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속 대입 준비(2)

서울-김인선 xallsl@rfa.org
2020.12.22
코로나 속 대입 준비(2) 서울대학교에 수험생들이 2021학년 수시 일반 면접을 보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언제쯤 코로나비루스 얘기를 안 할 수 있을까요?

영국 남동부에서 시작된 변종 코로나비루스가 영국 안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남한에서는 지난 21일, 확진자 숫자가 엿새 만에 세 자릿수로 내려왔지만 모임이 많은 연말을 앞둔 시점이라,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는 여전히 2.5 단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5인 이상 모이는 것은 취소할 것을 강력히 권고하고 있고요. 스키장, 눈썰매장, 스케이트장은 물론 새해 해돋이 관광으로 모이는 장소들도 폐쇄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대학가에서는 지난 12월 3일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 이후 대입 논술과 면접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여기는 서울>에서는 지난 주에 이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속에서도 차분하게 대학입학을 준비 중인 탈북민 대안 학교와 탈북 학생들의 근황을 전합니다.

인서트1: (정세균 국무총리) 어제 전국에서 50만여 명이 응시한 대입수능시험이 별다른 문제 없이 잘 마무리됐습니다. 시험 당일 새벽에 확진판정을 받은 학생까지 응시할 수 있도록 조치한 이번 수능시험을 미국 CNN은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 놀랄 만한 일로 평가하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안심할 수 없습니다. 수능이 끝나자마자 약 60만 명이 응시하는 대학별 수시전형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각 대학을 비롯해 교육부, 지자체 등에서는 안전하게 대입전형이 진행될 수 있도록 방역관리에 만전을 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입 수능시험이 끝난 다음 날 나온 국무총리의 대국민 방역 관련 담화문입니다. 코로나 감염 우려 속에서도 안전하게 수능 시험은 마무리됐지만 시험이 끝났다고 대학 입학 시험이 끝난 건 아닙니다. 사실 이게 시작이죠.

여전히 논술이나 실기고사 그리고 면접고사 등 통과해야 할 과정이 남았습니다. 약 60만명이 치르게 될 논술, 면접 등 대학별고사는 이달 말까지 예정돼 있는데요. 코로나 유행으로 인해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하는 대학도 있지만 인원을 제한하여 예정대로 대면으로 실시하는 학교도 있습니다.

남한 대학의 신입생 선발 방식은 대학마다 자율적으로 정하기 때문에 지원 방식이 굉장히 다양하고 복잡합니다. 그래서 지원하는 학생은 물론 선생님들도 공부가 필요하죠. 일선 고등학교 입시 담당 선생님들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인서트2: (일선 고등학교 교사) 수능 가채점을 통해 본인의 예상 성적을 판단해 입시 군별로 3~4개 대학을 미리 정해두고 수능 성적이 발표되면 목표대학에서 요구하는 반영비율, 반영영역, 가산점 등을 판단해 반드시 담임선생님과의 면담과 상담을 통해 정시 대입 지원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반영비율, 반영영역, 가산점… 영 모르는 말들이 많이~ 나옵니다. 이렇듯 남한 입시제도는 학생이나 입시 관계자 외엔 바로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당연히 탈북 학생들은 더 하겠죠? 그래서 남한 정부는 탈북민과 탈북민 자녀들에게 ‘특별 전형’이라는 방식으로 대학입학의 기회를 폭넓게 보장합니다. 이 제도 덕분에 탈북민 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 중 상당수가 대학에 진학하게 됩니다.

하지만 탈북민 부모가 중국 등 제3국에서 낳은 자녀들은 북한에서 태어난 탈북민 자녀들과는 다르게 탈북민 특별 전형으로 대학을 지원할 수 없습니다. 탈북민 대안학교 여명학교에 재학 중인 김천문 양이 그런 경우입니다.

