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통일부는 지난 6월 21일부터 이틀 동안 통일문화행사 ‘2024 청계천에서 통하나봄’ 행사를 개최했습니다. 통하나봄은 ’통일로 하나된 미래를 본다‘는 의미라고 하는데요.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통일을 생각하고 자유롭게 통일을 표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공연과 전시, 체험프로그램이 마련됐습니다.
<여기는 서울>에서는 행사 첫날, 현장을 찾았는데요. 지난 시간에 이어 ‘청계천에서 통하나봄’ 소식 전해드립니다.
(현장음)하나, 둘, 셋! (개막선포음악) 2024년 통일문화행사, 청계천에서 통하나봄 행사가 힘차게 시작됐습니다. 다시 한 번 큰 박수 드리고요~~
개막 선포와 함께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고 자유와 통일을 본다’를 주제로 한 ‘통하나봄’ 행사가 힘차게 시작됩니다.
다양한 문화 공연을 만나볼 수 있는 ‘무대에서 만나는 통일’, 분단의 역사와 통일의 필요성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직접 체험하는 통일’ 그리고 북한의 경제와 사회, 통일 정책 등을 알아볼 수 있는 ‘바로 보는 통일’까지!
이번 통일문화행사는 크게 세 가지 프로그램으로 운영됐는데요. ‘무대에서 만나는 통일’에서는 남과 북을 잇는 전통 무용과 창작 무용을 기획하고 공연하고 있는 최신아 예술단의 ‘평양 장고춤’ 등 남북을 대표하는 예술단들의 다채로운 공연이 펼쳐지면서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받았던 무대는 탈북민과 함께 하는 토크 콘서트였는데요.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함께 했습니다.
(현장음) (통일부장관) 지난해 한국으로 탈북한 탈북민들이 196명이 됩니다. 오늘 이 자리에 나오신 규리 씨처럼 2030 우리로 얘기하면 MZ 세대가 99명입니다. 그러니까 탈북민들 중에서 2030젊은 세대의 비율이 50%를 넘어서고 있다고 하는 것이 최근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 (진행자) 왜 MZ세대들이 탈북을 했을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 (통일부장관)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일 먼저 규리 씨에게 그 질문을 먼저 드려보도록 하겠습니다. 규리 씨! 한국으로 오게 된 그 이유가 뭔지 좀 말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통일부 장관과 함께 무대에 오른 강규리 씨는 평양 출신으로 지난해 10월 목선을 타고 한국에 입국했습니다. 한국생활을 한 지 1년도 안 된 거죠.
규리 씨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고 등장했는데요. 막상 무대 위에서는 거침없이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말합니다. 자라면서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커졌고 한국방송을 접하게 되면서 탈북을 하게 됐다고 하는데요. 강규리 씨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현장음-강규리)제가 평양 대학을 다닐 때 지방생이라는 이유 하나 때문에 차별도 당하게 되었고 그래서 저는 정부에 대한 불만이 컸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KBS 방송을 집에서 직접 보게 되었는데요. 그때 제가 느낀 감정이 '진짜 살기 좋은 나라가 있었고 이때까지 속고만 살았구나' (이후에도) 계속 방송을 보다 보니 북한을 더 믿게 안 되더라고요. 그리고 청년들을 많이 통제하고 인권을 존중해 주지 않았어요. 어디 다니면 '너 오라'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잘못됐다, 불순이다 막 이러면서 통제를 너무 심하게 했는데요. 제가 그때 받은 느낌은 얼굴에다가 랩을 씌우고 공기가 안 통한 상태에서 바늘 구멍을 몇 개 뚫고 숨을 쉬라고 하면 어떨 것 같아요? 저는 그때 받은 느낌이 너무 숨이 차고 고통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늘 탈북할 생각을 했는데요. 쉽게 선택을 못 했어요. 왜냐하면 위험하기도 하고 두려웠습니다. 그렇지만 지난해 가을에 저는 '아! 이제는 죽어도 가야 되겠다. 나는 더는 이런 세상에서 못 살겠다' 해가지고 위험을 무릅쓰고 탈북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20-30대 탈북 청년들은 한국행을 선택한 이유로 한국 문화, 특히 한국드라마를 많이 꼽는데요. 규리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에서 본 한국 드라마로 겨울연가, 가을동화, 김비서가 왜그럴까, 별에서 온 그대, 태양의 후예 등을 꼽았는데요. 이 정도면 웬만한 한국사람보다도 드라마를 더 많이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한국에 와서도 규리 씨의 드라마 사랑은 계속됐다고 하는데요. 규리 씨의 이야기, 좀 더 들어보시죠.
