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브라보 마이 라이프] 끼와 흥이 넘치는 탈북민 노래자랑 (2)
2023.10.10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10월엔 추석 명절 연휴, 10월 9일 한글날 공휴일까지 여유롭게 시작했습니다. 이번 주부터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는데요. 가족과 함께 보낸 그 시간을 발판으로 다시 힘차게 일상을 살아갑니다.
지난주부터 추석을 앞두고 열린 ‘2023 탈북민 노래자랑’ 현장을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남한 전역의 탈북민들이 끼와 흥을 맘껏 펼친 노래자랑 한마당, 오늘 <여기는 서울> 시간에 담아봅니다.
(현장음) 라라라~ 청춘은 봄이요. 봄은 꿈나라…(환호성+박수)
84살 김병수 씨의 유쾌한 노랫가락 덕분에 행사장 전체가 들썩들썩합니다. 본선 진출자 10명 중 이제 두번째 참가자 순서인데요. 탈북민 노래자랑이 펼쳐지는 남북통합문화센터 1층 소강당의 열기는 이미 뜨겁습니다.
노래를 마친 참가자는 사회자와 고향 얘기, 가족 얘기 등 간단한 대화를 나누는데요. 김병수 씨는 한국에 정착한지 22년이 됐다는 말과 함께 아직 고향에는 처가 쪽 친척들이 남아 있다며 친척들에게 음성 편지를 남겨봅니다.
(현장음) 고향에 계시는 일가친척 여러분, 저희들은 여기 와서 이렇게 잘살고 있습니다. 저희들이 떠날 때 아사자 300만이 나왔는데 지금도 아사자가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통일이 될 때까지 견뎌서 나도 살고, 거기도 살고 함께 만나서 즐거운 통일이라는 노래 함께 부르면 춤도 춰봅시다. 사랑한다!
고향에 남겨진 가족들을 생각하는 마음은 남한에 온 세월이 아무리 오래됐어도 변함이 없습니다.
세 번째 본선 참가자는 함경북도 출신으로 경기도 포천에서 왔다는 김은주 씨입니다. 인순이의 ‘거위의 꿈’을 열창한 후 자신의 꿈에 대한 이야기도 전하는데요. 직접 들어보시죠.
(현장음-노래)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인터뷰-김은주) 노래에서처럼 제가 제일 마지막, 삶의 끝에 섰을 때 후회없이.. 내 자신을 존경할 수 있는 삶을 살았구나… 그런 삶을 사는 게 꿈입니다.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등장하는 네 번째 참가자는 양춘화 씨입니다. ‘10분 내로’라는 노래를 부르는데요. 춘화 씨의 신명 나는 무대에 객석에서 박수치는 것은 기본이고 관객이 무대로 올라와 덩실덩실 춤까지 춥니다.
행사장 전체가 들썩거린다는 표현을 해도 될 정도로 신명 나는 무대였는데요, 다음 참가자는 얼마나 부담스러울까요?
다섯 번째 참가자는 천안에서 올라 온 김옥향 씨입니다. 선곡한 노래는 주현미의 ‘신사동 그 사람’.
(현장음) 노래 / 희미한 불빛 사이로 마주치는 그 눈빛 피할 수 없어~
김옥향 씨의 얼굴에선 긴장감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무대를 즐기는 모습입니다. 입가에 미소가 끊이지 않는 옥향 씨는 평소에도 무대에 자주 오르는 전문가 같았는데요. 노래를 마치고 사회자와 이야기를 나눌 때는 노래하는 동안 어색해서 혼났다며 수줍어합니다.
(현장음-인터뷰) 봉사활동 하는데 봉사부장님이 한번 나가보라고 추천해서 나오게 됐어요. 이런 무대가 익숙하지 않아서 어색해요. / 그런데 의상이나 메이크업은 거의 완벽해요. (박수와 웃음) 어떤 일을 하고 계십니까? / 집에서 애들 4명 키우고 있어요. 봉사 다닐 때 데리고 다닌 덕분인지 너무 잘 크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봉사를 열심히 하면서 애들이 그걸 본받아서 잘 자랐으면 하는 바람으로 자주 봉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 훌륭한 어머님이십니다. 여러분 다시 한번 뜨거운 박수 부탁드립니다.
여섯 번째 순서는 부산 해운대에서 올라온 이영희 씨였고요. 일곱 번째 참가자는 빨간 원피스를 입고 등장한 홍혜란 씨 그리고 여덟 번째 참가자 박하연 씨입니다. 얼굴에 긴장감이 가득했던 세 사람은 떨리는 목소리로 무대를 마칩니다.
