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들어 가는 길

서울-김인선 xallsl@rfa.org
2020-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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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의 북한인권상 수상을 축하하는 탈북 국군포로 한모씨.
28일 박선영 물망초 이사장의 북한인권상 수상을 축하하는 탈북 국군포로 한모씨.
RFA PHOTO/이정은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함부로 걷지 말지어다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은 뒷사람의 이정표가 되리니...”

 

서산대사가 1949년 3월에 쓴 시 인데요.

백범 김구 선생은 남북연석회의 이후 이 문구를 즐겨 인용했습니다.

 

누구 한 사람이 먼저 밟아 이정표가 된 발자국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걸어가면 그게 곧 길이 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주 걸어 다니면 오솔길이 도로가 되기도 하고요.

 

북한 주민들의 인권 문제 역시 그렇습니다.

이정표를 낸 선구자들의 발자국을 따라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습니다.

‘여기는 서울’ 오늘은 북한 인권을 위한 한 길을 걷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봅니다.

 

인서트1: (현장음) 안녕하세요? /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어서~~

 

9월 28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변호사 회관 1층 회의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주최하는

제3회 북한인권상 시상식이 한창입니다.

 

인서트2: (현장음) 한변 창립 제7주년 기념식과 제3회 북한인권상 시상식을 갖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저희 한변은 7년 전 2013년 9월 10일, 북한인권개선과 자유통일을 주 목적으로 한 최초의 변호사 단체로 출범했습니다. 그 이후 북한인권법 제정을 위한 화요 집회, 또 북한인권상 제정 등 다방면에 걸친 북한인권 활동을 해 오다가 행동반경을 넓히게 되었습니다.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줄여서 ‘한변’이라고 부르는데요.

‘한변’은 지난 2018년부터 북한인권법 시행일인 9월 4일을 기념해 북한인권상을 시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비루스 문제로 시상식이 조금 늦게 진행된 거죠.

북한인권상 시상식은 축하 인사가 오가는 여느 시상식과 달리 차분하고 조용하게 진행되는데요.

올해는 마스크를 끼고 출입 명부를 작성하는 방역 수칙을 지키며 더 차분하게 치러졌습니다.

 

한변의 북한인권상 첫 수상자는 현재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인 태영호 전 주영 북한 공사였고

두번째 수상자는 뇌종양과 싸우며 대북 방송을 이끌어온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였는데요.

올해, 제3회 북한인권상은 사단법인 물망초가 수상했습니다.

 

인서트3: (현장음) 북한인권상! 사단법인 물망초, 이사장 박선영.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귀하의 노고를 기리고 헌신의 기록을 역사에 남기기 위해 이 상을 드립니다. 2020년 9월 28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김태훈. (박수소리)

 

비영리 민간단체 물망초는 2012년 5월에 설립됐습니다.

국군포로를 지원하며 시작된 단체는 탈북민 교육과 정착을 위해 꾸준히 활동해 왔습니다.

이번 북한인권상을 받으며 물망초의 박선영 이사장은 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는데요.

박 이사장이 전하는 수상 소감, 잠시 들어보시죠.

 

인서트4: (박선영) 저희가 물망초라는 이름을 선택한 것은 ‘Forget me not - 나를 잊지 마세요’라는 꽃말 때문이었습니다. 저희는 우리의 근 현대사 속에서 버려지고 잊혀진, 자기 잘못없이 역사 속에서 아픔과 고통을 겪는 분들을 ‘역사의 조난자’라고 부릅니다. 그 분들을 위해서 우리가 최소한 무슨 일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또는 그 분들을 기억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라는 정말 작은 소망을 가지고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이 지금 바로 여기, 우리 곁에 와 있는 탈북자들을 돕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여기는 서울’에서도 물망초에서 진행하는 탈북민 교육현장과 문화 현장을 종종 소개했을 정도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데요.

탈북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고 매년 4-6명씩 미국으로 언어 연수도 보냅니다.

Pre-college를 만들어 탈북 청년들이 대학 수업에 도움을 받을 수 있게 지원도 하고

물망초 인권연구소를 설립해 북한인권 실태를 국내외에 널리 알리고 연구도 진행해왔습니다.

