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수납전문가 (1)

서울-이승재 yis@rfa.org
2020-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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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하나로마트 창동점 수납용품 코너에서 직원이 상품을 정리하는 모습.
서울 하나로마트 창동점 수납용품 코너에서 직원이 상품을 정리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즐거운 나의 일터> 진행에 이승재입니다. 매주 이 시간에는 점점 더 세분화되고 다양해지고 있는 남한 사회의 직업을 살펴보고 있습니다. 전망 좋은 직업부터 탈북민들이 선호하는 직업 또 막 새롭게 생긴 직업까지 지금부터 여러분을 직업의 세계로 안내합니다. <즐거운 나의 일터>는 남북하나재단 취업지원센터 장인숙 선생과 함께합니다.

이승재: 장인숙 선생님 안녕하세요.

장인숙: 네. 안녕하세요.

이승재: 선생님, 요즘 1년에 한 번씩 안 쓰는 물건은 버리거나 나눔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최소한만 가지고 산다는 거죠. 사실 저도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요. 지난 주말 집안 대청소를 했는데 안 써서 자리만 차지하는 물건이 한가득 나오더라고요.

장인숙: 저는 사실 정리 못하는 분야에선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대학생 때 보던 책과 노트를 몇 십 년 동안 쌓아 두다 보니 집이 헌책방처럼 되었고요. 옷장도 마찬가지예요. 유행은 돌고 돈다고 해서 20여 년 이상 안 입던 옛날 옷을 소중하게 간직했는데 최근에 다시 입어보니 제 몸이 예전 같지 않더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 처분하고 깔끔하게 살 걸…’ 후회를 했습니다. 언젠가는 지갑을 잃어버렸는데 1년 후 이사갈 때 책 더미 속에서 찾은 적도 있고요.

이승재: 그러셨군요. 그럼 오늘 소개할 분들은 아마도 장인숙 선생님 같은 분들을 보면 정말 반가워하실 것 같네요. 북한 분들은 아마 이 직업 들으시면 ‘남한에선 그런 일로도 돈을 버나?’ 의아하게 생각하실 거예요. 바로 ‘정리수납전문가’ 맞죠?

장인숙: 네. 집안을 어떻게 정리하고 공간을 활용하는지에 대해 어려워하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옷, 책, 가구, 부엌살림, 신발 등 이 모든 것이 정돈되어 있지 않다면 저처럼 집안에서 지갑을 잃어버릴 수도 있답니다. ‘정리수납전문가’는 바로 생활공간의 물건들을 질서 있게 정리해주고 불필요한 물건들을 처분하도록 도와주는 분들입니다.

이승재: 그냥 쉽게 말하면 집안을 치워주고 정리해주는 분들?

장인숙: 아니오. 정리수납전문가들의 일터는 집안에만 한정되지 않습니다. 아마 사무실에서 똑같은 서류 뭉치들 속에서 필요한 문서를 찾느라 고생했던 기억은 누구나 있지 않나요?

이승재: 그럼요. 당연하죠.

장인숙: 이처럼 사무공간에서도 가구나 수납용품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움직이는 동선이나 업무 방식을 고려해서 물건을 정돈하면 서류나 물품에 질서가 생겨서 업무 효율도 높아집니다.

이승재: 좋습니다. 이렇게 넘치는 물건과 공간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의 고민을 해결해주고, 정리 후에는 스스로 또 정리할 수 있도록 정리법을 알려주는 분들… 바로 ‘정리수납전문가’들입니다. 선생님, 사실 좀 깔끔한 사람이면 누구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하지만 ‘전문가’라는 단어가 붙은 직업이에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요?

장인숙: 네. 국내에서는 정리수납전문가와 관련해 민간자격증제도가 있는데요. 정리수납전문가로 일하는 데엔 특별한 자격이나 학력이 필요하진 않지만 현재 활동 중인 전문가들은 대개 한국정리수납협회 등, 관련 단체에서 발급하는 민간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승재: 그렇죠. 제가 자격증 준비하는 분들을 보니까 어떤 집에서 복잡한 물건들을 다 풀어놓고 정리하는 실습 같은 것도 하더라고요.

장인숙: 한국정리수납협회를 기준으로 보면 수납정리사 2급 자격시험의 경우 15시간의 교육을 수료한 뒤 필기시험을 치러야 하고요. 만약 고객상담(컨설팅)까지 할 수 있는 1급 자격증을 따려면 2급 자격증을 딴 후에, 약 50시간의 추가교육을 받고 이론시험과 현장실습시험을 치러야 합니다. 1급을 딴 후에 108시간 이상 교육을 받으면, 정리수납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을 할 수 있는 자격도 갖추게 되는 거고요.

