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영상에 담은 자유와 인권

제3회 서울 락스퍼 국제 영화제 개막식.
제3회 서울 락스퍼 국제 영화제 개막식. (/RFA 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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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남한에서 5월은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있는 가정의 달이라면 6월은 6.25 그리고 현충일이 있는 호국보훈의 달입니다. 6월의 첫날, 자유, 정의, 인권을 주제로 하는 제3회 서울 락스퍼 국제 영화제가 열렸습니다. 개막식 현장, <여기는 서울>에서 담아봤습니다.

(현장음)락스퍼는 참 제비꽃입니다. 보통의 꽃말이 그리움, 사랑 이런 것들인데 반해서 락스퍼는 특이하게도 자유와 인권, 정의를 말한다고 합니다. 락스퍼의 핵심 가치에 공감해 주시고 그리고 잘되라고 응원해 주시기 위해서 이른 시간부터 이곳에 와서 자리를 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락스퍼 국제영화제는 2021년, 락스퍼 인권영화제로 시작했습니다. 지난해부터 국제영화제로 규모를 키웠는데요, 올해는 자유, 정의, 인권을 주제로 한 작품과 함께 원자력, 정전 70주년 특별전이 열립니다.

(현장음)제3회 서울 락스퍼 국제영화제 서울 락스퍼 국제영화제의 개막을 선언합니다.

단편영화 부문이 유일한 시상식이 있는 경쟁 부문인데요, 출품된 250편의 작품 중 5편을 수상작으로 선정했습니다.

(현장음)지난해 178편에 비해서 굉장히 많이 성장했습니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영화인들의 자유와 정의와 인권에 대한 열정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심사는 영화가 탐닉하는 주제로서의 자유, 인권, 정의 등의 목적 요소가 풍부한가. 이야기를 영상으로 풀어내는 방식은 어떠한가. 편집과 의도가 훌륭한가? 화면의 미적 요소가 충만한가? 등 종합적 심사 요소를 반영해서 출품된 250편 작품 가운데 본심까지 올라온 작품은 25편입니다. 영화 감독님들과 작가 등 저를 포함한 여섯 분의 본심 심사위원단은 치열한 토론을 통해서 최종적으로 작품상과 각본상, 감독상, 촬영상, 편집상 등 5개 부문의 수상작을 결정했습니다.

개막식이 열린 종로 송현 공원에 쏟아지는 석양볕을 조명 삼아 수상자가 호명되고, 수상자들은 무대에 오릅니다. 편집상, 촬영상에 이어 호명된 감독상…

(현장음)제3회 서울 락스퍼 영화제 단편 경쟁 부문 감독상! 조문호 감독의 '우리는 그렇게 오랫동안' / 축하합니다~

조문호 감독은 수상자 중 유일한 탈북민입니다. 수상 직후 짧은 소감을 전하는데요.

(현장음)사랑하는 영화를 통해서 그것보다 더 사랑하는 자유를 찬양하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데 뿌듯함을 느끼는 순간입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하고 오랫동안 영화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무대를 내려온 조문호 감독을 잠시 만나봤습니다. 상을 받은 것보다 작품이 많은 관객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 기쁘다는 조 감독의 못다 한 소감, 잠시 들어보시죠.

(조문호)첫 번째 작품이라 이번 영화에서는 현재 제가 느끼고 있는 저의 정체성, 실향의 마음이랄까 그런 것들을 진솔하게 표현해 보고 싶다는 소박한 목표가 있었습니다. 탈북민이 느끼는 실향의 아픔과 고향에 대한 그리운 감정이 좀 보편적인 것이라고 생각을 했고 그런 측면에서 자유나 정의나 이런 큰 가치를 직접적으로 다루기보다는 삶을 통해서 표현하는 게 더 맞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하며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좀 뿌듯하기도 하고 우리 얘기를 다른 사람의 손이나 마음을 거치지 않고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이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작품의 질을 떠나서 그런 시도가 의미 있다고 생각했고 또 앞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 작품상은 박세암 감독의 ‘가깝지만 멀리서’ 에 돌아갔습니다.