 

인서트5: (박선영) 세계 최악의 인권탄압 국가가 바로 우리 동족들이 살고 있는 북한, 헌법상으로는 대한민국 영토인 북조선입니다. 그리고 그 인권실태를 온 몸으로 증언해주는 탈북자들 수십 만명이 국내외에 산재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역량이 크지 못하니까 일단은 우리 곁에 찾아온 탈북자들을 돕고 그들의 존재를 알리면서 동시에 물망초가 더 깊이 열정을 쏟은 분야가 바로 국군포로 문제입니다. 1994년, 조창호 소위가 서해바다를 통해 탈북해 왔습니다. 조창호 소위가 배를 타고 탈북한 이후에 모두 80분의 국군포로 어르신들이 우리 곁으로 찾아오셨습니다. 그러나 우리 국민은 잘 모릅니다. 지금 생존해 계신 탈북 국군포로 어르신들은 22분에 불과합니다. 우리 물망초는 앞으로도 국제 규범에 맞는 인권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것입니다. 그 길 위에 함께 서 계시는 5천 여명의 물망초 회원님들이 우리 모두의 영원한 길동무이자 통일로 나아가는 도반들이십니다. 끝으로 휴일도 명절도 없이 묵묵히 굳은 일을 도맡아 하는 우리 물망초 간사들에게 각별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어느 행사에서 만나도 항상 바쁘게 움직이며 모든 것을 챙기던 물망초의 직원들.

직원들의 수상 소감은 어떨까요?

 

인서트6: (인터뷰) 안녕하세요. 물망초 조경희 실장입니다. 사실 상이라는 것은 받으면 더 잘하라는 의미가 더 큰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물망초가 북한이탈주민들과 또 북한에 계신 동포분들의 인권을 위해 달려왔다고 하면 앞으로 더 많이 알리고 더 많은 일을 하라고 주시는 상이라고 생각합니다. / 저는 물망초에서 교육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김요나 팀장입니다. 물망초가 수상하게 돼서 굉장히 기쁘고요. 추석 전인데 아주 더 기쁜 날인 것 같습니다.

 

상이라는 것은

잘했다고, 잘하고 있다고 칭찬하는 의미도 있지만 앞으로 더 잘하라는 격려의 의미이기도 하죠.

그 의미를 너무도 잘 알고 있는 물망초 식구들인데요.

 

물망초 식구들에게 깜짝 음성 편지를 남긴 분들이 있습니다.

시상식이 끝나고 모두들 돌아갈 때 전 국회인권포럼 대표 홍일표 씨와

물망초의 수상소식을 듣고 현장을 찾았다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후원자입니다.

 

인서트7: (홍일표) 물망초는 어려운 상황에서 북한인권 관련해서 여러 이슈들을 우리 국민들에게 적절한 기회에 강인한 인상을 남기는 그런 노력들을 해왔고요. 그런 것들이 정말 힘든 과정이었겠지만 잘 해온데 대해서 너무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그런 활동들을 더 강력히 하고 열심히 활동해 주십사 부탁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대한민국 국민으로써, 저는 북한에서 1차 숙청된 아버지의 후손이기 때문에 정말 가슴이 벅차요. 물망초! 정말 축하드리고 자랑스럽습니다. 훌륭하십니다. 저도 조금이라도 돕겠습니다.

 

-Closing-

고맙다, 축하한다, 자랑스럽다, 애썼다…

이런 인사말을 주고 받으며 우리는 서로에게 힘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난 해 이맘 때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추석 인사를 주고 받았지만

올해는 코로나비루스로 가능하면 고향집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한번도 듣지 못한 권고를 듣는…

조금 특별한 명절을 맞고 있습니다.

 

코로나비루스로 다 같이 함께 하는 걸 피해야하는 때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남들이 가지 않은 길, 끝에 뭐가 있을지 알 수 없는 길을

묵묵히 가는 사람들이 있기에 마음만은 넉넉한 명절 즈음입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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