이승재: 주변에 보면 지저분한 거 못 참는 분들이 계시거든요. 아무래도 이 직업은 천성적으로 깔끔하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우리 탈북민들도 관심이 많이 있을 거 같아요.

장인숙: 맞아요.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집을 처음 배정받고 새 살림을 장만하는 탈북민들의 집을 제가 방문한 적이 있는데요. 집이 단순한지, 복잡한지, 깨끗한지, 물건이 많은지는 정말 개인의 취향이지만… 탈북민들 중에도 절약하시면서 꼭 필요한 것만 챙겨서 사시는 분들이 많아요. 보통은 집 크기가 비슷하지만 이런 분들 집은 넓어 보이죠. 이런 분들이 정리수납전문가 하시면 정말 잘하실 것 같아요.

이승재: 그렇군요. 선생님, 전 사실 이 직업에 대해 들어본 지 얼마 안 됐거든요. 이게 신생 직업이죠?

장인숙: 그렇습니다. 정리수납전문가는 2015년 한국직업사전에 새롭게 등재된 신생 직업입니다. 한국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상반기 기준 국내에 관련 종사자 수는 약 2만명으로 추정됐는데요. 지난 2017년, 협회에 등록된 정리수납전문가는 5만 6천명 정도로 이중 30%가 실제로 이 일을 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이승재: 제 생각엔 이 직업 앞으로 더 뜰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요즘 한국에서 이 직업을 보여주는 TV프로그램이 생겼습니다. 유명한 사람들의 집에 찾아가서 쓸모 없는 물품들을 버려주고 물건을 새로 정리해주는 예능프로인데요. 여기 보면 정리수납전문가들이 움직일 때마다 정말 새집이 되더라고요. 전에는 없던 이런 직업이 따로 생길 정도라면, 세상 참 많이 변했네요.

장인숙: 세상이 급변하고 삶이 복잡해지면서 미니멀리즘(minimalism)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어요. 미니멀리즘은 ‘최소한’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지고 있는 것 중에 필요 없는 것을 모두 버리고 최소의 물건으로 가볍게 살겠다는 의미죠. 하지만 공간활용, 정리에 대해선 의외로 사람들이 어려워하고, 저처럼 추억 때문에 아까워서 등등 여러 이유로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지 못하기 때문에 집의 주인이 내가 아닌 물건들이 되어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승재: 맞아요. 짐이 많아서 더 넓은 집으로 이사가야한다는 사람 많이 봤어요.

장인숙: 그렇죠. 하지만 불필요한 것들 때문에 공간이 비좁아서 넓은 집으로 이사가는 건 경제적으로도 큰 낭비입니다. 요즘처럼 집값이 비싼 상황에는 넓은 집으로 가는 것보다 미니멀한 삶을 통해 주어진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이승재: 어쩌면 더 넓게 살 수도 있겠죠. 어, 인터넷을 찾아보니 ‘이 직업은 4차산업혁명이 시작되어도 사라지지 않을 거다’라는 말이 있어요. 관련된 얘길 해보고 싶은데요. 일단 그 이유를 알기 전에 4차산업혁명이 뭔지 한번 짚고 넘어가죠?

장인숙: 1차 산업혁명이 증기기관과 기계화, 2차 산업혁명은 전기를 이용한 대량생산, 3차 산업혁명은 인터넷이 이끈 컴퓨터 정보화 및 자동화 생산시스템으로 대표된다면 4차 산업혁명은 로봇이나 인공지능을 통해 실제와 가상이 통합되어 사물을 자동적, 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게 되는 겁니다. 인공지능, 로봇기술, 가상현실, 자율주행차 등 상상이 실현되는 것이죠.

이승재: 그럼, 이 정리수납전문가가 4차 산업혁명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이 왜 나왔을까요?

장인숙: 4차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데이터를 분석해서 가치를 뽑아낼 줄 아는 능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정리수납전문가 또한 무수한 물건과 서류들 속에서 가치 있는 물건을 찾아내고 정리하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 유사한 측면이 많습니다. 그것이 컴퓨터 데이터인지 물건인지만 다를 뿐, 무수한 것들 중에서 가치 있는 것을 뽑아내 적재적소에 활용할 수 있도록 배치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겠죠.

이승재: 그렇군요. 네. 오늘은 정리수납전문가에 대해서 알아봤습니다. 과거에는 물건을 가진 사람, 정보를 가진 사람이 중요했다면… 이젠 물건과 정보는 넘쳐납니다. 지금은 이걸 얼마나 효율적으로 잘 운영하느냐가 중요하다는 얘기인데요. 특히 내 공간을 최적화된 환경으로 만들어주는 정리수납전문가, 다음시간엔 이 직업 한번 더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여기는 서울> 진행에 이승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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