그런데, 노래를 마치고 사회자와 인터뷰하면서 그 떨림이 긴장감 때문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노래를 부르면서 가슴에 간직했던 그리운 얼굴들이 떠올랐다는 겁니다.
(현장음) 노래- 친구야. 친구야… 우리 집 가까이에 살았으면 좋겠네. 진실 없는 돈과 사랑에 웃지 말고 이름 석 자 남기고 가세~
‘친구’를 부른 이영희 씨는 무대 위에서 보고 싶은 친구의 이름을 목청껏 불러봅니다.
(현장 인터뷰) 경숙아~ / 한 번 더! / 경숙아~ / 여러분 다 같이 함께 불러요. / 경숙아~~
2023 탈북민 노래자랑에서는 흥겨움만 있는 것이 아니라 감동도 있었습니다. 그 그리운 마음을 너무도 잘 알기에 함께 눈물도 흘리고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모두가 한마음이 됐는데요.
이선희의 ‘인연’을 부른 여덟 번째 참가자 박하연 씨는 노래하는 중간부터 이미 눈가가 촉촉해졌고 그 모습에 함께 눈물을 닦는 관객들도 보입니다.
(현장음) 노래 – 약속해요. 이 순간이 다 지나도 다시 보게 될 그날~~
(현장 인터뷰) (사회자) 눈가가 촉촉하게 되어 있던데 무슨 생각 하셨어요? / 엄마 생각… 제가 엄마랑 헤어진 지 18년째 되는데요. 엄마를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요. 그래서 이 노래를 준비하면서, 노래 제목이 ‘인연’이잖아요. 엄마하고 나하고 이 생애 인연으로 만났는데 하늘나라에 먼저 가셨어요.. 엄마는 하늘나라 가셨지만 저는 여기서 잘살고 있다는 것, 오늘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모습, 모두 하늘나라에서 보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 저를 응원하기 위해 딸들이 왔어요. 딸 사랑해~ 너무 사랑해.. 고마워!! (박수 소리)
이제 두 명의 참가자만 남았는데요. 9번째 순서로 창원에서 올라온 주선옥 씨가 임주리의 ‘립스틱 짙게 바르고’를 열창하고 마지막 10번째, 경기도 화성에서 온 최연 씨가 임재범의 ‘비상’을 절절한 음성으로 들려줍니다.
본선 진출자 10명의 무대가 모두 끝나고 심사 결과가 나오기까지 탈북민 초대가수들의 흥겨운 무대가 이어집니다. 30분간의 축하 무대가 마무리 되고 드디어 시상식이 시작되는데요.
(현장음) 지금 제 손에 수상자 명단이 있거든요. 우수상 한 분을 먼저 발표하겠습니다. 첫번째 분은? / 김은주! / 김은주 씨 축하합니다.
‘거위의 꿈’을 부른 김은주 씨 그리고 ‘신사동 그 사람’을 부른 김옥향 씨가 각각 우수상을 받고 관객들이 무대에 올라와 춤까지 출 정도로 객석의 반응이 가장 뜨거웠던 ‘10분 내로’를 노래한 양춘화 씨가 인기상을 받았습니다. 최우수상은 마지막 순서로 ‘비상’을 노래한 최연 씨가 수상했고 마지막 영예의 대상 시상만 남았습니다.
(노래자랑 현장음) 2023 전국 탈북민 노래자랑 영예의 대상 발표합니다. 영예의 대상은? / 김병수! / 김병수 님 축하합니다!!
-Closing Music- 김병수 씨의 노래 ‘청춘의 꿈’ (앙코르곡)
대상은 유일한 남성 참가자, ‘청춘의 꿈’을 노래한 김병수 씨가 거머쥐었습니다. 84세의 고령 참가자 김병수 씨는 고향 사람들과 함께 노래를 부를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수상소감을 남기네요.
(인터뷰-김병수) 내가 대상을 탔다는 것보다도 함께 할 수 있는 게 너무 좋았어요. 북한에 있었다면 저 세상으로 갔을 텐데 아직도 건장하게 남아서 노래를 부를 수 있어서 너무나도 행복했습니다. 통일되면 북한에 가서 친구들 앞에서 그리고 친척들 앞에서 또다시 한 번 노래를 부르고 부를 그런 날을 생각해봅니다.
김병수 씨가, 바람대로 북한의 친구분들과 함께 노래 한 곡 신명 나게 부를 수 있는 그날을 꿈꾸며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