(강규리)한국 드라마는 저희한테 마약이에요. 보고 보고 또 보고 지우기도 되게 아까워서 저는 늘 가지고 다녔었습니다. 그래서 막 교환해 보기도 하고 했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탈북 후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게 드라마를 마음껏 보는 거였습니다.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 불 때는 노래가 너무 좋아서 그 노래를 과연 누가 부르는지 알고 싶었는데 임영웅 씨가 부르시더라고요. 저는 임영웅 씨 너무 좋아하고 있습니다.

규리 씨는 드라마 ‘신사와 아가씨’에 삽입된 노래, ‘사랑은 늘 도망가’를 좋아한다고 하는데요. 사실 이 노래는 가수 이문세 씨가 2010년에 발매한 곡입니다. 임영웅 씨가 이 노래를 리메이크, 그러니까 새롭게 만들어서 불렀는데 그 노래가 굉장히 인기를 얻었습니다. 원곡보다 더 유명한 탓에 임영웅 씨가 부른 것을 원곡으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인데요. 규리 씨도 그 중 한 사람이네요.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다 보니 드라마에 삽입된 노래까지 엄청 따라 부르게 된다는 규리 씨! 노래를 시켜보니 거의 자동적으로 나오는데요.
(현장음)혹시 노래 한 소절 가능하실까요? / (강규리) '사랑아 왜 도망가 수줍은 아이처럼 행여 놓아버릴까 봐 꼭 움켜쥐지만 그리움이 쫓아 사랑은 늘 도망가 잠시 쉬어가면 좋을 텐데'
강규리 씨는 북한에서 한국으로 직행했기 때문에 최근 북한의 실정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코로나비루스 시기를 경험하고 이후의 변화된 북한에서 살아 온 거죠. 최근에 입국한 탈북민 대부분은 국경 봉쇄 전 탈북해 제 3국에 체류하다가 입국한 경우여서 국경 봉쇄 후 북한 변화를 경험한 탈북민은 매우 드뭅니다. 이때문에 규리 씨가 전하는 이야기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현장음)코로나 3년 기간에 정말 북한은 많은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우선 국경을 다 차단하고 봉쇄하다 보니까 주민들이 살기가 어려워졌습니다. 거기에다가 국가가 개인 장사를 없애라고 하면서 본격적으로 식량 판매를 못하게 했습니다. 북한에는 양곡 판매소가 곳곳마다 있고 우리가 쌀을 사 먹으려면 꼭 양곡 판매소에 가서 사 먹을 수 있는데요. 만약 개인이 쌀을 몰래 판매를 하다 걸리는 경우 무상 몰수를 당합니다. 그래서 쌀값이 되게 올랐습니다. 우리에게 지금 제일 심각한 문제로 되고 있는 게 식량 문제입니다. 그래서 우리 북한 주민들은 늘 불만이 쌓여서 살아가고요. 대부분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국가에 바라는 게 뭐가 있냐, 누가 정치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오직 우리가 노력해서 벌어 먹고 살 수 있게끔만 하여 달라 하고 되게 불만스러워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규리 씨가 전하는 최근 장마당의 동향은 깜짝 놀랄 정도로 많이 달라졌습니다. 국경 봉쇄로 중국산 소비재 공급이 끊긴 데다가 북한 당국에서 장마당을 통한 곡물 판매까지 중단시킨 후로 주민들은 살인적인 고물가를 겪었다고 전하는데요.
(현장음)북한에는 북한 자국 내에서 생산하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서 모든 물품이 다 중국에서 들어왔었는데요. 코로나 3년 기간에 물품이 하나도 못 들어왔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모든 물가가 10배씩 올랐어요. 그래서 너무 살기 어려워지고 돈 없는 사람들이 굶어 죽는 사람도 되게 많아지고 진짜 상급에서 살던 사람들도 다 하급으로 떨어지고 돈주들이 많이 망했습니다. 그리고 중급 사람들은 하급으로 떨어지고 대부분 사람들이 살기가 어려워지고 한숨소리뿐이고 그나마 좀 돈을 벌었다고 하는 사람들은 중국 물품을 이전에 사들인 사람들이 그나마 이득을 본 것 같습니다.
-Closing Music-
코로나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물가 상승 문제는 전 세계가 겪고 있는 문제이긴 한데요. 북한만의 특징이 따로 있다고 합니다. 규리 씨는 우리가 그 특징을 알아야 한다고 말하는데요. 2020년에 한국에 입국한 최윤서 씨가 탈북민과 함께 하는 토크 콘서트에 동참합니다. 최근 4년간 달라진 북한의 내부 상황에 대해 할 얘기가 많다고 하는데요. 남은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계속됩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 웹편집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