인서트3: (김천문) 나도 못 배운 건 마찬가지고 나도 뭘 모르는데, 왜 나만 빼고 왜 그러는지.. 아무래도 저한테 놓인 상황이 대학교 입학이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대학교 전형에서 너무나 큰 혜택 차이가 있어서 억울하긴 했는데 그래도 여명학교를 다니면서 주위를 보다 보니까 이해도 되고 그럴 수 있겠다…

김천문 양은 남한에서 나고 자란 수험생과 탈북 수험생의 중간 자리에 있다고 할까요? 천문 양의 얘기를 들어보면 남한 대학 입학 시험 제도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 듯 해서 소개해드립니다. 일단 학교성적 관리는 기본이고 거기에 동아리 활동, 봉사활동 등을 하면서 학생의 활동성과 관심사 등을 평가할 학생생활기록부를 채워갑니다. 학교에 따라, 전공에 따라 생활기록부의 비중이 큰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인서트4: (김천문) 중간고사, 기말고사는 당연히 열심히 보고 수행평가나 봉사활동 같은 대외 활동이나 동아리활동, 학교생활기록부 중심으로 열심히 채웠던 것 같아요. 이번에 수능시험을 봤고요. 주로 문과 과목을 봤어요. 국어, 수학, 사회탐구영역이랑 한국사, 그렇게 해서 일반 학생들과 똑같은 과정을 거쳤습니다.

원하는 학과에 입학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수험생들은 6개 정도의 대학에 입학 원서를 접수하는데요. 지원이 합격이라는 결과로 이어지려면 각 대학이 어떤 학생들을 선발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일종의 정보 싸움이라고 하기도 하죠. 그래서 수험생을 둔 학부모와 선생님들은 정보력을 높이기 위해 입시설명회에도 많이들 참석하고요. 천문 양은 어떻게 했을까요?

인서트5: (김천문) 학교에 대한 정보나 그런 거는 학교 선생님을 통해서 알게 됐어요. 그냥 알려준 대로만 해서 불리한지 아닌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요. 일단 가 채점을 했을 때는 가고 싶었던 대학교의 최저 기준에는 맞아서 당장은 안심하고 있기는 한데 정확하지는 않아서 조금 걱정이 되네요. 일단 원하는 대학교는 경기대, 서원대 두 곳이고요. 각각 과는 국어국문학과 사회교육과 입니다.

지금은 최종 발표를 기다리고 있다는 김천문 양. 대학입학시험은 끝났지만 아직 졸업식은 안 했기에 매일 원격으로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천문 양은 여명학교에서도 특별한 학생이라는데요, 학교 담임, 이세영 선생님에게 들어봤습니다.

인서트6: (이세영) 되게 밝고 긍정적으로 학교생활 잘 하고 있고요. 6개 대학 중에 2대학은 이미 붙었어요. 그리고 한 대학은 우수장학생으로 수업료 50% 감면된 학교에 붙어서 저도 너무너무 기뻐요. 천문이가 처음으로 저희 학교에서는 수능을 본 학생이에요. 그런데 저희 학교가 수능에 맞춰서 수업을 잘 해줬으면 좋겠지만 대안학교 특성상 그렇게 못 하거든요. 그래도 천문이가 선생님들과 남아서 방과 후 공부도 하고 좋은 대학에 들어간 게 정말 자랑스럽고요. 나머지 4 대학은 내신 플러스 수능성적이 반영되는 대학이에요. 어떤 결과가 있더라도 지금처럼 최선을 다해서 대학도 가고 열심히 공부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요.

선생님의 응원과 격려 그리고 함께 공부했던 언니들까지 수능시험을 앞 둔 천문 양에게 많은 사람들이 힘을 줬습니다. 또 천문 양은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 좋아하는 음식까지 마다했다고 하네요.

인서트7: (김천문) 저는 미역국을 안 먹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음식 중에 하나 거든요. 그런데 안 먹고 버텼어요. 언니들이 열심히 하라고, 엿 같은 선물도 주고 응원해 주셨어요. 그리고 수능날 아침에 반 학급 친구들이랑 선생님들께서 장문의 응원메시지를 많이 보내주셨어요. 아침은 기숙사 사감선생님께서 속 편하라고 죽을 끓여 주셔서 죽 먹었어요.

천문 양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과 격려를 받으며 자신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습니다. 아쉬움이 없을 정도로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인서트8: (김천문) 다들 하나씩은 갖고 있잖아요. 대학교에 대한 로망같은 거.. 저도 대학생활을 꿈꿔왔던 사람이기 때문에 (합격하면) 진짜 행복할 것 같아요. 저는 교사가 되는 게 꿈입니다. 저와 같은 제3국 출생이나 북한이탈주민을 가르치는 사회교사나 국어교사가 되는 게 꿈이에요.

-Closing-

27일에 최종 합격자 발표가 있다고 하는데요. 발표를 기다리는 천문 양의 마음은 얼마나 떨릴까요? 천문 양의 바람대로 꿈꾸던 대학생활을 하고 원하는 교사의 꿈까지 천문 양이 한번에 달려갈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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