

 

인서트6: (김태훈) 북에서 온 어느 아이가 혼자 있었고 그 아이가 하룻밤만 같이 있어달라고 해서 그 아이와의 하룻밤이 지금까지 오게 됐습니다. 준비하지도 않았고 계획 하지도 않았던 일인데요. 아이 혼자 두고 제가 가는 게 힘들어서 같이 살게 됐어요. 그때가 29인가, 30살인가? 저는 원래 디자인을 전공했고요. 일반 회사에 다니던 평범한 회사원이었는데 너무 놀랬어요. 한국사회에 이렇게 북에서 온 친구들이 많았다는 사실에 놀랬고 이걸 모르던 무지한 제 모습에 놀라 그때부터 시작하게 된 것 같아요.

 

평범한 직장인으로 자원봉사를 하던 김태훈 씨는 우연히 탈북 소년을 만났습니다.

당시 8살이었던 탈북소년 하룡이입니다.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엄마가 지방에 내려간 터라 혼자 집에 남게 된 하룡이는

태훈 씨에게 ‘형 자고 가면 안 돼?’라고 물었고

태훈 씨는 알았다고 대답하고는 떠나지 못 했습니다.

태훈 씨가 하룡이를 보살펴 준 덕분에

하룡이 엄마는 안심하고 지방에서 돈을 벌 수 있었죠.

 

태훈 씨가 탈북 청소년을 돌보기 시작하면서

탈북 과정에서 부모를 잃거나 경제 사정 때문에 부모와 함께 살 수 없는 탈북 청소년들이

하나, 둘씩 태훈 씨의 집으로 자연스럽게 모였습니다.

그렇게 10명의 아이들과 함께 생활을 하면서 태훈 씨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탈북청소년 그룹 홈을 운영하게 됐습니다.

아이들은 태훈 씨를 '삼촌'이라고 부르며 가족이 됐고

태훈 씨는 엄마 겸 삼촌으로 15년째 지내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성인이 되면 자립해서 떠나고

빈 자리엔 새로운 아이가 들어오면서 태훈 씨의 그룹홈엔 여전히 10명의 아이들이 함께 삽니다.

 

인서트7: (김태훈) 저희 집 막내는 올해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갔고 제일 큰 형아는 대학생이에요. 그 밑에는 고등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중학교 3학년, 중학교 2학년, 중학교 1학년, 초등학교 3학년 이렇게 있어요.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학교에 다닐 때에는 태훈 씨가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는데요.

요즘은 10명의 아이들 모두 집에서 온라인으로 수업을 하며 지내기 때문에

태훈 씨의 하루는 아이들 뒷바라지로 정신없이 지납니다.

 

인서트8: (브이로그) 지준성 뭐하고 있어? 지금 조용한 거 보니까.. 또! 거봐! 또 유튜브 보고 있어? 태블릿pc 준 거.. 온라인 수업하라고 준 거지 유튜브 보고 게임하라고 준 거 아니야~ 병또야. 광일이꺼 좀 도와주라니까.. 니꺼만 하지 말고~ 안 되는 친구들 좀 도와주고…

 

집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 아이와 엄마의 일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이 영상…

솔직히 저도 너무나 공감이 되는데요.

실제로 태훈 씨가 올린 이 브이로그 영상은 3천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한 두 명이 아니라 10명의 아이들을 챙겨야 하는 태훈 씨의 하루가 궁금하기만 한데요.

삼촌 엄마의 하루는 어떻게 지나갈까요?

 

인서트9: (김태훈) 우선 아침이.. 아침부터 전쟁이에요. 깨워도 알았다고 눈뜨고 다시 자고.. 이게 한 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다 보니까… 한 명 한 명 해주다가 저쪽의 다른 애를 봐주고 있다 보면 맨 처음에 깨운 애는 다시 자고 있고… 다른 애 봐주고 있다 보면 학교에서 연락이 와요. 8시가 넘었는데 자가 진단이 안 돼있다고 담임 선생님한테 연락이 와서 또 깨우러 가고.. 이런 게 아침의 일상이 됐고요. 계속 바쁜 아침을 보내고 있어요. (웃음)

 

-Closing-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건강하게 살았으면 한다는 태훈 씨는

10명의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상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있는데요.

아이들이 건강한 일상을 살아야 건강한 성인으로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랍니다.

 

랜선을 통해 전해지는 총각 엄마와 좌충우돌 10명의 아이들의 정신없지만 따뜻한 일상 소식,

태훈 씨의 브이로그 얘기는 다음 시간에도 이어집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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