박 감독은 대학에서 만난 탈북민 친구들을 통해 북한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고 그걸 계기로 탈북민 등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이탈자들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있습니다.

(박세암)새터민 형을 비롯해서 여러 명의 새터민 가족들을 만나게 됐어요. 영화랑 전혀 상관없이 밥자리 술자리 이런 걸 한 적이 있었는데 많은 분들이 하시는 말씀이 자기는 집이 없다, 위에도 여기도 자기는 집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떠돌이다…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그런 점이 저는 굉장히 영화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갈 곳 없는 누군가의 외로움에 대해서 조명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새터민 중에 나이가 어리신 분들 같은 경우는 정체성에 대해서도 고민하는데 그런 점도 조명해 보고 싶었습니다. 제 영화는, 새터민 소녀가 어머니의 레시피를 이용해서 두부밥과 북한식 미역국을 만드는 내용인데요. 짧지만 울림있게 만들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개막식에서는 특별한 자리가 마련됐는데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쳐 헌신한 분들에게 국가가 아니라 국민들이 감사를 전하는 것입니다. 국군포로와 유가족, 제2연평해전 생존자와 전사자 유가족 25명에게 국민대표 25명이 감사패를 증정하는 자리… 전국 곳곳에서 모인 50명이 무대 위에 올라섭니다.

(현장음)감사패 증정!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눈물 날 것 같아요.

이분들 중에 아주 특별한 분도 계십니다. 거동이 힘든 몸을 이끌고 힘겹게 단상에 오른 93살 탈북 국군포로 김성태 옹인데요. 온 힘을 다해 하나 되어 통일을 이루라고 외칩니다.

(김성태 옹)바쁘신 가운데 응원해 주기 위해서 이렇게 모인 여러분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통일돼서 북에 남은 국군포로가 모두 빨리 고향으로 오고 잘살게 됐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무서운 독재자 나라에서 오십 년 동안을 생활하다가 대한민국의 품에 안기게 됐어요. 내가 북에 있었으면 벌써 천당에 갔을 거예요. 여러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

개막식의 마지막은 특별상 시상식. 가곡 ‘비목’의 노랫말을 쓴 한명희 작사가에게 특별상을 전했습니다. ‘비목’은 1967년 발표된 한국전쟁 당시 희생된 젊은 무명 용사들을 기리는 곡입니다.

(효과 – 노래 ‘비목’)

단조에서 느껴지는 고독과 우수가 공감을 일으키는, 남한에선 오랜 시간 사랑 받아 왔습니다. 무대에 오른 한명희 선생은 수상 직후 노랫말을 쓴 배경을 담담히 전합니다.

(한명희)지금은 DMZ가 철책이 겹겹이 쌓여서 왕래가 안 되지만 그때는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냥 말뚝 하나로 군사분계선 철조망 녹슨 두 가닥이 걸려있고 서로 순찰하다가 인민군 만나면 악수하고 앉아서 고향이 어디냐고 얘기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제가 근무하던 때가 휴전 직전 음성 전투라고 여러분들 아실 겁니다. 7월 27일 휴전을 앞두고 7월 15일부터 보름 동안 거기서 싸운 거예요. 마지막 격전지이죠. 수만 명이 같은 지역에서 죽었다고 상상을 해보세요. 제가 그때 근무할 때 20대 청춘. 인생 꽃도 못 펴보고 나라 지키면서 하얀 백골로 돼 있는 시신들... 5월이면 저는 더 생각납니다. 하얀 백골과 푸른 대자연. 그리고 땅 아래는 집에도 못 간 20대 청년들의 백골이 있다는 것. 과거형이지만 과거가 아닌 오늘날로 연결된 시대적인 아픔도 되새겨 보면서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선봉 후사의 삶을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Closing Music –

영화제 상영작은 현충일인 6월 6일까지 종로의 한 대형 극장에서 무료로 상영됩니다. 락스퍼 국제영화제가 전하는 자유, 인원, 정의의 가치가 북쪽에도 전해지길 바라며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